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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힌 운명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20

40 챕터

제11화

아윤은 답답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태오를 도와준 거예요?” 그녀가 가장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나때문에 태오를 도와준 거예요? 동정이에요? 배려인 척 고개를 숙여준 거냐고요?” “태오가 오빠 앞에서 허리를 숙였을 때, 오빠가 마치 구세주라도 된 듯, 태오에게 은혜라도 베푸는 느낌이 들었어요?” “전 그런 도움 필요 없어요. 그건 태오에게 모욕을 준 거라고요.” 도운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순진한 어린 양 같았던 아윤이 갑작스럽게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낸 고양이로 변한 모습을 보고 살짝 놀랐다. 아윤의 돌발적인 변화를 예상하지 못했던 도운은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잠시 바라보았다. 도운은 아윤의 단호한 태도에 살짝 불쾌감이 들어 운전기사에게 차를 길가에 세우라고 지시했다. 차가 멈추고 둘만 남자, 그는 차 안의 모든 칸막이를 내렸다. 공간이 밀폐되자 내부는 즉각적으로 사적인 대화 공간이 되었다. 아윤은 좁은 공간에서 도운의 시선을 피하려 했지만, 붉어진 얼굴을 금세 그에게 들켰다. 도운은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려 했지만, 아윤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그의 손길을 피했다. 그러나 도운은 곧 아윤의 턱을 붙잡아 고개를 자신 쪽으로 돌렸다. 아윤은 더 이상 피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그의 손안에 고요히 있었다. 눈가가 붉게 물들었고, 그전의 날카로움은 사라지고 다시 연약한 한 마리 새 같았다. 조금 전까지 분노로 폭발했던 그녀는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기운이 빠져 있었다. “태오를 생각하니 속상한 거야?” 도운은 물었다. 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태오 때문에 억울한 거야?” 그녀는 여전히 침묵했다. “지금 우리 관계 때문에 일어난 문제들로 내가 태오에게 보상하고 싶었다면?” 도운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아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아윤은 그의 손길을 피하려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도운은 그녀의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아윤의 손이 도운의 손에 잡히자, 아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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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아윤은 지금 이 상황에서 도운과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져가고 있음을 느꼈다. 여전히 그를 피하고 싶은 마음에 아윤은 도운의 옷깃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나 도운은 그녀가 쥐고 있던 손을 가벼이 감싸며 옷깃에서 떼어냈고, 곧 아윤의 손등을 부드럽게 덮었다. 도운은 아윤의 입술에서 살짝 떨어져 조용히 숨을 고른 뒤,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아?” 아윤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도운이 조심스럽게 옷깃에서 그녀의 손을 떼어내자, 아윤의 긴장된 몸은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운은 다시금 그녀의 입술로 천천히 다가갔다. 입맞춤이 점점 깊어지자, 아윤은 당황한 기색으로 허공 속을 더듬으며 무언가를 붙잡으려 애썼다.하지만 도운은 그녀의 손을 놓아주지 않고, 이번에는 열 손가락을 깍지 끼듯 단단히 맞잡았다. 아윤은 가슴이 뛰고 몸이 떨렸지만, 맞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도운의 체온은 왠지 모르게 안정감을 주었다. 그녀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그저 도운의 리듬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두 사람은 차 안에서 약 10분가량 서로의 숨결을 나누었다. 잠시 후, 운전기사와 비서가 조용히 차에 올라타자 두 사람은 자연스레 자리에 몸을 되돌렸다. 겉보기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평온해 보였지만, 아윤의 얼굴은 선명한 홍조로 물들어 있었다. 그러나 기사와 비서는 눈치 빠르게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차 안의 고요를 깨며 기사가 물었다. “대표님, 아윤 아가씨는 지금 어디로 모실까요?” 아윤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지 않았다. 도운이 그녀를 돌아보며 물었다. “학교로 돌아갈 거야?”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약간의 쇳소리가 섞여 있었다. 아윤은 작게 대답했다. “네...” 도운은 그녀의 대답을 듣고 말했다. “농장이 하나 있지? 한번 가보는 게 어떨까. 겸사겸사 업무도 볼 겸.” 