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말은 오히려 요영에게 많은 것을 똑똑히 알 수 있게 했다.그래, 왜 자기 남편을 막아야 하지? 그는 그들 모자가 들어오기를 원하고, 비록 그들이 집에 들어오더라도 그들이 순조로울지는 확실하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만약 집안에 들어와도 반드시 편안하게 있을 수 있을까? "한 발짝 물러서서 말하면, 만약 정말로 그들이 들어와도 그들은 엄마 시야 안에서 살게 될 거고 평생 머리가 아프고 눈칫밥을 먹겠지. 그러니 누가 순탄할 수 있겠어!”윤설아는 그녀의 마음속에 있던 말을 모두 털어놓았고, 원래 고민이 많았던 요영은 뭐에 홀린 듯 단번에 통쾌해졌다. 그녀는 원래 똑똑한 사람이라 조금만 알려주면 스스로 이해할 수 있지만, 단지 관계 자체 때문에 잠시 혼란스러울 뿐이다. 생각이 명확해지자, 딸아이를 다시 한번 샅샅이 살펴보니 볼수록 예전에 자신이 그녀를 과소평가했으며, 젊었을 때의 자신의 능력과 수완이 어느 정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설아, 넌 정말 똑똑하고 엄마를 많이 닮았어. 만약…" 그녀는 갑자기 말을 하다 멈추었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만약 노형원이 이 여동생처럼 될 수 있다면, 그녀는 그렇게 많은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 아이를 생각하자 지난번 그에게 몇 마디 추궁한 이후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는게 생각났다.노형원 명의의 그 회사는 이미 파산했고, 사람도 마치 인간 세상에서 증발한 것 같았다. 그녀는 감히 큰소리로 찾아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사적으로 사람을 보내 몰래 찾을 수밖에 없었지만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 아마 마음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어디론가 숨어 버렸을 것이다."엄마, 걱정하지 마, 이 일은 나는 분명히 엄마와 같은 선에 서 있을 거니까!”두 손으로 그녀의 팔을 감싸 안으며 윤설아는 반쯤 어리광을 부리며 말했다. "넌 내 귀한 딸이다 설아!"요영은 그녀의 뺨을 살짝 만지고 웃으며 말했다."참, 너도 나이가 이제 적지 않은데, 언제 남자 친구를 사귀고 데려올래, 엄마한테도 보여줘야지!”"
비록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었지만 한소은은 오이연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녀의 얼굴에 여러 줄의 상처가 났고 연고를 발랐지만 여전히 약간의 부종이 있다."네가 때렸다며?"왜 이렇게 때린 사람이 더 초라해 보이는 것일까. 그러자 오이연은 자랑스럽다는 듯 말했다. “당연하지! 내가 때리는 걸 언니도 봤어야 했어, 그 울음소리가 얼마나 듣기 거북하던지!” 그녀는 의기양양했고, 한소은의 의심을 품은 시선과 마주쳤을 때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만졌고, 그 상처를 만진 후 “쯧” 하는 소리를 내고는 말했다.“그냥 작은 상처일 뿐이야, 실수로 긁혔어. 언니도 알다시피 이 싸움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어. 하지만 그 여자는 나보다 훨씬 더 처참하니까 내가 혼내준 게 맞아!” 체면이 깎여서는 안 됐고, 설령 부상을 입었더라도 그녀는 자랑스러워할 만했다. 한소은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세히 살펴보더니, 확실히 조그마한 상처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앞으로 그렇게 충동적으로 굴지 마.”한소은이 당부했다.허우연도 어쨌든 신분이 있는 몸이었고, 이번에는 김서진이 뒤에 있어서 망정이었지, 다음번에는 쉽게 넘어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난 괜찮아."오이연이 웃으며 말했다."게다가 언니도 내 성질 알잖아, 이렇게 오래동안 내가 누구랑 싸우는걸 봤어? 그 여자가 말을 거칠게 하지 않고 너무 업신여기지만 않았다면 나는 상대도 하지 않았을 거야.”게다가 그녀가 먼저 손을 댄 것이었고, 그렇지 않았다면 오이연도 손을 댈 생각은 없었다. "응, 이번엔 내가 널 연루시켰어."한소은이 말했다.“보양식 좀 사 왔으니까 사물함에 넣어둬, 이따가 직접 가지고 가고.”“정말이야?! 안 그래도 되는데!”입으로는 이렇게 말했지만,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그래도 거절하는 건 도리가 아니니까 고맙게 받을게.” 다른 건 몰라도 맛있는 건 놓칠 수 없지. 어쨌든 오이연을 보자 한소은의 기분은 한결 나아졌고, 더 이상 예전처럼 우울하지 않았다. 비록 가족을 잃
