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연은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추워서 도로변에서 택시를 기다리기로 했다. 손을 흔들자 검은색 제네시스가 그녀의 앞에 멈췄다. 차 문이 열리며 이권이 차에서 내렸다. “온다연 씨, 차에 타세요.” 온다연은 아무 말 없이 이권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권은 차분하게 말했다. “온다연 씨, 당신은 아이를 임신 중이에요. 이렇게 눈보라가 심한데 도망치려 하지 마세요. 알다시피 경원시에서는 셋째 도련님이 할 수 없는 일과 찾을 수 없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는 주변을 가리키며 말했다. “보세요!” 그의 뒤에는 네댓 대의 검은색 제네시스가 깜빡이는 불을 켜고 대기하고 있었다. 앞의 두 대는 이미 문을 열었고 그 안에는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들이 앉아 있었다. 게다가 길 건너편에도 몇 대의 검은색 제네시스가 깜빡이며 서 있었다. 경원시는 넓지만, 동시에 이렇게 많은 제네시스가 같은 장소에 나타나는 것은 많은 행인들의 시선을 끌었다.온다연은 숨이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그녀는 유강후의 통제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천천히 차에 올랐다. 차는 빠르게 달려 그녀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고급 주택단지로 들어갔다. 그곳은 고급스러운 전통적인 독채가 가득한 곳이었고 입구에는 진짜 무장을 한 경비원이 있었다.온다연은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지만, 예전의 집보다 훨씬 더 엄격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 이미 누군가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의 내부 장식은 전통 한옥의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거의 모두 전통 가구로 꾸며져 있었으며 바닥 또한 그곳과 같은 스타일로 선택되었다.온다연은 집의 꾸밈에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단지 전례 없는 처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피곤해서 소파에 앉아 기다리던 중, 천천히 잠이 들었다. 유강후가 들어왔을 때 온다연은 거실 한가운데 소파에 외롭게 잠들어 있었다. 거실은 넓고 소파도 컸지만, 그녀의 몸은 유난히 왜소하고 허약해
유강후는 잠시 멈칫했다. 그녀의 붉은 얼굴과 혼란스러운 눈빛을 보고, 아마 열이 나서 정신이 혼미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지 않으면, 방금 전 그렇게 소란스럽게 싸우던 사람이 이렇게 급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그녀를 안고 조용히 물었다. “어디 아픈 거야?” 온다연은 여전히 꿈속에 있는 듯, 작게 대답했다. “키스를 너무 많이 해서 입술이 다 터졌어요. 그래서 아파요.” 유강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래며 말했다. “나와 함께 있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키스해달라고 해?” 온다연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힘없이 말했다. “아저씨는 저를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어. 저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유강후는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너를 누구로 생각했는데?” 온다연은 대답하지 않고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순간 꿈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발버둥 쳤지만 몸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갔고 이내 자신이 아프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손을 배에 대며 말했다. “의사, 의사를 불러줘요. 저 아파요.” 임신 이후 조심스럽게 살려 했다. 자신이 싫어하는 음식도 강제로 먹고, 옷도 많이 입었지만 결국 감기에 걸려 열이 났다. 주한이 죽은 이후, 여러 해 동안 그녀는 폭력을 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며 다치고 아프면서도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녀는 홀로 이 모든 것을 견뎌냈고, 그로 인해 몸은 이미 매우 지쳐 있었다. 아이를 임신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이 아이가 그녀가 유일하게 엄마가 될 수 있는 기회였기에, 절대 놓칠 수 없었다. 유강후는 그녀를 침대에 눕히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임신한 걸 알면서도 왜 나가려고 해? 의사 부르면 뭐해? 의사 필요 없어.” 온다연은 당황하며 침대에서 일어섰다. “이 아이 아저씨의 아이기도 해요. 이러면 안 돼요!” 유강후가 눈을 가늘게 뜨고 두 손을 그녀의 몸 양옆에 대며 그녀를 침대에 밀어붙였다. “이제 이 아이가 내 아이
