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에 질린 고청아는 임시현의 품에 안겨 물었다.“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예요? 우리 어떻게 해야 하죠?”“허허, 뭐가 긴장돼, 저 자식 그냥 운동 좀 한 것뿐이야, 우리 쪽에도 고수 있어.”임시현의 말이 떨어지자 하얀 옷을 입은 중년이 임시현 뒤에 나타났다.중년은 뾰족한 눈썹에 밝고 예리한 두 눈, 관자놀이는 부풀어 올라 원기 왕성해 보였다.“우관 아저씨.”임시현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우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임시현의 앞에 서서 맞은편 고백승을 훑어보았다.고백승은 걸음을 멈추고 우관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다소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이강현은 고개를 돌려 진효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쪽 집사 실력이 만만치 않은데요, 근데 난 왜 진씨 가문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죠?”“우리 집 여기에 있는 거 아니니까요, 그리고 고백승 아저씨 실력은 우리 집에서 그냥 보통 수준이에요, 아저씨보다 실력 높은 사람 많아요, 결혼을 피하려고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아마 당신도 우리 진씨 가문을 몰랐을 거예요.”입을 벌리면 거짓말이 대다수인 진효영이라 이강현은 진효영의 말을 깊이 캐묻지 않고 웃기만 하였다. 오히려 고운란이 진효영의 말에 흥미를 느끼고, 진효영을 끌어당겨 물었다.“그 결혼, 왜 도망간 거예요?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은 가요?”“네, 언니랑 이강현 씨 자유연애죠, 너무 달콤해서 보고 있으면 그냥 부러워요, 근데 나보고 정략결혼이라니 말도 안되죠, 그래서 자유를 위해 탈출했어요, 저도 그냥 서로를 알고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찾았으면 좋겠어요.”진효영은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눈에는 자유연애에 대한 동경이 가득했다. 고운란은 자기도 모르게 진효영이 불쌍하게 느껴졌고, 심지어 그 때 자신의 고집스러웠던 모습도 머리에 떠올랐다.“그래, 반항하는 게 맞아, 너도 널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 만나게 될 거야.”“네, 언니, 저도 한 번 찾아보려고요.”진효영은 입을 열고 고운란과 함께 모여 속삭거렸다. 곧 두 사람은 사이
부잣집 도련님들도 보고 들은 것이 있어 방금 고백승의 움직임에서 이미 탑 급 가문의 고수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보통 이런 실력의 고수들은 일반 가문에 쉽게 몸을 던지지 않는다.부잣집 도련님들이 조마조마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이강현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졌다.비록 투명인간과 같이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지만 고백승과 같은 하인이 섬길 수 있는 진효영은 이강현의 뒤에 숨어 있었다.사람들은 모두 의아해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 답을 모르고 있었다. 우관이 발을 구르는 것을 보고 고백승은 냉담하게 흥얼거렸다.“흥! 이렇게 하면 사람을 놀라게 할 줄 알았어요? 칠상권술의 위력 어디 한 번 보죠!”“허, 내가 누구인지 알아? 노인네 나이 그냥 먹은 게 아니네!”“이놈!”화가 난 고백승은 두 주먹을 휘둘러 우관을 때렸다.우관도 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 고백승과 싸웠다.두 사람 모두 속도가 매우 빨라서, 금세 일흑백 두 줄기 빛이 되었다. 두 줄기 빛의 부딪침에 따라 탁탁 주먹과 발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우관과 고백승의 주먹질과 발놀림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싸움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이강현뿐이다.두 사람의 겨룸이 30번을 넘기자 이강현은 고개를 천천히 흔들었다. 그는 이미 고백승이 우관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고백승의 이마에 땀이 나고 강도 높은 소모로 체력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반면, 우관은 한창 때인데도 오히려 여력을 남기는 여유로움을 보였다.고백승의 허점을 잡자, 우관은 갑자기 고백승의 아랫배를 발로 걷어찼다.고백승이 반응했을 때는 이미 늦었고, 반 걸음 물러나자마자 우관의 발에 단단히 맞았다. “푸!”거꾸로 날아간 고백승은 허공에서 핏물을 뿜어내고, 선명한 핏방울은 허공에 흩어지며 기괴한 아름다움을 뽐냈다.펑!땅에 떨어진 고백승은 뒤통수를 세게 부딪히며 의식을 잃었다.진효영의 마음은 덜컥하였다. 혼수상태에 빠진 고백승을 보며 약간 혼란스러워졌다.그녀를 감시하러 온 고백승이 죽으면 진효영에게는 좋은 일일지
