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설의 입가가 심하게 떨렸다. 그녀는 양진서가 함정을 파놓을 줄은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진서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희는 내 친구지, 태호 씨 친구가 아니잖아. 태호 씨는 오늘 너희를 처음 만났으니까 이건 내가 사야지.”이윤설이 제지하자 양진서와 장규성이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들은 눈앞의 이태호라는 남자가 잘생기기만 했지 돈은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윤설이 자기가 계산하겠다고 나설 리가 없기 때문이다.장규성이 바로 말했다.“윤설아, 겨우 밥 한 끼잖아. 설마 그 정도도 살 수 없는 거야? 그리고 두 사람 정말 사귀는 사이라면 네 친구가 저 사람 친구 아니야? 둘 사이에 그런 것까지 철저히 계산하는 거야?”장형서도 나서서 말했다.“장규성의 말이 맞아. 축하 파티라고 생각해. 남자친구가 네 친구들 밥 사주는 게 뭐 어때서? 결혼했으면 몰라도 지금은 그냥 사귀는 사이잖아. 이렇게 쪼잔하게 굴 거면 연애는 왜 한대?”이윤설은 순간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단지 장규성이 자신을 포기하길 바라서 이태호에게 남자친구인 척해달라고 했다.그런데 이태호가 이렇게 난처한 상황에 부닥치게 될 줄은 몰랐다.그러나 뜻밖에도 이태호는 덤덤히 웃었다.“저 사람들 말이 맞아요. 가요, 이곳에서 사면 되는 거죠?”“밥 사줘서 고맙네요. 하지만 잠시 뒤에 그쪽이 돈이 없어서 계산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네요. 그러면 너무 뻘쭘하잖아요. 정말 돈이 없으면 괜히 있는 척하지 말아요!”양진서는 기지개를 켜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돈은 내게 숫자에 불과해요.”이태호는 덤덤히 웃었다. 그가 보기에 그들은 광대와 다름없었다.레스토랑 안에 들어가자 그들은 이태호를 데리고 2층 룸으로 향했고 끊임없이 주문하기 시작했다.요리든 술이든, 양진서와 장형서 등은 전혀 사양하지 않고 가장 비싼 것만 골라서 시켰다. 의도가 아주 뚜렷했다.“진서야, 너무 많이 시킨 거 아냐?
양진서의 입가가 심하게 경련했다. 그녀는 이태호를 난처하게 만들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그에게 조롱당했다.“자, 자, 자. 우리 다 같이 축하하자고!”장형서가 술잔을 높이 들고 말했다.“좋아, 오랜만에 함께 술을 마시네. 오늘 좋은 술을 많이 시켰는데 다들 실컷 마시자고!”장규성은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태연한 척하며 술잔을 들고 말했다.이내 그들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그렇게 잠깐 마시던 장규성은 일부러 이태호에게 물었다.“이태호 씨, 이렇게 큰돈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쓰다니, 집에 돈이 많은가 봐요!”이태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런 편이에요. 그쪽 집안보다 돈이 훨씬 더 많을걸요.”장규성은 입가가 파르르 떨렸고 안색도 나빠졌다. 그는 이태호가 이렇게 거만할 줄은 몰랐다.“하하, 큰소리는 저도 칠 수 있어요. 태호 씨는 술을 얼마 마시지 않은 것 같은데 설마 벌써 취한 건가요?”양진서는 곧바로 웃으며 말했다.“장규성은 우리 백산시 이류 가문의 도련님이에요. 이류 가문 알죠? 백산시에서 이류 가문이라면 자산이 2조는 넘어요. 어떻게 그쪽이랑 비교하죠?”이태호는 덤덤히 웃었다.“굳이 그와 비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저랑 같은 레벨이 아니니까요!”“당신...”장규성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태호에게 카드 잔액을 보여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옆에 있던 이윤설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이태호가 큰소리치는 걸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이태호는 적어도 7, 8급 무왕 내공이었다. 이 정도 강자라면 밥 한 끼 사지 못할 정도로 돈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이태호가 이 한 끼를 사줄 수만 있다면 오늘 체면을 구길 일은 없을 것이다. 기껏해야 오늘 돌아가서 이태호에게 돈을 계좌이체 해주면 그만이었다.장형서가 냉소를 흘렸다.“이태호 씨, 당신이 그렇게 돈이 많은 걸 우리는 왜 모르고 있었죠? 이 백산시에 장규성보다 돈이 많고 세력이 강한 사람은 얼마 없어요. 다들 우리가