이때, 문 앞에서 노크 소리가 나고, 이권이 밖에서 말했다. “셋째 도련님, 소이섭 씨도 여기 부동산을 샀어요. 방금 도련님의 차를 봤고, 지금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유강후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온다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뭘 잘못했는지 잘 생각해 봐. 나에게 사과할 준비가 되면, 앞으로의 날들이 더 나아질 거야.” 말을 마치고 그는 밖으로 나갔다. 거실에는 소이섭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유강후가 여기 집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곳에는 거의 모두 고위층 가족들이 살고 있어서 이곳의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다. 당연히 이런 곳은 경비가 많고, 안전이 매우 좋으며 보안성이 뛰어났다. 하지만 유강후가 여기 집을 가진 것에 대해 그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유강후가 나오자, 소이섭이 웃으며 말했다. “몸이 괜찮아졌어?” 유강후는 이 불알친구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고, 최근 몇 년 동안 그의 행동이 점점 더 이상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와의 관계도 멀어졌다. 그러나 두 집안은 오랜 친구였고, 함께 자란 정이 있기에 유강후는 그에게 기본적인 예의를 지켰다. “거의 회복됐어, 약을 준 것에 대해서도 고마워.” 소이섭은 웃으며 말했다. “그건 나와는 별로 관계없어. 너의 회복은 나은별이 기도한 덕분이야. 네가 얼마나 오랫동안 혼수상태였는지, 나은별은 그만큼 불상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했지. 나은별의 마음을 봐서라도 진짜 잘 대해줘야 해.” 유강후의 표정이 갑자기 변하며 차갑게 말했다. “소이섭, 내 일에 대해 간섭하지 마.” “네가 나은별에 대해 마음이 있다면, 나은별의 혼수에 세 배로 늘려줄게.” 소이섭의 얼굴은 다소 어두웠고, 안경을 밀어 올리며 화가 나서 말했다. “강후야, 이건 너의 잘못이야. 나은별에 대한 감정이 어떻든 간에, 오늘처럼 나은별에게 대하면 안 돼. 너는 나은별이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 고아의 뜻에 따라 야생 고양이를 이끌어 나은별을 다치게 했잖아.” “나은별
그녀는 비틀거리며 유강후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 불편해요, 병원에 데려가 줘요!” 유강후는 그녀를 안아 소파에 눕히고 다시 체온을 측정했다. 38.5도였다. 그는 작은 담요를 가져와 그녀에게 덮어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 의사가 곧 올 거야, 네가 익숙한 하인도 두 명 오고 있으니까 조금만 참아.” 온다연은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불편해요, 정말 불편해요. 아저씨, 제발 저를 병원에 데려가 줘요.” 이때 이권이 유강후에게 재촉했다. “셋째 도련님, 일이 있으면 빨리 가세요. 여기는 제가 맡을게요. 온다연 씨는 그냥 열이 나는 것뿐이니까, 주 의사가 곧 올 거예요.” 온다연은 약하게 말했다. “아저씨, 제발, 병원에 데려가 줘요. 배가...” “온다연 씨!” 이권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나은별 씨가 자살했어요. 나은별 씨는 셋째 도련님에게 은혜를 입었어요. 도련님을 괴롭히지 마세요. 도련님은 그냥 한번 보러 가는 것뿐이에요.” 결국 나은별, 또 나은별! 온다연은 가슴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지금 아프고 힘든데,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애원했지만 그는 함께 가겠다고 하지 않았다. 나은별은 언제나 그녀보다 한발 앞서 있었고 항상 더 중요했다. 심지어 뱃속의 아이보다도 중요했다. 그녀는 힘겹게 바라보았고, 손바닥과 이마에 땀을 흘렸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이 나은별 씨를 보러 가는 게 싫어요. 병원에 데려가 줘요.” 유강후는 그녀의 이마에 난 땀을 닦아주며 말했다. “나은별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 오늘 네가 많은 고양이를 끌어들여서 나은별이 얼굴과 몸에 많은 상처를 입었고 큰 충격을 받아서 병이 도졌어. 그러다 대동맥을 끊었고 이미 세 번이나 응급 치료를 받았어, 다연아.” 온다연은 눈을 감고 몸의 불편함을 참으며 낮게 말했다. “나은별 씨가 저보다 더 중요하죠?” 유강후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 의사가 곧 도착해. 잘 있어, 가서 보고 금방 돌아올게.” 말을