고운란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고청아가 이렇게 악질일 줄은 몰랐다.이강현은 고운란의 손등을 토닥거렸다.“화내지 마, 그럴 필요 없어.”“응, 화내지 않을게, 그냥 왜 이러는가 싶어서, 우리 가족이잖아.”“가족이라고 해도 다를 바가 없어. 욕망, 질투 이런 게 많으면 악이 생기는 법이야.”이강현은 그렇게 말하고 일어서서 두 손을 뒤로 잡고 우관을 향해 걸어갔다.“날 잡으려고요?”“허허, 그래, 아니면 네가 그냥 잡힐래? 그럼 나도 수월할 것 같아.”우관은 이강현을 상대로 여기지 않았다.“당신 같은 찌꺼기는 내게 상대가 안 돼요, 거기 임 뭐였더라? 너 이 사람 말고 다른 고수들이 있어? 있으면 다 불러, 어디 한 번 실력 좀 보게.”이강현이 대놓고 맞장떴다.이강현이 말을 듣고 우관의 얼굴 표정이 바로 어두워졌다.“네가 감히 내 앞에서 큰 소리를 쳐?!”우관은 노호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이강현을 한 방에 쓰러뜨려 이강현에게 자신의 대단함을 알리려는 목적이다.이강현은 시큰둥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우관의 주먹을 향해 손가락 하나를 내밀었다.“일지탄 들어본 적 있어요? 이게 진정한 무예예요, 그쪽 같은 그런 겉치레가 아니고.”“일지탄은 또 뭐야! 너 이 자식부터 죽여줄게…… 아!”우관은 비명을 질렀다. 자기 주먹이 이강현의 중지와 부딪히면서 뼈가 부서지고, 손가락이 손바닥에 그대로 박혔다.“허허, 내가 진짜라고 했죠, 믿지 않은 건 그쪽이예요.”이강현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손가락을 꼽자 우관의 손바닥이 순식간에 살갗이 갈라지고 살이 터졌다.우관은 날렵하게 뒤로 세 발자국 물러서며 다친 오른손을 떨었다. 심한 통증으로 이마에 고운 땀방울이 맺혔다.임시현과 고청아는 득의양양한 지 2분도 되지 않아 기분이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고, 마음속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기복이 여러 번 일어났다.“시, 시현 씨, 이거 이길 수 있나요? 다른 고수는? 있으면 빨리 불러요.”고청아가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임시현은 당황한 듯 고개를
우관은 독충을 던진 뒤 몸을 돌려 도망쳤다. 더 이상 싸울 생각이 없었다.한 번의 움직임으로 이강현에게 손을 다친 우관은 두려워서 감히 이강현과 싸울 엄두를 내지 못했다.독충이 이강현을 다치지 못하게 한다면 우관은 도망갈 수밖에 없다.두 걸음으로 임시현 앞에 뛰어들며 우관은 초조한 표정으로 소리쳤다.“어서 뛰세요! 제가 막을 게요!”“네?!”임시현이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곧 반응했다. 이건 도망치라는 뜻이다. 도망은 아니지만 달린 적이 있기 때문에 곧 고청아를 끌고 질주했다.“고청아는 포기하지 못해 소리쳤다.”“우리 그냥 도망가요? 이강현을 치울 수 있다고 했잖아요!”이강현을 치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도망으로 끝나니 고청아는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이건 원했던 게 아니잖아!’“안 갈 거야? 그럼 남아 죽든지!”임시현은 사납게 한마디 하고는 고청아의 손을 놓고는 더 빨리 도망쳤다.순간 고청아의 가슴이 차가워졌다. 달리던 중 하이힐이 다 떨어졌지만 여전히 이를 악물고 임시현을 바짝 따라붙어 조금도 머물지 않았다.우관은 두 사람의 뒤를 따라 달리며 독충이 효과가 있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그렇지 않으면 오늘 죽어서도 이강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임시현의 광란의 질주를 지켜보던 부잣집 도련님들은 모두 이 빠른 반전에 놀랐다. 1초전까지만 하여도 위풍당당하던 임시현이 지금 도망가다니 정말 놀라운 반전이다.그리고 모두 이강현을 쳐다보며 어떻게 이강현이 이렇게 사나울 수 있는지 의아해했다. 이강현은 혼자의 힘으로 이 판을 뒤집은 것이다.만약에 아까 그 일로 누가 도박판을 벌이면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아마 다 내기에서 질 것이다.“이강현 너무 무서운데, 임시현 옆에 있던 경호원은 분명 고수였어, 근데 이강현의 한 방 맞고 도망갔잖아.”“누가 이강현 무능하다고 그랬어? 이강현이 무능하면 우리는 뭐가 되는 거야.”“이건 절대적인 강자야, 영화 찍는 다면 아마 스타 급 수준일 걸, 도대체 누가 이강현을 기생오라비라고 했어?”
