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여기서 나한테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어!"피식 웃으며 답은 이미 뻔했으며 그도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조롱한 것에 불과했다.윤설아는 평온한 얼굴로 그의 의기소침한 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리고 비꼬았다. "내가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너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는 있어! 회사는 살릴 수 없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잖아!”"다시 시작한다는 게 말이 쉽지!"그는 허허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거 알아? 내가 이 회사를 설립할 때 얼마나 어려웠는지. 나는 정말 자수성가해서 차근차근 오늘까지 이르렀어. 하루에 조금씩 채워가면서, 그 안에 있는 책상과 의자, 모든 것이 나의 심혈이거든. 다시 시작한다고?! 내가 지금 뭘로 다시 시작해!”"그래서 내가 도와주겠다고!”그의 앞에 가서 멈추자 윤설아는 두 손을 짊어진 채 거기에 서 있으니 마치 순결한 어린 공주 같았다."나를 도와준다고?"눈꺼풀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롱하듯 웃었다. "됐어! 너도 윤씨 집안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좋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은데, 또 무엇으로 나를 돕는다는 거야!"윤씨 가문의 상황에 대해 그는 대체로 좀 알고 있다.윤설아는 윤중성과 요영의 외동딸이지만 윤중성은 유난히 남아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 딸에 대한 애정이 있어도 가업을 다 물려줄 정도는 아니며, 밖에 혼외아들이 있으니 아마 모든 것을 혼외아들에게 물려주려는 것 같았다.그의 비아냥거림에 윤설아는 화를 내지 않고 심지어 숨기지도 않았다. "맞아! 내가 윤씨 집안에서 처지가 확실히 좋다고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나는 명분이 있고 당당한 윤씨 딸이야. 너와 달리 빛을 볼 수 없지 않거든.”"너…"이 말은 그의 아픈 곳을 찔렀고 그를 기막히게 했다."그래서 어쨌든 나는 항상 너보다 자격이 있어. 그래서 내가 도와준다고 한 건 농담이 아니라 나도 말을 꺼냈으면 분명히 하는 사람이야. 어때, 나랑 손잡을 생각이 없어?"윤설아는 그에게 기회를 주었고, 그가 반드시 잡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왜 나
"우리가 인정하고 싶든 말든 같은 핏줄이라는 것은 확실하잖아."윤설아는 여전히 강조하며 말했다.엄마는 아직 그녀가 모르는 줄 알았는데 사실 그녀뿐만 아니라 아빠도 엄마가 밖에 아들이 있고 전남편과의 아들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모른 척하는 이유는 윤씨 집안에서 아직 엄마가 필요하며 집안일을 관리해야 하고 이 대가족의 크고 작은 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여주인을 바꾼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물론, 그리고 재벌 집안의 불쌍한 체면을 유지하여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기 위한 것이다.엄마가 조심스럽게 처리하고 있고 또 데려올 생각도 없으니 아빠는 그냥 눈감아 주시는 거다.노형원은 그녀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럼 만약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왜 너는 차라리 그 남동생을 찾아 가지 않았어? 그와는 같은 아버지가 낳았잖아."같은 엄마가 낳았다고, 이복은커녕 친형제자매 사이에도 서로 계산하고 이용하는데 그와 이런 감성팔이를 하다니? 미안하지만, 소용없어!"네가 믿지 않는다는 걸 알아. 나도 숨길 생각 없어. 맞아. 너와 협력하는 건 단지 네가 나와 혈연관계가 있는 오빠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네가 나에 대한 위협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야."역시 같은 엄마가 낳았으니 의심 많은 것도 똑같았고 물론 서로를 더 잘 알고 진정한 믿음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다."어?"눈썹을 고르고 노형원은 담배를 한 모금 피우고 그녀에게 계속하라는 신호를 보냈다."너도 알다시피, 밖에 있는 그 남동생은 나와 같은 아빠야. 솔직하게 말하자면 우리 아빠가 그를 윤씨 집안으로 들이고 호적에 올려서 그가 정당하게 윤씨 가문의 사업을 물려받을 수 있게 하려고 해. 그러니까 내가 그와 협력 관계가 될 수 있겠어?”그녀의 말에 노형원은 의외로 놀랐다. 윤중성이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는 속내를 감추고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거는 모르지! 집에 들이면 마침 친남매가 되어 더욱 화기애애하지 않겠어?""무슨 헛소리!"이 순
