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생님을 찾지 못한 최금산은 이강현한테 이 좋은 기회를 빼앗길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기분 잡치게 그 놈 얘기는 그만하고 우리 아저씨들한테 술이나 따르자.”최종현은 술잔을 높이 치켜들며 말했다.“종현이가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아저씨들한테 한 잔 올릴게요, 앞으로도 아저씨들의 많은 도움이 필요하니 제가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최종현은 이 한마디로 자신의 지위도 과시했을뿐만아니라 손님들의 기분도 들뜨게 했다.손님들은 술잔을 들어 최종현과 함께 건배를 했다.“종현이 능력 있는 애야, 이번에 토지 계약서를 체결했으니 앞으로 원일그룹과도 친밀한 사이가 될거 아니야? 앞날이 기대되는 청년이야.”“원일그룹은 손 크기로 유명한 투자자인데 앞으로 최씨 집안은 돈 걱정 안 해도 될것 같네, 종현이가 큰걸 해냈어.”손님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최종현을 한없이 치켜들었다.최종현은 손님들의 칭찬의 말에 입이 귀에 걸려있었다.최금산은 아주 마음에 든다는듯이 웃어보였다. 앞으로 최씨 집안 모든 일은 첫째인 자신의 집안에 결정권이 주어질것 같았다.“다들 우리 종현이 이뻐해주셔서 고마워요, 우리 종현이가 아직 어려서 앞으로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을 날이 올거에요, 그때가 되면 우리 종현이 많이 도와주세요, 제가 한 잔 올릴게요.”최금산이 손님들과 술잔을 부딪쳤다.최 어르신은 머리를 끄덕이며 손자를 기특해했다. 이런 기회를 빌어 많은 손님들과 더 가까워지면 앞으로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서 많이 쉬울거라고 생각했다.“종현이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만 하면 돼, 할아버지가 보는 눈이 있다니까, 네가 앞으로 동생들을 잘 이끌어줘야 해.”“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 제가 동생들 잘 챙길게요, 물론 운란이 동생하고 그 찌질이 사위도 포함해서요.”최순과 고건민의 안색이 삽시에 어두워졌다. 최종현이 다른 꿍꿍이가 있는것 같았다.최메이는 안색이 좋지 않은 최순을 힐끔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종현아, 도와주는데도 한계가 있지, 너 그러다 저 사람들한테 뒤통수 맞을
최순과 고건민은 몸을 움츠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두 사람의 체면은 이미 구겨질대로 구겨졌다. 이강현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말에 최순과 고건민은 감히 반박조차 하지 못했다.최종현은 승리자의 웃음을 머금고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최종현에 의해 연회장의 분위기는 들끓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친척들이 몰려와 최 할아버지한테 생신 축하의 말을 올리였다.술에 좀 취한 최종한과 최종성은 서로 마주보더니 일제히 이강현과 고운란이 앉아있는 자리로 시선을 돌렸다.재미있는 웃음거리를 만들어보려는 마음이었다.최종한은 술잔을 들고는 비틀거리며 이강현한테로 다가갔고 그 뒤에는 최종성이 바짝 붙었다. “찌질이, 예의가 너무 없는거 아니야? 우리 매부로써 이 형들한테 술 좀 부어야 하는거 아니야? 우리가 와서 너한테 술을 권해야 하겠어?”“운란아, 네 남편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것 같아, 오늘 너희들이 저지른 일을 봐봐, 적어도 벌주 세잔은 마셔야 하지 ㅇ낳겠어?”이강현은 술에 취한 두 사람을 힐끔 쳐다보고는 무시하려고 했다.이강현이 아무런 반응도 없자 최종한과 최종성은 화가 치밀어올랐다.“네가 뭔데 감히 우릴 무시해? 맞을려고 그러는거야? 이 병안에 들어있는 술 다 마셔야 여길 나갈수 있을거야.”최종한은 손에 술병을 들고 이강현을 노려보며 술을 마셔라고 야단법석이었다.최종성은 이강현의 뒤통수를 치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얼른 마셔, 언제까지 우릴 기다리게 할 생각이야, 찌질이 주제에 말 드럽게 안 들어.”“전 술을 마시지 못해요.”이강현이 담담하게 말했다.“하하하, 설마 남자 구실 못하는거 아니야? 술도 먹을줄 모른다고? 밖에 알려지면 놀림받을거야, 네가 마시지 못하면 우리가 마시는 법 배워줄게, 입 벌려봐.”최종성이 이강현의 입을 벌리려고 하자 이강현이 최종성의 손을 피했다.퍽!최종성은 테이블을 향해 주먹질을 하며 이강현을 노려보았다.“네가 뭔데 감히 피해, 죽을려고 작정했지? 술 마시는 법 가르쳐준다잖아, 입 벌려.”참다 못한 고
