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란과 이강현은 조정룡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조정룡의 부하는 이철이 망가뜨린 차와 똑같은 새 차를 구해 고운란한테 넘겼다.조정룡은 이강현한테 이철을 어떻게 손볼 것인가를 물었지만 이강현을 손을 저으며 마음대로 하라고 전했다.조정룡은 이강현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고려해 먼저 자리를 떠났다.이강현은 솔이와 함께 병실로 향하여 고운란과 함께 솔이를 재우고 나서 집으로 돌아왔다.집에 돌아오니 최순과 고건민이 거실에 앉아있었다. 이강현과 고운란이 함께 집에 들어서자 최순이 쏘파를 두드리며 말했다.“운란아, 여기 와봐, 엄마가 할 말 있어.”“무슨 일이세요?”운란이가 최순 곁에 앉으며 물었다.이강현도 고운란한테 차를 따르며 옆에 앉았다.“너의 사촌 오빠가 원일그룹이랑 부동산 계약을 체결했는데 원일그룹에서 아무런 소식이 없어서 말이야, 네가 그 신비한 이 선생님이랑 아는 사이라는 소식을 듣고 너의 사촌오빠가 연락 좀 해달라고 하던데.”최순은 한편으로 이강현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넌 여기서 뭘 엿들으려고 하는 거야? 내가 내 딸이랑 말하고 있는데 넌 썩 꺼지지 않고 뭐해?”“엄마, 왜 이강현 내쫓고 그래요, 저도 이 선생님이라는 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요, 엄마는 그런 헛소문 좀 믿지 마세요.”최순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운란아, 엄만 네가 수줍음을 잘 타는 편이라 부탁하는 말을 잘 하지 못하는 편이라는걸 알아, 그리고 저놈한테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것도 잘 알고 있어.”“하지만 저놈도 언젠가는 알게 되지 않겠니?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 저놈이 또 일을 저지르거든 나랑 너의 아버지가 아주 혼꾸녕을 내줄테야.”고운란은 그런것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설명하면 할수록 오해만 더 커질듯 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최순은 고운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너 혹시 그 신비한 이 선생님이랑 뭐 있는 거면 엄마한테 제일 먼저 말해야 한다, 이런 경사스러운 일을 숨길 필요는 없지 않니.”“네가 남검봉
최씨 집안 사람들은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최순의 진지한 모습에 최씨 집안 사람들은 고운란더러 최종현을 데리고 이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고운란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엄마, 설마 나더러 최종현을 데리고 이 선생님 만나러 가라고 하는 건 아니지?”“맞아, 그 말이야, 너 이번에 엄마 기 살려줘야 해, 엄마가 친정집에 가서도 고개 빳빳이 들 수 있게.”“나 진짜 이 선생님 모른단 말이야, 모르는 사람인데 어떻게 만난단 말이야?”고운란은 머리가 아파 났다.최순은 당황한 기색으로 고운란을 바라보았다. 고운란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최순은 덜컥 겁이 났다.“그럼 어떡해? 이미 다 말해놨는데, 이 선생님을 만나지 못하면 큰 외삼촌들이 비웃을게 뻔한데 어떡하니?”최순은 울먹이며 말했다.고건민이 엄숙한 표정으로 고운란을 보며 물었다.“운란아, 정말 원일그룹 이 선생님과 모르는 사이인 거야? 큰 아버지 말로는 둘 아는 사이라고 하던데?”“그거 다 소문일 뿐이에요, 진짜가 아니란 말이에요, 엄마는 대체 무슨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는 거에요?”고운란은 난감해하며 말했다.“이게 다 체면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니? 고씨 집안 사람들 말이 가짜일 줄 누가 알았겠어.”최순이 한숨을 풀풀 내쉬며 원망했다.이강현이 웃으며 제안을 해왔다.“제가 최종현을 데리고 가는건 어때요? 제가 가면 원일그룹 사장님을 만날 수도 있을것 같은데.”“네가?”최순이 피씩 웃었다.“너 같은 놈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님을 만날 수 있단 말이야? 네가 최종현을 데리고 가는 건 내 체면을 더 깎는 일이야.”“엄마, 이강현 말 끝까지 좀 들어, 방법이 있을 수도 있잖아.”고운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강현 어떻게 할지 말해봐, 누굴 통해서 원일그룹 사장님을 만난단 말이야? 대기업 사장님들은 예약 없이 만나 뵙기 힘들 거야.”고건민이 이강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진성택한테 도와달라고 할수 있어요, 진성택이라면 신비한 이 선생님과 연락이 닿을 수 있을 거에
