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란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고청아가 이렇게 악질일 줄은 몰랐다.이강현은 고운란의 손등을 토닥거렸다.“화내지 마, 그럴 필요 없어.”“응, 화내지 않을게, 그냥 왜 이러는가 싶어서, 우리 가족이잖아.”“가족이라고 해도 다를 바가 없어. 욕망, 질투 이런 게 많으면 악이 생기는 법이야.”이강현은 그렇게 말하고 일어서서 두 손을 뒤로 잡고 우관을 향해 걸어갔다.“날 잡으려고요?”“허허, 그래, 아니면 네가 그냥 잡힐래? 그럼 나도 수월할 것 같아.”우관은 이강현을 상대로 여기지 않았다.“당신 같은 찌꺼기는 내게 상대가 안 돼요, 거기 임 뭐였더라? 너 이 사람 말고 다른 고수들이 있어? 있으면 다 불러, 어디 한 번 실력 좀 보게.”이강현이 대놓고 맞장떴다.이강현이 말을 듣고 우관의 얼굴 표정이 바로 어두워졌다.“네가 감히 내 앞에서 큰 소리를 쳐?!”우관은 노호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이강현을 한 방에 쓰러뜨려 이강현에게 자신의 대단함을 알리려는 목적이다.이강현은 시큰둥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우관의 주먹을 향해 손가락 하나를 내밀었다.“일지탄 들어본 적 있어요? 이게 진정한 무예예요, 그쪽 같은 그런 겉치레가 아니고.”“일지탄은 또 뭐야! 너 이 자식부터 죽여줄게…… 아!”우관은 비명을 질렀다. 자기 주먹이 이강현의 중지와 부딪히면서 뼈가 부서지고, 손가락이 손바닥에 그대로 박혔다.“허허, 내가 진짜라고 했죠, 믿지 않은 건 그쪽이예요.”이강현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손가락을 꼽자 우관의 손바닥이 순식간에 살갗이 갈라지고 살이 터졌다.우관은 날렵하게 뒤로 세 발자국 물러서며 다친 오른손을 떨었다. 심한 통증으로 이마에 고운 땀방울이 맺혔다.임시현과 고청아는 득의양양한 지 2분도 되지 않아 기분이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고, 마음속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기복이 여러 번 일어났다.“시, 시현 씨, 이거 이길 수 있나요? 다른 고수는? 있으면 빨리 불러요.”고청아가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임시현은 당황한 듯 고개를
우관은 독충을 던진 뒤 몸을 돌려 도망쳤다. 더 이상 싸울 생각이 없었다.한 번의 움직임으로 이강현에게 손을 다친 우관은 두려워서 감히 이강현과 싸울 엄두를 내지 못했다.독충이 이강현을 다치지 못하게 한다면 우관은 도망갈 수밖에 없다.두 걸음으로 임시현 앞에 뛰어들며 우관은 초조한 표정으로 소리쳤다.“어서 뛰세요! 제가 막을 게요!”“네?!”임시현이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곧 반응했다. 이건 도망치라는 뜻이다. 도망은 아니지만 달린 적이 있기 때문에 곧 고청아를 끌고 질주했다.“고청아는 포기하지 못해 소리쳤다.”“우리 그냥 도망가요? 이강현을 치울 수 있다고 했잖아요!”이강현을 치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도망으로 끝나니 고청아는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이건 원했던 게 아니잖아!’“안 갈 거야? 그럼 남아 죽든지!”임시현은 사납게 한마디 하고는 고청아의 손을 놓고는 더 빨리 도망쳤다.순간 고청아의 가슴이 차가워졌다. 달리던 중 하이힐이 다 떨어졌지만 여전히 이를 악물고 임시현을 바짝 따라붙어 조금도 머물지 않았다.우관은 두 사람의 뒤를 따라 달리며 독충이 효과가 있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그렇지 않으면 오늘 죽어서도 이강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임시현의 광란의 질주를 지켜보던 부잣집 도련님들은 모두 이 빠른 반전에 놀랐다. 1초전까지만 하여도 위풍당당하던 임시현이 지금 도망가다니 정말 놀라운 반전이다.그리고 모두 이강현을 쳐다보며 어떻게 이강현이 이렇게 사나울 수 있는지 의아해했다. 이강현은 혼자의 힘으로 이 판을 뒤집은 것이다.만약에 아까 그 일로 누가 도박판을 벌이면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아마 다 내기에서 질 것이다.“이강현 너무 무서운데, 임시현 옆에 있던 경호원은 분명 고수였어, 근데 이강현의 한 방 맞고 도망갔잖아.”“누가 이강현 무능하다고 그랬어? 이강현이 무능하면 우리는 뭐가 되는 거야.”“이건 절대적인 강자야, 영화 찍는 다면 아마 스타 급 수준일 걸, 도대체 누가 이강현을 기생오라비라고 했어?”