“얌전하게 있는게 좋을거야, 여긴 네가 함부로 깽판 칠수 있는곳이 아니야, 우리 말대로 하지 않으면 넌 감당할수 없는 후과를 초래하게 될거야.”최종성이 협박하며 말했다.이강현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난 상태였다. 이강현이 눈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주먹을 날리려던 순간 집사가 달려들어왔다.“어르신, 문 어르신이 오셨습니다! 관인당의 오도문이 오셨어요! 문 어르신께서 어르신의 생신을 축하한다며 아쿠라 아쿠 아티카를 보내오셨어요!”집사의 말에 시끌벅적하던 연회장이 삽시에 조용해졌다.3초가 지나자 연회장은 더욱 떠들썩해졌다. 아까의 정적은 마치 누가 스톱 버튼을 누른것만 같았다.다들 오도문이 왔다는 소식에 의논을 하기 시작했다.“오도문은 한성 요식업계에서 으뜸 가는 사람이잖아, 문 할아버지 보통 사람 아니야.”“소문에 의하면 문 할아버지 한성 재벌가들중 한명이래, 돈도 많을뿐만아니라 인맥도 장난 아니래.”“권위 있는 사람들이 개최한 연회는 다 관인당에서 열리잖아, 그 사람들 모두 문 할아버지 덕으로 사업이 잘된 사람들이야.”최씨 집안 사람들과 손님들 모두가 의아해했다. 최씨 집안과 오도문은 거래가 별로 없었기에 그 누구도 오도문이 오늘 이 축하자리에 참석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누가 오도문을 초청한거야?”최 어르신이 큰 아들 최금산을 보며 물었다.오도문 같은 높은 사람이 제 발로 찾아올 일은 없었다. 최 어르신은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잘 알고 있었기에 아직 오도문의 도움을 받을만한 레벨이 아니라는것을 알고 있었다.최 어르신은 큰 아들이 자신한테 준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최종현이 보내온 축하선물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최금산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머리를 저었다. 최 어르신은 최종현을 보며 물었다.“종현아, 네가 할아버지 몰래 준비한 이벤트인거야?”“아니에요, 저도 문 할아버지를 모신적 없어요, 우리랑 문 할아버지는 같은 레벨이 아니잖아요.”최종현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최 어르신은 갈피를 잡지 못한채로 몸을 일으켜 손님
최 어르신이 오도문을 메인 테이블로 안내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도문은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이건 오도문이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주러 온게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였기에 최 어르신은 안절부절했다.게다가 오도문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는것으로 보아 사람을 찾는듯했다.‘원쑤 찾으러 왔나? 아니면 친구 찾으러? 그것도 아니면 날 찾으러…….’최 어르신이 어쩔바를 몰라할때 오도문은 구석에 앉아있는 이강현을 보아냈다.이강현을 발견한 오도문은 얼굴에 미소를 장착하했다. 오도문은 옆에 서있는 최금산을 밀어내고는 이강현쪽으로 걸어갔다.“문 어르신…….”최 어르신이 말을 채 하기도전에 오도문은 이미 저 멀리로 가버렸다. 최 어르신은 자손들을 데리고 오도문의 뒤를 따랐다.이 분은 최씨 집안 사람들도 감히 범접할수 없는 분이기에 조심스레 모시수는수밖에 없었다.오도문이 이강현한테로 걸어가자 최 어르신을 비롯한 뭇 사람들은 믿을수 없다는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오도문은 이강현 옆에 서서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이 선생님, 여기 계셨군요, 제가 선생님 곁에 앉아도 될까요?”이강현은 오도문을 힐끗 보더니 무심하게 말했다.“그래.”오도문은 조심스레 이강현의 옆자리에 앉았다.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오도문이 이강현을 조심스레 대하는 태도와 앉아있는 자세를 관찰하며 이강현의 신분을 궁금해하기 시작했다.“어떻게 된거지? 저건 하급이 상급을 만날때, 젊은이가 웃어른과 만났을때나 하는 행동들이잖아.”“나 지금 본걸 믿을수가 없어. 문 할아버지가 저 사람한테 저렇게 굽신거리다니, 저 젊은 사람 도대체 어떤 신분인거야?”“내가 보기엔 우리 생각보다 아주 복잡한 관계인것 같아, 아까 최씨 집안 사람들이 이강현을 그렇게 얕보더니……. 문 할아버지는 이강현의 사람인것 같은데?”손님들은 이강현과 오도문의 관계를 추측하기 시작했다.최금산을 비롯한 최씨 집안 사람들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더우기 최종한과 최종성은 질투심에 눈알이 튀어나올것만 같았다.오도문 같은 높은 사람이 자신한테 저런 태도로
