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용 지가 좋을 것 같은데 내 아내의 명의로 넘겨. 그리고 너희는 아들 데리고 빨리 김해로 돌아가. 앞으로 내 눈앞에 띄지 말고.”이강현이 사과를 받자 하리화 일행은 잠시 안도의 숨을 내쉬며 직원들에게 모든 수속을 고운란에게 넘기게 했다.고청아는 눈시울을 붉히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고운란에게 줄 순 없지. 이건 가족의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왜 고운란 개인에게 줘야 하는데?”고흥윤은 맞장구를 쳤다.“그렇지. 이것은 가족의 자산이야. 고운란, 넌 대국관이 있어야 해. 이렇게 큰 땅을 네가 가져도 소용이 없잖아.”이강현은 코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정말 이 땅을 고씨 가문에게 넘겨야 한다고 생각해?”하리화는 냉담한 얼굴로 고씨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가 아직 여기 있는데 무슨 소리예요? 이 땅은 우리가 이 선생에게 주는 사죄선물입니다. 고씨가문에서 이렇게 뻔뻔스럽게 나오신다면 저희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김해 모든 부동산계는 이 선생의 명령을 받들 것입니다.”“그러니 고씨 가문도 적당히 하세요. 이 선생과 운란 아가씨를 건드렸다간 김해 부동산계의 적이 되는 겁니다.”김해 부동산 업자들이 입장을 밝히자 고청아와 고흥윤은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고민국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고 웃으며 말했다.“아이들이 철이 없어서 그러니 상대하지 마세요. 그쪽이 땅을 누구에게 주든 저희와 상관 없습니다.”고운란은 하리화의 수하들과 인수인계를 마치고 토지에 관한 문서를 한가득 들고 불안한 얼굴로 이강현의 곁으로 돌아갔다.이강현은 일어서서 말했다.“운란아, 우린 가자.”이강현은 고운란을 데리고 떠나니 호건빈 일행도 따라서 떠났다. 회의실에는 고씨 사람들만 남았다.고민국은 어두운 얼굴로 담배를 꺼내 묵묵히 불을 붙여 피우기 시작했다.“아버지, 고운란이 현휘가 계약하고 또 그렇게 큰 땅을 받았는데, 우린 보고만 있어야 하다니요. 그냥 이렇게 넘어갈 순 없어요.”고흥윤은 눈을 붉히며 말했다.“흥분하기는. 이런 일은
이강현은 웃으며 말했다.“우리 솔이 보러 갈까? 의사에게 상황을 물어보고 괜찮다고 하면 오늘 솔이 데리고 놀이공원에 가자.”고운란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마침 나도 솔이가 보고 싶어.”그들은 줄곧 질주해 병원에 도착했다. 주차한 후 두 사람은 병원에 가서 먼저 솔이를 치료하는 주치의를 찾았다.의사는 이강현과 고운란을 보더니 겸손한 태도로 말했다. 그는 이 두 사람이 원장과 아는 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두 분 안녕하세요, 솔이 보러 오신 거죠? 일단 앉아서 차 좀 드세요.”“네,솔이 보러 왔어요. 요즘 솔이의 상황을 좀 알고 싶어서요. 혹시 놀이터에 데리고 가도 되나요? 아이가 병원에 입원한 지 너무 오래돼서 답답해할 것 같아서요.”고운란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지금 솔이의 상황은 이렇습니다. 골수 이식 수술이 끝난 지도 한동안 지났어요. 현재 수술 후 회복이 양호하고 관찰기에 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가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위험하고 자극적인 종목은 피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롤러코스터, 바이킹 같은 거 말이에요.”의사는 자세히 소개하고 주의사항을 당부하고 나서 고운란과 이강현을 입원구역으로 보냈다.인형을 안고 입원구역 복도를 거닐던 솔이는 고운란과 이강현의 모습을 보고 웃으며 달려왔다.“엄마 아빠, 드디어 왔네요. 난 또 엄마아빠가 날 버린 줄 알았어요.”솔이는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고운란은 몸을 웅크리고 앉아 솔이를 안았다.“우리 솔이 착하지. 요즘 엄마랑 아빠가 너무 바빠서 널 보러 자주 오지 못했어. 엄마 아빠가 솔이한테 미안해.”“괜찮아, 난 그냥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어. 아빠 안아줘.”이강현은 솔이를 안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솔아, 오늘 엄마 아빠랑 놀이공원에 갈까?”솔이는 눈을 번쩍 뜨더니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나 놀이공원 가고 싶어. 지금 가?”“그래, 지금 가자.”이강현은 솔이를 안고 밖으로 걸어갔다.솔이는 신나서 이강현의 목을 껴안고 그의 얼굴에 뽀뽀를