이권은 그녀가 따라오는 모습을 보고 찌푸린 채 말했다. “온다연 씨, 집에 계세요. 나와서 이러지 마세요, 바깥에 눈바람이 심해요.” 온다연은 배를 감싸 쥐며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배가 아파요, 병원에 데려다줘요.” 이전에 몇 번의 도망 사건이 있었던 탓에, 온다연이 도망치고 싶어 하는 습관이 이권의 마음에 깊이 박혀 있었다. 그는 이것도 온다연이 만들어낸 핑계라고 생각했다. “온다연 씨, 들어가세요. 셋째 도련님이 말했어요. 어떤 이유나 핑계로도 당신을 이 방에서 내보내면 안 된다고요.” “게다가, 여기 경비가 철저하니까 이 방을 나가도 도망칠 수 없어요. 그러니 괜히 문제 만들지 마세요.” 더욱 심한 통증이 밀려오자 온다연은 거의 말을 잇지 못했다. “병원... 데려가...” 하지만 이권은 그녀의 말을 핑계로 생각하고, 그녀의 팔을 잡아 다시 방으로 밀어 넣었다. 온다연은 문에 의지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통증 때문에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외쳤다. “이권 씨, 진짜 배가 아파요, 병원에... 데려가 줘요,,,”그때, 갑자기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분이 새 이웃인가요? 무슨 일이죠, 부부 싸움이라도 했나요?” 온다연이 돌아보니, 50대 중반의 중년 여성이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여성 옆에는 두 명의 경비원이 따라오고 있었고, 이들은 분명히 특별한 사람들로 보였다. 온다연은 구세주를 만난 듯, 문틀에서 손을 떼고 여성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두 걸음 뛰자마자 그녀는 땅에 쓰러졌다. 통증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입술이 하얗게 변했다. 여성은 상황이 좋지 않음을 깨닫고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온다연은 그녀의 팔을 꽉 잡고 말했다. “제발... 도와줘요... 저를 가두려고 해요... 저는 임신했어요... 배가 너무 아파요... 제발, 병원에 데려가 줘요!” 여성은 즉시 화가 나서 이권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런 상태인데 왜 병원에 안 데려가요? 범죄를 저지르고 싶나요?” 이권은 급
의사는 말을 마친 뒤 간호사한테 온다연을 휠체어로 병실까지 옮겨달라고 분부했다.응급실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주위가 웅성거렸다.그녀의 휠체어를 미는 두 어린 간호사가 작은 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듣기로는 나씨 집안 아가씨가 자살 시도를 했대. 대동맥을 그어버려서 피가 아주 사방에 다 튀었다지 뭐야.”“맞아. 벌써 네 번째로 응급처치하는 거잖아...”“심각한 우울증이라서 처음 자살 시도 하는 것도 아니래.”“그렇게 행복한데 자살은 왜 한대? 봐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받들어 모시는데!”“저 사람 예비 신랑도 왔대. 그 소문으로만 듣던 유씨 가문 셋째 도련님, 너도 알지, 연예인보다 더 잘생겼잖아.”“어디 보자, 저쪽에 있어?”“어머, 진짜네. 나씨 가문 아가씨를 안고 들어왔어. 쯧, 실물은 처음 봐!”...온다연은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봤다.유강후가 나은별을 안고 수술실에서 나오고 있었다.나은별은 머리를 그의 가슴에 기댄 채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 장면을 본 사람이라면 두 사람이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 누구도 그 둘을 갈라놓을 수 없는 듯했다.온다연은 그 장면에 눈이 극심하게 아려오면서 가슴도 텅 비어버린 것처럼 아팠다.유연서를 제외하고, 그는 나은별에게 감정이 있는 게 분명했다.그녀는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려서 간호사가 휠체어를 밀게 내버려 두었다. 병실에는 현진화가 아직 기다리고 있었다.온다연이 나오는 걸 본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도 애는 무사한 모양이네. 유산했을까 봐 걱정했어.”그녀는 온다연의 손을 끌어당기면서 말했다.“다연아, 무슨 일인지 말해 보렴. 아파트에 있던 그 사람, 애 아빠야?”온다연은 고개를 저었다.유강후가 나은별을 안고 있던 화면을 떠올리자 그녀는 가슴이 아프다 못해 약간 마비된 것 같았다.“애 아빠는 병원에 있어요.”현진화는 크게 화를 냈다.“어디 있어. 내가 가서 찾아봐야겠다. 자기 아내랑 애가 없어졌는데 어떻게 한번을 안 와보니!”
