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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힌 운명의 모든 챕터: 챕터 21 - 챕터 30

40 챕터

제21화

도운은 메뉴를 덮고 직원에게 건네며 말했다. “일단 이 정도로. 그리고 와인 한 병 추가.” 아윤은 그의 말을 듣고 살짝 놀랐다. ‘둘이 함께 마신다고? 또 술을?’ 그녀는 조심스레 도운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또... 술을 마셔야 해요?” 도운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윤은 어제까지는 괜찮았던 도운의 태도가 오늘은 왜 이렇게 차가운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곧 직원이 와인을 가져와 두 사람의 잔에 따라주었다. 아윤은 술을 잘 못 마시는 편이라, 잔에 담긴 와인을 그저 바라볼 뿐 손이 가지 않았다. 도운은 와인 잔을 손에 들고 천천히 잔을 흔들며 그녀를 바라봤다. 아윤은 그의 시선을 느끼고 긴장한 듯 치맛자락을 꼭 쥐었고, 결국 조용히 말했다. “저 술 잘 못 마셔요.” 도운의 대답은 단 한마디였다. “편할 대로.” 아윤은 도운이 어딘가 화가 나 있는 것 같아, 한참 고민한 끝에 입을 열었다. “오빠, 오늘 사실 돈을 돌려드리려고 왔어요.” 그녀는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 천천히 도운의 앞에 밀었다. 도운은 그녀가 내민 카드를 한동안 바라봤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차분하고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오빠 돈을 이렇게 받을 수 없어요.” 아윤은 단호하게 말했다. 도운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 가볍게 얹혔다. 그는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알겠어.” 도운은 카드를 들어 한 번 보고는 다시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네 선택 존중할게.” 그는 여전히 와인 잔을 손에 들고 흔들었지만,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다.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그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도운은 젓가락조차 들지 않았고, 아윤은 이 어색한 분위기를 견디기 힘들어 조심스럽게 자신의 접시에서 몇 번 젓가락질만 했다. 그러다 도운이 물었다. “다 먹었어?” 아윤은 급히 입안의 음식을 삼키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네, 다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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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아윤아, 정말 괜찮아?” 민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윤은 한참을 머뭇거리다 조용히 대답했다. “괜찮아.” 그녀는 그렇게 말한 뒤, 덧붙였다. “좀 쉬고 싶어. 민지야, 할 일 있으면 먼저 가봐.” 민지는 정말로 할 일이 있어 아윤의 곁에 더 있을 수 없었지만, 떠나기 전까지 몇 번이고 확인했다. “알겠어. 근데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민지가 기숙사를 떠나자, 아윤은 혼자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정말로 임신일까?’ 그녀는 마음속으로 계속 되물었다. 가슴에 얹은 손이 옷깃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첫 번째로 찾아온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도운은 아윤을 학교에 데려다준 뒤에도 한참 동안 차 안에 남아 있었다. 그는 학교 정문 앞에 차를 세운 채, 약 30분이 지나서야 차를 몰고 떠났다. 다음 날, 아윤은 멍한 상태로 하루를 보냈다. 병원에 가서 확인할 용기도 없었고,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교수님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리지도 않았다. 점심시간, 민지는 아윤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물었다. “너 정말 괜찮아? 얼굴이 너무 하얗다.” 아윤은 어제부터 아무것도 제대로 먹지 못한 상태였다.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괜찮아, 정말 괜찮아.” 아윤은 억지로라도 음식을 먹으려 했지만, 민지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아윤은 기숙사에서 쉬는 동안 몇 번이고 핸드폰을 들어 메시지를 쓰려고 했다. [저... 임신한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메시지는 끝내 보내지 못했고, 그녀는 핸드폰을 들었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하며 하루를 보냈다. 셋째 날, 아윤이 민지와 함께 식당으로 향하던 중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어지러움이 아윤의 머리를 강타했다. 그녀는 균형을 잡기도 전에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 순간 민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윤아!!!” 