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운명

뒤집힌 운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6
By:   구월안호  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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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ating. 1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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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아로 태어난 최아윤에게는 거창한 야망 같은 것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저 사랑하는 남자 친구와 조용히 백년해로를 꿈꿨을 뿐이다. 언니 최시아는 달랐다. 시아는 화려한 이력, 자신을 목숨처럼 아끼는 가족, 그리고 약혼자로 한도운을 가진 완벽한 인생의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잔인한 운명은 최시아의 인생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갑자기 찾아온 병은 늘 도도했던 시아를 결국 동생 아윤 앞에 무릎 꿇게 했다. “아윤아, 제발 부탁이야. 도운과 아이를 낳아줘. 나를 살려줘.” 아윤은 이 상황이 모두 터무니없게 느껴졌다. 그러나 시아의 어머니가 그동안 베풀었던 도움을 빌미로 압박을 가해오고, 친아버지가 시아를 살리기 위해 간절히 도움을 바라는 모습이 그녀를 짓눌렀다. 결국, 그날 밤. 아윤은 공포에 사로잡힌 채 침대에 누웠다. 어떤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던 한도운이 그녀의 귓가에 첫 키스를 남겼다. 그것이 모든 비극의 서막이었다. 세상은 아윤을 온순한 어린 양이라 여겼다. 그러나 아윤은 알고 있었다. 자신은 결코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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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침대 위, 최아윤은 남자의 품에 안겨 있었다. 남자의 큰 손이 아윤의 작은 손을 감싸 두 사람의 손이 포개졌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시아’였다. “저는 시아가 아니에요. 아윤이에요. 최아윤이라고요.” 그러나 남자는 아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단지 언니 시아와 닮은 얼굴을 움켜쥔 채 오랫동안 바라보더니, 아윤에게 입을 맞췄다. ...다음 날 아침, 아윤은 이불을 끌어안고 침대에 앉아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자는 이미 옷을 단정히 입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아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의 잘생긴 얼굴은 차가웠으며, 그의 태도 역시 냉담하기만 했다. 이 남자는 바로 한도운, 아윤의 이복언니 최시아의 전 약혼자였다. 아윤은 사생아였다. 열다섯 살이 되던 해, 운명처럼 아버지 최현식이 찾아와 그녀를 가족의 울타리 안으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아윤은 비로소 자신보다 여섯 살 위인 언니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 언니가 바로 시아였다.아윤이 열여덟 살이었을 때, 언니 시아는 약혼했다. 언니의 약혼자는 H 시의 명문가 출신으로, 시아와 어린 시절부터 정이 깊은 사이라고 들었다. 시아가 약혼하던 날, 그녀를 데리러 온 남자는 연미복 차림이었다. 열여덟 살의 아윤이 처음으로 본 언니의 연인은 차분한 분위기의 잘생긴 남자로, 언니와 따뜻한 시선을 주고받으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무렵, 언니 시아는 누구보다도 눈부신 존재였다. 모두가 그녀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그저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축복받은 이라며 시샘 가득한 눈길을 보내곤 했다. 그럴 때마다 시아의 이름은 예외 없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하지만 이 모든 행복은 3년 뒤, 두 사람이 결혼을 앞두고 있던 해에 끝났다. 시아는 급성백혈병에 걸렸고, 병세가 악화돼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을 뿐 아니라 몇 번이나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골수 이식을 위해 가족 모두 검사를 받았지만, 아무도 맞지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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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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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옥
옆집에서 봤던소설이네요
2024-12-18 14:24:40
0
40 Chapters
제1화