양진서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저렇게 믿음직스럽지 못한 남자를 만난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장규성 같은 훌륭한 가문의 남자는 별로야?”양진서가 끊임없이 이태호를 헐뜯자 줄곧 온화하던 이윤설은 결국 화를 참지 못했다.그녀는 안색이 어두워진 채로 말했다.“양진서, 내가 어떤 사람이랑 만나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알아. 네가 쓸데없이 걱정할 필요 없다고. 너 오지랖 너무 넓은 거 아냐?”양진서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윤설이 불쾌해하자 그녀는 그제야 한결 누그러진 어조로 다급히 설명했다.“윤설아, 우리는 널 걱정해서 그러는 거야. 다들 비슷한 집안 사람끼리 만나야 한다고 그러잖아. 너도 알지? 지금 쓰레기 같은 남자가 하도 많아서 네가 속기라도 할까 봐 걱정돼서 그래.”그러나 뜻밖에도 레스토랑 지배인이 초조하게 달려왔다.“여러분, 죄송합니다. 이곳을 대관한 손님이 계셔서 자리를 옮겨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곳에 가서 식사하시죠.”지배인이 달려와서 말했다.“대관이라고요? 장난해요? 누가 그렇게 거만한 거죠?”장규성은 곧바로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눈치 없어요? 이분은 이류 가문 장씨 집안 도련님, 장규성이에요. 장규성을 알아보지 못한 거예요? 우리 다 먹지도 못했는데 지금 내쫓는 거예요?”양진서가 차갑게 대꾸했다.그러나 지배인은 이렇게 말했다.“정말 죄송합니다. 오늘 대관하신 분이 성주부 아들이거든요. 오늘 대단한 분을 모셔야 해서 여러분들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주길 바란다고 하셨어요.”지배인은 거기까지 말한 뒤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참, 방 도련님께서 계산은 본인이 다 하겠다고 하셨어요.”“아, 방 도련님이었군요. 그러면 이만 가야겠네요. 어차피 거의 다 먹었거든요. 술은 보관시키면 되고. 다음에 다시 와서 마실게요!”성주부의 방 도련님이란 말에 장규성은 성질을 죽였다. 성주부의 아들은 그가 건드릴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그 방 도련님이라는 자는 아주 음험하고 살벌한 인간이었다. 혹시라도 그에
지배인은 차갑게 코웃음 쳤다.“선을 넘었다고요? 이건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저희도 이렇게 하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방 도련님은 원래 그런 스타일인 걸요. 우리는 저런 분들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어쩔 수가 없고요. 어쨌든 자리를 비켜주셔야 할 것 같아요.”“이태호 씨, 바보예요? 잠시 뒤에 처맞고 싶어서 그래요? 얼른 가요.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아직도 허풍을 떨고 있어요?”양진서는 조금 초조한 얼굴로 이태호를 설득했다.이윤설도 마찬가지였다.“태호 씨, 얼른 일어나요. 그 사람은 성주부 도련님이에요.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요.”그러나 이태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다들 걱정하지 말아요. 오늘은 내가 밥 살게요. 난 오늘 자리를 양보할 생각이 없어요. 다들 편히 먹어요.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질 거니까요.”양진서는 미간을 구기더니 장규성을 한쪽으로 끌고 와서 나직하게 말했다.“저 사람 취해서 헛소리하는 건 아니겠지? 성주부 체면까지 고려하지 않잖아!”장규성은 양진서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내가 보기엔 취해서 그래. 안 취했다고 해도 제정신은 아닐 거야. 하하, 차라리 잘 됐어. 안 그래도 저 자식을 처리하고 싶었는데 말이야. 자기가 알아서 죽음을 자초한 거니까 우리 잘못은 아니야.”“좋지, 네 말은 다른 사람의 손으로 저 사람을 해치우자는 거지? 정말 고명한 방법이야!”양진서는 몰래 장규성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두 사람은 다시 돌아와서 자리에 앉았다.“앉아, 다들 앉아. 침착해, 침착해!”양진서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장규성도 웃는 얼굴로 말했다.“오늘은 이태호 씨가 산다고 했잖아. 이태호 씨가 가지 말라고 했는데 우리가 어떻게 그냥 떠나겠어, 안 그래?”양진서도 맞장구를 쳤다.“그렇지. 이태호 씨도 말했잖아. 방 도련님이 찾아온다고 해도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그러니까 이태호 씨가 틀림없이 책임을 질 거야.”“맞아, 맞아!”다른 사람들도 장규성이 자리에
