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란은 갑자기 편안함을 느꼈다. 마치 이강현이 자기의 의지가 된 것 같았다. 이강현은 핸드폰을 꺼내 진성택에게 변호사를 배치해 함정계약을 만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강현은 토지에 관한 각종문서를 고씨가문에게 공짜로 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고씨가문에게 양도협의를 체결하게 하려고 한다. 그리고 협의에 은밀한 함정조항만 추가하면 끝이다. 진성택은 재빨리 메시지를 보내 이강현의 요구를 상세하게 물었고 이강현은 간단하게 답장했다. “계약에 함정을 설치해.” 진성택은 이강현이 보낸 답장을 보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바로 국내외의 최고 변호사에게 연락하여 계약 제정을 논의했다. 진선택은 빠르게 제작한 후 계약 조항을 이강현의 이메일로 발송했다. 이강현은 계약조항을 보고 집에서 멀지 않은 인쇄부에서 내려 계약을 인쇄하러 갔다. 계약인쇄를 마친 이강현은 진성택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요즘 용후에게 어떤 움직임이 있었어?” “용후가 많은 핵심 부하들을 만났는데 긴박하게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용후가 보름 안으로 한성에 올 거라고 합니다.” 진성택이 재빨리 말했다. 이강현은 실눈을 뜨고 물었다. “크루프가 고씨가문과 합작얘기하러 왔었는데 넌 알고 있었니?” “네. 제가 아직 그의 의도를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크루프는 그냥 꼭두각시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용후가 뒤에서 고씨가문에게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진성택은 긴장되기 시작했다. 이강현이 고운란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용후가 고운란에게 불리한 짓을 한다면 진성택은 이강현이 용후에게 무슨 짓을 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도련님, 일단 진정하세요. 제가 사람을 파견해 사부인의 안전을 지키겠습니다. 절대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진성택은 군령장을 체결하듯 꼿꼿이 서서 말했다. 이강현은 대답한 뒤 계속 말했다. “용후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하고 있어.”전화를 끊은 이강현은 고개를 저으며 크루
고건민은 침묵했다. 이강현이 한 말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도 반박할 수 없었다. 최순은 고건민이 침묵하는 것을 보고 망설이다 말했다. “이강현, 넌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니? 나는 그 땅이 우리 집의 것이라고 생각해. 우리 건데 왜 공짜로 그 사람들한테 줘야 하는데? 우리한테 득이 될 게 뭐가 있다고?” “당신.” 고건민은 최순을 쳐다보면서 그가 한 말에 대해 다소 불만스러워했다. “내가 뭐? 내가 이러는 것도 다 우리 집을 위해서잖아.” 최순은 당당하게 말했다. “이 땅은 가문에서 필요한 땅이야. 우리가 숨기고 내놓지 않으면 남들이 손가락질할 거라고.” 고건민은 초조한 말투로 말했다. “이런 일은 아무리 해명해도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아. 거기다 만약 고민국 그 사람들이 이야기를 만들어서 뿌리면, 나 고건민의 체면은 어떡하라고?” 자신의 체면을 위해 고건민은 차라리 토지를 가문에 넘겨줄지언정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싶지 않았다. 최순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손가락질할 게 뭐가 있어? 지금은 모두 가난한 사람을 비웃지 누가 이런 거로 사람을 비웃어? 이 땅을 주고, 앞으로 유산도 상속받지 못하면 우리는 그야말로 거지가 되는 거야.” “그래도 손가락질당할 수는 없잖아. 정말 그렇게 된다면 우리 가족은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게 될 거야. 이 일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어. 난 이미 결정했어, 반드시 가문으로 넘겨야 해.” 고건민은 가장의 위엄을 내세워 최순이 사리사욕으로 자신의 명성을 떨어뜨리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최순은 화가 나서 고건민을 바라보면서 정신 차릴 수 있게 고건민을 세게 꼬집고 싶었다. “당신 왜 그렇게 멍청해? 명성이 돈이 돼? 당신이 정말 그렇게 하면 당신 큰형이 좋다고 배 그러안고 웃겠네.” “아버지, 어머니, 이강현의 의견도 좀 들어봐야 하는 거 아닐까요? 아무리 그래도 이 땅이 이강현 건데.” 