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는 다시 작은 상자를 들어 아기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 작은 녀석도 마찬가지네. 왜 이렇게 둘 다 까다로운 거야?”“자기 몸도 작은 주제에 맨날 조그맣고 불쌍한 애들만 키워... 보기만 해도 신경 쓰이잖아!”말을 마치고 염지훈은 상자를 조수석에 내려놓았다.얼마 후 정신을 차린 온다연은 자신이 병원 휴게실 같은 방에 누워 있는 걸 발견했다. 몸 위에는 염지훈의 검은색 외투가 덮여 있었다.고개를 들어 보니 염지훈이 창가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이렇게 추운 날씨에 그는 검은색 스웨터 하나만 입고 있었다.창문이 반쯤 열려있어 바람이 들어오면서 염지훈의 앞머리가 흩날렸다. 그 덕분에 이마가 더욱 넓어 보였고 이목구비는 더욱 진해 보였다.그의 체격은 유강후와 비슷하게 큰 정도였다. 비록 유강후처럼 강한 위압감은 없었지만 풍기는 기운이 상당했다.몸이 곧고 탄탄해 보였으며 나이에 맞지 않는 무게감과 안정감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온다연의 시선을 느낀 염지훈이 뒤를 돌아보았다.그녀가 깨어난 것을 보자 염지훈은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끄고 온다연에게 다가왔다.“깼어?”그러자 온다연은 가볍게 ‘네' 하고 대답하며 그의 외투를 돌려주었다.“제 고양이는요?”하지만 염지훈은 혀를 끌끌 차며 거친 손으로 온다연의 이마에 손을 댈 뿐이었다.“너도 그 고양이랑 똑같다니까. 아까 열이 나더라. 해열 주사 맞았는데 넌 그것도 몰랐지?”온다연은 구월이를 보러 가야 한다며 그의 손목을 잡았다.“내 고양이!”목소리는 다급했고 창백한 얼굴 덕에 커다란 눈이 더욱 또렷해 보였다. 그렇게 온다연이 염지훈을 바라볼 때, 그는 잠시 정신을 놓을 뻔했다.염지훈은 그녀의 머리를 한 손으로 헝클이며 웃었다.“그렇게 급해? 네 몸은 생각 안 하고 고양이만 챙기는 거야?”온다연은 더 급하게 말했다.“우리 고양이, 우리 고양이 어디 있어요?”염지훈은 그녀가 너무 초조해하는 걸 보고 살짝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살릴
눈빛에 잠시 혼란스러움이 스쳐 지나갔으나 온다연은 곧 다시 정신을 차리며 염지훈을 바라보았다.“잘 모르겠어요.”그러고는 다시 그의 손목을 잡으며 물었다.“제 고양이는요?”염지훈은 그녀의 머리를 살짝 누르며 다소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나한테 말해봐 봐. 너랑 유강후 씨 대체 무슨 관계야? 왜 그 사람이 너한테 그렇게 신경을 쓰는 거지?”온다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약간 멍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 사람은 제 아저씨예요.”그러자 염지훈이 그녀를 바라보며 약간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두 사람 혈연관계인 것도 아니잖아. 근데 너를 이렇게 간섭하는 건 좀 지나치지 않나?”이 말에 온다연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요?”염지훈은 얇은 입술을 단단히 다물고 눈에 차가운 빛을 띠며 그녀의 턱을 잡았다. 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거짓말하는 사람 싫어해. 내 앞에서 거짓말하지 마.”온다연은 조용히 대답했다.“제가 무슨 거짓말을 했는데요? 지훈 씨가 나랑 무슨 사이라고 내가 지훈 씨한테 거짓말을 하겠어요?”잠시 침묵한 뒤, 그녀는 말을 이었다.“지훈 씨도 말했잖아요. 나랑 그 사람은 혈연관계가 없다고. 아니, 우리 두 사람이 무슨 사이라고 한들 그게 또 뭐 어때서요? 그저 평범한 남녀 사이일 뿐인데.”염지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두 사람이 어떤 관계든 상관없지만 하나 충고해줄게. 유강후 씨한테 정말 그런 마음이 있는 거면 빨리 접어. 그런 집안은 언제나 이익이 최우선이니까.”그러고는 거친 손가락으로 온다연의 부드러운 뺨을 살짝 쓰다듬었다.“그 집안은 오로지 결혼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할 뿐이야. 유강후 씨는 유씨 가문의 가장 큰 자산이니까. 나은별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가문의 여자와 결혼해서 이익을 얻으려고 할 거야.”이어 그는 말했다.“그리고 너도 알겠지만 나씨 가문은 유강후를 묶어두고 싶어 해. 나은별 뒤에 있는 건 나씨 가문 전체야. 나씨 가문은 예전만큼은
