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 최아윤은 남자의 품에 안겨 있었다. 남자의 큰 손이 아윤의 작은 손을 감싸 두 사람의 손이 포개졌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시아’였다. “저는 시아가 아니에요. 아윤이에요. 최아윤이라고요.” 그러나 남자는 아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단지 언니 시아와 닮은 얼굴을 움켜쥔 채 오랫동안 바라보더니, 아윤에게 입을 맞췄다. ...다음 날 아침, 아윤은 이불을 끌어안고 침대에 앉아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자는 이미 옷을 단정히 입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아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의 잘생긴 얼굴은 차가웠으며, 그의 태도 역시 냉담하기만 했다. 이 남자는 바로 한도운, 아윤의 이복언니 최시아의 전 약혼자였다. 아윤은 사생아였다. 열다섯 살이 되던 해, 운명처럼 아버지 최현식이 찾아와 그녀를 가족의 울타리 안으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아윤은 비로소 자신보다 여섯 살 위인 언니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 언니가 바로 시아였다.아윤이 열여덟 살이었을 때, 언니 시아는 약혼했다. 언니의 약혼자는 H 시의 명문가 출신으로, 시아와 어린 시절부터 정이 깊은 사이라고 들었다. 시아가 약혼하던 날, 그녀를 데리러 온 남자는 연미복 차림이었다. 열여덟 살의 아윤이 처음으로 본 언니의 연인은 차분한 분위기의 잘생긴 남자로, 언니와 따뜻한 시선을 주고받으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무렵, 언니 시아는 누구보다도 눈부신 존재였다. 모두가 그녀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그저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축복받은 이라며 시샘 가득한 눈길을 보내곤 했다. 그럴 때마다 시아의 이름은 예외 없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하지만 이 모든 행복은 3년 뒤, 두 사람이 결혼을 앞두고 있던 해에 끝났다. 시아는 급성백혈병에 걸렸고, 병세가 악화돼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을 뿐 아니라 몇 번이나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골수 이식을 위해 가족 모두 검사를 받았지만, 아무도 맞지 않았고
최신 업데이트 : 2024-12-16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