노부인은 자기 손자밖에 몰라, 이강현에게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신랄하고 매몰찬 말투로 말했다.이강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손자에게 오냐오냐 하는 노부인에게 전혀 호감이 없었다.“솔아, 우린 좀 떨어져 있자.”이강현은 솔이를 끌고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러자 노부인에게 잡혀있던 남자아이의 얼굴엔 분노로 가득했다. 이강현이 솔이를 데리고 뒤로 물러나는 것에 불만을 품은 남자아이는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할머니, 손 놓으세요. 저는 동생과 놀러 갈 거예요.”노부인은 미간을 찌푸리고 남자아이를 달래며 말했다.“가난한 집 여자애랑 뭐 놀게 있다고 그래? 할머니랑 놀이공원에 가서 재미있게 놀자.”“싫어, 난 동생과 놀 거야, 할머니가 가지 못하게 하면 할머니를 때릴 거야.”평시에 오냐오냐하게 키운 남자아이는 소리를 지르면서 손바닥을 흔들어 노부인의 허벅지를 두드렸다.노부인은 통증에 손을 놓고 어쩔 수 없이 말했다.“그럼 조심해, 가난한 집의 애가 다치지 못하게.”“그럴 일 없어.”남자아이의 흥분이 가득 찬 눈빛으로 솔이를 향해 돌진했다.솔이는 놀라서 고함을 지르며 이강현의 손을 꽉 잡았다.“아빠, 난 쟤랑 놀기 싫어.”이강현은 솔이를 안고 달려드는 남자아이를 노려보았다.남자아이는 이강현의 눈빛을 무시하고 고개를 들어 이강현에게 높이 안긴 솔이를 바라보았다.“너 쟤 내려놔, 나랑 놀게. 그렇지 않으면 내가 우리 아버지보고 널 죽이라고 할 거야.”남자아이가 손을 뻗어 이강현을 가리키며 말했다.이강현은 차가운 얼굴로 노부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주머니, 손자 간속하지 않으면 제가 대신 교육할 거예요.”노부인은 냉소하며 말했다.“허허, 내 손자를 교육하다니, 네가 간덩이가 부었구나! 나도 아까워서 내 손자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않는데. 네가 감히 내 손자에게 손을 대면 너희 가족 모두 끝장날 줄 알아!”“맞아, 너희 가족은 모두 끝장날 거야, 우리 아빠는 이철이야!”남자아이는 고개를 쳐들고 으쓱거리며 말했다.솔이는 이강현의 품에
남자아이는 울부짖으며 눈물을 닦았다. 그의 할머니는 마음이 아파 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이강현을 바라보았다.이강현이 솔이를 안고 상점으로 가는 것을 본 노부인은 벌떡 일어섰다.“손자야, 넌 여기 서 있어. 할머니가 복수해 줄게. 아무도 우리 손자를 괴롭힐 수 없어.”노부인은 이미 분노로 이성을 잃었다. 게다가 노부인은 어릴 때부터 억지스러운 성격이라 분노가 머리까지 치밀어올라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고 이강현을 향해 돌진하면서 억지 부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노부인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겨 손을 들어 솔이의 얼굴을 할퀴려고 했다. 그리고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너 이 새끼가 감히 내 손자에게 손찌검을 하다니, 내가 네 딸 얼굴을 망가뜨릴 거야!”이강현은 허리를 돌려 솔이를 안고 노부인을 피했다. 화가 난 이강현은 한 발로 노부인의 무릎을 걷어찼다. 그러자 노부인은 이강현의 앞에 풍덩 무릎을 꿇었다.“그만하지? 손자를 잘 교육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쫓아와서 행패를 부려?”이강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노부인은 멍하니 있다가 굴욕감이 치밀어 올랐다.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게진 노부인은 땅에 누워 이강현의 오른쪽 종아리를 껴안고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사람 때려요. 젊은이가 뻔뻔스럽게 늙은이를 때려요. 이 늙은이를 때렸을 뿐만 아니라 내 손자도 때렸어요. 정말 사람이 아니야. 누가 와서 도리를 따져주세요.”노부인은 제멋대로 울부짖기 시작했다.매표소에 줄을 서있던 일부 사람들은 눈길을 돌렸지만 와서 구경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고 그 누구도 노부인을 도와주지 않았다. 왜냐면 줄 서있던 사람들은 방금 모두 노부인의 손자에게 괴롭힘을 당했기 때문이었다.아무도 와서 구경하지 않는 것을 본 노부인은 마음이 불안해졌다.‘매번 효과가 있던 수법이 오늘 효력을 잃다니.’“이게 무슨 세상이냐. 공평한 말을 해주는 사람도 없네. 내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다니. 난…… 콜록콜록, 안 되겠어.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혀서 숨을 쉴