"너랑 손을 잡을 게!" 노형원이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윤설아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 고개를 돌렸다."너랑 손을 잡을 게."그는 다시 한번 말하며 침대에서 허우적거리며 일어나 앉자 주변의 술병과 캔이 바닥에 떨어져 딸랑딸랑 소리가 났다. "내가 어떻게 하면 돼?"입꼬리를 잡아당기며 윤설아는 웃기 시작했다."걱정 마. 난 절대 너를 속이지 않아!"그녀는 돌아서서 다시 그의 앞에 섰다. "내 손에 나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몇 명 있는데, 조직이라고 할 수 있지. 다만 어떤 일은 내가 나서기 불편하고, 어떤 말은 내가 하기 곤란하니까 이런 것들은 모두 네가 해줘."“쉽게 말하면, 내가 너 대신 더러운 일을 해 달라는 거잖아.” 노형원은 가볍게 웃었다. 그는 이렇게 연약해 보이는 여자가 이런 일을 할 줄은 몰랐다. 만약 그녀가 직접 말하지 않았다면, 그는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그렇게 얘기하지 마. 이 세상에 무엇이 더럽고 무엇이 깨끗한 거야? 목적을 달성할 수만 있다면 누가 당신이 어떤 수단을 사용했는지 상관해."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지금 김씨 가문의 산업이 저렇게 큰데, 김서진은 깨끗할 것 같아? 그리고 윤씨 가문, 심지어 제성의 정씨 가문도 누가 감히 자신이 결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됐어. 내가 너랑 이것을 논쟁하려는 것이 아니야. 다만 너 스스로도 할 수 있는데 왜 나를 찾아?"지하 조직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은데 그녀가 안심하고 이 권력을 그에게 넘겨줄까?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간파한 듯 윤설아는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 내가 감히 너에게 맡긴 다는건 컨트롤할 자신도 있다는 거야. 다만 내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누군가 도와줘야 해.”"그런데 나한테는 무슨 좋은 점이 있지?” 협력하는 거라면 이익을 따져야지 이익이 없으면 누가 협력하려고 할까."물론이지! 우리 조직에는 인원이 그리 많지 않지만, 모두 엘리트들이야. 내 명령을 전달하는 것 외에 너무 지나친 일이 아니라면, 너도 그들을 이용할 수 있어. 물론
"하하하......" 윤설아는 크게 웃었으며 그렇지 않다는 듯 웃었다. "지금 장난해? 왜 내가 너를 찾았는지 알아?""왜냐하면… 너는 윤씨가 아니니까!"그녀는 또박또박 말했다."너는 윤씨도 아니고, 윤씨 가문의 사람도 아니라서 윤씨 가문의 재산을 아무리 원해도, 심지어 너의 신분을 밝혀도 너와는 아무런 상관없어."그래서 윤설아는 밖에 여자가 낳은 혼외아들을 꺼리지만, 노형원에 대해서는 그렇게 큰 적대감을느끼지 않으며 그것은 이해충돌이 없을 뿐이다."내가 적절한 때를 찾아서 다시 찾아올 게. 다음에 당신을 볼 때는 지금과 다른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선글라스를 끼고 그녀는 올 때처럼 조용히 떠났다.——마르세유 비누는 이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거의 다 되었다. 한소은은 남은 마무리 부분을 이연에게 맡겼으며 사실 마지막 데이터를 기다리고 기록을 하는 등 업무를 마치면 생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외할아버지께 드릴 향수는 틈틈이 집에서 만든 건데, 어쨌든 사적인 일로 업무시간을 뺏을 수는 없었다. 지금 가장 바쁜 것은 리사의 전용 향수다.사실 이런 제품은 이미 전례가 있지만 신생 같은 작은 회사는 아직 이런 주문을 받기 어렵다. 리사는 세계에서 좀 유명한 모델이지만 한소은과의 개인적인 친분이 아니라면 신생을 찾을 일이 없다.회사 측에서도 이에 대해 비교적 중시하고 있다. 어쨌든 잘 해내면 명성을 쌓을 수 있고, 한소은 개인에게, 회사에게 모두 큰 이익이 될 것이다.앞에 원료가 가득 차려져 있는데도 한소은은 서둘러서 고르지 않고 거기에 서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사실 개인 맞춤 향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사용자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향수의 향은 수천 가지가 있지만, 전용 제품이라면 그녀 자신의 기질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리사는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성숙한 섹시함을 지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소녀다운 청순함을 벗지 못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완벽한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가 가장 큰 문제였다.하나하나 냄새를 맡으면서 머릿속
