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란은 이강현의 대답에 매우 만족하여 그의 팔을 살짝 잡았다. 이강현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 고운란은 웃는 얼굴을 보였다.이강현은 즐겁게 웃으며 고개를 내밀어 고운란에게 뽀뽀를 하려고 했지만 고운란은 고개를 들어 비켜났다.이강현과 고운란이 대중 앞에서 애정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서 진효영, 고청아, 임시현의 마음속에는 모두 파도가 일었다.“고운란 이 염치없는 천한 년아. 빨리 와서 시현 도련님을 시중들지 않느냐!”고청아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임시현은 콧바람을 내쉬며 차가운 눈빛으로 이강현을 쳐다보았다.“네가 바로 그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폐인 이강현이야? 어서 기어 와서 개 짖는 소리를 내면 적어도 너를 집 지키는 개로 남겨둘 수 있어. 네가 순순히 말을 듣지 않는다면 허허.”이강현은 임시현을 힐끗 보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너는 정말 무식한 사람이구나. 멋있는 척하면 정말 멋있는 줄 아나 봐. 참으로 멍청하구나.”“네가 감히 나보고 멍청하다고 말하다니. 덤벼, 이 쓰레기를 잡아서 호되게 때려!”임시현은 음흉하기 그지없이 말했다.임시현의 뒤를 따르는 부하들은 얼굴에 모두 흥분된 웃음을 지으며 하나같이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진광철은 이를 악물고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가 임시현의 부하들을 막았다.“이 선생님께 손을 대려면 먼저 내 시체를 밝고 지나가.”진광철은 말하면서 기세를 올렸다.“이렇게 멍청한 부탁을 정말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구나. 우리한테 너의 시체를 밟고 가라고 요구하다니. 그럼 우리는 정말 사양하지 않을 것이야.”“네가 죽기를 빌면 내가 너를 도와 이루어 주지. 오늘 절대 너를 서천으로 보내고 너의 시체를 진흙으로 밟아 주지.”“그래, 와봐!”진광철은 소리를 지르고 달려들었다. 그는 필사적인 자세를 취하여 앞에 있는 두 사람을 세게 때렸다.진광철의 정면에 서 있던 두 사람은 갑자기 머리를 얻어맞아 쓰러졌지만 주변 사람들은 곧 반응하여 진광철을 향해 달려들었다.두 주먹으로 네 손을 당하기 어려워 진광철은 곧
진광철은 철저히 목숨을 걸었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표현의 기회이며 자신의 표현으로 이강현을 감동시킬 수 있다면 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강현의 법안에 들어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강현의 외곽 형제가 되는 것은 결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이미 눅신 얻어맞아 이마에서 끊임없이 피를 흘리고 있는 진광철은 온몸의 힘을 다해 자신이 똑바로 설 수 있도록 하였다. 이때 싸우면 틀림없이 이길 수 없을 것이고 덤빌 수 있는 것은 기세일 뿐이다.적지 않은 구경꾼들은 진광철의 기세에 뒤흔들리고 진광철이 이렇게 맞았는데 무엇 때문에 계속 길을 막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설마 진광철은 정말 필사적으로 이강현을 보호하려는 건가?그럼 이강현은 도대체 무슨 능력이 있어 진광철을 이렇게 하게 할 수 있는 걸까?“광철이 이게 무슨 소란을 피우는 거야. 진짜 앞잡이라고 해도 남에게 이렇게 얻어맞았으면 주인이 나섰을 텐데. 이강현이 어떻게 아직도 끄떡도 하지 않고 있는 거야. 광철이가 죽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으려는 건 아니겠지.”“오늘 정말 인생관을 뒤집었네. 진광철의 머리에 물이 찬 거 아니야. 이강현은 보기에 쓰레기처럼 보이는데.”“임시현이 한참 동안 위세를 떨었는데 이강현은 방귀도 뀌지 못하고 있잖아. 정말 진광철을 대신해서 억울하다고 생각하네.”“이강현의 곁을 봐봐. 왼쪽에 미인 한 명, 뒤쪽에 미인 한 명, 그리고 앞에는 진광철이 그를 위해 목숨을 걸고 있고 이강현은 도대체 능력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나는 이따가 임시현이 그를 개로 여기고 두 명의 미인을 빼앗아 돌아가서 즐길 것이라고 생각해.”부잣집 도련님들은 한편으로는 진광철을 위해 가치가 없다고 느끼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강현이 너무 쓸모없다고 생각했다. 이때 정말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선뜻 나서서 사방을 휩쓸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강현의 모습을 보면 전혀 손을 쓸 의사가 없었고 게다가 딱딱한 말도 감히 하지 못했다.임시현은 진광철을 힐끗 보고 차갑게 웃