그 후로 아윤의 시야는 어두워졌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도운은 중요한 회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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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민지가 나가고 나서 보건실은 고요해졌다. 창가의 커튼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 아윤은 상태가 좋지 않아 고개를 숙인 채 한 번도 들지 않았다. 도운이 입을 열었다. “구토한 건 언제부터야?” 아윤은 이 순간이 결국 올 것임을 알고 있었다. 눈을 꼭 감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저께요.” 도운은 여전히 차갑고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다른 증상은?” 아윤은 모기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달에 생리를 안 했어요.” 그의 말은 간단명료했다. “병원 가서 검사부터 해보자.” 아윤은 긴 속눈썹을 아래로 내리며 작게 대답했다. “네.” 도운이 몸을 살짝 숙이며 물었다. “혼자 걸을 수 있어?” “네, 괜찮아요.” 아윤은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지만, 몸을 움직이는 순간 다시 비틀거렸다. 그 순간, 도운은 즉시 그녀를 붙잡았다. 아윤이 그의 품에 안기자 깜짝 놀라 얼굴이 새하얘졌다. 이곳이 학교라는 사실이 그녀를 더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도운은 곧 아윤을 놓아주며 팔로 그녀를 부축했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아? 제대로 걸을 수 있겠어?” 아윤은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네...” 도운은 아윤을 차에 태우고 학교를 떠났다. 차 안에서 아윤은 도운의 옆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복잡한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녀는 이 상황이 앞으로 자신의 마음을 가볍게 해줄 것인지, 아니면 더 무겁고 고통스럽게 만들지 알 수 없었다. 운전 중인 도운은 백미러로 아윤을 한 번 흘깃 보았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에 잠시 시선을 멈추던 도운은 이내 고개를 돌리고 전방을 응시했다. 병원에 도착하자 도운은 아윤에게 여러 검사를 받게 했다. 검사가 끝난 뒤, 두 사람은 병원 복도에서 결과를 기다렸다. 도운은 멀리 있는 흡연 구역으로 가서 담배를 피웠다. 아윤은 복도에 홀로 서 있었다. 그녀는 도운의 현재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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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확실한가요?” 도운이 물었다. 의사는 단호히 대답했다. “네, 확실합니다.” 아윤은 그 말을 듣고 곧장 도운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결과를 들은 뒤에도 담담한 얼굴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도운은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이런 상태면 입원이 필요합니까?”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위장염이 심하지 않으니 약을 먹고 잘 쉬면 됩니다.” 도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곧 의사가 자리를 떠났다. 아윤은 이 결과가 믿기지 않았다. 임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낯설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멍한 상태로 서 있었다. ‘정말로 임신이 아닌 건가?’ 그녀는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죄송해요. 제가 착각했어요. 이런 오해를 만들 줄은...” 주변에서는 아기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그 소리가 아윤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도운은 이 상황에 대해 길게 말하지 않았다. “일단 나가자.” 아윤은 그의 말을 듣고도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천천히 도운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윤의 다리는 풀린 듯 힘이 없었고, 걷는 동안 그녀는 갑자기 주저앉을 뻔했다. 그 순간, 도운은 아윤을 단숨에 붙잡아 자기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녀는 도운의 행동에 깜짝 놀라며 얼굴을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윤이 도운의 품에 안기자마자, 몸의 긴장이 풀리며 안도감이 몰려왔다. 지난 며칠간 그녀를 괴롭히던 불안과 두려움이 한순간 해소되는 것 같았다. 그녀는 도운의 품 안에서 낮게 중얼거렸다. “임신이 아니라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아윤의 눈가는 붉게 물들어 있었고, 눈동자에는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한 눈물이 맺혀 있었으며,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도운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며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설령 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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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도운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병원에서 보였던 온기는 마치 착각이었던 것처럼, 도운은 다시 차갑고 담담한 태도로 돌아갔다. 