모든 사람들이 침묵에 잠겨있을때 집사가 달려들어오며 외쳤다.“어르신, 종정룡이 어르신 생신 축하선물로 백년을 우려 달인 영약 네 덩굴을 보내왔어요!”스읍!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냉기를 들이마셨다.다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최 어르신은 조심스레 몸을 돌려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생일 연회장에 초대하지 않은 오도문이 제 발로 찾아온것도 믿을수가 없는데 조정룡도 아무 소식 없이 찾아오다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최금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초대한적도 없는데 설마 다른 사람이 초대한건가?”최금해를 비롯한 최씨 집안 사람들이 머리를 저었다. 최 어르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귀한 손님께서 먼 걸음 하셨는데 내가 직접 마중 나가봐야겠어.”최 어르신이 문을 나설때 조정룡은 이미 걸어들어오고 있었다.조정룡이 최 어르신한테 인사를 올렸다.“최 어르신, 생신 축하드립니다.”“먼 걸음 해주셔셔 감사합니다, 메인 테이블에 착석해주세요.”최 어르신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조정룡은 최 어르신의 말은 뒤로한채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최 어르신은 조정룡의 행동이 낯설지가 않았다. 아까 오도문이 들어올때도 그랬었다.손님들은 조정룡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캐내고싶어하는 눈치였다.“용 할아버지가 직접 방문하시다니, 용 할아버지는 한성 4대 재벌가중 한명인지라 오도문과 같은 레벨 사람이야.”“인맥은 용 할아버지가 문 할아버지보다 더 넓을걸, 용 할아버지 인맥으로는 누구도 못 따라잡아.”“최씨 집안 체면이 쫙 서겠네, 최 어르신 한평생 자랑거리가 될거 같아.”뭇 사람들의 의논이 오갈때 조정룡은 이미 이강현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최씨 집안 사람들을 밀치고는 이강현한테로 걸어갔다.조정룡과 오도문의 꼭같은 행동에 최씨 집안 사람들은 단체로 멘붕이 왔다.“또 이강현 찾으러 가는거야? 용 할아버지랑 문 할아버지 머리가 어떻게 되신거 아니야? 저 찌질이한테 왜 저렇게 굽신거리는건데?”“이강현은 용 할아버지와 문 할아버지한테 꿇어서 신
‘용 할아버지가 이강현한테 음식을 집어준다고?’최씨 집안 사람들은 조정룡의 말을 도저히 믿을수가 없었다.완전히 미치고 환장 할 노릇이었다.‘이강현이 도대체 뭔데 조정룡이 음식을 집어주는거야? 이강현이 그 대접을 받을 처지나 되는거야? 한성에서 조정룡한테 감히 이런 대우를 받을 사람은 없을거야.’최씨 집안 사람들은 믿을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강현을 바라보았다.손님들은 눈앞에 일어난 이 모든 일들을 의아해하며 이강현을 바라보았다.“이건 말이 안 되잖아, 용 할아버지랑 문 할아버지가 저렇게 깍듯하게 구는데 이강현이 찌질이라고?”“둘 중 한 사람만 저런 식으로 나온다면 우연이라고 할텐데 둘 다 저러시는건 이유가 있을거 아니야.”“용 할아버지랑 문 할아버지가 이강현을 이 선생님이라고 부르셨어, 아까 엄청난 선물을 보내오신 분이 이 선생님이라고 하셨는데 설마 그 분이 저 사람인거야?”손님들은 각종 추측을 해댔다. 심지어 이강현을 보는 눈빛들마저 달라졌다.최종한은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질투심에 이강현을 노려보았다.“이강현 저 찌질이가, 저런 대접을 받다니, 얼른 용 할아버지께 인사 올리지 못해?”최종한이 술김에 외쳤다.조정룡은 차갑게 최종한을 바라보더니 손에 쥐고있던 저가락을 최종한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내가 당신 편을 드는건데 당신 지금 나한테 뭐하는거야?’최종한은 어안이 벙벙해났다.하지만 그 누구도 최종한의 속마음을 들여다볼수 없었다. 다들 눈에는 오직 조정룡이 이강현한테 깍듯한 모습만 보였다.최 할아버지는 제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최금산과 최금해의 얼굴은 삽시에 얼그러졌다. 아까 이강현한테 퍼부었던 욕설들을 조정룡과 오도문이 알게 되면 어떤 폭풍우가 일지 두려웠다.최종한은 얼굴이 파래졌다. 오늘 연회의 주인공이 될줄만 알았던 그는 눈 깜짝 할 사이에 이강현한테 모든 아우라를 빼았기고 말았다.최메이의 딸과 사위는 초조해하며 이강현을 바라보았다. 마치 이강현이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목숨을 딸수 있을것만 같았다.이 순간만큼 이강현을