침대 위, 최아윤은 남자의 품에 안겨 있었다. 남자의 큰 손이 아윤의 작은 손을 감싸 두 사람의 손이 포개졌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시아’였다. “저는 시아가 아니에요. 아윤이에요. 최아윤이라고요.” 그러나 남자는 아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단지 언니 시아와 닮은 얼굴을 움켜쥔 채 오랫동안 바라보더니, 아윤에게 입을 맞췄다. ...다음 날 아침, 아윤은 이불을 끌어안고 침대에 앉아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자는 이미 옷을 단정히 입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아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의 잘생긴 얼굴은 차가웠으며, 그의 태도 역시 냉담하기만 했다. 이 남자는 바로 한도운, 아윤의 이복언니 최시아의 전 약혼자였다. 아윤은 사생아였다. 열다섯 살이 되던 해, 운명처럼 아버지 최현식이 찾아와 그녀를 가족의 울타리 안으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아윤은 비로소 자신보다 여섯 살 위인 언니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 언니가 바로 시아였다.아윤이 열여덟 살이었을 때, 언니 시아는 약혼했다. 언니의 약혼자는 H 시의 명문가 출신으로, 시아와 어린 시절부터 정이 깊은 사이라고 들었다. 시아가 약혼하던 날, 그녀를 데리러 온 남자는 연미복 차림이었다. 열여덟 살의 아윤이 처음으로 본 언니의 연인은 차분한 분위기의 잘생긴 남자로, 언니와 따뜻한 시선을 주고받으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무렵, 언니 시아는 누구보다도 눈부신 존재였다. 모두가 그녀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그저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축복받은 이라며 시샘 가득한 눈길을 보내곤 했다. 그럴 때마다 시아의 이름은 예외 없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하지만 이 모든 행복은 3년 뒤, 두 사람이 결혼을 앞두고 있던 해에 끝났다. 시아는 급성백혈병에 걸렸고, 병세가 악화돼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을 뿐 아니라 몇 번이나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골수 이식을 위해 가족 모두 검사를 받았지만, 아무도 맞지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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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윤은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다음 날,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학교에 나가 수업을 들었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정문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아윤의 등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윤아!”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아윤의 몸이 얼어붙었다. 다음 순간, 태오가 학생들을 헤치며 다가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왜 날 피하는 거야? 설명해 봐! 우리 잘 지내고 있었잖아, 갑자기 헤어지자고 하는 이유가 뭐야?!” 태오의 격앙된 목소리에 놀라 아윤과 태오에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아윤은 겁에 질려 태오를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며칠 동안 아윤을 찾아 헤매며, 이유도 모른 채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받은 태오는 혼란스러웠다. 분명 얼마 전까지 서로에 대한 사랑과 신뢰가 확실했고, 졸업 후 결혼까지 생각했던 태오였기에, 이런 상황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혹시 무슨 일 생긴 거야? 나한테 말해줘.” 태오의 다급한 질문에도 아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몸을 떨며 그를 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몸을 돌리려던 순간, 태오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윤아!” 갑작스러운 자동차 브레이크 소리가 아윤의 앞에서 울렸다. 아윤은 자신 앞으로 돌진해 오다가 바로 1미터 앞에서 멈춰 선 차를 보며 커다랗게 눈을 떴다. 운전석에서 내다보이는 얼굴은 바로 도운이었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 멈춰 세운 차 안에서, 도운은 몸이 앞으로 쏠렸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운전기사 역시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대표님, 괜찮으십니까?” 도운은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운전기사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는 뜻을 보인 뒤, 시선을 차 앞에 서 있는 아윤에게로 향했다. ‘아윤?’ 