“이태호라고?”방찬형은 그 말을 듣고 안색이 어두워진 채로 이태호를 바라봤다.양진서가 옆에서 소개했다.“방찬형 씨, 이 사람은 이윤설 씨 남자친구예요. 오늘 우리에게 밥을 사준다고 했어요.”“하하, 이 자식 간이 크네.”방찬형은 피식 웃더니 이태호에게 말했다.“그럼 오늘 이윤설 씨 체면을 생각해 1분 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그렇지 않으면 혼쭐날 거야. 잠시 뒤에 우리 아버지가 우리 집안의 귀한 손님을 데리고 왔을 때 이 자리가 비워져 있어야 할 거야.”그러나 뜻밖에도 이태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대관하고 싶으면 며칠 전에 예약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렇게 사람을 내쫓는 거 너무 무례하지.”방찬형은 그 말을 듣자 안색이 어두워졌다.“난 원래 뭐든 내 멋대로 해. 그래서 뭐 어쩔 건데? 난 지금 당신한테 통보하는 거지 의논하자는 게 아니야!”“태호 씨, 우리 이만 가요.”이윤설은 겁을 먹었다. 그녀는 이태호가 왜 이렇게 간이 부은 것처럼 행동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황급히 이태호를 잡아끌며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오늘 저 사람의 저런 태도로는 누가 와도 날 움직일 수 없어요!”이태호는 차갑게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때려죽여!”방찬형은 더는 기다리고 싶지 않아 등 뒤에 있던 사람들을 향해 명령했다.두 노인이 앞으로 걸어 나와 이태호의 양쪽에 서더니 협공을 펼쳤다.“쿵쿵쿵!”그러나 몇 번의 굉음 끝에 두 명의 6급 무왕 내공의 강자가 바닥에 쓰러진 채로 피를 토했다.“뭐야?”남은 이들은 두 장로가 눈 깜짝할 사이에 패배하자 입을 떡 벌린 채 아무도 감히 앞에 나서지 못했다.“맙소사...”장규성과 장형서 등 사람들 역시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성주부의 두 장로가 이렇게 빨리 이태호에게 패배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이렇게 쉽게 말이다,“이 자식, 실, 실력은 있네. 감히 내 사람을 때려? 잠시 뒤에 내가 모셔 온 분이 오시면 네게 후회가 뭔지 가르쳐주겠어!”방찬형은 겁을 먹고 뒷걸음질 쳤지만 결
화가 난 방 성주는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말했다.“뭐 하는 놈이길래 감히 우리 사람을 때렸다는 거야? 죽고 싶은 건가?”그러나 서 전왕은 그 말을 듣더니 눈살을 찌푸렸다.“방 성주, 이게 무슨 상황이죠? 예약해서 대관한 거라면서요? 왜 여기 사람이 있다는 거죠? 게다가 사람을 내쫓기까지 했다고요?”방지혁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서 전왕, 그래도 사람을 때린 건 잘못이죠.”“자, 가서 봐요!”서무상은 눈살을 찌푸린 채로 앞으로 걸었고 이내 룸 안으로 들어섰다.방찬형은 대장로와 나장로도 있고 서 전왕도 자기편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해 자신감이 붙어 들어서자마자 입을 열었다.“이 자식, 간이 부었네. 당신이 오늘 누구의 식사를 망쳤는지 어디 한 번 봐봐. 당신이 영향을 끼친 사람은 우리 용성연합국의 서무상 전왕이셔!”이때 서무상은 이태호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이태호를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태호는 무려 4대 군신의 스승이었으니 말이다.게다가 그는 이태호 결혼식에도 참석했었다.이윤설 등 사람들은 전왕이 온 걸 보고 겁을 먹고 옆으로 물러서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양진서와 장규성은 속으로 냉소했다. 그들은 이태호가 내공만 믿고 제멋대로 구는 바보라고 생각했고 그가 무사히 이곳을 떠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하하, 누가 이렇게 막무가내인가 했더니만 서 전왕이었다니!”이태호는 아는 얼굴을 보자 웃으며 말했다.“이 자식, 네가 뭐라고 감히 서 전왕을 입에 올려?”방찬형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며 이태호에게 말했다.“짝!”그런데 서무상이 그의 뺨을 내리쳤다.“서 전왕님, 저는...”방찬형은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는 서무상이 머리가 어떻게 돼서 사람을 잘못 때렸다고 생각했다.장규성과 양진서 등 사람들은 멍해졌다. 그들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지 못했다. 그들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으니 말이다.서무상이 말했다.“이분이 누군지 알아? 이분은...”서무상은 이태호가 4대 군