이강현 가족이 표를 사서 놀이공원에 들어가는 것을 본 노부는 사나운 눈빛을 발했다. 옆에 있던 남자아이는 입을 벌리고 울부짖었다. 마치 큰 억울함을 당한 것 같았다. “손자야, 울지 말고 뚝해. 할머니가 네 아버지한테 전화해서 그 자식을 처리하라고 할 테니까.” 노부인은 남자아이를 달래며 말했다. 그랬더니 남자아이는 즉시 울음을 그치고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우리 아빠보고 그 자식한테 본때를 보여줘서 여동생을 빼앗아오라고 해. 나는 여동생을 갖고 놀 거야.” 노부인은 핸드폰을 꺼내 아들 이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와 네 아들이 맞았어!” 노부인은 연결된 전화를 향해 노호하셨다. 이철은 잠깐 멍해있더니 바로 노발대발하며 말했다. “누구야? 누가 감히 내 아들을 때려? 지금 어디에 있어?” “우린 지금 놀이공원에 있어. 너는 빨리 사람을 데리고 와서 먼저 그 개자식의 차를 부순 후에 그의 가족을 잡아 본때를 보워 줘!” 노부인은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 “기다려, 내가 바로 사람 데리고 갈게.” 노부인은 전화를 끊고 마음 아픈 눈빛으로 손자를 바라보았다. “손자야, 너의 아버지가 곧 오실 거야. 할머니가 먼저 아이스크림 사 줄까? 이따가 그 나쁜 놈을 잡으면 너는 그를 트램펄린에 묶어놓고 내장이 모두 뒤흔들릴 때까지 뛰어.” “응, 나는 여동생을 데리고 함께 뛸 거야. 그의 아빠가 죽으면 걘 내 거니까. 내가 집에 데려가서 같이 놀 거야.” 노부인은 콧방귀를 뀌며 불만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가난한 집 아이가 뭐가 재밌다고 그래? 쟤네들은 모두 들여우야. 너희 아버지보다 돈이 더 많은 집 여자아이와 놀아야지.” “싫어, 가난한 사람을 괴롭혀야 재미있지. 나는 꼭 그 여동생이랑 놀 거야.” 노부인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손자를 데리고 상점에 가서 간식을 한가득 사서 놀이공원 입구의 벤치에서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벤츠 한 대가 비즈니스 차 두 대를 데리고 왔다. 키가 크지 않고 공 같은 몸매를 가진 이철이 차문을
이철은 경비실에게 계속 이강현의 위치를 추적하게 하고 이강현의 차량 위치를 조사하라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비실의 우두머리가 답장을 보내와 이철은 부하들에게 먼저 가서 차를 부수라고 했다. 고운란이 운전해 온 차는 바로 이철의 수하에 의해 유리, 지붕, 보닛, 트렁크 등이 다 부서져 차의 원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차를 다 부수고 난 후 이철이 손을 흔들었다. “내 아들을 안고 따라와. 나랑 가서 내 아들 복수해 줘야지!” 부하 한 명이 남자아이를 안고 이철과 노부인의 뒤를 따라 놀이공원 대문으로 걸어갔다. 놀이공원 정문 입구의 경비원이 막아서자 이철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왜? 감히 내 길을 막아? 죽고 싶어?” 경비원들은 재빨리 길을 비켜 이철 일행이 들어간 후 즉시 경비실의 우두머리에게 보고했다. 오늘 놀이공원 보안 업무를 맡은 마승리는 보고를 받은 후 이철이 놀이공원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걸 추측했다. ‘그러면 놀이공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텐데.’ 그러나 이철의 신분을 알고 있는 마승리는 자신도 이철을 억지로 막을 힘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철은 지하지대를 거닐면서 여러 개의 작은 대출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빚을 독촉하는 수하만 해도 수백 명에 달했는데 한성에서도 꽤 유명한 패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잠시 생각을 하던 마승리는 그래도 자기가 따라가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이철에게 사람을 놀이공원밖에 데려가서 손을 쓰라고 권할 생각이었다. 마승리는 경비원 한 대를 불러 그들을 데리고 황급히 경비실을 나갔다. 이철이 머리를 치켜들고 횡행하고 있을 때 마승리가 사람을 데리고 이철 앞에 나타났다. “형님, 제가 도와주러 왔어요.” 이철은 마승리를 힐끗 보더니 무시하는 말투로 말했다. “네가 날 도우러 왔다고? 막지 않으면 당행인 것 같은데.”“형님도 참. 그렇지만 형님도 놀이공원 배후에 있는 사장님들을 아시잖아요. 그들의 세력도 결코 만만하지가 않아요. 놀이공원 안에서 일을 일으켜 부정적인 뉴스라도