차 안에서 도운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한 남학생이 다급히 아윤 쪽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도운의 시야에 들어왔다. “아윤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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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운은 슬픔에 잠긴 어린 여자를 어떻게 달래는지 방법을 몰랐다. 방금 자신이 한 말 중 어느 부분이 아윤의 기분을 나쁘게 했는지 알 수 없었고, 아윤이 사탕을 받지 않자 몇 초간 미간이 찌푸려졌다. 결국 그는 손에 든 사탕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차는 한참을 달리다 병원 앞에서 멈췄다. 아윤은 잠시 멍해진 채 차창 밖으로 보이는 병원 입구를 바라보았다. 도운도 차가 병원에 도착한 것을 예상치 못한 듯, 조용히 물었다. “병원까지 온 김에 언니 한번 보고 갈래?” 아윤은 갑자기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언니 시아가 병에 걸려 입원한 후로, 아윤은 거의 병문안을 간 적이 없었고, 게다가 두 사람의 사이도 그렇게 좋지 않았다. 도운은 시아와 아윤의 미묘한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 나이 차이도 컸고, 게다가 이복자매라는 점에서 둘이 가깝지 않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다고 생각했다.“최근 언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네가 가면 언니도 기뻐할 거야.” 도운의 말투는 언제나처럼 담담했고, 강요하는 기색은 없었다. 아윤은 그의 말을 듣고도 두 손을 꼭 쥔 채 놓지 않았다. “언니 건강이... 요즘 많이 나빠졌나요?” 도운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아윤은 그의 침묵에 더욱 불안해졌다. 무심결에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고, 길고 무거운 침묵이 이어지자 그녀의 불안감은 한층 더 짙어져갔다.얼마 후, 도운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시아가 너처럼 건강한 몸을 가졌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의 얼굴에는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고, 이마에는 근심이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은 아윤의 귀에 마치 이렇게 들렸다. ‘최씨 집안의 두 딸 중 하나만 건강해야 한다면, 그 사람이 시아였으면 좋겠어.’ 아윤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도운의 이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떨군 채 설명할 수 없는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얼굴에는 무거운 그늘이 드리웠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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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도운은 병상 옆에 앉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시아에게 물었다. “좀 나아졌어? 사과라도 먹을래?” 시아는 침대에 누운 채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좀 힘들어. 입맛도 별로 없고.” 시아는 다시 문 앞에 서 있는 아윤을 향해 환한 얼굴로 손짓했다. “어서 들어와.” 병실 앞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멈춰 서 있던 아윤은 방 안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방 안으로 들어오니 분위기가 어딘가 고요하면서도 어색했다. 아윤의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계속 배어 나왔지만, 도운은 아윤보다 훨씬 자연스러웠다. 그의 손길은 시아의 이불 끝을 정돈하며 차분히 움직였다. 시아는 아윤에게 다정하게 물었다. “그러면 다른 거라도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윤은 시아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시아는 평소와 다름없이 자연스러운 표정이었다. 오히려 이상한 건 자신뿐인 것 같았다. 아윤은 억지로 마음을 다잡으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전 뭐든 괜찮아요.” 아윤의 대답에 시아는 환하게 웃으며 도운에게 다정히 말했다. “포도 좀 씻어줘요. 아윤이 좋아하는 거잖아.” “응.”도운은 낮게 대답하며, 시아의 이불 끝에서 손을 떼고 일어났다. 그는 병실의 작은 주방으로 향했다. 도운이 자리를 뜨자 아윤은 여전히 제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시아는 활짝 웃으며 다시 아윤을 손짓해 불렀다. “이리 와서 침대 옆에 앉아.” 아윤은 시아와 친하지 않았다. 둘이 같은 집에 살면서도 대화가 거의 없었다. 병실에서 시아와 단둘이 있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시아의 부름에 순순히 침대 옆으로 걸어가 얌전히 옆에 앉았다. 시아는 다시 물었다. “학교생활은 어때?”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윤의 손이 움츠러들었고, 눈가가 약간 붉어졌다. “괜찮아요.”