기사는 예상하지 못한 목적지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 농장은 한씨 가문에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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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비록 그 팀장 자리는 단순히 농장 프로젝트 하나를 관리하는 일에 불과했지만, 이 결정은 지금껏 전례가 없었던 파격적인 인사였다.비서는 당황한 듯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이건 조금 부적절하지 않을까요...?”아윤 역시 도운이 이런 지시를 내릴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숨이 턱 막힌 듯 가슴이 조여왔다.그러나 도운은 흔들림 없는 태도로 비서를 바라보며 단호히 말했다.“태오에게 연락해봐.”그의 말투는 무심하고 가벼웠다. 비서는 이미 그 ‘우태오’라는 학생에 대해 조사를 해둔 상태였다. 솔직히 말해, 딱히 내놓을 만한 배경도 없는 사람이었다. 시골 출신에 학창 시절 성적이 우수했다고는 하지만, 그런 이가 곧장 HP 그룹의 팀장 자리에 앉는 것은 누가 봐도 낙하산 소리를 들을 만했다. “대표님...” 비서는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도운의 시선이 아윤을 스쳐 지나갔다. 도운의 눈빛을 본 비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윤은 도운이 태오에게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도운이 아윤을 한 번 바라보면서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는 아윤이 속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 순간, 아윤의 마음에 강렬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태오...” 도운이 그녀를 바라봤다. 아윤은 입술을 단단히 다문 채, 끝내 하고 싶었던 말을 삼켜버렸다.사실 그녀는 말하고 싶었다. ‘태오에게 그런 자리는 필요 없다고, 그런 도움 없이도 태오는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요!’하지만 그건 거짓이었다. 태오에게는 그 자리가, 그 기회가 절실했다. 그리고 아윤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태오에게는 도운 오빠의 도움이 필요해... 만약 이번 기회로 태오가 더 나은 기회가 열린다면...’도운은 아윤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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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다 입었어요.” 아윤의 말이 떨어지자, 차 안의 조명이 마침내 켜졌다. 그녀는 여전히 옆으로 고개를 돌린 채 앉아 있었고, 얼굴은 약간 붉게 물들어 있었다. 도운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꺾어 끄더니 아윤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집으로 데려다줄게.” 최씨 저택까지는 아직 30분 정도의 거리였다. 아윤의 마음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 도운과 좁은 공간에서 단 한순간도 더 머무르고 싶지 않아서 그녀는 그 말만 남기고, 갑자기 문을 열어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 도운은 그녀가 지금 내리려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고, 급히 손을 뻗어 아윤의 손목을 잡으며 물었다. “무슨 짓이야?” 아윤은 담담히 말했다. “혼자 갈게요.”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차를 타고 가도 30분이나 더 가야해.” 아윤은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택시 부를게요.” 도운은 찌푸린 표정을 지었지만, 다음 순간 아윤은 그의 손에서 빠져나가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아윤아!!” 도운이 차 안에서 그녀를 불렀지만, 아윤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가던 택시를 세웠다. 택시에 올라타자마자 그녀는 서둘러 떠나버렸다. 도운은 뒤따라 내리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아윤은 최씨 저택의 대문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섰다. 집 안은 적막했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혹여 이진주를 마주칠까 두려워, 아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2층으로 올라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힘껏 닫은 후, 문에 몸을 기대어 서 있었다. 아윤은 눈을 감았다. 그런데 머릿속에는 어젯밤 도운과 서로를 끌어안았던 순간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처음에 아윤은 자기 마음이 도운에게 흔들리지 않을 거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그녀는 누구를 향한 것인지 모를 죄책감을 느꼈다. 