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71화

드넓은 서재에서. 미래그룹의 대표, 인정머리 없이 잔인하기도 유명한 그 남자가 경건한 자태로 바닥에 꿇어앉아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 의자에 기댄 채 잠든 사람을 쓰다듬고 있었다. 집중하는 표정만 보면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을 쓰다듬는 줄 알 것이다.

그는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상대를 바라봤다. 꼼꼼히 바라보는 것이 머리카락 한 올도 놓치지 않을 기세였다.

곁에 있는 사람이 충격받을 수밖에 없는 집착이다. 더군다나 의자에서 잠든 사람은 다름 아닌 유씨 집안 모두가 싫어하는 고아였다.

유자성은 마음이 무거웠다. 지금 당장이라도 다가가서 따져 묻고 싶었다. 이때 장화연이 다가와서 공손하게 말했다.

“큰 도련님도 셋째 도련님의 성질을 잘 아시잖습니까. 일할 때는 방해받는 걸 싫어하십니다. 밖에서 기다려주십시오.”

유자성은 유강후를 빤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강후 병이 또 도졌어요?”

“네. 사모님이 가정의를 보내주셨으니 내일쯤 도착하실 겁니다.”

“혹시 연서 물건을 온다연한테 주던가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연서 아가씨 물건은 셋째 도련님께서 직접 관리하십니다.”

유자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강후는 고아를 연서로 생각하고 있어요. 연서가 죽었을 때...”

그는 말을 마저 하지 못했다. 유강후가 온다연을 안고 나왔기 때문이다. 유자성을 보고도 유강후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그는 그저 팔뚝에 힘을 주며 침실로 걸어갔다.

유자성은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의 머릿속에는 유강후가 온다연을 유연서로 착각했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래서 두 사람이 유강후의 침실로 들어간 것도 망각했다.

그는 밖에서 한참이나 기다렸다. 유강후는 잠시 후 느긋한 발걸음으로 걸어 나왔다. 두 사람 모두 나쁜 일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안색이 어두웠다. 싸늘한 분위기 속에서 유자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하령이 말을 심하게 하는 건 나도 알아. 아무리 그대로 친조카잖아. 어릴 때부터 봐온 애한테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

유하령이 언급되자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