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대화를 피하려 했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때, 간병인이 병실로 들어왔다. 시아는 간병인에게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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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붉어진 아윤은 도운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흩어진 포도알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급히 몸을 굽혀 포도를 주워들었고, 그 순간 도운도 함께 몸을 굽혔다. 두 사람은 동시에 같은 포도를 주워 들자, 그 순간 두 사람의 손끝이 맞닿았다. 도운의 손은 촉촉하고 따뜻했다. 아윤은 고개를 더 숙이고, 본능적으로 손을 뒤로 뺐다. 도운은 그녀의 행동을 눈치챘고, 손가락을 조금 뒤로 밀어냈다. 그때, 밖에서 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윤아, 무슨 일이야?” 도운은 시아의 목소리를 듣고도 침착하게 대답했다. “아무 일도 아니야.” 아윤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멈췄고, 도운은 빠르게 포도를 주워 다시 씻었다. “너는 바지 닦아. 나는 먼저 나갈게.” 그는 그렇게 말하고 병실을 향해 걸어갔고, 팔꿈치에서 반쯤 걷어 올린 셔츠 소매를 내렸다. 아윤은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심장이 빠르게 뛰는 걸 느끼며, 손에 힘을 주어 세면대의 가장자리를 움켜잡았다. 그녀는 약간의 시간을 들여 바지에 묻은 우유 자국을 닦고 있었다. 세면대에서 흐르는 물소리에 병실에서 도운과 시아가 대화하는 소리가 묻혔다. 아윤은 일부러 천천히 우유를 닦아낸 뒤, 병실로 돌아갔다. 그녀는 도운이 외투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급한 일이 있어서 아윤이는 못 데려다주겠어. 나중에 기사님이 와서 데려다 줄 거야. 좀 더 같이 있어.” 도운이 아윤을 남겨두고 기사를 보내려는 것은 아윤과 단둘이 마주치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였다. 아윤은 손을 가만히 옆에 두고 꽉 쥐었다. 시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윤이 여기 더 있을 필요는 없어. 너랑 아윤이 같이 가는 게 낫지 않겠어?” 그녀는 도운의 손을 조용히 잡았다. “부탁할게.” 도운이 눈을 낮추고, 시아가 고개를 들자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서로의 눈빛이 마주치며 주고받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간병인이 병실을 정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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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윤이 혼란스러운 날들을 보내는 사이, 어느덧 시간은 흘러 보름이 지났다. 어느 날 아침, 그녀는 임신 테스트기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윤은 임신 테스트기를 이미 몇 번 사용했던 터라, 처음 사용했을 때 느꼈던 부끄러움과 불안은 덜했지만, 설명서를 읽는 손이 떨려 제대로 글자를 볼 수 없었던 그때와 비슷한 긴장감이 아직 남아 있었다. 결과를 기다리는 몇 분 동안, 아윤은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마음으로 테스트기를 꼭 쥐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 창에 선명하게 나타난 한 줄을 보고, 그녀는 실망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한번 절차를 따라 테스트를 시도했다. 결과는 같았다. 아윤은 욕실에 서서 눈을 꼭 감은 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이러는 걸까? 왜 여전히 결과는 임신이 아닌 거지...’ 혼이 나간 듯한 모습으로 계단을 내려가는 아윤을 본 이진주는 재빨리 소파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왔다. “아윤아, 어때? 결과 나왔니?” 이진주의 눈은 초조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윤은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진주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재촉하며 물었다. “된 거지? 맞지?” “아니요...” 아윤이 조용히 대답한 뒤, 손에 들고 있던 테스트기를 이진주에게 건넸다. 이진주는 테스트기에 그려진 한 줄을 보자마자 마치 무언가에 세게 얻어맞은 듯 뒤로 물러서면서 입술을 떨며 중얼거렸다. “계속 이러면 어쩌지...” 병원에 도착한 아윤은 언니 시아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소식을 듣고 시아의 얼굴에 나타난 감정은 실망뿐이었다. 아윤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결국 작은 소리로 사과했다. “언니, 미안해요.” 시아는 기운을 내며 억지로 웃어 보였다. “괜찮아, 아윤아. 너무 부담 갖지 마.” 그때 마침 도운이 병원에 도착했다. 병실 문 앞에 서 있던 이진주는 도운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먼저 걸어가며 그에게 말했다. “도운아, 이번에도 안 됐어.” 