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문 앞에서 노크 소리가 나고, 이권이 밖에서 말했다. “셋째 도련님, 소이섭 씨도 여기 부동산을 샀어요. 방금 도련님의 차를 봤고, 지금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유강후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온다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뭘 잘못했는지 잘 생각해 봐. 나에게 사과할 준비가 되면, 앞으로의 날들이 더 나아질 거야.” 말을 마치고 그는 밖으로 나갔다. 거실에는 소이섭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유강후가 여기 집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곳에는 거의 모두 고위층 가족들이 살고 있어서 이곳의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다. 당연히 이런 곳은 경비가 많고, 안전이 매우 좋으며 보안성이 뛰어났다. 하지만 유강후가 여기 집을 가진 것에 대해 그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유강후가 나오자, 소이섭이 웃으며 말했다. “몸이 괜찮아졌어?” 유강후는 이 불알친구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고, 최근 몇 년 동안 그의 행동이 점점 더 이상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와의 관계도 멀어졌다. 그러나 두 집안은 오랜 친구였고, 함께 자란 정이 있기에 유강후는 그에게 기본적인 예의를 지켰다. “거의 회복됐어, 약을 준 것에 대해서도 고마워.” 소이섭은 웃으며 말했다. “그건 나와는 별로 관계없어. 너의 회복은 나은별이 기도한 덕분이야. 네가 얼마나 오랫동안 혼수상태였는지, 나은별은 그만큼 불상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했지. 나은별의 마음을 봐서라도 진짜 잘 대해줘야 해.” 유강후의 표정이 갑자기 변하며 차갑게 말했다. “소이섭, 내 일에 대해 간섭하지 마.” “네가 나은별에 대해 마음이 있다면, 나은별의 혼수에 세 배로 늘려줄게.” 소이섭의 얼굴은 다소 어두웠고, 안경을 밀어 올리며 화가 나서 말했다. “강후야, 이건 너의 잘못이야. 나은별에 대한 감정이 어떻든 간에, 오늘처럼 나은별에게 대하면 안 돼. 너는 나은별이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 고아의 뜻에 따라 야생 고양이를 이끌어 나은별을 다치게 했잖아.” “나은별
그녀는 비틀거리며 유강후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 불편해요, 병원에 데려가 줘요!” 유강후는 그녀를 안아 소파에 눕히고 다시 체온을 측정했다. 38.5도였다. 그는 작은 담요를 가져와 그녀에게 덮어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 의사가 곧 올 거야, 네가 익숙한 하인도 두 명 오고 있으니까 조금만 참아.” 온다연은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불편해요, 정말 불편해요. 아저씨, 제발 저를 병원에 데려가 줘요.” 이때 이권이 유강후에게 재촉했다. “셋째 도련님, 일이 있으면 빨리 가세요. 여기는 제가 맡을게요. 온다연 씨는 그냥 열이 나는 것뿐이니까, 주 의사가 곧 올 거예요.” 온다연은 약하게 말했다. “아저씨, 제발, 병원에 데려가 줘요. 배가...” “온다연 씨!” 이권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나은별 씨가 자살했어요. 나은별 씨는 셋째 도련님에게 은혜를 입었어요. 도련님을 괴롭히지 마세요. 도련님은 그냥 한번 보러 가는 것뿐이에요.” 결국 나은별, 또 나은별! 온다연은 가슴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지금 아프고 힘든데,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애원했지만 그는 함께 가겠다고 하지 않았다. 나은별은 언제나 그녀보다 한발 앞서 있었고 항상 더 중요했다. 심지어 뱃속의 아이보다도 중요했다. 그녀는 힘겹게 바라보았고, 손바닥과 이마에 땀을 흘렸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이 나은별 씨를 보러 가는 게 싫어요. 병원에 데려가 줘요.” 유강후는 그녀의 이마에 난 땀을 닦아주며 말했다. “나은별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 오늘 네가 많은 고양이를 끌어들여서 나은별이 얼굴과 몸에 많은 상처를 입었고 큰 충격을 받아서 병이 도졌어. 그러다 대동맥을 끊었고 이미 세 번이나 응급 치료를 받았어, 다연아.” 온다연은 눈을 감고 몸의 불편함을 참으며 낮게 말했다. “나은별 씨가 저보다 더 중요하죠?” 유강후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 의사가 곧 도착해. 잘 있어, 가서 보고 금방 돌아올게.” 말을