“...” 말을 하는 순간 윤설웅은 그녀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지만 그녀의 입이 더 빨랐기에 받아치려 해도 이미 늦은 후였다.시무룩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본 뒤 어깨에 있는 가방을 벗으며 말했다. “이거 줄게요!”그는 가방 전체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한소은은 어리둥절했다. “이게 뭐예요?”“당신이 원하던 거요!” 그가 말했다.그가 주는 것을 한 손으로 받았는데 꽤 무거워서 하마터면 떨어뜨릴 뻔했다. “열어봐도 돼요?”“이미 준거니까 열어보든 말든 맘대로 하세요!” 그는 좀 어색해 보였다.한소은은 웃은 뒤 지퍼를 조금 열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큰 나무토막이 자루에 뒤죽박죽하게 담겨 있었다.열자마자 은은한 향기가 피어나고 청아하고 특이한 향기가 났다. 바로 그녀가 원하는 물건이었다.그녀는 갑자기 매우 기뻤다. “없다고 하지 않았나요?”“네, 없어요.” 그는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꽂은 채 턱을 들어 올리고 마음 바뀌면 금방이라도 가방을 가져갈 듯한 태도를 취했다. “남은 건 그게 전부에요.”물건이 너무 무거워 두 손으로 받치고 있으면서도 한소은은 기뻐하고 있었다. “남은 게 이거 전부인데 저 준다고요? 당신도 써야 하는 거 아니에요?”“어차피 필요 없어요.” 그의 눈꼬리가 약간 처진 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 서운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어떻게 필요가 없어요. 제가 보기엔 보관상태도 좋은데 정말 필요 없는 거예요?” 그녀는 고개를 내밀고 물어보았다.윤설웅은 조금 다급한 듯 말했다.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요! 필요 없으면 다시 가져갈게요!”손을 뻗어 가방을 다시 가져가려고 하자 한소은은 몸을 급하게 몸을 돌리며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언제 싫다고 했어요. 줫다 뺏는 법은 이치에 맞지 않아요. 사양하지 않고 가져갈게요. 고마워요!”“...”그녀를 잠시 바라본 뒤 윤설웅은 내밀었던 손을 다시 거두었다. 만약 다시 정말로 빼앗아왔다면 많이 실망스러웠을 것이다.“아, 어차피 윤 씨 집안의 도련님이라 원하는 건 어렵
“...”말을 많이 했다가는 오해를 살 수 있었기에 조심해서 말을 해야 했다.“이것은 제가 개인적으로 보내는 것이지 윤 씨 가문을 대표해서 보내는 게 아닙니다. 한소은은 그가 기분이 좋지 않다고 느꼈지만 직접 묻기에도 애매했기에 그냥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고마워요. 선물 맘에 들어요.”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가자 그는 흐뭇한 미소를 보인 뒤 돌아서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고개를 돌렸다. “정말 김 씨 가문 사람과 결혼하는 게 맞나요?”“...” 한소은이 의심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하려다 곧 멈추었다. “저 가보겠습니다.”그의 뒷모습을 보니 한소은은 궁금증이 생겼다. 최근 몇 년 동안 이상한 일들이 몇 차례 있었지만 그의 모습은 어디가 이상한지 설명할 수 없었다.어찌됐든 그녀는 이 선물을 매우 맘에 들어했다.큰 가방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자 김서진이 그 모습을 보고 놀랐다. “이게 뭐예요?”“좋은 거예요!” 그녀가 웃으며 가방을 끌어안은 채 안으로 들어왔고 김서진은 다가가 그 가방을 받아주었다. “꽤 무겁네요.”“당연히 무겁죠, 목재인걸요!”그녀는 말하면서 배낭을 내려놓고 지퍼를 열어 안에 있던 목재를 꺼내 보였다.“목재?!” 집에 작업실이 생긴 이후로 그녀는 많은 이상한 물건들을 안에 들여놓았다.다른 것들에 비하면 이 나무는 꽤 평범한 편인데 단지... 크기가 꽤 컸다.“누가 선물해 줬어요.” 그가 어떤 부분에 놀랐는지 눈치챈 한소은은 설명해 주었다. “저번에 차 씨 가문에서 만났던 윤 씨 가문 도련님, 윤설웅이 줬어요.”“아 그 분이시군요.” 그도 말하면서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눈 밭에 있던 그 소년.“전에 약속했었는데, 나중에 연락이 없어 못 만날 줄 알았어요. 세상이 진짜 좁은 건지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양심에 찔렸는지 저번에 했던 약속 지키러 오늘 보내줬어요.”한소은은 정말 기뻤다. 정말 오랫동안 원했던 물건이었고