아윤은 결국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그 순간, 그녀의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윤아!” 그 목소리에 아윤은 놀라며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5미터쯤 뒤에 서 있는 사람은 태오였다. 태오를 본 아윤은 마치 강한 바람에 맞은 듯, 순간적으로 멈춰 서서 그를 응시했다. 태오는 아윤을 발견하자마자 다급히 그녀에게 걸어왔다. 그는 아윤이가 검은색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누구의 차인지 알아보지 못했다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 차가 도운의 차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한도운 대표님?” 태오는 차 옆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불렀다. 도운은 차창을 내리고 태오를 바라보았다. 태오는 도운을 보자 얼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정말 한도운 대표님이셨군요. 제가 착각한 줄 알았습니다.” 도운은 마치 후배를 대하듯 온화하지만 거리를 두는 태도로 태오에게 물었다. “회사에서 오는 길인가요?” 태오는 웃으며 대답했다. “네, 아윤이 보러 왔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두고 온 물건도 좀 챙겨야 해서요.” 도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볼일 보도록 해요.” 태오는 차를 한번 둘러보더니 물었다. “한 대표님이 아윤이를 학교까지 데려다주신 건가요?” 아윤은 그 질문에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태오를 바라보던 그녀의 시선이 흔들렸다. 도운은 아윤을 잠시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요. 학교까지 데려다줬어요.” 태오는 고마운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윤이를 잘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대표님.” 태오의 말투는 마치 자신이 아윤의 남자 친구인 것처럼 당당했고, 그 말이 끝나자 아윤과 도운 모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도운은 별다른 반응 없이 가볍게 말했다. “별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요.” 그의 말투는 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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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도운이 떠난 뒤, 태오는 아윤에게 다가갔다. 그는 손을 들어 아윤의 얼굴을 만지려 했지만, 아윤은 본능적으로 그의 손길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태오는 그녀의 어깨를 두 손으로 단단히 붙잡으며 외쳤다. “아윤아!!” 그는 아윤을 자신의 품 안에 단단히 끌어안았다. 아윤도 힘없이 태오의 품에 안겨 있었다. 한편, 도운의 차는 멀리 떠났지만, 신호등 앞에서 차를 세운 그는 무심코 백미러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안에 보이는 태오가 아윤을 껴안는 모습에 시선이 멈췄다. 태오는 온통 아윤의 몸 상태를 걱정할 뿐이었다. “기숙사로 가자. 너 더 쉬어야 해.” 그는 아윤의 손을 잡고 앞장섰다. 하지만 아윤은 그를 따라가다가 조용히 말했다. “태오야, 나 좀 배고파.” 태오는 그녀의 말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뭘 먹으러 가자.” 둘은 자주 찾던 학교 근처의 작은 식당에 들어갔다. 태오는 아윤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는 아윤의 그릇을 씻고, 젓가락까지 깨끗이 닦아 그녀 앞에 내놓았다. 아윤은 테이블에 앉아 태오가 자신을 위해 이런 일을 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과거에는 이런 모습을 보며 행복하게 웃곤 했지만, 오늘은 그녀의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음식이 테이블에 올라왔을 때, 태오는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 아윤의 그릇에 담아주며 말했다. “고기 좀 먹어. 단백질을 보충해야지.” 그러나 아윤은 젓가락을 들지 않았다. 태오는 그녀가 음식을 먹지 않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배고프다며? 왜 안 먹어?” 이때, 아윤은 조용히 그러나 단호히 말했다. “태오야, 이제 날 찾는 거 그만 해. 우리 이미 끝났어.” 그녀의 말은 흔들림이 없었고, 한 치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망설임은 태오에게 희망을 줄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아윤은 태오가 더 이상 헛된 희망을 품지 않기를 바랐다. 태오는 젓가락을 든 손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봤다. 