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현은 우관의 어깨를 움켜쥐고 손목에 힘을 주어 우관을 던졌다.“적의 말은 무시하는 거야.”우관은 공중에서 바람개비처럼 회전하다가 임시현의 머리 위로 십여 미터 날아간 뒤에야 땅에 떨어졌다.방금 이강현이 우관의 어깨를 잡으면서 그 어깨는 이미 부셔졌다. 우관은 간신히 몸을 일으켰고, 그의 오른팔은 부자연스럽게 축 늘어져 있었다.임시현과 고청아는 우관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도련님, 빨리 도망가세요!”우관은 소리치며 임시현에게 눈짓을 했다.임시현은 이를 악물고 두 손을 번쩍 내밀어 고청아의 가느다란 허리를 잡은 뒤 두 팔에 힘을 주어 고청아를 이강현에게 던졌다.“아! 시현 씨, 지금 뭐하는 거예요!”고청아는 황급히 외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네가 나를 위해 시간을 끌어줘야겠어!”임시현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도망갔다. 우관은 임시현의 곁으로 달려가 왼손으로 임시현의 뒷허리를 잡고 임시현을 와이너리 밖으로 던졌다.“도련님, 밖에 남아 있는 부하들이 있어요, 어서 도망가세요, 가능한 멀리요! 제 가족은 도련님께 부탁합니다!”임시현은 눈시울을 붉히며 공중에서 우관을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는 감동과 분노로 가득 찼다.우관의 충성에 대해 감동하고, 이강현의 흉포함에 분노하였다. 속으로는 이강현이 자기한테 순종하지 않은 것을 원망하였다.‘아무리 날뛴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쫓아다녀야겠어?’임시현은 와이너리 밖으로 날아간 후 땅에 떨어져 몇 바퀴를 데굴데굴 굴렀다.“빨리 차 가지고 와!”임시현이 목청을 돋우어 소리쳤다.밖에 남아 있던 몇몇 부하들은 모두 상황이 발생한 것을 알아차리고 달려나가 임시현을 데리고 차에 태운 후 시동을 걸고 미친 듯이 달렸다.이때 와이너리에서 겁에 질린 고청아는 비명을 지르며 이강현의 발밑에 떨어졌다. 임시현의 힘으로 멀리 던지기에는 부족하였다. 그리하여 이강현을 치기도 전에 먼저 땅에 떨어진 것이다.고청아는 놀라서 당황한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며 넘어지는 온몸의 심한 통증에
우관의 두 다리에 돌멩이가 꽂히자 순식간에 상처에서 피가 쏟아져 나와 우관의 바지를 빨갛게 물들였다.우관은 두 다리의 통증을 참으며 괴상한 자세로 필사적으로 밖으로 뛰어나갔다.이강현은 우관에게 손을 대지 않고 두 손을 메고 돌아서서 고청아를 바라보았다.고청아는 이미 일어서서 고개를 떨구고 감히 이강현을 쳐다보지 못했다.“잘못했어요, 살, 살려주세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그래도 화가 안 풀리면 제가 저녁에…….”고청아는 입술을 오므리고 뒷말을 잇지 못했다. 자기에게 별다른 재주가 없다는 것을 알고 고청아는 본능과 습관에서 나와 자신의 몸을 칩으로 삼았다.“허허.”이강현은 냉소하며 시큰둥하게 말했다.“그런 건 집어치우죠.”고청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고 부끄러우면서도 분했다. 이강현의 무시로 상처받았다. 이강현은 고청아를 돌아 고운란 쪽으로 걸어갔다.구석에 있던 서은지는 이제야 정신을 차렸다. 방금의 장면을 떠올리며 이강현의 특별함을 느꼈다.이강현 혼자서 임시현과 맞서고, 진광철도 이강현의 앞잡이가 되겠다고 한 거, 이 모두가 이강현의 절대적인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서은지의 마음은 후회로 가득 차 있었다. 이강현의 실력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에 대한 후회이다. ‘만약 이 남자가 내 남자면 얼마나 좋을까!’‘왜 고운란만 이런 운이 있는 거야! 이강현이 예전에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게 분명해, 고운란은 그걸 알고 이강현을 선택한 거야!’서은지는 속았다고 생각하며 중얼거렸다.“허! 고운란 그년 내가 이강현 정체를 알고 빼앗을까 봐 숨기고 알려주지 않은 거야. 일부러 오해하게 놔둔 거였어!”“이강현이 이렇게 센 줄 알았으면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어쩌면 이강현을 낚았을지도 몰라!”마음이 점점 뒤틀려가는 서은지, 이강현의 모습을 바라볼 때 눈에 이상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서은지는 이강현이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강현은 고운란 곁에 돌아와 웃으며 말했다.“여기 너무 지루한데, 그냥 돌아갈까?”“응, 나도 돌