다음 날 아침, 이진주는 아윤이 언제 집에 돌아왔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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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아윤은 대낮에, 그것도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도운이 이렇게 사적인 말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윤도 도운이 자신을 걱정해서 이러는 걸 알고 있었지만, 도운의 행동은 너무나도 뜬금없고 부적절하게 느껴졌다. 한동안 아윤은 걸음을 옮겨야 할지, 약을 받아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오랜 침묵 끝에 아윤의 얼굴은 불타오르듯 붉게 달아올랐다. 그 붉은 기운은 얼굴에서 시작해 귓불 뒤까지 퍼져갔다. 도운은 그녀의 머뭇거림을 눈치채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평범한 약이야.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그의 말에 아윤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재빨리 손을 뻗어 약을 그의 손에서 받아들었다. 그리고 나지막이 입술을 뗐다.“저 바람 좀 쐬고 올게요.” 도운은 손을 거두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래. 다녀와.” 아윤은 손에 들린 약을 마치 뜨거운 감자라도 된 듯 쥔 채 서 있었다. 버릴 수도, 그렇다고 그냥 들고 있자니 어색하기만 했다.도운이 병실로 돌아갔을 때, 시아는 부모님과 함께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시아는 어릴 적부터 외모를 중요시하는 사람이었다. 지금 병에 걸려 화장은 하지 않았지만, 환자복을 입었으면서도 여전히 단정하게 꾸민 상태였다. 그녀는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해하는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시아와 비교하면, 아윤은 늘 조용하고 존재감이 미미했다. 도운은 시아의 이복동생인 아윤의 존재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아윤이 시아와는 달리 최씨 집안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사생아라는 것까지... 도운이 시아와 약혼했던 날, 그는 최씨 저택을 방문했다. 그때 아윤은 아직 어렸고, 멀찌감치 서서 아무런 존재감도 없이 그저 먼 발치에서 조용히 있었다. 그 이후 그도 몇 번 더 아윤을 마주쳤지만, 아윤은 항상 멀리서 지켜볼 뿐이었다. 시아가 온갖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아윤은 집안에서 투명 인간처럼 존재하고 있었다. 도운의 기억 속 아윤은 언제나 가냘프고 창백한 모습이었다.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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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아윤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에서 도운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는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 놀라 충격을 받은 채, 쟁반을 들고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도운은 아무런 내색 없이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최씨 집안의 딸이 이런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윤은 쟁반을 쥔 손에 힘을 주며 고개를 숙인 채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도운 가까이에 앉아 있던 사람이 물었다. “아는 사람이야?” 도운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시선을 아윤에게서 뗄 수 없었다. 그의 얼굴은 차갑고 어두웠다. 아윤은 쟁반을 꽉 잡은 채 억지로 침착한 척하며 룸 안으로 들어섰다. 그때 다른 남자가 말을 꺼냈다. “이름이 뭐야?” 그가 질문한 대상은 아윤이었다. 아윤은 이 술집의 엄격한 규정을 잘 알고 있었기에 손님의 질문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술을 열어 천천히 말했다. “안나입니다.” 질문한 남자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나, 이름 참 예쁘네. 여기 와서 술 좀 따라줘.” 아윤은 이 말을 듣고 조용히 도운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 후, 쟁반을 들고 그 남자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자신의 일이기에, 아무리 등이 따가울 정도로 시선이 느껴져도 애써 무시하며 허리를 숙여 와인 디캔터를 들고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하지만 유니폼이 너무 몸에 딱 붙어 있어서 그녀가 몸을 조금만 숙여도 몸이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가늘고 잘록한 허리는 남자들의 시선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갑자기 누군가의 뜨거운 손이 아윤의 허리에 닿았다. 