그녀가 이 말을 꺼내자 한소은은 김서진이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을 떠올렸고, 참지 못하고 대답했다."안 그럴 거야.”"그럴 리가! 언니가 그 여자의 흉악한 모습을 못 봐서 그래."그러면서 그녀는 앞으로 한 발짝 내딛고 가슴에 손을 얹으며 완전히 안하무인 한 태도를 보였다. "내가 말하는데, 빨리 그 사람 곁에서 떠나! 김 씨 집안은 아무 여자나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야, 가격을 제시해 봐, 얼마면 그 사람을 떠날 수 있겠어? 10억이면 충분해?”허우연의 말을 따라하는 그녀의 행동에 가공과 과장이 들어갔으며, 일부러 이상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에 한소은은 우스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그만해! 날 웃겨 죽일 셈이야?”“아니, 정말 이렇게 말했다니까!”오이연은 그녀가 믿지 않자 발을 동동 구르며 말을 이어갔다.“아, 맞다! 발을 동동 구르는 것도 그 여자의 동작이지, 내가 한 게 아니잖아!” "너 같은 여자는 내가 많이 만나봤어, 돈이 갖고 싶은 거 아니야? 얼마? 5천억? 너 미쳤어?!” 오이연은 머리를 흔들고 손가락을 앞으로 내밀었고, 동작은 매우 생생했다. 한소은은 한 손으로 테이블을 짚으며 주저앉을 듯이 웃었다. "하하하…" 어느새 조현아도 와서 그녀의 말과 연기를 다 들여다보고는 웃음을 터뜨렸다."조 팀장님!”오이연은 얼른 몸을 바로 세우고 더 이상 동작을 하지 않았다. "출근도 제대로 하지 않고 무슨 연극을 하고 있는 거예요, 왜, 스타라도 되고 싶어요?”그녀는 가볍게 기침을 하고는 굳은 표정을 지으며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고, 오이연은 입을 삐죽거리며 대꾸했다.“제가 되고 싶어도 그럴 자본이 없는걸요.” 자신이 어떤지는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고, 그녀는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이었다.그녀는 원래 평범한 사람인데, 한소은과 같은 미녀와 비교를 하면 그녀는 훨씬 더 평범해 보였다. 사실 어제 그 허 아가씨는, 양심에 손을 얹고 말하자면 얼굴은 매우 예뻤지만 사람이 너무 제멋대로여서 말도 듣기
”……”오이연과 한소은 두 사람 모두 말이 없었다.오해가 너무 크지 않은가! "조 팀장님, 어디서 그런 헛소문을 들으셨어요, 저와 김 대표님은 아무런 관계도 없어요!’그녀는 두 손을 흔들며 강력하게 부정했다. 정부인이 아직 여기 있는데, 자기가 감히 자리를 뺏을 순 없지 않은가. 조현아는 그녀가 인정하기 싫은 줄 알고 한 손으로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됐어요, 여기에 외부인도 없는데 시치미 떼지 마요! 사진도 다 찍혔는데 결혼식 날까지 숨기려고요?” "사진? 무슨 사진이죠?”한소은은 그제야 뒤늦게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신문이랑 잡지에도 올라와 있고, 인터넷에도 올라왔는데 기사도 안 읽었어요?”조현아는 그녀들보다도 더욱 놀랐다, 이렇게 강력하고 충격적인 뉴스를 그녀들이 모를 줄이야?!두 사람은 나란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요즘 기분이 좋지 않은 데다 각자 바쁜 일이 있어서 뉴스나 가십거리를 잘 읽지 않아 어떤 사진이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두 사람 정말 대단하구나!"조현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휴대폰을 꺼내 뒤적거리다가 기사를 찾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자, 여기 사진이 떡하니 있지 않아요? 여기 있는 이 남자가 우리 대표님이고, 여기 이 여자, 오이연 씨 아니에요?” 조현아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오이연을 쳐다보았다.“???”이렇게 보니까 이 각도, 마치…정말 그녀인 것 같다!사진상으로 보면 김서진이 그녀를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진은 매우 흐릿했다. "다른 사람들은 잘 안 보일지 모르지만, 난 누군지 한눈에 알아차렸죠. 그러니까……숨기지 마요! 솔직히 말하라고요!”그녀는 손가락으로 오이연의 겨드랑이를 두어 번 간지럽혔고, 오이연은 웃으며 피했다.“소은 씨, 빨리 이연 씨 좀 잡아봐요. 우리 오늘 반드시 이연 씨가 진실을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팀장님, 저 여자가 한눈에 저라는 건 알았는데 그 사진에 나랑 대표님 외에 다른 사람도 있다는 건 못 봤어요?”오이연은 한소은을 바라보았다.“또 다른