고운란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최순은 눈이 밝아지며 이강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크루프는 차를 몰고 서울 교외로 가서 강변에 차를 세웠다. 강변의 굽이길에서 한 사람이 앉아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의 모습은 꽤 수척해 보였다. 반쯤 하예진 머리는 뒤통수에 꽁쳐있었고 강변에 꼼짝 않고 앉아있었다. 바짝 마른 뒷모습을 본 크루프는 침을 꿀꺽 삼키고 눈빛에는 두려운 기색이 스쳤다. 크루프가 국제적으로 유명한 그룹의 최고경영자이긴 하지만 자신의 생사를 좌우지할 수 있는 눈앞의 늙은이에 대해 끝없는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마른 노인의 신분에 대해 크루프는 잘 모른다. 단지 이 노인이 자기 사장의 사장의 사장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원래 크루프는 마른 노인을 만날 자격이 없었지만, 고씨와 합작하는 일을 맡았기 때문에 계층의 장벽을 허물고 자신의 지위보다 몇 층이나 높은 인물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크루프는 옷을 정돈하고 순례하는 심정으로 마른 노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노인 뒤의 반 미터 떨어진 곳에서 걸음을 멈추고 몸을 굽혀 말했다. “팔어르신, 안녕하세요, 저는 크루프입니다.” “음.” 팔어르신은 비강으로 소리를 내 크루프의 말에 대답했다. 크루프는 허리를 좀 더 굽혀 황송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고씨가문과 연락을 취해서 고운란과 보충협의를 체결했어요.” “음.” “그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팔어르신께서 지시를 내려주셨으면 합니다.” “이강현은 만났냐?” 팔어르신은 여전히 눈을 감고 말했다. “네 만나긴 했지만 이강현과 직접적인 교류는 하지 않았습니다. 보아하니 왕래하기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는 고씨가문에서 조금 난감한 위치에 처해있는 듯합니다.” 크루프는 이강현을 만났을 때의 장면을 회상하면서 자신이 묘사한 것이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하하, 난감한 것뿐이겠는가? 고씨가문의 데릴사위로 들어가서 병신취급받았으면 병신처럼 살 것이지 왜 이 난리를 쳐가지고.” 크루프는 팔어르신이 한 말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이 말은 팔어르신만이 알 수 있었다. 이강현이 용후와 싸
크루프는 팔어르신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자신은 집행만 하고 다른 건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반드시 최선을 다해 고운란과 이강현의 신뢰를 얻겠습니다.” “아니, 내 말은 네가 그들에게 비위를 맞추라는 게 아니고 그들이 너를 믿고 따르게 하라고. 알아들었니?” 팔어르신이 느릿느릿 말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그들의 신뢰를 얻겠습니다.” 크루프가 공손하게 말했다. “그래, 그럼 넌 일단 돌아가. 분수에 맞게 행동하고.” “알겠습니다.” 크루프는 몸을 돌려 떠나갔다. 비록 몇 마디밖에 대화를 안 했지만 팔어르신의 카리스마는 살얼음판을 걷게 하는 기분이었다. 차에 돌아온 크루프는 다시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좌석에 앉아 숨을 몰아쉬였다. “그들의 신뢰를 얻으라고? 듣기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정말 어려운 건데.” 크루프는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누군가의 신뢰를 얻는다는 건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건데 크루프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개인적인 매력으로 얻어야 하나?’ 하지만 크루프는 자신이 그렇게 큰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남은 방법은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뿐이야. 그리고 어려움 속에서 고운란과 이강현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그들의 신뢰를 얻는 거지.’ 크루프는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길을 찾은 것 같아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크루프는 눈을 뜨고 핸드폰을 꺼내 비서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룹의 명의로 한성에서 술파티를 열어서 한성의 명사들을 모두 초대해. 아니, 한성의 명사들은 자격이 별로 없는 것 같으니까 주로 서울의 명사들과 재벌 2세들을 초대해. 한성의 명사들은 몇 명만 초대해서 구색만만 맞춰주면 돼.” 크루프는 또 비서에게 일부 주의사항을 당부한 후 말했다. “고운란 씨와 이강현 선생에게도 초청장을 발송해. 그들 회사로 발송해.”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실행하겠습니다.”비서는 집행력이 강해 전화를 끊은 후 크루프의 분부에 따라 자격 있는