아윤은 깜짝 놀라 낮게 비명을 지르며 몸을 곧게 세워 손길을 피하면서 놀란 눈으로 옆에 있던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낮은 비명이 방 안의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도운 역시 앉은 자리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윤은 순간적으로 너무 놀라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 평소였다면 그녀도 적당히 웃으며 넘길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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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아윤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왜 돈이 필요한지 도운에게 말할 수 없었다. 도운은 남의 비밀을 캐묻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는 여전히 아윤을 내려다보았다. 한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다른 한 사람은 선 채로 서 있었다. 조명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며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도운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퇴근하고 나면 주차장에서 기다려.” 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도운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몸을 돌려 뒤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의 그림자도 아윤에게서 서서히 멀어졌다. 아윤은 그제야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그날 저녁 아윤은 6시에 퇴근했고, 도운은 6시 30분에 룸에서 나왔다. 도운은 주위 사람들을 다 물리치고 혼자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그는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아윤의 모습을 보았다. 도운은 그녀를 한 번 흘끗 보고는 아무 말 없이 지나쳤다. 그는 어깨에 외투를 걸친 채 주차된 자신의 차 쪽으로 우아하게 걸어갔다. 아윤은 도운이 아무 말 없이 앞서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도운은 차 문을 열고 차에 올랐다. 아윤은 차 문 앞에서 잠시 망설이며 서 있었다. 올라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차 안의 도운은 그녀에게 눈길을 주지 않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30초도 되지 않아, 아윤은 결국 차에 올라탔다. 차 안은 물론 주차장도 고요했다. 이때 도운이 불쑥 말했다. “얼마나 더 필요한데?” 아윤은 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라, 본능적으로 도운을 바라봤다. 도운도 그녀를 똑바로 마주 보며 다시 물었다. “돈이 부족하다며. 얼마나 필요한데?” 아윤은 손을 꽉 쥔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운의 목소리는 느리고 차분했다. “넌 시아의 동생이니까 나에게도 동생이나 다름없어. 부족한 돈이 있다면 나한테 말해.”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나서 덧붙였다. “얼마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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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도운은 방 안에서 아윤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의 얼굴에서 부딪쳤다. 도운은 천천히 아윤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키스는 너무 가깝고, 너무 깊었다. 두 사람의 입술이 오랫동안 서로를 탐닉했다. 마침내 입술이 떨어졌을 때, 둘의 숨결은 여전히 얽혀 있었다. 그날 밤 아윤은 집으로 가지 않았다. 이진주는 밤에 두 번이나 깼다. 새벽 1시 한 번, 새벽 4시 한 번, 그러나 아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도운의 차가 호텔을 나섰다. 그는 아윤을 바로 학교로 데려다주었다. 학교 정문에 차가 멈추자, 아윤은 차에서 내리려 했다. 그 순간, 도운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 아윤은 움찔하며 몸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문자 보내.” 아윤은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잠시 후, 도운이 덧붙였다. “옷 몇 벌 사러 가자.” 아윤은 입술을 꽉 다문 채 자신이 입고 있는 치맛자락을 바라보았다. 어제 입었던 옷은 그녀의 몸을 겨우 가리는 정도였다. 그녀는 책가방을 끌어안고, 도운의 말에 잠시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도운은 그녀의 팔을 놓았다. 아윤은 차에서 내려 빠르게 학교로 걸어갔다. 그 시각, 도운 역시 어제와 똑같은 셔츠와 바지를 입은 채로 차에 타고 있었다. 옷에는 약간의 주름이 져 있었고, 평소 깔끔하고 단정한 그의 모습과는 달리 다소 흐트러져 보였다. 아윤이 학교에 도착한 뒤, 핸드폰으로 한 통의 입금 알림이 도착했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핸드폰을 들어 화면을 확인했는데, 익명 계좌에서 꽤 큰 금액이 입금되어 있었다. 아윤은 핸드폰을 꽉 쥐고 있었다. 지금 이 돈이 간절히 필요하지는 않았다. 