그 남자는 혀를 차며 염지훈의 어깨를 한 번 툭 쳤다.“이제 키 크고 허리 잘록한 애들은 안 좋아하는 거야? 이렇게 작은 애들이 좋아지기라도 한 거냐?”그러자 염지훈은 그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헛소리 그만해!”남자는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이제 와서 순진한 척하기엔 좀 늦은 거 아니냐?”곧 염지훈은 그를 밀어내고 온다연의 손을 잡아 밖으로 이끌었다.“가자. 이 사람 있으니까 고양이는 괜찮을 거야. 밖에 나가서 뭐 좀 먹자.”키가 크고 다리도 길어서인지 그는 걸음이 빨랐다. 그래서 온다연은 종종걸음으로 염지훈의 뒤를 간신히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 옆에 도착했고 염지훈은 온다연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차 문을 열어 그녀를 조수석에 태웠다.“밥 먹으러 가자!”시간은 이미 새벽이었고 평진이 크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식당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결국 그들은 24시간 영업하는 상가에서 겨우 한 군데를 찾았다.염지훈은 음식을 잔뜩 시켰다.하지만 온다연은 구월이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 식욕이 없었는지 두어 입만 먹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기분이 상한 염지훈은 담배를 한 대 피우며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내 체면이 이것밖에 안 돼? 어제 내 생일에 네 고양이 치료해 주러 평진까지 달려왔는데 밥 한 끼 먹자고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온다연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어제 지훈 씨 생일이었어요?”염지훈은 씩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어떻게 생각해? 내가 영원시에 있던 사람들 다 놔두고 평진까지 와서 네 고양이 치료해 줬는데... 너는 나랑 제대로 밥도 안 먹어주잖아. 좀 심하지 않냐?”그러자 온다연은 입술을 깨물고 조용히 일어섰다.“잠깐만 기다려요.”그녀는 상가 입구에 케이크 가게가 있던 걸 기억해냈다. 다만 이 시간에 케이크가 남아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다행히 가게는 아직 열려 있었고 물어보니 다른 사람이 주문 취소한 케이크가 하나 있다는 것이다.문제는 핑크색에 작은 공주 인형이 올라가 있는 케이크였다.지금
유강후는 장화연의 핸드폰을 낚아챘다.화면에는 새벽 12시에 서민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 알림이 떠 있었다.한 젊은 여성이 애완동물을 안고 길을 건너다 버스와 충돌해 중상을 입었으며 현재 시내 병원에서 응급 치료 중이라는 내용이었다.그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유강후의 가슴이 요동쳤다.사진 속 여성은 그가 직접 고른 흰색 캐시미어 코트를 입고 있었고 그 옷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이내 머릿속이 하얗게 텅 빈 유강후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그를 따라가던 장화연은 유강후의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몇 시간 동안 그는 영원시에 있는 모든 애완동물 가게를 뒤졌지만 온다연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경찰력을 동원해 영원시의 호텔까지 뒤졌지만 그 어디에서도 그녀를 찾을 수 없었다. 이쯤 되자 유강후는 점점 초조해지고 분노가 치밀었다.이 낯선 도시에 온다연이 어디에 있을지 알 수 없었고 무엇보다 그녀가 그 고양이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잘 알고 있었다.온다연이 지금 어디에서 고통받고 있을지 생각만 해도 유강후의 마음은 찢어질 것 같았다.그러나 그가 듣게 된 소식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시내 응급센터는 그리 멀지 않았지만 그는 몇 개의 빨간 신호등을 무시하고 질주했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유강후에게 전해진 소식은 충격적이었다.사고를 당한 젊은 여성이 이미 사망했으며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어 시신은 이미 영안실로 옮겨졌다는 것이었다.이 부분이 온다연의 상황과 딱 들어맞았다.온다연의 신분증은 유강후의 금고에 보관되어 있었고 그녀에게는 핸드폰 하나밖에 없었다.얼굴이 점점 창백해지고 유강후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영안실은 병원 가장 뒤쪽, 한적한 곳에 있었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 시신은 이미 냉동 보관함에 들어가 있었다.병원장도 통보를 받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급히 달려왔다.유강후는 냉동 보관함 앞에서 한 치의 감정도 없는 차가운 얼굴로 서 있었다.그의 권력을 이미 경험한 병원 사람들은 모