‘가문에서 너무 약한 게 문제야. 누구나 와서 괴롭히려고 하니.’ 답답한 최순은 이강현에게 화풀이를 했다. “이건 우리가 가문에서 너무 지위가 없기 때문이 아니야! 다 이강현 이 병신 사위 때문이야. 만약 권력이 있고 세력이 있는 사위였다면 누가 감히 이렇게 우리를 괴롭히겠어?” “병신! 우리 가족까지 괴롭힘을 당하게 하는 병신! 다른 사람이 손에까지 쥐여준 물건도 지킬 수 없는데 무슨 면목으로 이 세상에서 살아?” 최순은 말을 할수록 화가 나서 결국 젓가락을 던지고 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고.” 고건민은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바라보았다. “다르게 생각하지 마, 네 장모가 원래 이런 성격이잖니.” “괜찮아요, 아버지. 우리 빨리 먹고 회사로 가죠.” 이강현은 전혀 상관없는 듯 말했다. 이강현은 이미 만전의 준비를 마쳤다. 앞으로 무슨 불리한 일이 일어날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이 땅은 오히려 독이 있는 미끼였다. 이강현이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계약 중의 독환조항으로 모든 꿍꿍이를 품은 사람들이 피를 토하게 할 수 있었다. 고건민도 밥맛이 뚝 떨어져 젓가락을 내려놓고 일어나 이강현과 고운란을 데리고 집을 나갔다. 세 사람은 집을 떠나 곧장 회사로 향했다. 회사의 회의실엔 고씨어르신이 이미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고민국과 고건강은 고씨 어르신의 좌우에 앉았고 고흥윤과 고청아는 고씨어르신의 뒤에 서서 어르신의 어깨를 주물렀다. “아버지, 이번 합작은 우리 고씨가문에게 아주 중요한 거예요. 그리고 그쪽에서 너무 급하게 재촉해서 마침 이강현의 손에 노는 땅도 있고 해서 아무래도 우리 가문에서 사용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거고요.” “응, 네 생각이 맞아. 그 병신이 땅을 가지고 있으면 뭐 하겠어. 새 공장의 건설 용지로 삼는 것이 가장 좋지. 근데 왜? 그 병신이 동의하지 않니?” 고씨어르신은 눈을 감고 말했다. 고건강은 냉소하며 말했다.“아버지, 어제 그 병신의 광기를 못 보셔서 그래요. 얼마나 사람을 화나
크루프가 고운란과 이강현을 파티에 초대했다고?’고민국은 질투가 났다.‘왜 고운란과 이강현만 초청한 건데? 내가 고씨 집안의 기둥인데! 앞으로 고씨 집안은 내것이 될텐데.’고민국은 마음속으로 아우성쳤다. 고민국은 크루프의 행동에 불만이 가득했다.“월리스 선생님, 크루프 선생님께서 고운란과 이강현만 초대한 건가요?”고민국은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며 물었다,“네, 파티에는 서울 상류 사람들과 재벌들만 초대받았어요, 한성에서 초대받은 사람은 몇 명이 안되요, 고운란 아가씨와 이강현 성생님은 대표님과 파트너이신지라 이번 파티에 참석하게 되셨어요.”월리스는 초대장을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말했다.“전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네요, 초대장 고운란 아가씨한테 전해주세요.”월리스가 떠나려고 하자 고민국이 다급하게 물었다.“저 뭐 좀 여쭤보고 싶은데 우린 왜 초대장을 받지 못한건가요? 우리도 크루프 선생님과 합작파트너잖아요.”“아니죠, 아니죠, 당신들은 대표님 파트너 가족분들이죠, 저는 제가 알아듣게 잘 전달했다고 보는데…….”말을 마친 월리스는 자리를 떠나고 고민국만이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언제부터 내가 고운란과 이강현의 가족이 된 거야?’고민국은 화가 치밀어올랐다.고청아는 여러 재벌들이 모여있는 파티장을 상상하면서 자신이 그 파티에 참석했더라면 파티의 주인공은 틀림없이 자기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 속 고청아는 파티에 참석할 자격조차 없었다.“에헴.”고 어르신이 기침하며 말했다.“그깟 파티 갖고 다들 왜 그래, 다 허무한 것들이야, 땅을 손에 넣는 것이야말로 급선무야, 파티는 둘이 참석하라고 해.”“할아버지, 이건 평범한 파티 자리가 아니잖아요, 인맥을 쌓을수 있는 드문 기회라고요, 저도 참석하고 싶어요.”고청아가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인맥보다 실력으로 성과를 보여줘야 다른 사람들이 널 존경하는 거야, 넌 이강현이랑 고운란이 파티에 참가하는게 좋은 일일 것만 같니?”고 어르신의 말에 고민국은 생각에 잠겼다.이때 고
