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의 말에 고운란은 어이없어 하였다. 이강현에 대한 최순의 생각이 뼛속까지 새겨들어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저 할 말이 없어요, 이만 효영이랑 방에 들어갈께요.”“뭐가 그렇게 급해, 효영이랑 종현 자리 좀 만들어.”최순은 포기하지 않고 말했다.“두 사람 어울리지 않으니 헛된 생각은 하지 마세요.”“뭐가 안 어울려, 이강현 그 자식도 너랑 결혼할 수 있는데, 네 종현 오빠는 얼굴도 잘 생기고, 사업에도 성공하고, 좋은 남편감인데 부족한 건 하나도 없어, 효영아, 내일 아줌마가 자리 만들어 줄게, 어때?”진효영은 어색하게 말했다.“저 아직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결혼할 준비되면 그때 다시 말씀드릴게요.”“인연은 기다리는 게 아니야, 우리 집에 있는 이상 그래도 한번은 만나봐야 지, 아줌마 화내는 거 보고 싶어?”최순이 정색을 하고 말했다.진효영은 지금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다. 그녀가 다소 억울한 표정으로 고운란을 바라보았다.고운란은 머뭇거리며 말했다.“내일 사촌형과 약속을 잡을 테니 그때 만나면 되죠.”최순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종현이한테는 내가 미리 말할 게, 너희들 내일 잘 만나봐.”최순이 전화하는 것을 보고 고운란을 재빨리 진효영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이강현은 씻을 물을 들고 고운란 발 앞에 놓았다.“여보, 내가 발 씻겨줄 게.”이강현은 빙그레 웃으며 고운란의 하얀 발 위로 눈빛을 연신 날렸다.고운란은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이강현을 밀었다.“그만해, 지금 뭐 하는 거야, 빨리 이불 들고 나가.”진효영은 두 사람이 장난치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운란의 발을 쳐다보며 이강현이 혹시 발에 독특한 취미가 있는 것은 아닌지 궁리하고 있었다.‘내 발도 나쁘지 않은데, 희고 모양도 예쁘고, 이걸로 한 번 꼬셔볼까?’고운란은 진효영을 힐끗 쳐다보다가 진효영이 멍해지자 얼굴에 부끄러움이 더 짙어져 이강현을 방에서 밀어낸 뒤 이강현의 이불 베개를 통째로 방 밖으로
먼저 이강현을 치우고, 황후를 도와 용문을 통제한 후 기회를 봐서 천천히 황후의 권력을 빼앗아 허수아비로 만들면 용문은 권무영의 손아귀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때면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를 수 있고, 더 이상 노예처럼 살지 않아도 된다!권무영의 눈에서 매서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곧 고개를 숙이고 눈꺼풀을 늘어뜨리며 야심을 감추었다.작은 걸음으로 방에 들어서자 권무영은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었다.“황후, 진효영은 이미 성공적으로 이강현의 곁에 잠복했습니다. 오늘 저녁 이강현의 집에 들어갔고 곧 좋은 소식이 전해질 겁니다. 다만 고백승이 임시현 사람들에게 맞아 지금 병원에 있다고 합니다.”“고백승이 죽든 살든 상관없어, 중요한 건 진효영이 오픈키를 찾을 수 있다는 거야, 만약 오픈키를 못 찾아낸다면 걔 가족 깔끔하게 처리해.”권무영은 고개를 숙이고 쓴웃음을 지었다.“근데 오픈키가 어떤 모양인지 전혀 모르는데 어떻게…….”“지금 진효영 편을 드는 거야?”황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어찌 감히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냥 제대로 진행할 수 있는지 걱정이 되서요, 이강현 옆에 사람 붙이는 거 쉽지 않아요.”“내가 모를 것 같아? 와서 발이나 주물러.”황후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네.”권무영은 침대 옆에 앉아 황후의 발을 들어 주물렀다. 황후는 편안하게 눈을 감고 즐기면서 말했다.“킥복싱 대회 소식은 있어?”“네, 경기장 일은 정중천이 대응하고 있습니다. 인테리어는 거의 완성되어 가고, 장소는 파이트 경기장으로 정했고요, 대회에 참석하는 선수들도 지금 거의 다 도착했으니 모레면 와일드카드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강현은 모레의 마지막 경기고, 들은 바로는 상대가 만만치 않다고 하네요.”“어떤 상대인지 말해 봐.”황후는 자못 흥미를 느끼며 물었다.“킥복싱 대회 그 사람들 아마 이강현을 죽일 작정인가 봅니다. 이번 이강현의 상대는 서아프리카 대륙의 블랙 정글에서 나온 자인데 한 마디로 죽은 시체들을 밟고 살아남은 승자죠.