그러자 유강후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앞으로 다가갔다.냉동 보관함 안에는 낯선 여자의 얼굴이 있었다. 이미 죽음에 이르러 몸은 싸늘했지만 그녀의 이목구비는 온다연과 전혀 닮지 않았다.그제야 유강후의 온몸은 힘이 빠지며 얼어붙었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심장에서 피가 사지로 퍼지는 소리조차 들리는 것 같았다.처음 이 사고 소식을 접했을 때, 그는 온다연이라고 거의 확신했었다. 그녀가 입고 있던 옷 때문이었다.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유강후의 모든 감각과 감정이 마비된 상태였지만 이 여자가 온다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자 모든 것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몸에 다시 온기가 돌아오는 동시에, 유강후의 마음속에는 깊은 분노가 서서히 피어올랐다.‘온다연, 너 정말 대단한 배짱이구나?!’그는 이를 갈며 생각했다.‘감히 이렇게 자꾸 도망치고 전화도 받지 않고 심지어 핸드폰은 꺼놓고... 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유강후는 차갑게 명령했다.“계속 찾아!”그 시각 평진.온다연은 쇼핑몰에서 돌아온 후, 동물 병원을 떠나지 않고 구월이 곁을 지켰다.하지만 너무 피곤해서였는지 아니면 구월이가 살 수 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그녀는 휴게실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깊이 잠들었다.눈을 떴을 때는 이미 정오가 다 되어 있었고 온다연은 작은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몸 위에는 여전히 남성의 외투가 덮여 있었다.창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염지훈은 몸을 돌려 온다연을 바라보았다.“깼어?”너무 깊이 잔 탓에 머리가 어지러워 온다연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물었다.“제 고양이는요? 좀 나아졌나요?”염지훈은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를 바라보며 웃음을 참지 못하고 혀를 찼다.“죽진 않을 거야. 근데 문제야 생겼어. 이거 어떡하면 좋지?”온다연은 염지훈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그를 쳐다보았다.그러자 염지훈은 그녀의 머리를 헝클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유강후 씨가 펫샵 CCTV에서 네가 내 차에 타는 걸 본 것 같아. 내 차 번호를 조회해서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온다연은 본능적으로 몸을 떨기 시작했다.유강후에 대한 공포는 마치 그녀의 유전자에 새겨진 것처럼 결코 떨쳐낼 수 없는 것이었다.더 이상 그를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두려웠다.온다연은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물며 유강후를 돌아보지 않았다.아니, 애초에 돌아보고 싶지가 않았다.다음 순간, 염지훈이 그녀의 이마에 손을 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 진짜 하루종일 문제만 일으키네. 잠시만 조용히 있어. 내가 처리할게!”친밀해 보이는 듯한 두 사람의 행동을 보자 이미 붉어진 유강후의 눈은 분노로 가득 찼다.그는 온다연을 차갑게 응시했다. 그 눈빛은 마치 얼음 칼처럼 그녀의 살과 뼈를 벗겨내려는 듯했다.뒤이어 유강후가 입을 열기 전에, 그 뒤에 있던 염지호가 빠르게 앞으로 나서서 염지훈을 붙잡으며 말했다.“너 이 녀석 뭐 하려는 거야? 당장 나랑 돌아가. 하루 종일 문제만 일으키고 있어.”하지만 염지훈은 형의 손을 뿌리치고 도발적인 시선으로 유강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랑 다연 씨는 서로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뭘 하든 우리 자유예요. 왜요? 유 대표님은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드십니까?”유강후의 눈빛이 더욱 어두워져 갔다. 그는 염지훈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한 걸음씩 온다연에게 다가갔다.그의 강렬한 위압감에 온다연은 몸을 본능적으로 뒤로 피하려 했지만 그 작은 공간에서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었다.곧 유강후의 냉혹한 기운이 온다연을 감싸기 시작했다.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는 온다연을 바라보며 무섭게 말했다.“온다연, 하루 종일 찾았잖아.”온다연은 그 말에 몸을 떨었지만 고개를 들지 않고 침대 시트를 손에 꼭 쥔 채 바라보지 못했다.그녀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어두운 눈빛의 유강후는 온다연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살짝 만졌다.그의 손은 천천히 머리카락을 타고 내려갔고 움직임은 부드러웠지만 목소리는 차갑고 위협적이었다.“난 네가 교통사고 당한 줄 알고 시신 찾으러 영안실까지 갔었어.”그의