이강현은 우관의 어깨를 움켜쥐고 손목에 힘을 주어 우관을 던졌다.“적의 말은 무시하는 거야.”우관은 공중에서 바람개비처럼 회전하다가 임시현의 머리 위로 십여 미터 날아간 뒤에야 땅에 떨어졌다.방금 이강현이 우관의 어깨를 잡으면서 그 어깨는 이미 부셔졌다. 우관은 간신히 몸을 일으켰고, 그의 오른팔은 부자연스럽게 축 늘어져 있었다.임시현과 고청아는 우관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도련님, 빨리 도망가세요!”우관은 소리치며 임시현에게 눈짓을 했다.임시현은 이를 악물고 두 손을 번쩍 내밀어 고청아의 가느다란 허리를 잡은 뒤 두 팔에 힘을 주어 고청아를 이강현에게 던졌다.“아! 시현 씨, 지금 뭐하는 거예요!”고청아는 황급히 외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네가 나를 위해 시간을 끌어줘야겠어!”임시현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도망갔다. 우관은 임시현의 곁으로 달려가 왼손으로 임시현의 뒷허리를 잡고 임시현을 와이너리 밖으로 던졌다.“도련님, 밖에 남아 있는 부하들이 있어요, 어서 도망가세요, 가능한 멀리요! 제 가족은 도련님께 부탁합니다!”임시현은 눈시울을 붉히며 공중에서 우관을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는 감동과 분노로 가득 찼다.우관의 충성에 대해 감동하고, 이강현의 흉포함에 분노하였다. 속으로는 이강현이 자기한테 순종하지 않은 것을 원망하였다.‘아무리 날뛴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쫓아다녀야겠어?’임시현은 와이너리 밖으로 날아간 후 땅에 떨어져 몇 바퀴를 데굴데굴 굴렀다.“빨리 차 가지고 와!”임시현이 목청을 돋우어 소리쳤다.밖에 남아 있던 몇몇 부하들은 모두 상황이 발생한 것을 알아차리고 달려나가 임시현을 데리고 차에 태운 후 시동을 걸고 미친 듯이 달렸다.이때 와이너리에서 겁에 질린 고청아는 비명을 지르며 이강현의 발밑에 떨어졌다. 임시현의 힘으로 멀리 던지기에는 부족하였다. 그리하여 이강현을 치기도 전에 먼저 땅에 떨어진 것이다.고청아는 놀라서 당황한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며 넘어지는 온몸의 심한 통증에
우관의 두 다리에 돌멩이가 꽂히자 순식간에 상처에서 피가 쏟아져 나와 우관의 바지를 빨갛게 물들였다.우관은 두 다리의 통증을 참으며 괴상한 자세로 필사적으로 밖으로 뛰어나갔다.이강현은 우관에게 손을 대지 않고 두 손을 메고 돌아서서 고청아를 바라보았다.고청아는 이미 일어서서 고개를 떨구고 감히 이강현을 쳐다보지 못했다.“잘못했어요, 살, 살려주세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그래도 화가 안 풀리면 제가 저녁에…….”고청아는 입술을 오므리고 뒷말을 잇지 못했다. 자기에게 별다른 재주가 없다는 것을 알고 고청아는 본능과 습관에서 나와 자신의 몸을 칩으로 삼았다.“허허.”이강현은 냉소하며 시큰둥하게 말했다.“그런 건 집어치우죠.”고청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고 부끄러우면서도 분했다. 이강현의 무시로 상처받았다. 이강현은 고청아를 돌아 고운란 쪽으로 걸어갔다.구석에 있던 서은지는 이제야 정신을 차렸다. 방금의 장면을 떠올리며 이강현의 특별함을 느꼈다.이강현 혼자서 임시현과 맞서고, 진광철도 이강현의 앞잡이가 되겠다고 한 거, 이 모두가 이강현의 절대적인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서은지의 마음은 후회로 가득 차 있었다. 