이강현은 우관의 어깨를 움켜쥐고 손목에 힘을 주어 우관을 던졌다.“적의 말은 무시하는 거야.”우관은 공중에서 바람개비처럼 회전하다가 임시현의 머리 위로 십여 미터 날아간 뒤에야 땅에 떨어졌다.방금 이강현이 우관의 어깨를 잡으면서 그 어깨는 이미 부셔졌다. 우관은 간신히 몸을 일으켰고, 그의 오른팔은 부자연스럽게 축 늘어져 있었다.임시현과 고청아는 우관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도련님, 빨리 도망가세요!”우관은 소리치며 임시현에게 눈짓을 했다.임시현은 이를 악물고 두 손을 번쩍 내밀어 고청아의 가느다란 허리를 잡은 뒤 두 팔에 힘을 주어 고청아를 이강현에게 던졌다.“아! 시현 씨, 지금 뭐하는 거예요!”고청아는 황급히 외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네가 나를 위해 시간을 끌어줘야겠어!”임시현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도망갔다. 우관은 임시현의 곁으로 달려가 왼손으로 임시현의 뒷허리를 잡고 임시현을 와이너리 밖으로 던졌다.“도련님, 밖에 남아 있는 부하들이 있어요, 어서 도망가세요, 가능한 멀리요! 제 가족은 도련님께 부탁합니다!”임시현은 눈시울을 붉히며 공중에서 우관을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는 감동과 분노로 가득 찼다.우관의 충성에 대해 감동하고, 이강현의 흉포함에 분노하였다. 속으로는 이강현이 자기한테 순종하지 않은 것을 원망하였다.‘아무리 날뛴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쫓아다녀야겠어?’임시현은 와이너리 밖으로 날아간 후 땅에 떨어져 몇 바퀴를 데굴데굴 굴렀다.“빨리 차 가지고 와!”임시현이 목청을 돋우어 소리쳤다.밖에 남아 있던 몇몇 부하들은 모두 상황이 발생한 것을 알아차리고 달려나가 임시현을 데리고 차에 태운 후 시동을 걸고 미친 듯이 달렸다.이때 와이너리에서 겁에 질린 고청아는 비명을 지르며 이강현의 발밑에 떨어졌다. 임시현의 힘으로 멀리 던지기에는 부족하였다. 그리하여 이강현을 치기도 전에 먼저 땅에 떨어진 것이다.고청아는 놀라서 당황한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며 넘어지는 온몸의 심한 통증에
우관의 두 다리에 돌멩이가 꽂히자 순식간에 상처에서 피가 쏟아져 나와 우관의 바지를 빨갛게 물들였다.우관은 두 다리의 통증을 참으며 괴상한 자세로 필사적으로 밖으로 뛰어나갔다.이강현은 우관에게 손을 대지 않고 두 손을 메고 돌아서서 고청아를 바라보았다.고청아는 이미 일어서서 고개를 떨구고 감히 이강현을 쳐다보지 못했다.“잘못했어요, 살, 살려주세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그래도 화가 안 풀리면 제가 저녁에…….”고청아는 입술을 오므리고 뒷말을 잇지 못했다. 자기에게 별다른 재주가 없다는 것을 알고 고청아는 본능과 습관에서 나와 자신의 몸을 칩으로 삼았다.“허허.”이강현은 냉소하며 시큰둥하게 말했다.“그런 건 집어치우죠.”고청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고 부끄러우면서도 분했다. 이강현의 무시로 상처받았다. 이강현은 고청아를 돌아 고운란 쪽으로 걸어갔다.구석에 있던 서은지는 이제야 정신을 차렸다. 방금의 장면을 떠올리며 이강현의 특별함을 느꼈다.이강현 혼자서 임시현과 맞서고, 진광철도 이강현의 앞잡이가 되겠다고 한 거, 이 모두가 이강현의 절대적인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서은지의 마음은 후회로 가득 차 있었다. 이강현의 실력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에 대한 후회이다. ‘만약 이 남자가 내 남자면 얼마나 좋을까!’‘왜 고운란만 이런 운이 있는 거야! 이강현이 예전에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게 분명해, 고운란은 그걸 알고 이강현을 선택한 거야!’서은지는 속았다고 생각하며 중얼거렸다.“허! 고운란 그년 내가 이강현 정체를 알고 빼앗을까 봐 숨기고 알려주지 않은 거야. 일부러 오해하게 놔둔 거였어!”“이강현이 이렇게 센 줄 알았으면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어쩌면 이강현을 낚았을지도 몰라!”마음이 점점 뒤틀려가는 서은지, 이강현의 모습을 바라볼 때 눈에 이상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서은지는 이강현이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강현은 고운란 곁에 돌아와 웃으며 말했다.“여기 너무 지루한데, 그냥 돌아갈까?”“응, 나도 돌