그 말에 도운의 미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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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아직도 불편하다면, 그냥 날 친구라고 생각해봐.” ‘친구? 친구 사이에 같이 잠자리 하는 게 가능한 걸까?’ 아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도운은 조용히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윤은 언니 시아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진주 역시 아윤에게 더 시간을 줄 리 없었다. 지금의 아윤은 마치 절벽 끝에 서서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이 없는 기분이었다. 도운과 두 번의 관계를 했던 기억이 아윤을 여전히 두렵게 만들었지만, 떨리는 숨을 내쉬며, 아윤은 오랜 시간이 지나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알겠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받아들인 사람 같았다. 아윤의 대답이 나온 뒤, 한참 동안 도운은 무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그래. 잠시 후에 데려다줄게.” 그는 말을 끝내자, 더 이상 머물지 않고 병실로 돌아갔다. 아윤은 옆에 늘어진 손을 조용히 쥐었다. 도운이 병실에 들어가자, 간병인이 시아를 정성스럽게 돌보고 있었다. 방금 들은 소식은 시아에게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그녀는 기운이 없어 보였고, 아무것도 먹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진주는 초조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도운을 보며 다급히 말했다. “도운아...” 도운은 이진주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았지만, 대꾸하지 않았고, 대신 그는 침대 옆에 앉아 시아를 다독였다. “조금이라도 먹고 싶은 걸 먹어야 기운 차리지. 뭐라도 입에 넣자.” 치료 중인 시아에게 음식 섭취는 필수적이었다. 시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먹고 싶지 않아. 입맛도 없고.” “죽이 있어. 내가 떠먹여 줄게.” 도운이 일어나 죽을 가지러 가려던 찰나, 시아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도운을 바라보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물었다. “왜 나만 이런 거야?” 도운의 손을 잡은 시아의 힘이 느껴졌다. 그는 시아의 손을 가볍게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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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한참 동안 키스를 한 뒤, 도운은 아윤을 천천히 풀어주었다. 아윤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마음으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도운은 아윤을 강요하지 않고, 그녀의 얼굴에 어떤 감정이 떠오를지 잠시 기다렸다. 달빛이 차창 너머로 흘러들어 두 사람의 얼굴을 비췄다. 도운의 얼굴은 달빛 아래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고, 오뚝한 콧날이 아윤의 콧등에 닿아 있었다. 그 순간, 둘은 시간이 멈춘 듯 아무 말 없이 그대로 멈춰 있었다. 아윤의 머릿속에는 온통 태오로 가득했다. 태오와 함께 했던 기억들, 태오의 목소리와 미소가 떠올라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녀는 방금 있었던 키스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도운은 아윤이 마음속에 다른 사람을 품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입을 열기 전, 아윤이 먼저 말했다. “우리 전에 이야기했었죠. 만약 아이를 낳으면, 아이는 제가 키운다고요. 맞죠?” 그녀는 마치 자신에게 핑계를 대려는 듯 물었다. 도운은 짧게 대답했다. “응.” 아윤은 눈을 감았다. ... 난방도 켜지지 않은 차 안은 매우 추웠다. 둘 다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도운은 눈을 감은 채 아윤의 등을 감싸 안고 있었다. 그 순간, 차 안에 울리는 핸드폰 벨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벨 소리는 도운의 차 문 옆 바닥에서 울리고 있었다. 둘은 여전히 서로 가까이 붙어 있었고, 동시에 그쪽을 바라보았다. 화면에는 ‘태오’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아윤은 태오의 번호를 차단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어느 순간 마음이 흔들려 차단을 해제했고, 그 후 처음으로 태오가 전화를 걸어온 것이었다. 아윤도 화면을 바라보고, 도운도 그 이름을 보았다. 태오의 전화는 자동으로 끊겼고, 이어서 이진주의 전화가 걸려 왔다. 