제일 뒤에서 걷고 있던 최순과 고건민은 자꾸 이강현쪽으로 시선이 갔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것 마냥 이강현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사위가 얼마나 쓸모없는 놈인지를 최순은 잘 알고 있었기에 눈 앞에 일어난 모든것들을 믿을수가 없었다.조정룡과 오도문이 이강현한테 저렇게 깍듯한 모습을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수가 없었다.고운란은 아무렇지 않게 식사만 하는 이강현을 의아하게 쳐다보았다.앞서 이강현에 대한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한데 뭉쳐 더 큰 의혹을 자아냈다.‘이강현 도대체 어떤 사람이지?’고운란의 의문이 채 풀리기도 전에 정중천이 이미 연회장 중앙으로 걸어들어왔다.“어르신 안색이 좋아보이시는데요? 어르신 오래오래 장수하셔야 합니다.”정중천은 축사를 올리고는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렸다.정중천 곁에 서있던 부하들이 이강현의 모습을 보고는 귓속말로 얘기했다.“천 할아버지, 이 선생님 저쪽에 계십니다.”이강현을 본 정중천은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천 할아버지, 메인석에 앉으시지요.”말은 그렇게 했어도 최 어르신은 정중천이 이강현쪽에 가서 앉을거라고 미리 짐작하고 있었다.“전 이 선생님 뵙고 올게요.”정중천은 이 한마디만 남기고는 최씨 집안 사람들을 피해 이강현쪽으로 걸어갔다.정중천의 멀어지는 뒤모습에 최씨 집안 사람들은 울음이 터질것만 같았다.‘오늘 이……. 이 자리는 내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가 아니던가?’최 어르신은 마음속으로 울부짖었다.기분은 썩 좋지 않았지만 정중천, 조정룡, 오도문 모두 한성에서 명성 높으신 존귀한 분이신지라 최 어르신은 감히 뭐라 말하지 못했다.정중천은 만면에 웃음꽃을 띄고는 이강현 옆으로 다가와 허리 굽혀 인사했다.“이 선생님, 제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편하게 앉으세요.”이강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정중천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조정룡의 맞은켠에 착석하여 공경한 눈빛으로 이강현을 쳐다보았다.장내의 손님들은 이미 오도문과 조정룡이 이강현을 대하는 모습을 보았기에 정중천의 뜻밖의 행동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
연회장에 있던 손님들은 삽시에 조용해졌다. 다들 바보 보는 눈빛으로 최종한을 바라보았다.일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이강현한테 가서 깽판 치는 최종한이 어리석어 보였다.최종한은 이강현이 죽도록 미웠다.이강현의 가면을 벗기지 못하면 자신의 지위가 일락천장이 될것을 알고있었다.‘이 모든건 다 가짜야, 이강현이 정중천을 데려와서 연기하는거야.’최종한의 마음속에서 괴물이 울부짖었다.이 시각 최종한은 자신이 악마의 추악한 가면을 벗기는 영웅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중천의 부하가 최종한을 향해 따귀를 날렸다.“쨕!”최종한의 양쪽 얼굴이 부어올랐다.“네가 뭔데 이 선생님한테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거야?”부하가 훈계했다.최종한의 영웅이 되려던 꿈이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장내에 울려퍼지는 뺨소리와 함께 최종한의 술도 깬듯했다.최종한은 얼굴을 감싸고는 몸을 움츠리며 뒷걸음 쳤다. 최종한은 공포감이 물려왔다.이강현의 거대한 모습에 최종한은 온몸이 추워났다.‘이 모든건 다 진짜였어. 정중천, 조정룡, 오도문은 실제로 이강현을 숭배하는 사람들이었어.’최종한은 찌질이었던 이강현이 어떻게 이렇게 변신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최종한이 쩔쩔매는 모습에 최종현과 최종성도 두려워났다.최종현을 비웃기엔 다들 모두 이강현을 없신여겼었기에 이강현이 복수를 하기라도 하면 최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가 무사하지 못할것이다.최메이는 겁에 질려 이강현을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따귀를 날리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이강현한테 못된 말을 했던 자신이 후회스러웠다.주취화는 입술을 깨문 나머지 피까지 흘러내렸다.하지만 주취화는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했다.고운란한테 능력 없는 남자한테 시집갔다고 비웃었던 자신이지만 오늘만큼은 그 능력 없는 남자가 주인공이었다.“하늘에서 떨어진 복이네.”최 어르신의 혼잣말이 최씨 집안 사람들 귀에 전해졌다,최금산과 최금해는 무력감이 들었다.이강현이 조금 능력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최씨 집안 사람들은 그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