하지만 고운란은 뾰족한 수가 없어 이강현을 바라보며 말했다.“무슨 방법이라도 있어?”“없어, 그렇다고 집에 데려갈 수는 없잖아, 방이 없어.”이강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아예 진효영을 도울 생각이 없었다.‘나쁜 놈, 왜 넘어오지 않는 거야! 어린 여자애는 보호해야 한다는 말 몰라?!’진효영이 불만을 품고 이강현을 비방하였다.“언니, 나 빨래도 하고 밥도 잘해요, 그러니까 좀 도와주세요, 같이 언니 집에 있게 해줘요, 집안일은 내가 다 할게요, 절대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고운란은 고민스러운 듯 이마를 문지르며 이강현을 잡았다.“아니면 하룻밤만 집에 묵게 할까?”“허허, 그럼 내일은?”“내일, 내일 고백승 아저씨가 깨어날지도 모르잖아, 그럼 돌봐주는 사람이 있을 거고, 우리가 걱정하지 않아도 돼.”고운란이 진효영을 가엽게 여기는 것을 알고 이강현이 마지못해 말했다.“아니면 장충천한테 보내는 건 어때? 집에 데려가기는 너무 귀찮아.”“싫어요, 전 언니랑 같이 있을래요, 제가 유괴되면 어쩌려고요, 요즘 인신매매가 얼마나 많은데.”진효영이 고운란의 팔을 잡고 애교를 부리자 고운란은 그녀의 팔을 두드리며 말했다.“걱정 마, 그런 일 없을 거야, 오늘 밤은 나랑 자고 쟤는 거실에서 자면 돼.”“좋아요, 언니, 근데 이강현 오빠 거실 자게 하는 건 좀 그렇겠죠, 아니면 제가 거실에서 잘게요.”진효영은 더없이 얌전하게 말했다.“너야말로 소파에서 자면 안 돼, 저 사람 튼튼해, 거실에서 자는 게 제격이야.”이강현은 불쌍한 얼굴로 고운란을 보았다. 그러나 이미 마음먹은 고운란의 결정은 꺾을 수 없으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강현은 진광철의 경호원들을 불러 진광철과 고백승을 모두 병원으로 보내라고 한 뒤 구석에 움츠러든 임시현의 부하들을 바라보았다.임시현의 부하들은 모두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벌벌 떨며 이강현을 쳐다보았다. 모두들 하나같이 웃는 얼굴을 짜내어 이강현에게 사죄하려고 애썼다.“저희들이 이 선생의 정체를 못 알아보고 무례를 범하였습
“숨겼다고?”머리속이 아직 뒤죽박죽인 고청아는 서은지 말이 무슨 뜻인지 아예 이해를 못했다.서은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비웃었다.“너 설마 아직도 이강현이 무능하다고 생각해?”“왜 아니야!”고청아가 다시 반박하려고 하는데 서은지가 그녀의 얼굴에 찬물을 뿌렸다.“제발 정신 좀 차려, 아까 임시현이 얼마나 낭패한 지 못 봤어? 이강현 혼자 다 쓰러뜨린 거야, 진광철 그 오만방자한 도련님도 이강현의 앞잡이라고 말하고 이강현을 지키다가 죽을 뻔했는데, 이게 무능한 자가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고청아는 말없이 얼굴에 묻은 물자국을 닦았다. 뿌린 물에 정신을 차리고 많이 진정되었다.서은지가 한 이런 말들을 고청아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이강현 이 자식은 갑자기 왜 이렇게 강해진 거야!’“담배 한 대 줘.”고청아가 넋이 나간 듯 말했다.서은지는 담배를 꺼내 고청아에게 건네주며 미소를 지었다.“고운란이 이렇게 오래 숨긴 걸 보니 아마 이강현의 정체를 알고 다른 여자들이 달려들까 봐 그런 것 같은데,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왜, 너 이강현한테 마음이 흔들렸니?”담배를 깊이 들이마신 뒤 고청아의 마음도 따라 흔들렸다.여자는 천성적으로 강자에게 의존한다. 고청아와 서은지가 재벌들 사이를 오고 가는 것도 충분히 강한 사람을 찾아 기대기 위해서이다. 다만 생각만큼 강한 백마 탄 왕자를 찾지 못한 그녀들은 지금 이강현의 활약에 마음이 흔들렸다. “당연하지, 고운란이 뭐라고!”서은지는 약간 분개한 표정으로 말했다.고청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맞아, 우리보다 얼굴이 조금 예쁜 거치고 내놓을 것도 없구먼 왜 좋은 건 다 걔 차례냐고.”“이강현 빼앗아, 그래야 우리도 살 수 있어, 고운란에게 남겨줘서는 안 돼, 적어도 한 번은 이강현이랑 자야 내 화가 풀길 것 같아.”고청아가 눈을 번쩍 떴다. 순간 머리속에 수많은 형부와 처제의 스토리가 스쳐 지났다. ‘가까이 있는 자가 이득을 보는 법이야, 이강현은 내가 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