옆에 있던 염지호는 깜짝 놀라 서둘러 염지훈을 떼어내며 웃음을 띄웠다.“유 대표님, 제 동생이 철이 없습니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온다연 씨의 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널 뻔하여 제 동생이 고양이를 치료하러 데리고 온 것뿐입니다.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게다가 어젯밤에도 두 사람은 여기에만 있었지 다른 곳에는 가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셨잖아요.”그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제 체면을 봐서라도 저 아이 같은 행동은 용서해 주십시오.”말을 마친 염지호는 염지훈을 잡아끌었다.그러나 염지훈은 움직이려 하지 않았고 염지호는 그를 끌어내지 못하자 문밖에 있는 경호원들을 향해 소리쳤다.“다들 죽었냐? 들어와서 이 녀석 좀 끌고 나가!”그러자 염지훈은 형의 손을 뿌리치며 온다연을 바라보더니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형, 이번 일은 나 스스로도 나를 감당할 수 없으니 더 이상 관여하지 마.”“헛소리하지 마!”염지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네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라. 염씨 가문을 망치고 싶지 않다면 어서 나랑 같이 가!”그러고는 경호원들에게 눈짓을 했다. 그중 한 명이 염지훈의 뒤로 다가가 그에게 강하게 목을 내리쳤다.결국 염지훈은 반응할 새도 없이 쓰러졌고 염지호는 그를 부축하며 유강후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유 대표님, 이번 일은 제 동생이 잘못한 것이니 나중에 제가 직접 찾아가 정식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그렇게 염지호는 경호원 두 명에게 염지훈을 부축하라고 지시하며 병원을 빠져나갔다.온다연은 염지훈이 쓰러진 것을 보고 급하게 유강후를 밀치며 나가려 했다.그러나 두 발짝도 채 뛰지 못해 유강후에게 붙잡혀 다시 끌려왔다.유강후는 그녀를 단단히 안으며 차갑게 말했다.“내가 여기 있는데 어디로 가려는 거야?”그러자 온다연은 유강후의 손목을 붙잡고 세게 물었다.온몸이 떨릴 만큼 강한 힘이었고 곧 피 맛이 느껴졌다. 온다연은 그제야 정신이 들어 천천히 입을 풀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을 돌려세우고 거친 손
온다연이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버티고 있는 모습은 유강후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억눌러온 폭력적인 욕망을 자극했다.그녀의 고집스러움은 그의 인내심을 한껏 시험하고 있었다.당장이라도 온다연의 가녀린 목을 한 번에 부러뜨리고 그 곧게 뻗은 척추를 산산이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껴졌으니 말이다.눈빛이 더욱 어두워진 채 유강후는 손에 힘을 더 주며 하나하나 강조하듯 말했다.“온다연,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온다연은 눈을 내리깐 채 가볍게 말했다.“만약 내가 그 사람과 함께 잤다면 유 대표님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내 가죽을 벗기실 건가요, 아니면 구월이처럼 뼈를 부수고 내장이 터지도록 짓밟으실 건가요?”그러자 잠시 손을 멈칫하더니 유강후는 다시 더 강한 힘으로 온다연의 턱을 움켜쥐며 이를 갈았다.“대답해!”온다연은 턱이 부러질 듯한 고통 속에서도 그에게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고통은 점점 견디기 어려워져서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유강후를 떼어내려고 했다.그러나 그의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온다연의 반항은 유강후의 폭력성을 더욱 자극할 뿐이었다.고통에 눈물이 맺힌 온다연은 끝까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고집스러운 온다연을 보며 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갑게 말했다.“네가 이런다고 해서 내가 널 어떻게 못 할 거라고 생각하나?”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온다연을 그를 올려다보았다.그 모습은 마치 연약하면서도 끝까지 저항하는 듯한, 애처롭고도 고집스러운 눈빛이었다.유강후는 한밤중에 그녀를 찾아 헤맸던 시간들이 떠올랐다.온다연이 사고를 당했을까 봐, 영안실에서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봐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모든 걸 포기할 각오까지 했다.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어주고, 그 후에 유강후는 온다연의 곁에서 죽기로 결심했었다.그러나 온다연은 이곳에서 염지훈과 함께 있었다. 그 생각에 유강후의 눈은 다시 붉어지기 시작했고 목소리도 얼음처럼 차가워졌다.“온다연, 나는 너에게 아무 짓도 안 할 거야.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