그저 업소에서 자신이 아르바이트한다는 사실을 도운이 가족에게 알리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잠시 화면을 들여다본 후, 그녀는 그 돈을 일단 받기로 하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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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매장 직원이 아윤을 피팅룸으로 안내했고, 도운은 매장 휴게공간에 앉아 조용히 아윤을 기다렸다. 직원이 아윤의 옷을 벗기면서도,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자기 몸에 맞지도 않는 속옷을 입고 있었다는 사실에 약간 놀랐다. 속옷을 벗긴 뒤 아윤에게 새 속옷을 입혀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속옷은 꼭 제대로 고르셔야 해요. 몸에 맞는 치수를 입어야 하고, 소재도 중요해요. 이건 어때요? 편해요?” 아윤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괜찮아요.” 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남자 친구분 안목이 정말 높으시네요. 이거 입으니까 가슴 라인이 너무 예뻐요. 또렷하고 탄탄하네요. 젊음이란 참 좋은 거잖아요.” 직원은 장난스럽게 윙크하며 덧붙였다. “게다가 이 디자인, 사람을 더 하얗고 매력적으로 보여줘요. 저도 같은 여자지만 보기만 해도 심쿵하네요. 남자 친구분은 더하시겠죠?” 아윤은 누군가 자기 몸을 이렇게 관찰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불편했다. 다행히 그녀가 금세 옷을 다 입고 밖으로 나왔고, 도운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잘 맞는 속옷 덕분인지 아윤의 자세가 한결 당당해져 있었고, 움츠리고 있던 어깨도 펴져 있었다. 도운은 그녀를 한 번 훑어보고 간단히 말했다. “괜찮네.” 아윤은 가슴 쪽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이 도운과 함께 이런 곳에서 속옷을 고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직원이 센스 있게 몇 가지 속옷을 더 가져오며 말했다. “이 소재 한번 만져보세요. 정말 부드럽고 가벼워서 입으면 아주 쾌적하고 편하답니다.” 아윤은 직원이 도운에게 속옷 소재를 만져보라고 하는 말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두 손으로 도운의 팔을 붙잡으며 급히 말했다. “아니요, 이 정도면 충분해요. 더 안 사도 돼요.”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도운의 팔을 붙잡았는지 깨닫지 못했다. 이미 손은 그의 손목을 꽉 쥐고 있었고,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은 아윤은 몹시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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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아윤이 학교로 돌아왔을 때, 밖에는 거센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녀는 창가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창밖의 비 오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 빗줄기처럼 아윤의 마음도 무거웠다. 도운이 사준 옷은, 집으로 가져가지 않고 학교 기숙사에 남겨 두었다. 세탁한 순백의 속옷은 기숙사 베란다에 걸려 비바람에 젖은 채 흔들리고 있었다. 한편, 도운은 병원을 떠나 집으로 가는 길에 기분이 울적해졌다. 차를 몰다 말고 길가의 큰 나무 아래 차를 세웠다. 창밖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고, 차창은 모두 닫혀 있었다. 그는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담배 연기가 차 안을 가득 채웠고, 그 연기 속에서 그는 무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도운의 머릿속에는 어젯밤의 기억이 자꾸만 떠올랐다. 비가 거세게 내리는 가운데, 그는 담배를 거칠게 피웠다. 마지막 담배를 꺼내 물고는 그것마저 재떨이에 비벼 끄며 한숨을 쉬었다. 도운의 몸도, 마음도, 이 폭우에 갇혀버린 듯했다. ...아윤은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핸드폰을 들어 한마디만 적어 메시지를 보냈다. [고마워요.] 메시지를 보내는 순간, 아윤의 심장은 쿵쾅거리며 뛰었다. 입술을 꽉 다문 채 그녀는 조용히 창밖의 빗소리를 들었다. 그 폭우는 한밤중까지 계속되다가, 다음 날 아침이 되어야 겨우 잦아들었다. 아침이 되자, 아윤은 도운으로부터 답장을 받았다. [고마워할 것 없어.]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제가 밥 한번 살게요. 태오 일 도와주신 거 고마워서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도 아윤은 마음이 불안했다. 그녀의 메시지에 대한 답장은 한참 뒤인 점심 이후에 왔다. [그러면 저녁에 보자. 내가 데리러 갈게.] 아윤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그 메시지를 읽는 순간, 마음이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가 금방 절벽 아래로 툭 떨어질 것 같았다. 손에 든 핸드폰을 꽉 쥔 채 그녀는 짧게 답장을 보냈다. [네.]저녁 6시, 도운의 차가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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