“컷!” 감독이 외친 뒤 배우를 향해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는 빠르게 다가가 가능한 편안한 어조로 말했다. “우연아 너 좀 이상한 것 같아. 짝사랑한 사람에게 고백받는 건 기쁜 일이야. 꿈이 이루어졌잖아. 그렇지 않아? 너의 지금 모습은 기뻐하는 모습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뭐가 좋아요. 어차피 다 꿈인데! 꿈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어요!”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감독: “...”옆에 있던 매니저가 말했다. “감독님, 우연 씨가 힘들어하는데 먼저 쉬는 게 어떨까요? 쉬면서 조정해보죠.”“그래요, 하지만 이번 촬영은 이미 8컷이나 찍어서 시간을 끌 수 없으니 가능한 빨리 다시 찾아보죠.” 감독은 이런 말을 하면서도 조금 조바심이 났다.“네, 금방 괜찮아질 거예요!” 매니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우연에게 가서 물과 손난로를 건네주며 단어를 조정했다. “우연 씨, 거의 다 찍었고 곧 촬영 끝난다고 해요. 그러니까 여기서 문제가 생겨서는 안되겠죠? 저도 요즘 기분이 안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누가 기분이 안 좋다는 거예요. 저 기분 좋아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어요!”그녀는 매니저의 말을 끊으며 짜증냈다.“...” 매니저는 참으면서 다시 말했다. “그래요. 기분 좋으니까, 촬영 좋게 마무리 짓는 거 어때요?”“이 드라마 줄거리 말이 안 돼, 내가 바꿀 거야!” 매니저는 어이없었다. 그녀가 아무리 높은 위치에 있다고 한들 드라마의 내용마저 바꿀 수는 없었다. “우연 씨, 아니에요. 이거...”“제가 바꾸겠다고 하면 바꾸는 거예요. 쓸데없는 말은 필요 없어요!” 그녀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그녀의 신분 때문에 어느 누구도 그녀에게 언성을 높일 수는 없었다.허우연은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다.그날 그녀가 김서진의 집에서 떠난 이후 허강민만 그녀를 뒤따라갔다. 김서진은 그녀에게 관심도 없었고 심지어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았다. 정말 그가 그 여자를 그렇게 사랑하나?요즘
“그래, 그럼 말하지 마. 오늘 촬영 언제 끝나?” 그녀는 화제를 돌렸다.“좀 더 있어야 해!” 시간도 많이 지체됐고 감정 조절도 되지 않아 몇 시까지 걸릴지 알 수 없었다. “왜?”윤설아는 일어나며 손을 털면서 말했다. “아니야, 너 촬영 끝나는 거 기다렸다가 같이 쇼핑 가려고.”쇼핑? 허우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쇼핑할 마음 없어.”여자의 사어를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쇼핑이라고는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결혼하고, 신부는 자신이 아니었다. 이러한 상처는 쇼핑으로도 치료할 수 없었다.“원하든 말든 간에 선물은 골라야 하지 않아?”“선물?” 허우연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그녀의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고 윤설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설날을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가족과 친구 쪽은 찾아뵙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회사 쪽도 안 갈 거야?” “......”그녀가 말을 꺼내지 않았더라면 이 일을 잊어버렸을 것이다.사실 예전에는 그녀는 가야만 했다. 비록 김서진이 김 씨 집안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가족이라고 생각해서 더 많이 돌아다니고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먼저 김 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그녀를 받아들이게 한 후 김서진도 이를 인식한다면 그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그녀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의 결혼 소식은 정말 그녀를 당황하게 만들었고 이 일 또한 모두 잊어버렸다.“아...” 그녀는 바로 앉아 생각하더니 이내 맥이 빠졌다. “됐어, 이미 결정된 일이니 내가 가든 말든 별 의미 없을 거야.”윤설아는 한 손으로 그녀의 목을 감싼 채 말했다. “왜 또 그런 부정적인 소리를 하는 거야? 엊그제만 해도 괜찮았잖아.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니고, 마지막에 잘 안될 수도 있잖아? 게다가 지금까지 이렇게 열심히 해왔는데 이제 와서 포기하기 아깝지 않아?”“네가 말했잖아, 거기 가문 할머니가 연예인 왔다고 좋아했다면서?” 그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이자 말 한마디 한마디가 허우연의 마음 깊은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