이강현의 실력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에 대한 후회이다. ‘만약 이 남자가 내 남자면 얼마나 좋을까!’‘왜 고운란만 이런 운이 있는 거야! 이강현이 예전에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게 분명해, 고운란은 그걸 알고 이강현을 선택한 거야!’서은지는 속았다고 생각하며 중얼거렸다.“허! 고운란 그년 내가 이강현 정체를 알고 빼앗을까 봐 숨기고 알려주지 않은 거야. 일부러 오해하게 놔둔 거였어!”“이강현이 이렇게 센 줄 알았으면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어쩌면 이강현을 낚았을지도 몰라!”마음이 점점 뒤틀려가는 서은지, 이강현의 모습을 바라볼 때 눈에 이상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서은지는 이강현이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강현은 고운란 곁에 돌아와 웃으며 말했다.“여기 너무 지루한데, 그냥 돌아갈까?”“응, 나도 돌
하지만 고운란은 뾰족한 수가 없어 이강현을 바라보며 말했다.“무슨 방법이라도 있어?”“없어, 그렇다고 집에 데려갈 수는 없잖아, 방이 없어.”이강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아예 진효영을 도울 생각이 없었다.‘나쁜 놈, 왜 넘어오지 않는 거야! 어린 여자애는 보호해야 한다는 말 몰라?!’진효영이 불만을 품고 이강현을 비방하였다.“언니, 나 빨래도 하고 밥도 잘해요, 그러니까 좀 도와주세요, 같이 언니 집에 있게 해줘요, 집안일은 내가 다 할게요, 절대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고운란은 고민스러운 듯 이마를 문지르며 이강현을 잡았다.“아니면 하룻밤만 집에 묵게 할까?”“허허, 그럼 내일은?”“내일, 내일 고백승 아저씨가 깨어날지도 모르잖아, 그럼 돌봐주는 사람이 있을 거고, 우리가 걱정하지 않아도 돼.”고운란이 진효영을 가엽게 여기는 것을 알고 이강현이 마지못해 말했다.“아니면 장충천한테 보내는 건 어때? 집에 데려가기는 너무 귀찮아.”“싫어요, 전 언니랑 같이 있을래요, 제가 유괴되면 어쩌려고요, 요즘 인신매매가 얼마나 많은데.”진효영이 고운란의 팔을 잡고 애교를 부리자 고운란은 그녀의 팔을 두드리며 말했다.“걱정 마, 그런 일 없을 거야, 오늘 밤은 나랑 자고 쟤는 거실에서 자면 돼.”“좋아요, 언니, 근데 이강현 오빠 거실 자게 하는 건 좀 그렇겠죠, 아니면 제가 거실에서 잘게요.”진효영은 더없이 얌전하게 말했다.“너야말로 소파에서 자면 안 돼, 저 사람 튼튼해, 거실에서 자는 게 제격이야.”이강현은 불쌍한 얼굴로 고운란을 보았다. 그러나 이미 마음먹은 고운란의 결정은 꺾을 수 없으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강현은 진광철의 경호원들을 불러 진광철과 고백승을 모두 병원으로 보내라고 한 뒤 구석에 움츠러든 임시현의 부하들을 바라보았다.임시현의 부하들은 모두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벌벌 떨며 이강현을 쳐다보았다. 모두들 하나같이 웃는 얼굴을 짜내어 이강현에게 사죄하려고 애썼다.“저희들이 이 선생의 정체를 못 알아보고 무례를 범하였습
