조수현이 후시경으로 보면서 말했다.“대표님 핫스팟을 연결하면 되잖아요.”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배건후와 말 섞기 싫어서였다.배건후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핫스팟을 켜주려고 할때, 성대호한테서 연락이 왔다.“하경이한테 일이 터졌어. 지금 나리 병원에 있는데 와봐야 할 것 같아.”...육하경은 혼미한 상태로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면서 뒤통수가 계단에 부딪혀 아직 의식불명의 상태였다.이제 막 위임을 받았는데 육하경의 부모님은 애가 탔다.육하경의 부모님은 육하경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고 회사 고위층들이 질투 나서 일부러 복수하는 줄 알고 경찰에 신고하기로 했다.경찰은 CCTV를 조회하다 상대방이 육하경의 지갑을 훔쳐 간 것도 모자라 여성용 드레스까지 훔쳐 간 것도 확인했다.“대호야, 아저씨한테 솔직하게 말해봐. 하경이 여자친구 있어?”육영수는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단순한 도둑질이 아니라 육하경의 여자친구가 방탕하여 누구를 잘못 건드렸다고 생각했다.성대호는 뻘쭘해하면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아저씨, 하경이 오빠 여자친구 없어요.”배지유는 연락받고 급히 달려오는 바람에 콧등에 땀이 맺혀있었다.“있어요.”육하경의 엄마인 황은숙이 옆에서 흐느끼면서 말했다.“저번에 장례식장을 갔을 때 향낭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 적이 있어요. 하경이가 어떤 귀여운 여자한테서 선물 받은 거라고 했어요. 계속 그 향낭을 보면서 멍때리고 있더라고요.”“향낭이요? 누가 선물한 향낭인데요?”배지유가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물었다.이때 성대호가 조용히 하라면서 그녀를 말렸다.“아저씨, 아줌마. 걱정하지 마세요. 하경이가 괴롭힘 받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거예요. 건후도 지금 오는 길이에요. 경찰분들이 하루빨리 범인을 잡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거예요.”몇 분 뒤, 응급실 문이 열리면서 의사 선생님이 걸어 나오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어떻게 되었어요?”“환자분 두개골에 피가 고여있긴 하지만 출혈은 많지 않아서 생명의 위험은 없는 상태입
육하경은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있을 때, 배지유가 뒤에 서 있던 도아린을 잡으면서 불쾌하게 말했다.“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을거야.”도아린이 그녀를 힐끔 쳐다보았다.배지유는 병실 문이 닫히기까지 기다렸다가 계속해서 말했다.“도아린. 엄마를 죽이고 동생을 식물인간으로 만들어 버린 것도 모자라 우리 집에 시집와서 우리 엄마 건강까지 악화시켰잖아.”배지유는 냉랭한 눈빛으로 도아린을 쳐다보았다.“하경이 오빠도 너를 잠깐 도와줬다는 이유로 저렇게 누워있잖아. 넌 정말 팔자가 사나운 여자야.”도아린이 배지유의 눈을 쳐다보면서 한마디 한마디 내뱉었다.“하경 씨가 너때문에 다친 거라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배지유는 멈칫하고 말았다.그녀는 도아린이 자신과 방우진의 관계를 모를 줄 알고 고개를 뻣뻣하게 쳐들면서 말했다.“누가 누구를 가만두지 않을지 두고봐!”이때 배건후와 성대호가 멀리서 걸어오는 것을 보고 배지유는 냉큼 달려가면서 말했다.“오빠, 그 깡패 새끼 얼굴을 봤어요?”“깡패 새끼인지 어떻게 알아.”배건후의 눈빛은 어두워지고 말았다.“내가 아까 지유한테 알려줬어.”성대호가 핑계를 대줬다.“나도 짐작만 했을 뿐이야. 아무리 그래도 회사 고위층 사람들이 대놓고 하경이를 해쳤겠어?”배지유는 침을 삼키고 말았다. 성대호가 무언의 눈빛을 보내오자 더는 뭐라 할수 없었다.배건후는 병실 앞에 서있는 도아린을 발견하고 다가갔다.“날 기다리고 있었어?”도아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배지유가 불안해하는 표정을 보고 무조건 이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했다.배건후는 자연스럽게 도아린의 허리를 감싸고 함께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간호사분은 육하경에게 환자복을 갈아입혀 주고는 그의 옷을 들고 나가려고 했다.바로 이때, 주머니에서 떨어진 무언가가 굴러서 배건후의 발 옆에 떨어졌다.자수가 새겨진 향낭이었다. 중간이 조금 벌어져 안에 있는 향이 드러났다.도아린은 몸이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아무렇지 않게 준 선물을 육하경이 계속 가지고