고용인은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모르겠어요. 현관이랑 소파는 제가 처리했습니다. 침대 위는 미처 정리를 못했는데 도련님이 돌아오셔서...”“저희가 왔을 때 집에 사람은 한 명도 없고 문도 열려 있고 현관에 핏자국이 있어서요. 도련님, 저흰 정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요......”유강후는 가슴이 심하게 아파와서 그녀를 놓고 성큼성큼 안방으로 걸어갔다.새하얀 시트 위, 온다연이 앉았던 자리에 정말로 핏자국이 있었다.많지 않았지만 눈에 띌 정도였고 핏자국은 이미 말랐다.유강후의 눈이 점점 더 붉어졌다.그 작은 하나하나의 핏자국이 날카로운 칼처럼 그의 심장을 후벼팠다.그는 그가 나갈 때 그녀가 애원하던 모습이 떠올랐다.그때 온다연은 이미 아파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 채 자기를 데리고 병원에 가달라고 간청했다. 근데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그는 심장이 너무 심하게 아팠다. 아파서 허리를 제대로 펼 수도 없었다.이 일이 있기 전에는 그는 자신과 온다연 사이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고 본인이 모든 걸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근데 지금은 아니었다. 그 둘 사이의 균열은 커질 대로 커져서 손도 못 댈 상황이었다.게다가 온다연을 데리고 간 사람은 연락도 안 됐다.불안한 마음은 점점 더 커졌다. 그는 고통스럽게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말라버린 핏자국을 쓸어내렸다.“다연아...”잠들 수 없는 밤이었다.눈보라가 경원시를 휘몰아쳤고 검은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었다.거의 모든 병원에서 긴급점검이 이루어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산부인과가 가장 심하게 검사를 받았다.병원뿐만이 아니라 크고 작은 호텔에서도 긴급점검이 이루어졌다.한 번 검사한 걸로도 모자라서 아침부터는 두 번째 점검이 시작됐다.하루 만에 경원시 모든 병원과 호텔 사람들이 불안에 휩싸였지만 누구를 찾는 건지는 아무도 몰랐다.하지만 아마 찾으려는 것을 찾지 못한 것인지 점검은 쭉 계속됐다.자연스럽게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누군가는 큰 사건이 발생해서 엄청 중요한 자료를 찾는 거라
온다연은 손이 떨려서 필을 바닥에 떨어뜨렸다.현진화는 미간을 찡그리고 말했다.“적어도 보름은 걸려야 찾아낼 줄 알았는데 이 자식이 이 정도로 실력이 있을 줄 몰랐다. 고작 5, 6일밖에 안됐는데 상황을 뒤집고 무슨 수단을 쓴 건지 우리 집까지 알아내서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어.”온다연의 얼굴이 창백해지자 현진화는 그녀의 손을 끌어당겼다.“그렇지만 무서워하지는 마. 그가 너를 여기서 데려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말하면서 그녀는 고개를 숙여 온다연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몇 마디 했다.그리고 온다연을 데리고 객실로 갔다.그때 별장으로부터 몇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부터 두 줄의 제네시스 차량이 빠른 속도로 오고 있었다.몇 분 지나지 않아 차들은 별장 앞에 멈춰 섰다.몇백 명의 건장한 경호원들이 줄줄이 차에서 내려서 별장의 절반쯤을 포위해 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자 헬리콥터의 요란한 소리가 가까워졌다.어두컴컴한 하늘 아래 헬리콥터 날개는 세차게 돌아갔다. 강력한 바람에는 눈이 섞여 있었고 땅에 있는 마른 나뭇잎까지 끌어올려 별장 외벽에 부딪히는 게 분노에 서린 것 같기도 했다. 안 그래도 안 좋은 날씨가 더 안 좋은 것처럼 보였다.유강후는 헬리콥터에서 빠르게 내려왔다.그는 잔뜩 화가 나 있었는데 검은 코트는 바람에 휘날려서 옷자락이 부딪히는 게 사람 자체가 차가워 보였다.유강후가 신속하게 현관으로 걸어갔지만, 경비가 그를 막아 나섰다.“여기는 개인 별장입니다. 어서 떠나주세요!”말하면서 경비는 손에 있는 총을 꽉 움켜쥐었다. 명백한 경고의 말투였다.유강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십이월의 제일 찬 서리보다도 차가웠다.그가 손을 들어 지시하자 여러 명의 보디가드들이 앞으로 나섰다.두 경비도 일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상대방이 수적 우세가 있으니 무시할 수는 없었다.몇 번의 실랑이 끝에 그 두 사람은 제압당했고 총도 빼앗겼다. 유강후는 현관으로 들어갔다.현관에는 현진화가 집사를 데리고 차가운 얼굴로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