하지만 고운란은 뾰족한 수가 없어 이강현을 바라보며 말했다.“무슨 방법이라도 있어?”“없어, 그렇다고 집에 데려갈 수는 없잖아, 방이 없어.”이강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아예 진효영을 도울 생각이 없었다.‘나쁜 놈, 왜 넘어오지 않는 거야! 어린 여자애는 보호해야 한다는 말 몰라?!’진효영이 불만을 품고 이강현을 비방하였다.“언니, 나 빨래도 하고 밥도 잘해요, 그러니까 좀 도와주세요, 같이 언니 집에 있게 해줘요, 집안일은 내가 다 할게요, 절대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고운란은 고민스러운 듯 이마를 문지르며 이강현을 잡았다.“아니면 하룻밤만 집에 묵게 할까?”“허허, 그럼 내일은?”“내일, 내일 고백승 아저씨가 깨어날지도 모르잖아, 그럼 돌봐주는 사람이 있을 거고, 우리가 걱정하지 않아도 돼.”고운란이 진효영을 가엽게 여기는 것을 알고 이강현이 마지못해 말했다.“아니면 장충천한테 보내는 건 어때? 집에 데려가기는 너무 귀찮아.”“싫어요, 전 언니랑 같이 있을래요, 제가 유괴되면 어쩌려고요, 요즘 인신매매가 얼마나 많은데.”진효영이 고운란의 팔을 잡고 애교를 부리자 고운란은 그녀의 팔을 두드리며 말했다.“걱정 마, 그런 일 없을 거야, 오늘 밤은 나랑 자고 쟤는 거실에서 자면 돼.”“좋아요, 언니, 근데 이강현 오빠 거실 자게 하는 건 좀 그렇겠죠, 아니면 제가 거실에서 잘게요.”진효영은 더없이 얌전하게 말했다.“너야말로 소파에서 자면 안 돼, 저 사람 튼튼해, 거실에서 자는 게 제격이야.”이강현은 불쌍한 얼굴로 고운란을 보았다. 그러나 이미 마음먹은 고운란의 결정은 꺾을 수 없으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강현은 진광철의 경호원들을 불러 진광철과 고백승을 모두 병원으로 보내라고 한 뒤 구석에 움츠러든 임시현의 부하들을 바라보았다.임시현의 부하들은 모두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벌벌 떨며 이강현을 쳐다보았다. 모두들 하나같이 웃는 얼굴을 짜내어 이강현에게 사죄하려고 애썼다.“저희들이 이 선생의 정체를 못 알아보고 무례를 범하였습
“숨겼다고?”머리속이 아직 뒤죽박죽인 고청아는 서은지 말이 무슨 뜻인지 아예 이해를 못했다.서은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비웃었다.“너 설마 아직도 이강현이 무능하다고 생각해?”“왜 아니야!”고청아가 다시 반박하려고 하는데 서은지가 그녀의 얼굴에 찬물을 뿌렸다.“제발 정신 좀 차려, 아까 임시현이 얼마나 낭패한 지 못 봤어? 이강현 혼자 다 쓰러뜨린 거야, 진광철 그 오만방자한 도련님도 이강현의 앞잡이라고 말하고 이강현을 지키다가 죽을 뻔했는데, 이게 무능한 자가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고청아는 말없이 얼굴에 묻은 물자국을 닦았다. 뿌린 물에 정신을 차리고 많이 진정되었다.서은지가 한 이런 말들을 고청아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이강현 이 자식은 갑자기 왜 이렇게 강해진 거야!’“담배 한 대 줘.”고청아가 넋이 나간 듯 말했다.서은지는 담배를 꺼내 고청아에게 건네주며 미소를 지었다.“고운란이 이렇게 오래 숨긴 걸 보니 아마 이강현의 정체를 알고 다른 여자들이 달려들까 봐 그런 것 같은데,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왜, 너 이강현한테 마음이 흔들렸니?”담배를 깊이 들이마신 뒤 고청아의 마음도 따라 흔들렸다.여자는 천성적으로 강자에게 의존한다. 고청아와 서은지가 재벌들 사이를 오고 가는 것도 충분히 강한 사람을 찾아 기대기 위해서이다. 다만 생각만큼 강한 백마 탄 왕자를 찾지 못한 그녀들은 지금 이강현의 활약에 마음이 흔들렸다. “당연하지, 고운란이 뭐라고!”서은지는 약간 분개한 표정으로 말했다.고청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맞아, 우리보다 얼굴이 조금 예쁜 거치고 내놓을 것도 없구먼 왜 좋은 건 다 걔 차례냐고.”“이강현 빼앗아, 그래야 우리도 살 수 있어, 고운란에게 남겨줘서는 안 돼, 적어도 한 번은 이강현이랑 자야 내 화가 풀길 것 같아.”고청아가 눈을 번쩍 떴다. 순간 머리속에 수많은 형부와 처제의 스토리가 스쳐 지났다. ‘가까이 있는 자가 이득을 보는 법이야, 이강현은 내가 먼저