고민국 사무실에서 고청아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고민국과 고건강 맞은편에 앉아 어젯밤 와이너리 야회에서의 일을 다 이야기했다.고청아의 이야기를 들은 고민국과 고건강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이강현 걔 뭐야? 어떻게 임시현 부하들을 쉽게 상대할 수가 있지?”고민국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청아야, 이 일 어떻게 생각해?”고건강이 입을 열어 물었다.고청아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진씨 가문 진광철도 이강현 앞잡이라고 하는데 그것만으로 충분히 설명된 것 같은데요. 본 그대로가 아니라는 뜻이예요, 자기 정체를 숨기고 있는 거죠.”고청아의 말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모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니야, 그 자식은 그냥 누구나 다 아는 쓰레기야, 뭘 숨겨, 여기에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어쩌면 임시현이 이강현 연기를 도와주고 있을지도 몰라.”“큰아버지, 그만 받아들이세요, 이전 남씨 가문 일도 그렇잖아요, 김해 사람들이 와서 이강현에게 사죄한 건 또 어떻게 설명할 건데요, 여기에 와이너리 야회까지 합치면 답이 안 나오세요?”고청아는 지난 일까지 꺼내놓았다. 눈을 감고 다시 사색에 잠긴 고민국은 생각할수록 놀라웠다.그러나 그동안의 일에도 불구하고 고민국은 계속 이강현이 강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야, 그냥 센 척하는 흉내 낼 수도 있어, 고건민이랑 물어봤는데 진성택이 이강현을 도와주고 있대.”고민국이 목이 메어 말했다.“허허, 그럼 이강현이 진성택의 도움을 받아 센 척했다고 쳐요, 근데 왜 이강현을 도운 거죠? 진성택이 이강현을 돕는다는 사실 역시 많은 걸 볼 수 있지 않아요?”고청아는 몸을 일으키고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큰아버지, 아들이 이강현한테 맞았다고 해도 일에 대한 이성은 잃지 말죠.”고청아가 돌아서자 고건강이 고청아를 끌어당겼다.“뭐가 그리 급해, 네가 틀린다는 게 아니라 이강현이 네 말 대로 상대하기 힘들면 너 앞으로 건드리지 않을 거야?” 한참 후 고청아는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더니 눈
진효영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고백승이 갑자기 깰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고백승이 깨어나면 황후의 감시에서 다시는 벗어날 수 없다.진효영의 안색이 좋지 않은 걸 보고 고운란은 고백승이 아직 깨어나지 않아 걱정하는 줄 알고 진효영을 위로하며 말했다.“걱정 마, 지금 의료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데, 고백승 아저씨 괜찮을 거야.”“고마워요, 언니,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말은 그렇게 하지만 진효영은 속으로 고백승이 백치가 되었으면 하였다. 아니면 기억상실이라도 좋다.이강현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같이 진효영을 달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킥복싱 대회가 곧 시작되는데 요즘 들은 바가 없어 정중천의 일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신경 쓰고 있었다.정중천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려 했지만 고운란이 아직 곁에 있어 킥복싱 대회에 대해 말하는 것이 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고는 전화를 걸 생각을 참고, 조금 있다가 정중천을 찾아가기로 정했다.차가 병원에 도착했다. 차를 세운 뒤 세 사람은 입원 병동으로 향했고, 이강현은 문자에 적힌 주소대로 고운란과 진효영을 데리고 병실을 찾았다.병실 밖을 지키던 경호원들은 이강현이 도착하자 몸을 일으켜 이강현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이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련님은 방금 한 시간 전에 깨어났는데, 고백승은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했습니다.”“그래, 알았어.”이강현은 문을 열고 고운란과 진효영을 데리고 병실로 들어갔다.진광철의 부상은 심각하지 않았다. 대부분 외상이고 갈비뼈 몇 개 부러졌다.한창 심심하던 진광철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다가 방문 쪽 소리를 듣고 머리를 돌렸다.이강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진광철은 흥분해서 일어서려고 하다가 허리에 힘을 주는 순간 온 몸이 통증을 느끼면서 바로 끙끙거리며 침대로 넘어졌다.“아이고.”진광철이 숨을 들이쉬었다.“내가 몸이 좀 아파서 일어나기 힘들 것 같아요.”“그냥 누워 있어.”이강현이 웃으며 말했다.고운란과 진효영은 진광철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인사를