아윤은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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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아윤은 창백한 얼굴로 휘청이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결국 이런 식으로 내가 오랫동안 좋아했던 태오를 떠나보내는구나.’그날 밤, 아윤은 집으로 돌아갈 용기가 없었다. 기숙사에서 혼자 밤을 보냈고, 밤새 고열에 시달렸다. 몸도 마음도 지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아윤은 쏟아지는 전화벨 소리에 깨어났다. 땀에 흠뻑 젖은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발신자를 확인했다. 민지의 전화, 태오와 함께 알고 지내던 친구들, 그리고 학교 친구들까지 여러 통의 전화와 메시지가 와 있었다. 그중 민지가 보낸 메시지가 아윤의 눈에 들어왔다. [태오 사고 났어!!] 그 메시지를 보는 순간, 아윤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곧바로 민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지는 전화를 받자마자 다급하게 말했다. [야!! 드디어 전화를 받았네. 태오 지금 경찰서에 있어!]아윤은 ‘경찰서’라는 말을 듣자마자 숨이 멎을 것 같았고, 곧바로 물었다. “병원 아니고 왜 경찰서에?” 민지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태오가 어젯밤 술집에서 누군가와 싸웠는데, 상대를 심하게 때렸나 봐. 그런데 문제는 그 상대가 꽤 심한 부상을 입었다는 거야.]민지는 이어 말했다. [태오는 이제 막 HP 그룹에 입사했잖아. 이런 일을 만들어서 어쩌려고...? 이제 막 시작인데, 범죄 기록이라니! 아무도 지금은 태오를 만날 수가 없는데.]아윤은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한참 후, 그녀는 단호히 말했다. “알았어.” 전화를 끊고 나서도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혼란스러웠다. 그 순간 또 다른 전화가 걸려 오자 바로 받았다. [아윤아, 태오가 건드린 상대는 대단한 집안 사람이야. 우리 아빠가 손을 써도 소용없다는데...] 아윤은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았어.” 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텅 빈 머릿속을 부여잡고 고민했다. ‘태오는 지금 안나 때문에 앞길을 망치고 있어. 그게 내 어제 말 때문이라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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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아윤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도운 오빠가 이번 한 번만 날 도와준다면... 나는 오빠에게 평생 그 은혜를 갚아야 할 거야.’그녀는 간절히 부탁했다. “제발 태오가 감옥에 가지 않게, 전과 기록이 남지 않게 해주세요. 이런 일로 태오의 앞날을 망칠 수 없어요.” 도운은 아윤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마치 하늘이 무너진 듯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라이터를 무심하게 두어 번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이런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아. 게다가 그 친구는 이제 막 HP 그룹에 입사했잖아.” 그의 목소리는 냉정했고,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도운의 말을 듣자, 아윤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저, 저도 알아요...” 그녀는 말끝을 흐리며 잠시 침묵했다. 도운은 고개를 약간 돌리며 말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왜 이렇게 어리석게도 자기 앞길을 망치려고 하는 걸까?” 아윤은 창백한 얼굴로 입술을 떨었다. “오빠, 제발 태오를 도와주세요. 이번에 태오를 도와주시면, 제가 뭐든 할게요.” 그녀의 절박한 목소리에, 도운은 잠시 아윤을 응시했다. “그 친구를 위해서라면, 못 할 게 없어?” 그의 질문은 단순했지만, 아윤은 그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아윤은 간절한 마음에 더 깊이 고개를 숙이며 더욱 낮고 비굴한 자세를 취했다. 도운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 차 안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그는 앞좌석의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전화해서 이번 사건이 어떻게 된 일인지, 그리고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봐.” 운전기사는 도운의 지시에 곧바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운전기사는 차에서 내려 전화를 걸어 정보를 확인했다. 차 안에는 숨막히는 침묵이 흘렀다. 도운은 무표정으로 앉아 있었고, 아윤은 무릎 위에 놓인 손을 꼭 쥔 채 침묵을 지켰다. 잠시 후, 운전기사가 차로 돌아와 보고했다. “대표님, 방금 전화로 알아본 결과로는, 우태오 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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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아윤은 태오의 사건이 도운의 힘으로 이렇게 빨리 해결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손가락이 덜덜 떨릴 지경이었다. 