이강현 세 사람은 집으로 돌아왔다. 최순은 원래 이강현이 밤늦게 들어오지 않아 호통치려고 했지만, 고운란과 진효영이 손을 잡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잠시 어리둥절해졌다.“누구?”“아줌마 안녕하세요, 저는 진효영이라고 하고요, 운란 언니 친구예요. 제가 사정이 좀 있어서 잠시 여기에 묵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같이 따라왔어요.”진효영은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최순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마음대로 있어, 사람이 많아야 집도 떠들썩하고 좋아, 운란이랑 같은 방 쓰고 이강현은 객실에서 자면 돼.”이강현은 입을 삐죽거리며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고운란은 이강현의 손을 잡아당기고 이강현의 손을 살짝 쥐었다.이강현은 아내가 자신을 달래고 있음을 깨닫고 미소로 답했다.“이강현, 왜 거기에 서있어, 빨리 들어가 준비 안 해?!”최순이 냉랭한 얼굴로 말했다.“네, 가요.”이강현은 돌아서서 부엌으로 향했다. 진효영은 이강현의 뒷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이강현을 모시고 살아도 모자랄 판에 지금 일하라고 소리친 거야?’‘아니야, 아마도 이강현이 자기 정체를 숨기고 있는 거야.’마음속으로 앞뒤 정리를 끝마친 진효영은 한편 이강현을 존경하기도 하였다. 이강현이 처한 환경이 자기보다 더 비참한 것을 느끼고 그에 대한 태도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최순은 반갑게 진효통을 불러 앉히고, 진효통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효영의 결혼 얘기가 나왔을 때 최순은 아직이라는 답을 늦고는 더욱 열정적이었다.“운란아, 네 사촌형 종현이가 아직 결혼하지 않았잖아, 효영이 종현이랑 어울린다고 생각해? 두 사람 만나보는 거 어때? 누가 알아 좋은 인연이 될지.”최순은 조카에게 진효영을 소개하려고 했다. 진효영은 수줍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아줌마, 저 이미 약혼했어요.”“약혼이 뭐 어때서, 결혼하고도 이혼할 수 있는데, 이런 인생사는 잘 생각하고 정하는 거야, 그때 운란을 이강현에게 시집보낸 게 정말 후회돼.”최순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네? 이강현 오
최순의 말에 고운란은 어이없어 하였다. 이강현에 대한 최순의 생각이 뼛속까지 새겨들어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저 할 말이 없어요, 이만 효영이랑 방에 들어갈께요.”“뭐가 그렇게 급해, 효영이랑 종현 자리 좀 만들어.”최순은 포기하지 않고 말했다.“두 사람 어울리지 않으니 헛된 생각은 하지 마세요.”“뭐가 안 어울려, 이강현 그 자식도 너랑 결혼할 수 있는데, 네 종현 오빠는 얼굴도 잘 생기고, 사업에도 성공하고, 좋은 남편감인데 부족한 건 하나도 없어, 효영아, 내일 아줌마가 자리 만들어 줄게, 어때?”진효영은 어색하게 말했다.“저 아직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결혼할 준비되면 그때 다시 말씀드릴게요.”“인연은 기다리는 게 아니야, 우리 집에 있는 이상 그래도 한번은 만나봐야 지, 아줌마 화내는 거 보고 싶어?”최순이 정색을 하고 말했다.진효영은 지금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다. 그녀가 다소 억울한 표정으로 고운란을 바라보았다.고운란은 머뭇거리며 말했다.“내일 사촌형과 약속을 잡을 테니 그때 만나면 되죠.”최순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종현이한테는 내가 미리 말할 게, 너희들 내일 잘 만나봐.”최순이 전화하는 것을 보고 고운란을 재빨리 진효영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이강현은 씻을 물을 들고 고운란 발 앞에 놓았다.“여보, 내가 발 씻겨줄 게.”이강현은 빙그레 웃으며 고운란의 하얀 발 위로 눈빛을 연신 날렸다.고운란은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이강현을 밀었다.“그만해, 지금 뭐 하는 거야, 빨리 이불 들고 나가.”진효영은 두 사람이 장난치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운란의 발을 쳐다보며 이강현이 혹시 발에 독특한 취미가 있는 것은 아닌지 궁리하고 있었다.‘내 발도 나쁘지 않은데, 희고 모양도 예쁘고, 이걸로 한 번 꼬셔볼까?’고운란은 진효영을 힐끗 쳐다보다가 진효영이 멍해지자 얼굴에 부끄러움이 더 짙어져 이강현을 방에서 밀어낸 뒤 이강현의 이불 베개를 통째로 방 밖으로