“숨겼다고?”머리속이 아직 뒤죽박죽인 고청아는 서은지 말이 무슨 뜻인지 아예 이해를 못했다.서은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비웃었다.“너 설마 아직도 이강현이 무능하다고 생각해?”“왜 아니야!”고청아가 다시 반박하려고 하는데 서은지가 그녀의 얼굴에 찬물을 뿌렸다.“제발 정신 좀 차려, 아까 임시현이 얼마나 낭패한 지 못 봤어? 이강현 혼자 다 쓰러뜨린 거야, 진광철 그 오만방자한 도련님도 이강현의 앞잡이라고 말하고 이강현을 지키다가 죽을 뻔했는데, 이게 무능한 자가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고청아는 말없이 얼굴에 묻은 물자국을 닦았다. 뿌린 물에 정신을 차리고 많이 진정되었다.서은지가 한 이런 말들을 고청아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이강현 이 자식은 갑자기 왜 이렇게 강해진 거야!’“담배 한 대 줘.”고청아가 넋이 나간 듯 말했다.서은지는 담배를 꺼내 고청아에게 건네주며 미소를 지었다.“고운란이 이렇게 오래 숨긴 걸 보니 아마 이강현의 정체를 알고 다른 여자들이 달려들까 봐 그런 것 같은데,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왜, 너 이강현한테 마음이 흔들렸니?”담배를 깊이 들이마신 뒤 고청아의 마음도 따라 흔들렸다.여자는 천성적으로 강자에게 의존한다. 고청아와 서은지가 재벌들 사이를 오고 가는 것도 충분히 강한 사람을 찾아 기대기 위해서이다. 다만 생각만큼 강한 백마 탄 왕자를 찾지 못한 그녀들은 지금 이강현의 활약에 마음이 흔들렸다. “당연하지, 고운란이 뭐라고!”서은지는 약간 분개한 표정으로 말했다.고청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맞아, 우리보다 얼굴이 조금 예쁜 거치고 내놓을 것도 없구먼 왜 좋은 건 다 걔 차례냐고.”“이강현 빼앗아, 그래야 우리도 살 수 있어, 고운란에게 남겨줘서는 안 돼, 적어도 한 번은 이강현이랑 자야 내 화가 풀길 것 같아.”고청아가 눈을 번쩍 떴다. 순간 머리속에 수많은 형부와 처제의 스토리가 스쳐 지났다. ‘가까이 있는 자가 이득을 보는 법이야, 이강현은 내가 먼저
이강현 세 사람은 집으로 돌아왔다. 최순은 원래 이강현이 밤늦게 들어오지 않아 호통치려고 했지만, 고운란과 진효영이 손을 잡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잠시 어리둥절해졌다.“누구?”“아줌마 안녕하세요, 저는 진효영이라고 하고요, 운란 언니 친구예요. 제가 사정이 좀 있어서 잠시 여기에 묵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같이 따라왔어요.”진효영은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최순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마음대로 있어, 사람이 많아야 집도 떠들썩하고 좋아, 운란이랑 같은 방 쓰고 이강현은 객실에서 자면 돼.”이강현은 입을 삐죽거리며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고운란은 이강현의 손을 잡아당기고 이강현의 손을 살짝 쥐었다.이강현은 아내가 자신을 달래고 있음을 깨닫고 미소로 답했다.“이강현, 왜 거기에 서있어, 빨리 들어가 준비 안 해?!”최순이 냉랭한 얼굴로 말했다.“네, 가요.”이강현은 돌아서서 부엌으로 향했다. 진효영은 이강현의 뒷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이강현을 모시고 살아도 모자랄 판에 지금 일하라고 소리친 거야?’‘아니야, 아마도 이강현이 자기 정체를 숨기고 있는 거야.’