도운은 운전기사의 보고를 들은 뒤,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 남은 일은 자네가 처리해.” 운전기사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 대표님.” 아윤은 여전히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심정이었다. 상대가 무슨 조건을 내걸었는지, 도운이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 전혀 알 길이 없었다. 다만 명확한 것은, 모든 상황이 도운의 손에서 순식간에 매듭지어졌다는 사실뿐. 그리고 그는 이 모든 것에 대해 단 한 마디의 설명도 하지 않았다. 아윤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자신을 다독였다. ‘묻지 말자.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을지도 몰라.’ 그와 동시에, 아윤은 자신이 도운에게 평생 갚을 수 없는 엄청난 빚을 졌다는 불안한 깨달음에 사로잡혔다.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간절히 말했다. “오빠, 앞으로 무엇이든 시키시는 건 다 할게요.” 아윤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짙은 속눈썹이 눈꺼풀 아래로 드리워졌고, 눈 밑의 미세한 푸른빛은 그녀의 피로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도운은 그녀의 말에 반응하지 않았고, 담담히 말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 테니, 병원에 가서 링거부터 맞아. 겸사겸사 언니도 좀 만나고.” 아윤은 여전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오빠, 감사합니다.” 차는 학교 정문을 벗어나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한 후, 도운은 아윤을 데리고 병원에 들어가 링거를 맞게 했다. 우연히도 이 병원은 시아가 입원해 있는 병원이었고, 시아는 아윤이 몸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곧장 내려와서 동생을 만나려 했다. 그러나 도운은 전화로 말리며 링거만 맞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말했다. 시아는 그의 말을 듣고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았다. 도운이 시아와의 전화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아윤은 병상에 누워 있었다. 그녀는 이미 40도 가까이 체온이 올라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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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도운은 아윤의 이불 위에 올려두었던 손을 자연스럽게 거두며 담담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윤이 여기서 무슨 일 있었던 거야? 걱정돼서 내려와봤어.” 도운은 시아에게 특별히 숨기지 않고 말했다. “태오에게 문제가 좀 생겼어. 이제 막 정리했어.” 그는 이어 덧붙였다. “잘됐네, 네가 아윤이 좀 다독여줘.” 시아는 태오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 시아는 방으로 들어와 바로 아윤의 침대 옆에 앉았다. 그리고 도운은 그녀가 침대 곁에 앉자 자리를 비워, 아윤과 거리를 두고 뒤로 물러났다. 시아는 아윤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언니한테 말해봐.” 시아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정하고 따뜻하게 아윤을 바라보았다. 아윤은 잠시 반응이 없었지만, 언니의 질문에 침묵하다 조용히 대답했다. “태오가 술집에서 누군가와 다툼이 있었어요. 그걸 ... 도운 오빠가 해결해 주셨어요.” 아윤은 언니가 이 일을 알게 된 것에 대해 약간 긴장했다. 도운에게 부탁했다는 사실이 혹시 언니를 화나게 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시아는 이 문제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녀는 단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도운 오빠가 널 돕는 건 당연한 일이야. 넌 내 동생이고, 도운 오빠에게도 마찬가지야.” 도운은 시아의 말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근처에 있던 간병인에게 담요를 가져오라고 조용히 지시했다. 시아는 아윤에게 물었다. “그래서 태오의 일은 해결됐니?” 아윤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네, 해결됐어요. 모레쯤 나올 거예요.” 시아는 안도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해결된 거면 이제 큰일 아니야.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나나 도운 오빠한테 바로 말해. 혼자 끙끙대면서 다 떠맡으려고 하지 말고.” 아윤은 시아의 따뜻한 말에 마음이 약간 누그러졌다. 가슴속에 따스함이 퍼지며 언니와 가까워지고 싶다는 감정이 처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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