빨대가 날아가는 순간 고백승은 눈꺼풀이 뛰면서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플라스틱 빨대가 똑바로 날아가는 것은 이미 쉽지 않으며 속도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를 수 있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푸-빨대는 진광철을 막 밟으려던 건장한 남자의 무릎에 박혔다. 부드러운 빨대가 지금은 철근처럼 무릎뼈를 직접 뚫었다.“아!”건장한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젖혀 넘어지고 두 손으로 아픈 무릎을 감싸며 바닥에서 뒹굴었다.“내 무릎!”임시현 등은 아직 어떻게 된 일인지 알지 못하고 남자의 함성을 듣고서야 그의 무릎에 빨대가 꽂혀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많은 사람들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동그래져서 빨대가 어떻게 무릎을 뚫었는지 알 수 없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빨대를 누가 날렸는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이다.진광철은 한숨을 내쉬며 이것이 이강현이 손을 써서 자신을 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한숨 돌리자 진광철은 순식간에 온몸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조금 전 팽팽한 정신에 짓눌린 아픔이 사나운 조수처럼 진광철의 머릿속에서 휘몰아쳤다.신경이 심한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진광철은 온몸에 경련이 두 번 일어나자 곧바로 아파서 의식을 잃었다.임시현은 약간 당황하였지만 바로 마음을 가다듬고 이강현 등을 훑어보았다.이강현, 고운란, 진효영은 모두 임시현에게 단호하게 배제되었고 최종적으로 임시현의 눈빛은 고백승에게 머물렀다.“늙은이, 네가 손을 쓴 것이야? 나의 좋은 일을 망치다니 얻어맞고 싶은 거지!”임시현은 음흉한 눈빛으로 고백승을 쳐다보며 말했다.고백승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임시현의 부하들은 모두 화가 나서 분분히 매서운 눈빛으로 고백승을 바라보았다.방금 일은 절대 체면을 구기는 일이었고 게다가 한 사람의 체면이 아니라 팀 전체의 체면을 구기는 일이었다. 그래서 임시현의 부하들은 모두 고백승을 죽이고 싶어 했다.“늙은이, 감히 해 놓고 인정을 하지 못하는 거야. 빨대로 했다고 네가 대단한 줄 아나 봐. 능력이 있으면 나랑 한번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진효영은 이미 판단을 내렸다. 이익을 위해서든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든 진효영은 이강현을 베팅하는 것이 황후를 베팅하는 것보다 더 신뢰할 수 있다고 느꼈다.이강현은 등의 매혹적인 촉감을 느끼고 미간을 살짝 흔들며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무서우면 제 아내와 함께 앉아있으세요.”고운란은 손을 내밀어 진효영의 손에 올려놓고 부드럽게 말했다.“무서워하지 마세요. 긴장하면 제 손을 잡으세요.”“아니요. 그분은, 그분은 더 저를 안전하다고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진효영은 불쌍한 말투로 말했다.이강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저를 당기지 않아도 안전할 것입니다. 당신이 계속 저를 당기면 오히려 안전하지 않을 것입니다.”“왜, 왜요.”“왜냐하면 저는 아내를 무서워하기 때문입니다. 제 아내가 기분 나빠하는 일은 저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당신이 지금 이렇게 하면 제 아내를 기분 나쁘게 할 것입니다.”이강현이 진지하게 말했다.고운란은 이강현을 흘겨보고 참지 못하고 입을 가리고 웃기 시작했다.진효영은 마음속으로 꽤 서운해했다. 이전에 남자들은 자신을 보면 모두 혼이 빠진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자신이 주동적으로 품에 안겼는데 이강현은 뜻밖에도 전혀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비록 고운란은 충분히 예쁘지만 자신도 나쁘지 않은데. 남자들은 모두 바람둥이라 하지 않았나!’‘분명 고운란이 그 자리에 있어서 이강현이 내색할 수 없었던 것일 거야. 고운란이 그 자리에 없을 때 이강현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한번 보자!’진효영은 조금 달갑지 않은 듯 이강현의 어깨를 잡은 손을 놓고 두 손으로 고운란의 팔을 감싸 안고 여린 척 고운란의 등에 엎드렸다.“언니, 남편분이 정말 사납네요.”“그가 사납다고요? 이강현은 조금도 사납지 않아요. 맞다, 당신의 이름은 뭐예요? 저는 고운란이라고 합니다.”고운란은 웃으며 말했다.“저는 진효영이라고 합니다.”“효영 동생, 긴장하지 마요. 이강현이 있으니 틀림없이 괜찮을 것이에