이권은 그녀가 따라오는 모습을 보고 찌푸린 채 말했다. “온다연 씨, 집에 계세요. 나와서 이러지 마세요, 바깥에 눈바람이 심해요.” 온다연은 배를 감싸 쥐며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배가 아파요, 병원에 데려다줘요.” 이전에 몇 번의 도망 사건이 있었던 탓에, 온다연이 도망치고 싶어 하는 습관이 이권의 마음에 깊이 박혀 있었다. 그는 이것도 온다연이 만들어낸 핑계라고 생각했다. “온다연 씨, 들어가세요. 셋째 도련님이 말했어요. 어떤 이유나 핑계로도 당신을 이 방에서 내보내면 안 된다고요.” “게다가, 여기 경비가 철저하니까 이 방을 나가도 도망칠 수 없어요. 그러니 괜히 문제 만들지 마세요.” 더욱 심한 통증이 밀려오자 온다연은 거의 말을 잇지 못했다. “병원... 데려가...” 하지만 이권은 그녀의 말을 핑계로 생각하고, 그녀의 팔을 잡아 다시 방으로 밀어 넣었다. 온다연은 문에 의지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통증 때문에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외쳤다. “이권 씨, 진짜 배가 아파요, 병원에... 데려가 줘요,,,”그때, 갑자기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분이 새 이웃인가요? 무슨 일이죠, 부부 싸움이라도 했나요?” 온다연이 돌아보니, 50대 중반의 중년 여성이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여성 옆에는 두 명의 경비원이 따라오고 있었고, 이들은 분명히 특별한 사람들로 보였다. 온다연은 구세주를 만난 듯, 문틀에서 손을 떼고 여성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두 걸음 뛰자마자 그녀는 땅에 쓰러졌다. 통증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입술이 하얗게 변했다. 여성은 상황이 좋지 않음을 깨닫고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온다연은 그녀의 팔을 꽉 잡고 말했다. “제발... 도와줘요... 저를 가두려고 해요... 저는 임신했어요... 배가 너무 아파요... 제발, 병원에 데려가 줘요!” 여성은 즉시 화가 나서 이권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런 상태인데 왜 병원에 안 데려가요? 범죄를 저지르고 싶나요?” 이권은 급
의사는 말을 마친 뒤 간호사한테 온다연을 휠체어로 병실까지 옮겨달라고 분부했다.응급실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주위가 웅성거렸다.그녀의 휠체어를 미는 두 어린 간호사가 작은 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듣기로는 나씨 집안 아가씨가 자살 시도를 했대. 대동맥을 그어버려서 피가 아주 사방에 다 튀었다지 뭐야.”“맞아. 벌써 네 번째로 응급처치하는 거잖아...”“심각한 우울증이라서 처음 자살 시도 하는 것도 아니래.”“그렇게 행복한데 자살은 왜 한대? 봐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받들어 모시는데!”“저 사람 예비 신랑도 왔대. 그 소문으로만 듣던 유씨 가문 셋째 도련님, 너도 알지, 연예인보다 더 잘생겼잖아.”“어디 보자, 저쪽에 있어?”“어머, 진짜네. 나씨 가문 아가씨를 안고 들어왔어. 쯧, 실물은 처음 봐!”...온다연은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봤다.유강후가 나은별을 안고 수술실에서 나오고 있었다.나은별은 머리를 그의 가슴에 기댄 채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 장면을 본 사람이라면 두 사람이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 누구도 그 둘을 갈라놓을 수 없는 듯했다.온다연은 그 장면에 눈이 극심하게 아려오면서 가슴도 텅 비어버린 것처럼 아팠다.유연서를 제외하고, 그는 나은별에게 감정이 있는 게 분명했다.그녀는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려서 간호사가 휠체어를 밀게 내버려 두었다. 병실에는 현진화가 아직 기다리고 있었다.온다연이 나오는 걸 본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도 애는 무사한 모양이네. 유산했을까 봐 걱정했어.”그녀는 온다연의 손을 끌어당기면서 말했다.“다연아, 무슨 일인지 말해 보렴. 아파트에 있던 그 사람, 애 아빠야?”온다연은 고개를 저었다.유강후가 나은별을 안고 있던 화면을 떠올리자 그녀는 가슴이 아프다 못해 약간 마비된 것 같았다.“애 아빠는 병원에 있어요.”현진화는 크게 화를 냈다.“어디 있어. 내가 가서 찾아봐야겠다. 자기 아내랑 애가 없어졌는데 어떻게 한번을 안 와보니!”