최순의 닥달에 이강현은 핸드폰을 꺼내 들어 진성택한테 연락을 하는척 쇼를 했다.“문제없다고 하네요,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해요.”“진짜?”최순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최순은 진성택의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이강현이 놀라웠다.“당연히 진짜죠, 진성택 쪽에서 마침 원일그룹 이 선생님과 합작 관계인지라 만남의 자리를 갖는 것 정도는 아주 쉬워요.”이강현이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공 들여 주선한 만남이 자신과의 만남이라는 점에 이강현은 기분이 이상했다.“그럼 이 일은 이렇게 마무리하는 거로 하고 그럼 운란이더러 종현이 데리고 가게 하는건 어때?”최순이 한도 끝도 없는 욕심을 내보이며 말했다.“난 안가, 또 어떤 소문을 들을려고.”고운란이 단칼에 잘랐다.최순은 한숨을 내쉬며 더는 강요하지 않았다.“그럼 이강현 네가 종현이 데리고 갔다 와, 종현이한테 살갑게 대하고.”이강현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그럴게요, 언제가 좋을까요?”이강현의 물음에 최순은 핸드폰을 꺼내들고 최종현한테 연락했다.“이모, 운란이랑 말 했어요? 저랑 원일그룹 이 선생님 만날 수 있는 거에요?”최종현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종현아, 운란이는 요즘 일 때문에 시간이 통 나지 않아서 이강현이 널 데리고 원일그룹 사장님을 만나러 갈 거야, 언제가 좋겠니? 내가 이강현더러 예약 해 놓으라고 할게.”최종현은 멈칫 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모 찌질이 사위랑 가라고요? 이모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번 일 우리 최씨 집안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일이에요, 그런데도 운란이가 시간이 없다고요?”최순이 어색한 듯 웃으며 말했다.“종현아, 진정 해, 이강현이 널 데리고 가면 되잖아, 너랑 원일그룹 사장님을 만나게 해주면 된다며, 누가 널 데리고 가든 만나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안 그래?”“당연히 아니죠! 운란이랑 원일그룹 사장님은 그렇고 그런 사이인데 이강현이 가는건 아니잖아요, 이강현이 사장님 때문에 버림받는 입장이라고 하더라도 둘이 만나면 얼마나 어
…….이른 아침, 최종한, 최종성과 최종현이 거실에 앉아있었다.“형님, 오늘 모든 일 순조롭게 잘 풀리시길 바랄게요, 이 선생님과 관계만 잘 쌓으면 우리 최씨 집안도 앞으로 우뚝 서게 될 거에요.”최종한이 최종현의 비위를 맞춰주느라 애썼다.최종성은 앞으로 최종현 때문에 자기한테 차례진 것이 적어질 거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최종성은 자신의 속셈은 숨긴 채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형님 이번엔 운란이 동생한테 잘 보이셔야 하겠어요, 운란이 동생이 신비한 재벌과 그렇고 그런 사이인 줄 누가 알았겠어요?”“허허.”최종성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거 이모가 허풍 떤 거래, 어제 이모가 나한테 뭐라 했는 줄 알아?”“뭐라고 하셨는데요? 설마 운란이랑 그 재벌이 아무 사이도 아니래요?”최종성이 물었다.“비슷해, 그리고는 나더러 찌질이 사위랑 같이 가래, 뭔가 찝찝해, 아무래도 헛수고 한것 같아.”최종현이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최종한이 테이블을 치며 일어났다. 갑자기 지난번에 사람들앞에서 이강현한테 따귀를 맞은 생각이 났다.“형님 그놈 상대할 필요 없어요, 이따 찾아오면 그냥 내쫓으세요.”“내쫓긴 왜, 갖고 놀아야 제맛이지, 지난번에 최씨 집안을 망신 줬으니 이 기회를 빌어 본때를 보여줘야 할 거야.”최종현이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혼구녕을 한번 내주자고요.”최종한이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최종현은 시계를 힐끔 쳐다보았다. 시간이 아홉 시를 넘어가는데도 이강현은 보이지 않았다.“시간 지킬 줄도 모르다니, 병신은 병신이야.”최종현이 말이 떨이지기 바쁘게 이강현이 문을 열고 들어왔고.최종현을 비롯한 세 사람은 느릿하게 걸어들어오는 이강현을 보고는 안색이 어두워졌다.“넌 시간을 보고 다니긴 해? 지금이 몇신지 안 보여?”최종현이 외쳤다.그러자 최종성이 웃으며 말했다.“형님, 화 내지 마세요, 저놈 아마 시계 볼 줄도 모를 거에요.”최종한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강현을 쳐다보며 전투 대기 중인 맹수처럼 으르렁 거렸다.“몇