겁에 질린 고청아는 임시현의 품에 안겨 물었다.“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예요? 우리 어떻게 해야 하죠?”“허허, 뭐가 긴장돼, 저 자식 그냥 운동 좀 한 것뿐이야, 우리 쪽에도 고수 있어.”임시현의 말이 떨어지자 하얀 옷을 입은 중년이 임시현 뒤에 나타났다.중년은 뾰족한 눈썹에 밝고 예리한 두 눈, 관자놀이는 부풀어 올라 원기 왕성해 보였다.“우관 아저씨.”임시현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우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임시현의 앞에 서서 맞은편 고백승을 훑어보았다.고백승은 걸음을 멈추고 우관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다소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이강현은 고개를 돌려 진효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쪽 집사 실력이 만만치 않은데요, 근데 난 왜 진씨 가문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죠?”“우리 집 여기에 있는 거 아니니까요, 그리고 고백승 아저씨 실력은 우리 집에서 그냥 보통 수준이에요, 아저씨보다 실력 높은 사람 많아요, 결혼을 피하려고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아마 당신도 우리 진씨 가문을 몰랐을 거예요.”입을 벌리면 거짓말이 대다수인 진효영이라 이강현은 진효영의 말을 깊이 캐묻지 않고 웃기만 하였다. 오히려 고운란이 진효영의 말에 흥미를 느끼고, 진효영을 끌어당겨 물었다.“그 결혼, 왜 도망간 거예요?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은 가요?”“네, 언니랑 이강현 씨 자유연애죠, 너무 달콤해서 보고 있으면 그냥 부러워요, 근데 나보고 정략결혼이라니 말도 안되죠, 그래서 자유를 위해 탈출했어요, 저도 그냥 서로를 알고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찾았으면 좋겠어요.”진효영은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눈에는 자유연애에 대한 동경이 가득했다. 고운란은 자기도 모르게 진효영이 불쌍하게 느껴졌고, 심지어 그 때 자신의 고집스러웠던 모습도 머리에 떠올랐다.“그래, 반항하는 게 맞아, 너도 널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 만나게 될 거야.”“네, 언니, 저도 한 번 찾아보려고요.”진효영은 입을 열고 고운란과 함께 모여 속삭거렸다. 곧 두 사람은 사이
부잣집 도련님들도 보고 들은 것이 있어 방금 고백승의 움직임에서 이미 탑 급 가문의 고수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보통 이런 실력의 고수들은 일반 가문에 쉽게 몸을 던지지 않는다.부잣집 도련님들이 조마조마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이강현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졌다.비록 투명인간과 같이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지만 고백승과 같은 하인이 섬길 수 있는 진효영은 이강현의 뒤에 숨어 있었다.사람들은 모두 의아해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 답을 모르고 있었다. 우관이 발을 구르는 것을 보고 고백승은 냉담하게 흥얼거렸다.“흥! 이렇게 하면 사람을 놀라게 할 줄 알았어요? 칠상권술의 위력 어디 한 번 보죠!”“허, 내가 누구인지 알아? 노인네 나이 그냥 먹은 게 아니네!”“이놈!”화가 난 고백승은 두 주먹을 휘둘러 우관을 때렸다.우관도 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 고백승과 싸웠다.두 사람 모두 속도가 매우 빨라서, 금세 일흑백 두 줄기 빛이 되었다. 두 줄기 빛의 부딪침에 따라 탁탁 주먹과 발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우관과 고백승의 주먹질과 발놀림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싸움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이강현뿐이다.두 사람의 겨룸이 30번을 넘기자 이강현은 고개를 천천히 흔들었다. 그는 이미 고백승이 우관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고백승의 이마에 땀이 나고 강도 높은 소모로 체력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반면, 우관은 한창 때인데도 오히려 여력을 남기는 여유로움을 보였다.고백승의 허점을 잡자, 우관은 갑자기 고백승의 아랫배를 발로 걷어찼다.고백승이 반응했을 때는 이미 늦었고, 반 걸음 물러나자마자 우관의 발에 단단히 맞았다. “푸!”거꾸로 날아간 고백승은 허공에서 핏물을 뿜어내고, 선명한 핏방울은 허공에 흩어지며 기괴한 아름다움을 뽐냈다.펑!땅에 떨어진 고백승은 뒤통수를 세게 부딪히며 의식을 잃었다.진효영의 마음은 덜컥하였다. 혼수상태에 빠진 고백승을 보며 약간 혼란스러워졌다.그녀를 감시하러 온 고백승이 죽으면 진효영에게는 좋은 일일지
