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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도아린은 벽에 기대어 슬며시 빠져나가려다 말했다.

“그럼 계속 잠복 연습하시고요. 전 뭐 좀 먹으러 갈게요.”

그녀가 몸을 돌리려던 찰나, 목덜미가 꽉 잡혔다.

“밥해. 배고파.”

도아린은 주먹을 꽉 쥐고 속으로 그를 한 대 때렸다.

“미안한데, 난 건후 씨 엄마 앞에서만 연기하는 것뿐이니 평소엔 자급자족하세요.”

“연기 한 번에 4천억을 받아? 네가 뭐 톱스타라도 된 줄 아냐?”

‘그래, 나는 톱스타가 아니다. 손보미가 곧 네 덕분에 톱스타가 되겠지!’

속으로 한바탕 이 남자를 욕한 후, 도아린은 가식적인 미소를 띠며 말했다.

“4천억을 위해서라면 배 대표님이 원하는 캐릭터는 뭐든지 연기해야죠.”

배건후의 눈빛이 흔들렸다.

“네 말 잘 기억해 둬.”

그가 주방에서 나가자 도아린은 그의 등 뒤에서 주먹을 휘둘렀다.

‘나쁜 놈, 돈 많으면 다냐! 돈 많으면 대놓고 내연녀를 감싸고 아내를 괴롭혀도 되는 거냐고! 밥? 밥 줄게.’

도아린은 냉동실에서 미리 얼려둔 밥을 꺼내고 햄과 당근을 잘게 썰기 시작했다.

금세 맛있는 볶음밥이 완성됐다.

“건후 씨, 식사하세요.”

그녀는 앞치마를 벗으며 말했다.

배건후는 태블릿을 내려놓고 식탁에 앉았다.

하지만 앞에 놓인 볶음밥을 보고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다이어트식이 아닌 지방 함량이 초과된 계란 볶음밥이었던 것이다.

“사람 몸에는 적당한 지방이 필요해요. 지방을 너무 줄이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거든요.”

도아린은 접시와 숟가락을 배건후 앞에 놓으며 활짝 웃었다.

“옛말에 남에게 얻어먹은 것이 있으면 사정을 봐줄 수밖에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러니 점포 서류를 조금만 보여주시면 안 될까요?”

가식적인 그녀의 태도에 배건후는 속이 울렁거렸다.

그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

“밥 먹고 나서 얘기해.”

“알겠습니다!”

도아린은 그의 맞은편에 앉아 불닭면 소스를 꺼냈다.

소유정과 있을 때는 늘 배달 음식만 먹었는데 오랜만에 맛있는 집밥을 먹게 되니 그녀도 체면을 차리지 않았다.

배건후는 마치 고급 요리를 대하듯 우아하게 계란 볶음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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