“얼마나 큰 사고를 쳤는지 알아?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고! 경찰이 날 잡아가면 모든 걸 불어버릴 거야.”방우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시계 괜찮더라고. 이걸로 나한테 빚진 이자를 없던 걸로 쳐줄게. 가게를 해결하지 못하면 인터넷에 폭로해 버릴 거야.”“안돼. 조금만 더 시간 줘. 내가 꼭... 여보세요? 여보세요! 이 새끼가!”배지유는 화가 나서 핸드폰을 박살 내려다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창문을 통해 한 사람의 모습을 보았는데 다름아닌 성대호가 실망한 표정으로 우두커니 서있는 것이다.성대호는 자기가 잘못 본 거라고 믿고 싶었다.그런데 아까 통화한 내용을 듣고 모든 기대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배지유는 뒤돌아 떠나가려는 성대호를 뒤에서 꽉 끌어안았다.“오빠, 난 그저 드레스만 갖고 싶었을 뿐이야... 그런데 하경이 오빠를 저렇게 만들어 버릴 줄 몰랐어.”성대호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뒤돌아섰다.“그 드레스는 왜 필요한데?”“그게...”배지유는 고개를 숙인 채 눈알을 굴리면서 거짓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드레스 고르러 갔을 때 마침 그 드레스를 입고 싶었거든. 그런데 새언니가 보라색 원피스가 이쁘다면서 일부러 스타일리스트한테 못생기고 올드한 스타일로 해달라고 부탁했더라고.”배지유는 나름대로 괜찮은 이유라고 생각했는지 자신감 붙은 얼굴로 고개를 쳐들더니 눈물이 그렁그렁한 두 눈으로 성대호를 쳐다보았다.“연회장에서 사람들이 새언니만 예쁘다고 칭찬하더라고. 나한테는 나이도 어린것이 더 올드해보인다고 했고.”배지유는 계속해서 말했다.“엘리베이터 안에서 캐물었더니 그제야 인정하더라고. 그리고 나한테 멍청하다면서, 보는 눈이 없다고 했어. 옆에서 듣고 있던 한 여자분이 새언니를 나무랐고... 새언니는 이 일을 또 오빠한테 이를 거라는 생각에... 어차피 욕먹을 바에 똑같은 드레스를 입고 오빠한테 보여주고 싶었어. 누구한테 더 잘 어울리는지. 그런데 방우진이 사람을 다치게 할 줄 몰랐어.”성대호는 들을수록 미간을 찌푸렸다.여자를 많이 만
“배지유! 멈춰!”성대호가 달려갔을 땐 배지유는 이미 한쪽 발을 창문 위에 올려놓은 상태였다.이에 성대호는 발걸음을 멈추고 두 팔 들어 항복했다.“너희 오빠랑 내가 있는데 육씨 가문에서는 너를 괴롭히지 못할거야. 하경이도 너를 용서해 줄 거고.”한쪽 다리가 밖에 걸쳐있는 배지유는 차마 밖을 내다볼 수 없었다.바람이 불어오자 떨어질까 봐 창문틀을 꽉 잡았다.사실 두려웠지만 어떻게든 참아보기로 했다.그녀는 성대호가 마음이 약해져서 양보해 줄 줄 알았다.“오빠, 부잣집 며느리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 약점이 잡히면 언제 어디서든 비웃음당할 수 있다고. 남은 평생 손가락질당하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게 나아!”성대호가 천천히 접근하면서 말했다.“일단 내려와. 거기 너무 위험해.”“오빠가 나한테 잘 대해 준다는 거 알아. 다음 생에는 될수 있으면 오빠 여동생이 되었으면 좋겠어. 오빠는 겉으론 착해 보여도 속은 악독한 새언니를 찾지 않겠지.”성대호는 배지유가 밖을 내다보는 틈을 타 급히 달려가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이번 생에도 난 네 오빠야!”“이거 놔. 난 오빠 얼굴에 먹칠하고 싶지 않아... 차라리 날 죽게 내버려 둬. 내가 죽어버리면 다들 나한테 뭐라고 하지 못하겠지.”“네가 살아있는 동안은 내가 꼭 옆에서 잘 보호해 줄게.”배지유는 그윽한 눈빛으로 성대호를 쳐다보았다.“그러면 비밀로 해줄 수 있어?”성대호는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성대호는 그녀를 창문에서 내려다 주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배지유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한참 동안 제대로 서 있지 못했다....도아린은 계속 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병원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배건후의 차가운 기운 때문인지 우울하기만 했다.이번 사건이 배지유와 연관되어 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확실한 증거 없이 말했다간 모함한다고 오해받을 수도 있었다.육하경과 서로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몇번 도움받았기 때문에 그가 이렇