놀이공원의 경비원들은 마승리의 지시에 따라 재빨리 이강현과 고운란을 에워쌌다.고운란은 긴장하여 이강현의 팔을 잡고 의심스럽게 놀이공원의 경비원들을 바라보았다.“뭐 하는 거예요?”“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그저 다신들이 놀이공원에서 나가주시기 바랍니다.”마승리는 엄숙하게 말했다.이강현을 지켜보던 이철이 고운란을 보더니 눈빛이 탐욕스럽게 변했다.노부인은 이철의 손에서 손자를 품에 받아 안고 마승리의 곁으로 가 이강현에게 침을 뱉었다.“퉤!”“너 이 나쁜 자식, 감히 나와 내 손자까지 때리더니 너희 업보가 왔다. 거지 같은 것들이 감히 날뛰다니, 죽고 싶어 환장한 거지. 지금 내 손자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한다면 이따가 곱게 죽여 주마!”고운란은 경악하여 노부인을 바라보고 낮은 목소리로 이강현에게 물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너 노부인을 때렸어?”이강현이 방금 있었던 일을 고운란에게 사실대로 말하니 고운란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도 이강현이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다.‘이런 사람은 좋은 말로 해도 쓸모없어.”회전목마가 천천히 멈추자 솔이는 이강현과 고운란이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것을 보고 당황해 눈물이 글썽였다.회전목마가 멈추자 솔이는 재빨리 목마에서 내려 이강현의 방향으로 달려갔다.“너희들 비켜, 왜 우리 아빠를 둘러싸고 있어? 이러지 마.”솔이는 소리를 지르면서 뛰었갔다.노부인에게 안겨있던 남자아이는 솔이의 모습을 보고 눈을 반짝이며 솔이를 가리키며 말했다.“쟤 잡아서 나한테 데리고 와. 내 장난감으로 만들 거야.”한 경비원이 이철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몸을 돌려 솔이를 향해 돌진해 솔이를 안았다.솔이는 경비원의 품에서 힘차게 발버둥 쳤다. 그녀는 작은 손으로 경비원의 어깨, 목, 얼굴을 마구 후려치며 무의식 중에 손가락으로 경비원의 뺨을 긁었다.경비원은 버럭 화를 내며 손바닥을 휘둘러 솔이의 뺨을 때리려 했다.“천한 년이 죽고 싶어? 내 얼굴에 상처가 났잖아!”“하지 마, 내 딸 내려놔!”고운란은 경비원이
“감히 내 딸을 건드리다니, 널 죽이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해.” 이강현은 차가운 소리로 말하면서 발을 들어 경비원의 허리를 걷어찼다. 그러자 경비원은 10여 메터 멀리 날아가더니 쓰러져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승리는 속으로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정말 두려워할수록 찾아오는 것 같다. 원래 이강현을 쫓아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강현을 쫓아내지 못했을 뿐 만 아니라 오히려 내 수하가 죽도록 얻어맞다니. 이젠 정말로 통제할 수 없는 큰일이 일어날 것 같아.’ “너 사람 죽이려는 거야? 빨리 가서 국이 상태 확인해 봐. 그리고 이 녀석 도망가지 못하게 둘러싸. 경고하는데 너 이번에 큰일을 저질렀어!” 마승리는 이강현을 향해 노호했다. 경비원들은 긴장하여 이강현을 에워쌌다. 방금 이강현의 포악적인 수단을 본 경비원들은 모두 이강현을 위험한 인물로 여기고 아무도 그를 직시하려 하지 않았다. 국이를 보러 간 경비원이 그의 코밑에 손을 대보더니 안도의 숨을 내쉬고 말했다. “국이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그저 혼수상태에 빠진 것 같습니다.” 이철은 마승리의 곁으로 다가가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보게 마 씨, 이 일은 내가 처리할게. 그렇지 않으면 너도 보고할 수 없을 거 아니야? 너의 그 조무래기 수하들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아.” 혼비백산한 마승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자기 수하의 실력으론 이 일을 해결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알았다. 잘못하면 더 큰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차라리 이철에게 맡기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장님들께 전화해서 물어볼게. 사장님들이 의견이 없다면 형님께 맡길게요.” 이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승리에게 전화를 하라고 했다. “할머니, 나 저 여동생 갖고 싶어. 내 장난감이 됐으면 좋겠어. 빨리 가서 쟤 잡아오라고 해. 그리고 쟤네 아빠는 죽여, 그럼 쟤는 영원히 내 장난감이 될 테니까.” 남자아이는 솔이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노부인은 다정한 눈빛으로 손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