고운란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고청아가 이렇게 악질일 줄은 몰랐다.이강현은 고운란의 손등을 토닥거렸다.“화내지 마, 그럴 필요 없어.”“응, 화내지 않을게, 그냥 왜 이러는가 싶어서, 우리 가족이잖아.”“가족이라고 해도 다를 바가 없어. 욕망, 질투 이런 게 많으면 악이 생기는 법이야.”이강현은 그렇게 말하고 일어서서 두 손을 뒤로 잡고 우관을 향해 걸어갔다.“날 잡으려고요?”“허허, 그래, 아니면 네가 그냥 잡힐래? 그럼 나도 수월할 것 같아.”우관은 이강현을 상대로 여기지 않았다.“당신 같은 찌꺼기는 내게 상대가 안 돼요, 거기 임 뭐였더라? 너 이 사람 말고 다른 고수들이 있어? 있으면 다 불러, 어디 한 번 실력 좀 보게.”이강현이 대놓고 맞장떴다.이강현이 말을 듣고 우관의 얼굴 표정이 바로 어두워졌다.“네가 감히 내 앞에서 큰 소리를 쳐?!”우관은 노호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이강현을 한 방에 쓰러뜨려 이강현에게 자신의 대단함을 알리려는 목적이다.이강현은 시큰둥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우관의 주먹을 향해 손가락 하나를 내밀었다.“일지탄 들어본 적 있어요? 이게 진정한 무예예요, 그쪽 같은 그런 겉치레가 아니고.”“일지탄은 또 뭐야! 너 이 자식부터 죽여줄게…… 아!”우관은 비명을 질렀다. 자기 주먹이 이강현의 중지와 부딪히면서 뼈가 부서지고, 손가락이 손바닥에 그대로 박혔다.“허허, 내가 진짜라고 했죠, 믿지 않은 건 그쪽이예요.”이강현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손가락을 꼽자 우관의 손바닥이 순식간에 살갗이 갈라지고 살이 터졌다.우관은 날렵하게 뒤로 세 발자국 물러서며 다친 오른손을 떨었다. 심한 통증으로 이마에 고운 땀방울이 맺혔다.임시현과 고청아는 득의양양한 지 2분도 되지 않아 기분이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고, 마음속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기복이 여러 번 일어났다.“시, 시현 씨, 이거 이길 수 있나요? 다른 고수는? 있으면 빨리 불러요.”고청아가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임시현은 당황한 듯 고개를
우관은 독충을 던진 뒤 몸을 돌려 도망쳤다. 더 이상 싸울 생각이 없었다.한 번의 움직임으로 이강현에게 손을 다친 우관은 두려워서 감히 이강현과 싸울 엄두를 내지 못했다.독충이 이강현을 다치지 못하게 한다면 우관은 도망갈 수밖에 없다.두 걸음으로 임시현 앞에 뛰어들며 우관은 초조한 표정으로 소리쳤다.“어서 뛰세요! 제가 막을 게요!”“네?!”임시현이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곧 반응했다. 이건 도망치라는 뜻이다. 도망은 아니지만 달린 적이 있기 때문에 곧 고청아를 끌고 질주했다.“고청아는 포기하지 못해 소리쳤다.”“우리 그냥 도망가요? 이강현을 치울 수 있다고 했잖아요!”이강현을 치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도망으로 끝나니 고청아는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이건 원했던 게 아니잖아!’“안 갈 거야? 그럼 남아 죽든지!”임시현은 사납게 한마디 하고는 고청아의 손을 놓고는 더 빨리 도망쳤다.순간 고청아의 가슴이 차가워졌다. 달리던 중 하이힐이 다 떨어졌지만 여전히 이를 악물고 임시현을 바짝 따라붙어 조금도 머물지 않았다.우관은 두 사람의 뒤를 따라 달리며 독충이 효과가 있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그렇지 않으면 오늘 죽어서도 이강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임시현의 광란의 질주를 지켜보던 부잣집 도련님들은 모두 이 빠른 반전에 놀랐다. 1초전까지만 하여도 위풍당당하던 임시현이 지금 도망가다니 정말 놀라운 반전이다.그리고 모두 이강현을 쳐다보며 어떻게 이강현이 이렇게 사나울 수 있는지 의아해했다. 이강현은 혼자의 힘으로 이 판을 뒤집은 것이다.만약에 아까 그 일로 누가 도박판을 벌이면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아마 다 내기에서 질 것이다.“이강현 너무 무서운데, 임시현 옆에 있던 경호원은 분명 고수였어, 근데 이강현의 한 방 맞고 도망갔잖아.”“누가 이강현 무능하다고 그랬어? 이강현이 무능하면 우리는 뭐가 되는 거야.”“이건 절대적인 강자야, 영화 찍는 다면 아마 스타 급 수준일 걸, 도대체 누가 이강현을 기생오라비라고 했어?”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