아파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은 도아린은 일부러 고개를 돌렸다.“건후 씨의 산삼과 비교하면 향낭은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한테 요구하기 전에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부터 되돌려 보세요!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하루빨리 이혼해요. 서로한테 피해주지 말고요.”“서로한테 피해를 주지 말자고?”배건후가 피식 웃고 말았다.마음속에서는 파도가 넘실거리고 있었다.배건후는 시시때때로 중저음에 그윽한 눈빛을 보내오면서 매력 발산하고 있었다.배건후가 지퍼를 열고 셔츠 단추를 여는 순간 복근이 드러났다. 완벽한 치골 라인까지 보여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난 도전하기 좋아하는 사람이야. 순종적인 사람은 보기만 해도 질려. 오히려 너같이 화끈한 사람이 좋아.”배건후는 빨개진 도아린의 귀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과연 무슨 맛일까.”도아린은 옷깃을 여몄다.배건후의 입에서 이런 말을 듣자니 더럽다기보다 매력이 넘쳤다.하지만 이혼은 필수였기 때문에 도아린은 그의 매력에 넘어가지 않았다.귀가 빨개진 것은 그저 화가 나서였다.“건후 씨, 보미 씨가 최근에 입었던 옷들이 많이 노골적이던데 그 욕구를 참지 못하고 여기서 발산하는 거예요?”배건후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도아린의 허리를 꽉 잡고는 그녀의 배꼽을 어루만졌다.도아린은 그만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배건후를 자극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가 홧김에 정말 덮칠까 봐 두려웠다.도아린은 급히 그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보미 씨는 건후 씨만 바라보고 있는데 지금 이러는 거, 너무하지 않아요?”차는 가로등 밑에 세워져 있었다.배건후가 몸으로 불빛을 막는 바람에 차 안의 분위기는 더욱 야릇해졌다.그는 허리를 숙여 도아린의 귓불을 깨물었다.이때 비웃음이 가득한 말투가 들려왔다.“보미 씨는 몸매를 유지해야 해서 쌀 한 톨도 세어가면서 먹는 사람이야. 너같이 거친 사람이랑은 달라. 너는 거칠게 대하기 딱 좋아.”‘하긴. 한번 하면 7날이나 입원해야 하고 3년이나 휴식해야 하잖아. 보미 씨
익숙한 목소리에 도아린은 표정이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민재 씨? 민재 씨도 하경 씨 보러 왔나 보네...’도아린은 고개를 들어 창문에 기댔다.배건후 다리 위에 앉아있던 도아린은 그의 신체적 변화를 느낄 수 있었고, 그녀의 정서도 경직된 근육을 통해 상대방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어두운 곳에 서있는 육민재는 훤칠한 것이 분위기가 넘쳤다.육민재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도아린은 마침 가로등 때문에 더욱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도아린은 급히 옷깃을 여미고 건조한 목으로 힘겹게 인사했다.“민재 씨... 씁.”또 한 번 가슴을 꽉 쥐길래 도아린은 욕할뻔하다가 배건후를 힘껏 꼬집었다.‘일부러 망신 주려고 하고 있네.’육민재는 차 안까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아린 씨 목소리 같긴 한데 확신이 서지 않더라고.”육민재가 웃으면서 다가왔다.가로등이 비추는 공간에 도착한 그는 차와 떨어진 거리가 3미터도 되지 않았다.온몸이 굳어져 버린 도아린은 무의식적으로 배건후의 팔을 꼬집었다.“거, 거기서 말해요.”도아린이 급한 마음에 소리쳤다.이때 배건후가 그녀의 단추를 풀어 코끝으로 등을 느끼고 있었다.입술은 차가웠지만 뿜어내는 뜨거운 콧김에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시력이 안 좋은 육민재는 눈을 찡그렸다.아까는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도아린의 헝클어진 머리, 삐뚤어진 옷깃, 감출 수 없는 당혹스러움을 발견하고 더는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다.할머니 생신날, 도아린이 배건후랑 결혼한 이후로 행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육민재는 도아린이 배건후한테 버림받고 혼자 있는 모습을 들키기 싫어 이러는 줄 알고 온화하게 웃었다.“저번에는 그냥 우연히 도와준 것뿐이야. 그런데 밥 사겠다는 말 진심으로 받아들였으니까 내일 시간 되면...”도아린은 듣자마자 그가 동영상 일을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육민재가 우연히 도와줬다고 말했지만 도아린에게는 친구의 믿음을 얻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없었다.사실 육민재가 엄청