아윤은 이진주가 이 시간에 전화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도운은 아윤을 천천히 풀어주고, 아윤은 조수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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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다음 날 아침, 아윤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이진주는 전날 밤 두 사람이 어디에 다녀왔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윤에게 캐묻지 않았다. 대신 이진주는 아침 식사로 보양식을 내왔다. 아윤은 이진주가 묻지 않아서 안도했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께름칙했다.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이 숨김없이 낱낱이 드러나고, 감추고 싶은 사생활이 침해당하는 듯한 느낌은 여전히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아윤은 마치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발가벗겨진 듯한 기분이었다. 보양식을 다 마신 뒤, 그녀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저 학교 가볼게요.” 최근에 휴학계를 냈던 그녀는 오늘 다시 학교에 나가기로 했었다. “그래, 잘 다녀와.” 이진주는 아윤에게 특별히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아윤도 더 이상 말없이 집을 나섰다. 택시를 타고 학교로 향하면서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화면에는 ‘도운’이라는 이름이 저장된 번호가 떠 있었다. 그 번호는 어젯밤, 도운이 아윤의 핸드폰에 저장한 번호였고, ‘연락하기 편하도록’이라는 말과 함께 그녀에게 말했다. 아윤은 손끝으로 핸드폰 화면을 누르며, 묘한 감정을 느꼈다. 학교에서는 오늘 ‘생활 스포츠’라는 교양 수업이 있었다. 아윤은 운동장에서 다른 학생들과 함께 강사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트랙을 돌았다. 평소 체력이 꽤 괜찮았던 아윤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조금 뛰었을 뿐인데 숨이 가빠지고, 온몸에 힘이 빠져 도저히 속도를 낼 수 없었다. 겨우 뛰기를 마치자 강사가 호루라기를 불며 자유 시간을 선언했다. 친구 하민지는 아윤을 따라잡아 옆에 다가와 물었다. “너 정말 태오랑 헤어진 거야?” 아윤은 태오의 이름조차 듣고 싶지 않았고, 자리를 피하려 했다.하지만 민지는 아윤의 팔을 붙잡고 소리쳤다. “아윤아.” 아윤은 어쩔 수 없이 멈춰 서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근데 이유가 있어야지. 태오 집안이 별로라서 그런 거야?” 아윤은 고개를 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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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민지의 아버지 하창만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한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 딸이 친구 하나 데리고 온다고 해서, 오는 길에 조금 늦었습니다. 괜찮으시죠?” 도운은 하창만의 말에 불쾌한 기색 하나 없이 대범하게 말했다. “젊은 사람이 몇 없어서 오늘 대화가 너무 진지하고 재미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잘됐네요. 분위기가 조금 더 활발해지겠어요.” 그리고 그는 갑자기 아윤이 있는 쪽을 보며 말했다. “아윤아, 이리 와.” 아윤은 원탁의 반대편에서 걸음을 멈추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도운 오빠.” 하창만은 이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도운은 묵묵히 아윤이 다가올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빛이 고스란히 내려앉은 자리에서, 도운의 표정은 여유롭고 만족스러워 보였다. 하창만이 의아한 눈길로 도운을 바라보자, 도운은 테이블에 함께 앉은 사람들을 향해 차분히 소개를 건넸다.“최아윤 씨입니다. 최시아 씨 여동생이에요.” “최시아 씨?”“한씨 가문의 미래 안주인 아닌가?” 순간 모든 사람이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창만은 이제야 상황을 이해한 듯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아윤이가 최시아의 여동생이라고? 그럼 아윤이도 한도운과 연관 있는 사람이잖아?! 그런데 지금 아윤이는 태오의 여자 친구고...’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한 대표님, 제가 아윤이 자리도 마련할까요?” 도운은 손에 들고 있던 와인잔을 내려놓고 짧게 대답했다. “네.” 하창만은 즉시 직원에게 자리를 준비하라고 지시하며 아윤의 자리를 태오 옆으로 배치했다. 도운의 비서는 옆에서 보스에게 술을 따라주고 있었다. 도운은 테이블 위에 놓인 냅킨을 집어 들고 손을 닦으려다 문득 하창만의 배치를 보고 움직임을 멈췄다.하창만은 도운의 작은 행동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조심스레 물음을 던졌다.“이렇게 괜찮으십니까?” 도운은 하창만을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렇게 격식 차릴 필요 없습니다.” 그는 냅킨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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