이강현의 달램에 진광철은 투지가 넘쳐서 용기를 내어 이강현과 사업에서 꼭 성공하기로 결심하였다. 적어도 진씨 가문을 국내의 일류 가문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고백승을 향한 진효영의 시선을 보고 고운란은 몇 마디 위로한 뒤 이강현에게 나가자고 눈짓을 했다. 이강현은 진광철의 어깨를 툭툭 치며 웃었다.“몸조리 잘해.”“잘 가,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하고, 요 며칠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내 아래 사람 많아.”이강현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고운란과 진효영을 데리고 떠났다.입원 병동을 나서자 고운란은 휴대전화를 들고 이강현을 향해 흔들었다.“엄마 문자야, 최종현이 곧 도착하는데 우리 보고 두 사람 잘 도와줘래.” 진효영은 입을 삐죽 내밀고 고운란의 팔을 잡고는 가볍게 흔들었다. 얼굴에는 거절의 뜻이 가득했다.“그럼 만나보지, 두 사람 첫눈에 반할지도 모르잖아.”이강현은 농담조로 말했다.“남자에게 첫눈에 반하는 그런 일 절대 없을 거예요.”진효영은 도도한 백조처럼 목을 쳐들고 있었다.이강현은 어깨를 으쓱하고 병원 주차장을 둘러보았다. 마침 달려오는 최종현이 보였다.최종현은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달려오다가 진효영을 보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애써 시선을 돌렸다.‘어떻게 이리도 예쁠 수가 있지? 요정 같아. 근데 이강현 여자인가? 그럼 표기해야 겠네.’‘이모도 그렇지, 이강현 여자를 소개해주면 어떻게 해, 날 죽이려고 작정한 거야?!’최종현은 눈을 돌린 뒤 이강현에게 공손히 말했다.“저도 이모한테 강요당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 사실 제가 좋아하는 여자는 따로 있어요, 그러니까 오늘 일은 정말 미안하게 됐어요, 제가 사죄할 게요.”진효영은 잠시 마음을 놓았다. 최종현이 눈치 있는 사람인 것 같으니 자기한테 달라붙을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이강현은 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장모님의 말이니 그래도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운란이가 사진 몇 장이라도 찍어 보내야 만났다는 게 증명이 되잖아요, 어느 카페를 찾아
“언니 정말 하나도 걱정 안 하네요.”진효영이 약간 시큰둥하게 말했다.“그런 거 아니야, 그냥 믿음이 있는 거지.”진효영은 고개를 숙이고 말을 하지 않았다. 믿음은 배신의 조건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만약 조건이 충분하다면 이강현도 배신할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조건이 황후를 넘어뜨리는 거라면 이강현이 고운란을 배신할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묵묵히 사색에 잠긴 진효영은 고운란이 진지하게 그녀의 표정을 관찰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이강현은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면서 정중천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곧 연결되었고 정중천의 목소리는 약간 긴장되어 있었다.“이 선생.”“왜 그리 긴장해요, 요즘 무슨 일 있었어요? 킥복싱 대회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죠?”이강현이 편하게 물었다. 정중천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화장실 맨 안쪽 칸막이 안으로 숨었다.“선수들은 거의 다 도착 다했는데 요즘 날 감시하는 사람이 있어서 마음대로 전화할 수 없어, 선수들이 미친 것 같아!”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의아하게 물었다.“구속당한 거예요?”“그 정도는 아니지만 비슷해, 아무튼 말하자면 얘기가 길어. 너 이번 대회 참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요즘 훈련 경기에서 맞아 죽은 자들이 너무 많아, 그렇게 잔인한 건 정말 잔인해!”“나도 나름대로 세상 물정 알고 살아서 본 사람들도 많은데, 이번처럼 지독한 자들은 처음이야, 바로 죽이고 머리를 열어 뇌를 먹는 사람도 있어, 정말 비인간적이야!”정중천은 그 피비린 장면을 떠올리며 참지 못하고 심하게 떨었다. 당시 무대 아래에서 그 장면을 보았을 때 정중천은 하마터면 오줌을 쌀 뻔했다. 그러나 옆에서 지켜보던 권투선수들은 그것에 익숙한 지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이강현은 정중천의 지금 이 상태가 요즘 일 때문에 겁을 먹은 것이라는 걸 바로 이해했다. “그만하고, 나와 만나요, 우리 만나서 얘기해요.”“나가려면 신청을 해야 해, 내가 확인해 볼게.”“그래요, 가서 물어보세요, 난 파이트 경기장 맞은