“이건 사람한테 사정하는 태도가 아니잖아, 이런 식이라면 이 선생님과 만나게 할 수 없어.”이강현이 시답지 않게 말했다.최씨 집안의 적대시하는 태도에 이강현은 진작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 사람들이 운란이의 친척만 아니었어도 이강현은 쳐다도 보지 않았을 것이다.“너가 뭐라도 된 줄 아나 봐? 너한테 만남의 자리 마련하라고 한 것도 너의 체면을 충분히 봐주는 거잖아.”최종한이 옷소매를 거두며 손을 쓰려고 했다.최종현이 손을 저으며 최종한을 막아 나섰다.“뭐하러 저딴 놈이랑 화를 내, 저런 놈이랑 싸워봤자 우리 손만 더럽혀질 거 아니야.”“형님, 그럼 어떡해요? 원일그룹 개발건 때문에 이 선생님 만나 뵈야 할 것 같은데요?”최종한은 이강현을 힐끔 보며 말했다.“너 말하는 거 아니야.”“허허.”이강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최종한의 말을 아예 무시해 버렸다.“이 계약서는 손 대표랑 내가 체결한 것이니 손 대표한테 물어봐야겠어.”원일그룹 손승철 대표를 만나 뵙는 것이 최종현 손에 쥔 마지막 카드였다.모든 희망을 고운란과 신비한 이 선생님한테 걸었었는데 시답지 않은 이강현의 태도에 최종현은 이미 마음이 식었다. 이강현을 골탕 먹이려는 생각만 없었다면 최종현은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손 대표 쪽에도 방법이 없다면서요? 투자자금을 뽑으려면 이 선생님의 사인이 있어야 한다고 했어요.”최종성이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저었다.이강현은 세 사람은 무시한 채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이강현이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 최종한은 테이블을 치며 말했다.“지금이 어느 때라고 폰 게임을 하는 거야? 얼른 원일그룹 사장님한테 연락해, 네가 이미 안배한 일이라며, 지금 연락 해봐, 진짜인지 우리도 듣게.”“내가 한 말을 믿을 수 없는 거라면 난 지금 이대로 돌아갈 거야.”이강현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우리 말 안 들려? 연락하라고 하잖아.”“누구나 다 너 같이 한가한줄 알아? 그분 심기를 건드리면 만남은커녕 계약도 없던 일로 될 거야.”이강현이 웃
보조석에 앉은 최종한은 뒤쪽에 앉아있는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이강현의 가죽을 겁질째 벗기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이강현은 핸드폰을 보며 최종한의 눈빛 따윈 아예 신경 쓰지 않았다.최종성이 최종한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형, 그렇게 쳐다보지 마, 이따 저놈이 진짜 일을 그르치게 되면 그때 가서 혼내줘도 늦지 않잖아.”“저놈은 분명 우리랑 장난하고 있는 거야, 저놈이 진짜 원일그룹 사장님을 만나게 해주면 세상엔 불가능이란 없을 거야.”최종현이 최종한을 노려보자 최종한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30분후, 차는 원일그룹 앞에 멈춰 섰다.마침 최종현은 여러 매니저들이 손승철을 에워싸고 원일그룹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했다.“저 분이 손 대표님이셔, 나 손 대표님 만나 뵈어야겠어.”최종현은 먹잇감을 포착한 포식자마냥 달려 나갔다.최종한과 최종성도 최종현의 뒤를 따랐다.이강현은 손승철의 뒤모습을 보더니 머리를 저으며 다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최종현을 비롯한 세 사람의 갑작스러운 모습에 손승철은 깜짝 놀랐다.“당신들 지금 뭐 하는 거야? 경호원!”“손대표님, 저에요, 저 최종현이에요, 황지 개발건설 계약서 저랑 체결하셨잖아요, 기억 안 나세요?”최종현은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올렸다.손승철은 그제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말을 이어 나갔다.“당신이군요, 전 너무 급하게 달려오시길래 강도인 줄 알았어요.”“제 잘못이에요, 용서해 주세요, 요즘 통 소식이 없으셔서 이렇게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최종현이 웃으며 말했다.손승철은 최종현을 힐끗 보며 말했다.“뭘 그렇게 급해 해요, 이번 안건은 사장님한테 사인받아야 하는 건이라 저한테는 권한이 없으니 돌아가셔서 소식 기다리세요.”“손 대표님 저희 올라가서 얘기 나누실가요?”최종현은 허리를 더 굽히며 공손하게 제의를 해왔다.손승철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30분 드릴 테니 말씀해 보세요.”“손 대표님 고맙습니다.”최종현은 마치 경호원처럼