고용인은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모르겠어요. 현관이랑 소파는 제가 처리했습니다. 침대 위는 미처 정리를 못했는데 도련님이 돌아오셔서...”“저희가 왔을 때 집에 사람은 한 명도 없고 문도 열려 있고 현관에 핏자국이 있어서요. 도련님, 저흰 정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요......”유강후는 가슴이 심하게 아파와서 그녀를 놓고 성큼성큼 안방으로 걸어갔다.새하얀 시트 위, 온다연이 앉았던 자리에 정말로 핏자국이 있었다.많지 않았지만 눈에 띌 정도였고 핏자국은 이미 말랐다.유강후의 눈이 점점 더 붉어졌다.그 작은 하나하나의 핏자국이 날카로운 칼처럼 그의 심장을 후벼팠다.그는 그가 나갈 때 그녀가 애원하던 모습이 떠올랐다.그때 온다연은 이미 아파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 채 자기를 데리고 병원에 가달라고 간청했다. 근데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그는 심장이 너무 심하게 아팠다. 아파서 허리를 제대로 펼 수도 없었다.이 일이 있기 전에는 그는 자신과 온다연 사이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고 본인이 모든 걸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근데 지금은 아니었다. 그 둘 사이의 균열은 커질 대로 커져서 손도 못 댈 상황이었다.게다가 온다연을 데리고 간 사람은 연락도 안 됐다.불안한 마음은 점점 더 커졌다. 그는 고통스럽게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말라버린 핏자국을 쓸어내렸다.“다연아...”잠들 수 없는 밤이었다.눈보라가 경원시를 휘몰아쳤고 검은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었다.거의 모든 병원에서 긴급점검이 이루어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산부인과가 가장 심하게 검사를 받았다.병원뿐만이 아니라 크고 작은 호텔에서도 긴급점검이 이루어졌다.한 번 검사한 걸로도 모자라서 아침부터는 두 번째 점검이 시작됐다.하루 만에 경원시 모든 병원과 호텔 사람들이 불안에 휩싸였지만 누구를 찾는 건지는 아무도 몰랐다.하지만 아마 찾으려는 것을 찾지 못한 것인지 점검은 쭉 계속됐다.자연스럽게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누군가는 큰 사건이 발생해서 엄청 중요한 자료를 찾는 거라
온다연은 손이 떨려서 필을 바닥에 떨어뜨렸다.현진화는 미간을 찡그리고 말했다.“적어도 보름은 걸려야 찾아낼 줄 알았는데 이 자식이 이 정도로 실력이 있을 줄 몰랐다. 고작 5, 6일밖에 안됐는데 상황을 뒤집고 무슨 수단을 쓴 건지 우리 집까지 알아내서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어.”온다연의 얼굴이 창백해지자 현진화는 그녀의 손을 끌어당겼다.“그렇지만 무서워하지는 마. 그가 너를 여기서 데려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말하면서 그녀는 고개를 숙여 온다연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몇 마디 했다.그리고 온다연을 데리고 객실로 갔다.그때 별장으로부터 몇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부터 두 줄의 제네시스 차량이 빠른 속도로 오고 있었다.몇 분 지나지 않아 차들은 별장 앞에 멈춰 섰다.몇백 명의 건장한 경호원들이 줄줄이 차에서 내려서 별장의 절반쯤을 포위해 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자 헬리콥터의 요란한 소리가 가까워졌다.어두컴컴한 하늘 아래 헬리콥터 날개는 세차게 돌아갔다. 강력한 바람에는 눈이 섞여 있었고 땅에 있는 마른 나뭇잎까지 끌어올려 별장 외벽에 부딪히는 게 분노에 서린 것 같기도 했다. 안 그래도 안 좋은 날씨가 더 안 좋은 것처럼 보였다.유강후는 헬리콥터에서 빠르게 내려왔다.그는 잔뜩 화가 나 있었는데 검은 코트는 바람에 휘날려서 옷자락이 부딪히는 게 사람 자체가 차가워 보였다.유강후가 신속하게 현관으로 걸어갔지만, 경비가 그를 막아 나섰다.“여기는 개인 별장입니다. 어서 떠나주세요!”말하면서 경비는 손에 있는 총을 꽉 움켜쥐었다. 명백한 경고의 말투였다.유강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십이월의 제일 찬 서리보다도 차가웠다.그가 손을 들어 지시하자 여러 명의 보디가드들이 앞으로 나섰다.두 경비도 일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상대방이 수적 우세가 있으니 무시할 수는 없었다.몇 번의 실랑이 끝에 그 두 사람은 제압당했고 총도 빼앗겼다. 유강후는 현관으로 들어갔다.현관에는 현진화가 집사를 데리고 차가운 얼굴로 서