도아린은 상대방의 이름을 까먹을 정도로 뻘쭘했다.배건후가 도아린의 허리를 마음대로 만질 수 있었던 건 지퍼가 열려서였다.도아린은 스타킹도, 치마도 고장 난 상태로 차마 차에서 내릴 수가 없었다.그래서 고개를 돌려 배건후를 힘껏 째려볼 뿐이다.하지만 육민재 눈에는 앙탈처럼 보였다.“먼저 하경이 보러 갈게. 하던 거 마저 해.”육하경은 병원으로 들어가면서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도아린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그녀는 배건후를 힘껏 밀쳐내고 한쪽으로 가서 옷매무새를 정리했다.“건후 씨, 이제 만족해요?”등받이에 기대어 있던 배건후가 냉랭하게 말했다.“민재를 마음에 품고 있는 것도 모자라 하경이한테 향낭까지 선물하고. 내가 없었으면 진작에 차에 태웠을 거야.“배건후의 눈빛은 이글거리고 있었다.도아린은 그에게 눈빛도 주지않고 머리에 있던 핀으로 치마를 고정시켰다.이런 정신병자 같은 사람과는 말도 섞기 싫었다.차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배건후가 또 품에 안더니 지긋이 쳐다보았다.“쟤가 뭘 도와줬는데?“도아린은 발버둥 치다 고개들어 그를 쳐다보았다.“알 필요 없어요.”배건후는 피식 웃더니 표정이 차가워졌다.“내가 알면 안 되는 일이야?”도아린은 배건후한테 그 동영상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핸드폰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나영옥 할머니 생신날, 보미 씨가 혼자서 넘어지고 저한테 죄를 뒤집어씌운 영상을 찍은 사람이 있었어요.”배건후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도아린은 피식 웃고 말았다.“건후 씨가 조사해 보고 알려주겠다고 했잖아요. 민재 씨도 확보할 수 있는 동영상을 건후 씨는 확보하지 못했을까요? 제가 만약 정말 보미 씨를 밀었다면 절대로 저를 용서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이와 반대라면 그냥 없었던 일로 했겠죠.“배건후는 동공이 흔들렸다.“보미 씨가 그러는데 네가 밀친 거 아니라고 했어.”도아린은 어처구니가 없었다.그렇다. 손보미는 도아린이 밀었다고 하지 않았지만 태도나 말투를 들어보면 분명
도아린은 아파서 울먹이다 배건후의 머리끄덩이를 잡으려고 했고, 배건후는 막으려다 한 손으로 도아린의 가슴을 치고 말았다.도아린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움츠렸다.그녀가 몸을 부들부들 떨자 배건후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그녀를 품에 안았다.괜찮은지 확인하려고 했지만 도아린은 만지게도 못하게 했다.티격태격하다 또 상처를 건드려 도아린은 화가 나서 눈시울이 붉어졌다.“건후 씨, 그렇게 보미 씨를 도와주고 싶어요?”도아린은 부들부들 떨다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협박했다.“저를 절대 만만하게 보지 마세요. 계속 이렇게 찝쩍거리면 신분을 폭로해 버리고 보미 씨가 내연녀라는 걸 공개해 버릴 거예요! 네티즌들에게 온갖 욕을 먹게 해서 앞날을 망쳐버릴 거라고요!”배건후는 피식 웃고 말았다.“네가 이혼하고 싶어 했잖아.”“저는 이대로 눈뜨고 지켜볼 수 없어요!”배건후는 그녀의 옷을 정리해 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보미 씨한테 함부로 대했다간 평생 이혼하지 못할 줄 알아.”이 정도로 염치없는 사람은 처음이었다.‘자기는 내연녀랑 신나게 놀면서 나는 남사친도 만나면 안 돼? 분명 자기가 귀책자면서 피해자더러 가만히 참고 있으라고? 돈 많으면 다야? 이기적인 놈!’“마침 병원 앞인데 의사 선생님께 보이는 거 어때?”배건후는 고통스러워하는 도아린을 보면서 물었다.“머리를 보이라고요? 필요 없어요!”도아린은 그를 밀쳐내고 상처를 어루만졌다.가슴이 너무나도 아팠다.배건후는 핸드폰을 꺼내 조수현에게 문자를 보내면서 도아린에게 경고했다.“다른 남자한테 또 함부로 선물을 주면 두 사람 모두 죽여버릴거야.”도아린은 그를 힘껏 째려보았다.“미친 새끼!”...온종일 피곤했는지 도아린은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잠들어버렸다.한밤중에 몸에 이상이 왔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상처가 난 부위가 무언가에 덮인 것처럼, 혹은 누군가가 어루만지고 있는 것처럼 점점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저항하고 싶었지만 손발이 묶여있는 느낌이었다.그러다 아까보다는 그렇게 아프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