“이 선생님 네가 만나고 싶으면 만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손승철이 시큰둥하게 물었다.최종현 뿐만이 아니라 손승철도 원일그룹 배후에 있는 사장님을 만나 뵙기가 어려웠다.손승철도 이강현을 만나 뵌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손승철은 사장님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회사에 이렇게 큰 투자 건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사장님 쪽에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손승철은 머리를 흔들었다. 오랜 경험에 의하면 사장님의 행위를 의심하 는건 잘못된 생각이었다.최종현은 울상을 지으며 빌었다.“오늘 이 선생님을 만나 뵙지 못하면 모든 인원과 설비들은 그대로 해산되게 될겁니다,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이유로 우리가 마음 편히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그건 당신들 일이고, 계약서에 분명히 적혀 있잖아, 시공 날짜는 우리 쪽에서 정하기로 하지 않았나? 우리 쪽에서 시공 날짜를 정하지 않는 한 당신 쪽에서는 시공 현장에 들어갈 수 없어.”손승철이 딱 잘라 말했다.최종현은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손 대표님, 그래도 기간은 알려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내일 시공한다는 통지가 떨어지면 저희 쪽에서도 인력을 찾을 시간이 없지 않습니까?”“나더러 어떡하라고? 나도 사장님 뵙기가 어려운데, 직접 사장님한테 찾아가서 얘기하든지.”최종현은 책상에 있는 전화기를 가리키며 말했다.“그럼 이 선생님께 전화라도 해 보는것이 어떨까요? 우리 상황에 관해 얘기 좀 해주세요, 우리 정말 급해서 그래요.”“사장님 지금 회사에 안 계시는데 어떻게 전화를 해? 사장님 개인번호 나한테 없어, 믿지 못하겠으면 이사장 사무실 앞에서 기다려 봐, 사장님 나오시는지.”손승철은 머리를 저으며 서류를 내던졌다.요즘 상황에 손승철도 불만이 있었던 차였다.“이렇게 말하지, 우리 사장님 투자한 회사가 워낙 많아야 말이지, 원일그룹은 그저 소꿉놀이에 불과해, 언제 공사가 시작될지 누구도 모른단 말이야, 모든 건 다 사장님한테 달려있어.”최종현을 비롯한 세 사람은 넋을
“그놈이 한 말 거짓말이라는 걸 진작에 알았어, 이따 아주 후회하게 될 거야.”최종한이 이를 갈며 말했다.최종한은 풀이 죽어 손승철의 사무실에서 걸어 나왔다.“형, 어떡해요? 손 대표님의 말에 의하면 이강현 우릴 속인 거잖아요, 그놈 원일그룹 사장님 알지도 못할 텐데 이모가 체면때문에 이강현을 내세워 우릴 속인걸거에요.”최종한의 부채질에 최종현의 분노가 이강현한테로 전이되었다.“그놈은 우릴 안 따라온 거야? 그래도 주제 파악은 되 나봐? 지금 당장 가서 따져야겠어.”최종현을 비롯한 세 사람은 씩씩거리며 이강현이 타 있는 차로 걸어왔다.“아직도 핸드폰 보고 있는 거야? 우리한테 원일그룹 사장님 만나게 해준다며? 아까 손 대표님이 그러시는데 원일그룹 사장님은 너 같은 놈 들어 본 적도 없대.”“내가 진짜 너의 말을 믿는 게 아닌데, 등신같이.”최종한과 최종성도 욕설을 퍼부으며 이강현을 한 대 칠 작정이었다.최종현은 담배를 태우며 이강현을 향해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이제 어떡할 거야? 오늘 원일그룹 사장님 만나지 못하면 이모한테 따지러 가야겠어, 나 너희들한테 그냥 이렇게 속임 당할 수는 없어.”이강현은 웃으며 어이없다는듯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잘난 척에, 자존심 강하고 자만하다는 거 딱 너 같은 사람을 두고 얘기하는 거야.”“죽고 싶어 환장했지? 우리 형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최종한은 주먹을 움켜쥐었다.최종현은 이강현을 쳐다보며 말했다.“오늘 원일그룹 사장님을 만나게 해주면 너 아까 했던 말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을게, 하지만 오늘 원일그룹 사장님을 만나게 해주지 못하면 오늘이 너의 기일이 될 거야.”이강현은 웃으며 말했다.“내 말대로만 하면 사장님 만날 수 있을 거야.”“말해봐, 어떻게 해야 만날 수 있는데?”“이사장 사무실 앞에서 사장님이 나오실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인내심만 있다면 원일그룹 사장님 만날수 있을 거야.”이강현이 최종현을 보며 말했다.최종현은 진작에 그럴 생각이었다. 최종현은 이사장님 사무실 앞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