고 어르신의 시선이 고건민을 스치더니 이강현 몸에 멈춰 섰다.고 어르신의 시선이 이강현의 시선과 부딪치자 어르신은 용맹한 호랑이마냥 이강현을 보고 으르렁거렸다.고 어르신께서 저런 사나운 눈빛으로 사람은 대한 적은 살아생전 딱 두 번이었다. 고씨 가문의 사업이 위기를 맞았을때 고 어르신께서 저런 눈빛으로 상대방과 담판을 지었었다.이번에는 다름 아닌 고씨 가문의 번창한 앞날을 위해 고 어르신께서 다시금 심기일전 하신 모양이었다.고건민은 몸을 덜덜 떨었다. 고건민은 땅을 내놓기로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했다.고운란도 고 어르신의 눈빛에 겁먹어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고운란은 어르신께서 당장이라도 주먹을 휘두를 것만 같았다.이강현은 침착한 태도로 고 어르신과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고 어르신은 이강현의 태연한 자태에 흠칫 놀랐다.고 어르신은 마치 자신의 주먹이 솜에 닿은 것마냥 무력감이 들었다.“너 나한테 할 말 없니?”고 어르신이 물었다.이강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으면서 계약서를 고 어르신 앞에 가져갔다.“어르신. 땅은 내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와 계약서를 체결하셔야 할겁니다, 이 계약서만 체결하시면 땅은 사용하시고 싶은 대로 사용하셔도 됩니다.”고민국은 이강현이 너무 말을 잘 듣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모든 상황을 돌이켜보면 이강현은 순순히 자신의 의지를 굽힐 사람이 아니었다.뭇 사람들의 시선이 의강현의 얼굴에서 테이블에 있는 계약서로 옮겨졌다.“그냥 순순히 내놓으면 될 것이지 계약서는 무슨 계약서야, 너 도대체 무슨 꿍꿍이야?”고흥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고 어르신이 계약서를 들어 훑어보자 고민국과 고건강도 같이 계약서를 훑어보기 시작했다.그냥 평범한 양도 계약서였으며 모든 소유권은 고씨 집안 새로운 회사에 있다고 적혀져 있었다.“별 문제 없어 보이는데, 흥윤아, 법무부 사람 불러봐.”고민국이 신중하게 말했다.고흥윤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법무부 사람한테 연락하여 계약서에 함정이 있는지
고민국은 말로는 그러겠다고 했지만 의심이 들었다.이강현이 이렇게 순순히 말을 듣는 것이 뭔가 의심쩍었다. 이강현이 일을 크게 만들 경우를 대비해 어르신까지 모셔 앉혔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줄 몰랐다.법무팀에서도 계약서를 확인했고 고건민도 계약서를 깐깐하게 훑어보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탑 클라스의 변호사들이 파놓은 함정은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 법무팀 인원이 아니고서는 보아낼 수가 없었다.고씨 집안에서 모셔 온 법무팀 인원은 그중에서도 제일 평범한 직원이었기에 보아낼 리가 없었다.고민국은 계약서를 내려놓고는 이강현과 고운란을 번갈아 보더니 고건민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이 모든 것이 고건민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민국은 웃으며 말했다.“건민아, 이번엔 좋은 일 제대로 하네? 어제만 해도 너의 집 사위가 나한테 그 땅 절대로 내줄수 없다고 하더니 네가 잘 타일렀나 봐?”고건민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고건민은 자신의 얼굴을 사람들한테 알릴수 있는 기회를 그냥 지나칠 사람이 아니었다.“이강현이 고집은 세도 잘만 타이르면 다 이해하더라구요, 제가 몇 마디 좀 했더니 알겠다고 하더라구요.”고건민의 말에 의심이 사라진 고민국은 웃으며 펜을 들었다.“그래, 그래야 우리 집안이 더 잘 될 거야.”“형님 말씀이 맞아요, 제가 앞으로 더 잘 가르칠게요, 우리 고씨 집안이 강대해져야 저희 집안도 덕을 보지 않겠어요?”고건민은 틈틈히 고 어르신의 눈치를 살폈다. 고 어르신은 입이 귀에 걸려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계약서 체결은 생각보다 더 빨리 끝났다. 이강현은 고운란한테 땅문서를 꺼내 고민국한테 넘기라고 했다.고운란이 문서를 꺼내 고민국한테 넘겼다.고민국은 문서를 보며 연신 손벽을 마주쳤다.“우리 고씨 집안 일이 이제야 제대로 풀리는 것 같구나, 운란아 네가 저녁 연회 자리에서 크루프 선생님께 연락해보렴, 그쪽에 생산구역 건설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부탁하렴.”“비록 네가 크루프 선생님이 짚으신 책임자이긴 하지만 네가 이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