톰슨과 크레티가 함께 앉아서 무대 위의 대련을 보고 있었다. 백인 복서와 흑인 복서의 격투기였다.세계 킥복싱 대회에서 복싱 글러브와 프로텍터 같은 것은 전혀 사용되지 않는 물건이다.선수들은 아무도 목숨에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링에서의 싸움은 죽음으로 끝장을 보고, 상대를 완전히 때려죽여야 한판 경기가 끝난다.세계 킥복싱 대회의 패자는 거의 살아서 퇴진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설령 요행으로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후반생은 거의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하였다.두 사람의 격전이 한창 무르익어 많은 와일드카드 선수들이 사방에서 갈채를 보내며, 한 차례의 훈련경기가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었다.서로의 주목은 상대방을 향해 힘껏 날아갔고, 주먹에 맞은 두사람의 몸에서 이미 핏물이 튀었다.링의 상황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정중천은 허리를 굽혀 크레티와 톰슨 곁에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밖에 나가 필요한 것들을 좀 사야 해서요, 외출을 신청하려고 합니다.”“뭘 사려고? 너 솔직히 말해, 사실대로 말하면 동의할 지도 몰라, 근데 거짓이라면 다음 훈련경기 네가 올라가게 될 거야.”크레티는 웃고 있었지만 정중천은 가슴이 섬뜩하였다. 정중천은 크레티의 말이 위협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동안 정중천이 핑계를 대고 떠났는데도 크레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어물쩍 넘어갈 줄 알았는데 뜻밖의 일이 생겼다.‘크레티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설마 핸드폰을 도청한 거야?’‘이 빌어먹을 외국 놈들!’정중천은 머리를 빨리 돌렸지만 마땅한 핑계를 생각해내지 못했다.“정말이예요, 거짓말 아니에요.” 정중천이 더듬더듬 말했다.“하하하.”톰슨은 웃으며 정중천의 어깨를 툭툭 치며 껴안았다.“크레티, 얘를 그만 놀려, 겁 먹었잖아, 근데 정말 웃겼어.”“허허, 농담이야, 긴장할 필요 없어. 우리 친구잖아, 우리의 우정은 영원해, 네가 나가고 싶으면 가, 너는 자유야.”크레티는 눈썹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보기에 정말 정중천을 놀리는 것 같았다.정중
“링에서 얻은 혈액은 양쪽 혈액이 섞일 수도 있고, 다른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 분석에 적합하지 않을 수가 있어, 그래서 기회를 잡아 가능한 한 많은 샘플을 얻어야 해, 난 찰스 박사를 불쾌하게 하고 싶지 않아.”“알았어요, 틀린 말은 아니에요, 어차피 작전 지휘는 그쪽이 하니까 무슨 계획인지 알려주세요.”크레티는 어깨를 으쓱하며 톰슨에게 계속 대들지 않았다.톰슨은 핸드폰을 꺼내 감시카메라를 열어 보았다.“정중천 차와 몸에 추적기가 달려 있어서 도망갈 수 없어, 차이나타운에서 찾은 고수들 이제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이강현 잡으라고 했어.”“설마 그 사람들이 이강현을 잡아올 거라고 믿는 거예요? 시험관을 제대로 쓸 줄이나 아는지…….”크레티가 시큰둥하게 말했다.“걔네들은 싸움만 하고 혈액은 네가 가져와.” 톰슨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크레티는 톰슨의 말에 반박하려고 눈살을 찌푸렸지만 꾹 참았다.톰슨이 상급자이고 크레티도 톰슨을 넘어설 자신이 없어 톰슨이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네, 지금 바로 갈게요.”“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 크레티, 좀 더 기뻐해야지, 난 하루라도 빨리 이 역겨운 곳을 떠나고 싶어, 어쩌면 오늘 일을 끝내고 내일 돌아갈 수 있을 지도 몰라.”크레티는 헛웃음을 지었다.“예, 그럼 먼저 옷부터 갈아입을 가요? 아니면 정중천이 우릴 보고 놀랄 거예요.”“그래, 얼른 옷 갈아입고 이강현이 어떤 사람인지 가보자, 설마 유럽 쪽 애들이랑 같은 건 아니겠지? 난 박쥐와 늑대인간은 싫어.”톰슨과 크레티는 잡담을 나누다가 숙소에 도착하여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옷으로 갈아입은 뒤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채집기를 들고 떠났다. ……정중천은 이강현이 준 위치에 따라 차를 몰고 갔다. 찻집 밖에 나가 차를 세우고는 황급히 찻집으로 들어갔다.이강현이 알려준 룸을 찾아 정중천은 문을 밀고 들어갔다. 뒤돌아보니 뒤쫓아오는 사람이 없어 정중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방문을 굳게 닫았다.“제가 늦었네요.”정중천은 쓴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