“뭐라고요?”유강후는 마치 그 단어를 듣고 암살이라도 당한 것 같았다.현진화가 온다연을 데려갔다는걸 알았을 때 그는 조금 안심했다.현진화의 능력이라면 아이 하나 지켜내는 건 쉬운 일이니까 말이다.하지만 유강후에게 돌아온 것이 온다연의 유산 소식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현진화는 일부로 목소리를 높였다, “네가 나한별 옆에서 얼쩡거릴 때 네 애가 없어졌다고, 못 알아듣겠어?”유강후는 누구한테 세게 맞은 것처럼 비틀거리면서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거위 털 같은 함박눈이 그의 몸에 떨어졌다. 빽빽한 바늘 같기도 하고 날카로운 검 같기도 했다.온 하늘과 땅을 덮을 듯한 눈이 그를 찔러와서 아파서 몸을 가누지 못했다.아이는 지키지 못했을 거란 걸 예상하긴 했지만 그는 두 사람의 아이를 여러 번 상상했었다.그는 온다연처럼 유일무이하고 하얗고, 얌전하고 귀여운, 작은 치마를 입은 아이가 그를 따라다니면서 말랑한 목소리로 그를 “아빠”라고 부르는 화면을 상상했었다.하지만 이렇게나 빨리 그 환상은 깨져버렸다.게다가 무려 그가 직접 깨부순 거였다.온다연이 과연 그를 용서할까?유강후는 갑자기 무서워졌다. 아니, 용서하지 않더라도 그녀는 그의 옆에 있어야 했다!온다연은 오직 그의 것이었다. 이번 생에도, 다음 생에도, 그다음 생에도 그녀는 오로지 그에게만 있어야 했다!현진화가 더 뭐라 말을 하기는 했지만 유강후는 거의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그가 손짓하자 가드들이 재빠르게 달려가서 현진화와 집사를 한쪽으로 밀어버렸다.그리고는 매 방마다 수색했다.그리고 마침내 바깥쪽 객실에서 온다연을 찾아냈다.그녀는 커다란 흰 스웨터를 입고 침대에 앉아있었다. 다리에는 담요를 덮고 있었는데 굉장히 얇고 허약해 보였다.그녀의 눈에 더이상 예전 같은 온순함은 없고 오로지 차가움만 있었다.유강후는 한 걸음씩 그녀에게 다가갔다.아이만 생각하면 심장에 만 개의 화살이 박히는 기분이었다.매 한걸음 걸을 때마다 칼날 위를 걷는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마침내 그녀의 앞에
온다연은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제가 어떻게 감히 그래요.”유강후는 제자리에 서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봤다.온다연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그의 시선을 피해버렸다.두 사람의 침묵 속에서 분위기는 우울함의 정점을 찍어버렸다.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때쯤 유강후는 허리를 숙여 온다연을 안아 올렸다.온다연은 반항하지 않았다. 어차피 도망치지도 못하니까 말이다.여기서 며칠 쉬었고 현진화의 보살핌을 받은 것만으로 이미 충분한 행운을 누린 거였다. 그녀는 더이상 현진화에게 민폐를 끼칠 수는 없었다.유강후는 두툼한 담요로 그녀를 둘러싸고 그녀를 안은 채 밖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우리 집에 가자.”온다연은 낮게 비웃으며 말했다. “유강후 씨, 저한테는 집이 없어요. 엄마는 죽었고, 아빠도 없고, 이모는 나 버렸고, 유씨 가문 사람들은 저를 개처럼 취급하는데. 저는 진작에 집 같은 건 없었어요.”주한이 있을 때만 해도 그녀는 갈 곳이 있었는데 주한이 죽고 나서 그녀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다.유강후는 굳어버린 채 손을 달달 떨었다.그러고 나서 한참이 지나서야 말했다.“집 있어. 내가 있는 데가 네 집이야.”온다연은 고개를 저으면서 명확하게 말했다. “아뇨. 당신이 있는 곳은 감옥이에요. 나를 죽을 때까지 가둬둘 감옥! 당신은 유씨 가문 사람이죠. 그 사람들이랑 한집 식구죠.”유강후의 마음이 이미 갈가리 찢어진 듯했다. 그는 눈을 감으면서 억지로 가슴의 고통을 참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연아, 그런 말은 하지 마.”온다연이 낮게 말했다. “유강후 씨. 사실 그날 밤 병원에서, 당신이 은별 씨 안고 수술실에서 나오는 거 봤어요. 그때 저도 응급실에서 갓 나왔거든요.”온다연은 그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매 순간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선명했다.그녀는 가슴이 아픈 걸 참으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아끼는 사람 챙겨요. 저한테 그걸 말릴 권리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왜 제가 병원에 가지 못하게 막은 거예요? 유강후 씨,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