먼저 이강현을 치우고, 황후를 도와 용문을 통제한 후 기회를 봐서 천천히 황후의 권력을 빼앗아 허수아비로 만들면 용문은 권무영의 손아귀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때면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를 수 있고, 더 이상 노예처럼 살지 않아도 된다!권무영의 눈에서 매서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곧 고개를 숙이고 눈꺼풀을 늘어뜨리며 야심을 감추었다.작은 걸음으로 방에 들어서자 권무영은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었다.“황후, 진효영은 이미 성공적으로 이강현의 곁에 잠복했습니다. 오늘 저녁 이강현의 집에 들어갔고 곧 좋은 소식이 전해질 겁니다. 다만 고백승이 임시현 사람들에게 맞아 지금 병원에 있다고 합니다.”“고백승이 죽든 살든 상관없어, 중요한 건 진효영이 오픈키를 찾을 수 있다는 거야, 만약 오픈키를 못 찾아낸다면 걔 가족 깔끔하게 처리해.”권무영은 고개를 숙이고 쓴웃음을 지었다.“근데 오픈키가 어떤 모양인지 전혀 모르는데 어떻게…….”“지금 진효영 편을 드는 거야?”황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어찌 감히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냥 제대로 진행할 수 있는지 걱정이 되서요, 이강현 옆에 사람 붙이는 거 쉽지 않아요.”“내가 모를 것 같아? 와서 발이나 주물러.”황후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네.”권무영은 침대 옆에 앉아 황후의 발을 들어 주물렀다. 황후는 편안하게 눈을 감고 즐기면서 말했다.“킥복싱 대회 소식은 있어?”“네, 경기장 일은 정중천이 대응하고 있습니다. 인테리어는 거의 완성되어 가고, 장소는 파이트 경기장으로 정했고요, 대회에 참석하는 선수들도 지금 거의 다 도착했으니 모레면 와일드카드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강현은 모레의 마지막 경기고, 들은 바로는 상대가 만만치 않다고 하네요.”“어떤 상대인지 말해 봐.”황후는 자못 흥미를 느끼며 물었다.“킥복싱 대회 그 사람들 아마 이강현을 죽일 작정인가 봅니다. 이번 이강현의 상대는 서아프리카 대륙의 블랙 정글에서 나온 자인데 한 마디로 죽은 시체들을 밟고 살아남은 승자죠.
고민국 사무실에서 고청아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고민국과 고건강 맞은편에 앉아 어젯밤 와이너리 야회에서의 일을 다 이야기했다.고청아의 이야기를 들은 고민국과 고건강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이강현 걔 뭐야? 어떻게 임시현 부하들을 쉽게 상대할 수가 있지?”고민국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청아야, 이 일 어떻게 생각해?”고건강이 입을 열어 물었다.고청아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진씨 가문 진광철도 이강현 앞잡이라고 하는데 그것만으로 충분히 설명된 것 같은데요. 본 그대로가 아니라는 뜻이예요, 자기 정체를 숨기고 있는 거죠.”고청아의 말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모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니야, 그 자식은 그냥 누구나 다 아는 쓰레기야, 뭘 숨겨, 여기에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어쩌면 임시현이 이강현 연기를 도와주고 있을지도 몰라.”“큰아버지, 그만 받아들이세요, 이전 남씨 가문 일도 그렇잖아요, 김해 사람들이 와서 이강현에게 사죄한 건 또 어떻게 설명할 건데요, 여기에 와이너리 야회까지 합치면 답이 안 나오세요?”고청아는 지난 일까지 꺼내놓았다. 눈을 감고 다시 사색에 잠긴 고민국은 생각할수록 놀라웠다.그러나 그동안의 일에도 불구하고 고민국은 계속 이강현이 강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야, 그냥 센 척하는 흉내 낼 수도 있어, 고건민이랑 물어봤는데 진성택이 이강현을 도와주고 있대.”고민국이 목이 메어 말했다.“허허, 그럼 이강현이 진성택의 도움을 받아 센 척했다고 쳐요, 근데 왜 이강현을 도운 거죠? 진성택이 이강현을 돕는다는 사실 역시 많은 걸 볼 수 있지 않아요?”고청아는 몸을 일으키고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큰아버지, 아들이 이강현한테 맞았다고 해도 일에 대한 이성은 잃지 말죠.”고청아가 돌아서자 고건강이 고청아를 끌어당겼다.“뭐가 그리 급해, 네가 틀린다는 게 아니라 이강현이 네 말 대로 상대하기 힘들면 너 앞으로 건드리지 않을 거야?” 한참 후 고청아는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더니 눈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