마음속으로 앞뒤 정리를 끝마친 진효영은 한편 이강현을 존경하기도 하였다. 이강현이 처한 환경이 자기보다 더 비참한 것을 느끼고 그에 대한 태도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최순은 반갑게 진효통을 불러 앉히고, 진효통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효영의 결혼 얘기가 나왔을 때 최순은 아직이라는 답을 늦고는 더욱 열정적이었다.“운란아, 네 사촌형 종현이가 아직 결혼하지 않았잖아, 효영이 종현이랑 어울린다고 생각해? 두 사람 만나보는 거 어때? 누가 알아 좋은 인연이 될지.”최순은 조카에게 진효영을 소개하려고 했다. 진효영은 수줍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아줌마, 저 이미 약혼했어요.”“약혼이 뭐 어때서, 결혼하고도 이혼할 수 있는데, 이런 인생사는 잘 생각하고 정하는 거야, 그때 운란을 이강현에게 시집보낸 게 정말 후회돼.”최순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네? 이강현 오
최순의 말에 고운란은 어이없어 하였다. 이강현에 대한 최순의 생각이 뼛속까지 새겨들어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저 할 말이 없어요, 이만 효영이랑 방에 들어갈께요.”“뭐가 그렇게 급해, 효영이랑 종현 자리 좀 만들어.”최순은 포기하지 않고 말했다.“두 사람 어울리지 않으니 헛된 생각은 하지 마세요.”“뭐가 안 어울려, 이강현 그 자식도 너랑 결혼할 수 있는데, 네 종현 오빠는 얼굴도 잘 생기고, 사업에도 성공하고, 좋은 남편감인데 부족한 건 하나도 없어, 효영아, 내일 아줌마가 자리 만들어 줄게, 어때?”진효영은 어색하게 말했다.“저 아직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결혼할 준비되면 그때 다시 말씀드릴게요.”“인연은 기다리는 게 아니야, 우리 집에 있는 이상 그래도 한번은 만나봐야 지, 아줌마 화내는 거 보고 싶어?”최순이 정색을 하고 말했다.진효영은 지금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다. 그녀가 다소 억울한 표정으로 고운란을 바라보았다.고운란은 머뭇거리며 말했다.“내일 사촌형과 약속을 잡을 테니 그때 만나면 되죠.”최순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종현이한테는 내가 미리 말할 게, 너희들 내일 잘 만나봐.”최순이 전화하는 것을 보고 고운란을 재빨리 진효영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이강현은 씻을 물을 들고 고운란 발 앞에 놓았다.“여보, 내가 발 씻겨줄 게.”이강현은 빙그레 웃으며 고운란의 하얀 발 위로 눈빛을 연신 날렸다.고운란은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이강현을 밀었다.“그만해, 지금 뭐 하는 거야, 빨리 이불 들고 나가.”진효영은 두 사람이 장난치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운란의 발을 쳐다보며 이강현이 혹시 발에 독특한 취미가 있는 것은 아닌지 궁리하고 있었다.‘내 발도 나쁘지 않은데, 희고 모양도 예쁘고, 이걸로 한 번 꼬셔볼까?’고운란은 진효영을 힐끗 쳐다보다가 진효영이 멍해지자 얼굴에 부끄러움이 더 짙어져 이강현을 방에서 밀어낸 뒤 이강현의 이불 베개를 통째로 방 밖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