서무상이 다시 한번 그들을 노려보았다.“난 다른 사람들이 날 속이는 걸 가장 싫어해요. 예약하지도 않았으면서 나한테 예약했다고 하다니, 다음번에는 이런 일이 없길 바랄게요.”“네, 네. 제가 잘못했습니다. 참, 잠시 뒤에는 제가 사겠습니다. 제가 살게요!”방지혁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이런 대단한 인물을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성주부의 장로들과 경호원들은 다들 뒤에 서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들은 무서웠다. 어쩐지 이태호는 성주부 사람이라는 걸 알고서도 눈 깜짝 하지 않았다.“참, 이태호 군주님. 이곳에서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저희도 여기서 같이 식사하면서 술이나 한잔할까요?”서무상은 뜻을 묻듯이 이태호를 바라보았다. 아주 정중한 태도였다.이태호는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우리는 거의 다 먹긴 했는데 서 전왕만 괜찮다면 나도 괜찮지.”“하하, 이태호 군주님과 함께 식사할 수 있다니 제 영광이죠. 싫어할 리가 있겠나요?”서무상이 크게 웃었다.“여기 앞접시랑 젓가락, 그리고 음식도 좀 올려줘!”방지혁이 곧바로 지배인에게 말했다.“알겠습니다!”지배인은 일이 해결되자 그제야 안도했다.곧 그들은 유쾌하게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잠시 뒤 서무상이 이태호에게 궁금한 듯 물었다.“이태호 군주님, 백산시에는 갑자기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이태호는 그제야 말했다.“구의당이라는 곳의 소식을 알고 싶어서 왔어.”“구의당이요?”그 말을 들은 방지혁이 미간을 찡그렸다.“왜 그러시죠? 구의당이라는 곳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이태호는 상대방을 바라보며 물었다.방지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이태호 군주님,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만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제가 사람을 시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실례지만 지금 혹시 어디서 묵고 계시죠? 제가 소식을 알아낸다면 바로 사람을 시켜 전달하겠습니다.”옆에 있던 장규성이 곧바로 미간을 구기며 웃었다.“방 성주님, 이태호 군주님은 이윤설
양진서의 말에 장규성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곧바로 겁을 먹었다.그녀의 말대로 이태호가 만약 전에 있었던 일을 마음에 두고 그의 집안에 시비를 건다면, 장씨 집안은 끝장이었다.장규성은 죽을 만큼 후회됐다.“이, 이태호 군주님, 제가 술을 따라도 될까요?”이때 장규성은 자신의 잔에 와인을 따른 뒤 간을 보듯 물었다.“전에는 저희가 눈이 없어서 이태호 씨가 이렇게 대단한 분인 줄 몰랐습니다. 그러니... 그...”이태호는 상대방을 보고 싱긋 웃더니 잔을 들며 말했다.“당신들도 별말 안 했죠. 윤설 씨 친구면 내 친구이기도 하니까 밥을 사주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거기까지 말한 뒤 이태호는 들고 있던 잔을 살살 흔들며 약간의 경멸 어린 어조로 말했다.“그리고, 당신들처럼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은 날 화나게 만들 자격도 없죠. 내가 정말 화가 났다면 지금 당신들이 나와 같이 앉아서 술을 마실 수 있었겠어요? 날 화나게 만든 사람들은 이미 다 죽었을테니 말이죠.”장규성은 식은땀을 닦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단번에 술잔을 비웠다.“네, 네, 네. 이태호 군주님 말씀이 맞습니다. 구의당인지 뭔지는 제가 사람을 시켜 알아볼게요. 조금이라도 소식이 있으면 당장 알려드리겠습니다. 앞으로 혹시라도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제가 발 벗고 나서겠습니다!”이내 그들은 배를 채우고 자리를 떴다.계산은 당연히 방씨 집안 사람들이 자기들이 사겠다고 나섰다.그들과 인사한 뒤 이태호와 이윤설 두 사람은 천천히 이씨 집안으로 향했다.“이태호 군주님, 죄송해요. 군주이실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제, 제 남자친구인 척해달라고 한 거예요. 절 탓하실 건 아니죠?”이윤설은 이태호를 바라보며 쑥스러운 듯 말했다.이태호는 덤덤히 웃었다.“상관없어요. 난 어릴 때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조금 전에는 연기 실력 검증이라고 생각할게요.”“하하, 화난 것만 아니면 다행이에요!”’이윤설은 웃으며 말했다.“이태호 씨가 가지 않겠다고 하면서 방씨 집안 사람을 때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