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66화

유강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한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만큼 온다연의 마음에서 그를 밀어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었다. 고작 하루 이틀 만에 실현되는 건 불가능했기에 조금 더딜지라도 서두르지 않기로 다짐했다.

유강후는 태연하게 온다연의 핸드폰을 가져갔다.

“경찰한테는 어떤 사진을 보여준 거야? 웨딩 사진?”

온다연은 얼굴을 붉히며 핸드폰을 낚아챘다.

“아니거든요?”

사실 온다연은 요즘 심심할 때마다 포토샵 어플을 켜서 이것저것 만졌다. 그러다가 문득 웨딩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이 궁금해져 인터넷에서 대충 사진을 골랐고 얼굴을 붙여 넣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 어울려서 몇 장을 저장해 뒀다.

그 사진이 이럴 때 쓰일 줄이야.

하지만 절대 유강후에게 보여줄 수는 없었다.

몇 분 후 그들은 집에 도착했다.

저녁 식사가 끝날 무렵 병원에서 누군가 연고를 보내왔다.

잠자리에 들기 전 유강후는 온다연의 손목에 약을 얇게 발라주고, 여기저기 튼 입술에도 립밤을 발라줬다.

시원한 민트향에 온다연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핥았다.

“이거 뭐예요? 향이 엄청 좋네요.”

유강후는 그녀의 분홍빛 혀를 보고선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냥 평범한 립밤이야.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야.”

그 말을 끝으로 유강후는 이불을 끌어당겨 온다연에게 덮어주고선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했다.

“얼른 자.”

온다연의 답을 듣기도 전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껐고 방안에는 침대 머리맡의 작은 등불만 남아있었다.

온다연은 그가 강제로 자기와 함께 자게 할 줄 알고 긴장했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유강후는 그녀를 방으로 데려다줬을 뿐만 아니라 세심하게 불까지 꺼줬다.

온다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하지만 침대에서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도 뭔가 불안하다는 느낌이 들어 도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게 자정이 될 때까지 뒤척이다가 순간 잠이 오지 않는 원인이 떠올랐다.

곰돌이!

그 곰인형이 유강후의 침실에 있다.

자리에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