"설마……소은 씨?!!”조현아는 이미 답이 나왔지만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정말 소은 씨라고요??!!”“왜요, 전 안 되나요?”조현아의 반응에 한소은은 웃음이 나왔고, 이렇게 반응이 재밌을 줄 알았다면 좀 더 일찍 알려줬을 것 같다."안 되는 게 아니라, 그게……”이 전환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조현아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정말로 소은 씨라고?! 하지만 소문으로는……”"그날 소은 언니랑 대표님께서 절 보러 병원에 오셨고, 그 당시에 저는 엄마한테만 집중을 하고 있었어요. 저 촬영 각도에 문제가 있어서 오해를 불러온 것 같네요.”오이연이 설명을 했고, 엄마 얘기를 꺼내자 그녀는 또 약간 우울해졌다. "오오, 그러고 보니 그렇군!"다시 한번 자세히 본 조현아는 그제야 사진의 각도가 확실히 문제라는 것을 느꼈다. "이 기자들은 정말, 가십거리도 팩트체크를 했어야지. 하마터면 우스운 꼴을 당할 뻔했잖아!” 한소은은 오이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소리 없는 행동으로 위로했다.어머니 일이 슬프긴 했지만 이미 많은 날짜가 지났고, 그녀도 자신을 강하게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어 조금 슬퍼할 뿐 그다지 깊은 우울감에 젖지는 않았다.원래 한소은은 왜 허우연이 사람을 잘못 찾았는지 잘 이해를 못 했는데, 이 사진을 보면 대충 이해가 되었고 이번에 오이연이 대신 짊어진 것 같다. "어떻게 지금까지 숨긴 거예요!”정신을 차린 조현아는 한소은의 어깨를 툭툭 쳤다.“나한테까지 비밀로 하다니! 참, 이연 씨도 알고 있었잖아, 언제부터 안 거예요? 두 사람 다 너무해, 나한테까지 숨기다니!” 팔짱을 낀 조현아는 화가 난 것처럼 보였고, 오이연은 황급히 말을 꺼냈다.“저도 안 지 얼마 안 됐어요, 일부러 팀장님한테 숨긴 게 아니라, 정말로……”한소은을 한 번 쳐다보며 그녀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이 일은 확실히 내 잘못이고, 그의 신분이 특수하기 때문에 나랑 그 사람의 관계를 밝히고 싶지 않았어요."한소은이 말을 이어갔다."팀
"아뇨, 아는 사람이 원래 몇 명 안 된다고 봐야죠."한소은이 진심으로 그녀에게 사과했다."팀장님께 숨긴 것에 대해서는 정말 미안해요.”잠시 그녀를 흘겨보다가, 조현아는 손을 흔들었다.“그래요, 용서할게요!” 그녀는 그렇게 인색한 사람도 아니고, 하물며 이것은 원래 남의 사적인 일이니, 말하고 말고는 사실 모두 한소은의 일이었다. "참, 소은 씨가 원하는 자료는 내가 다 찾아냈어요. 쓸만한 게 있는지 봐봐요. 회사에서 재촉하는 것도 사실 빠듯한데 아무튼 연구에 성공하면 곧 생산에 들어갈 거예요."조현아는 다시 정색을 하고 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사실 거의 다 되었고, 아직 마지막 공정이 부족해요. 만약 성공한다면 정식으로 생산에 들어갈 수 있어요. 이연아, 네가 와서 도와줘.” 농담은 농담이고 일에 몰입할 때는 여전히 진지하다.어느덧 하루가 빠르게 지나가고, 한소은이 떠날 때 김서진의 차가 그녀를 데리러 오는 것을 보았다.차는 회사 문 앞에 주차되어 있었고, 그는 지금 점점 더 당당해지고 있었다. "오늘 왜 이렇게 일러요?”한소은이 차 문을 닫으며 말했다.“돌아봐요.”김서진이 말했다.“돌아봐요!”그가 다시 말했다. 의아한 표정으로 그에게 등을 돌린 다음, 자신의 어깨에 한 손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고,김서진은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주물렀다.“......”"괜찮아요, 고개를 오래 숙이고 있어서 조금 시큰거릴 뿐이에요. 나 혼자 스트레칭 좀 하면 돼요!”그녀가 다급히 말했다."움직이지 마요!"그는 손에 살짝 힘을 주고 어깨를 쥐면서 자연스럽게 마사지를 해줬다. 아픈 어깨를 적당한 힘으로 주물러 주니 불편한 느낌이 과연 많이 사라졌고, 그녀는 곧 그 편안함에 빠져 그의 서비스를 즐기게 되었다. "오늘 현아 팀장님에게 우리 관계에 대해 얘기했어요."눈을 감고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응."김서진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대꾸했다."반응이 너무 재미있어서 깜짝 놀랐잖아요
그러니까, 그 사진은 그의 동의를 얻은 것이라고? 그럼 그는 그 사진의 각도가 전혀 맞지 않아서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건가?"사진을 봤어요?"한소은이 다시 물었다.김서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너무 바빠서 그날 비서가 와서 그에게 물어본 후, 고개를 끄덕이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신문과 잡지에 이 가십 기사가 실렸다는 것만 알고 찾아보려고 했지만, 매번 보려고 할 때마다 다른 일 때문에 중단되고 나중에는 까먹고, 이제야 그녀가 얘기를 꺼내자 다시 생각났다."왜요? 봤어요? 잘 나왔어요? 우리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았어요?”그는 흥미진진하게 물었다.한소은은 정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어울리지! 너무 잘 어울려. 어울리다 못해 너무 완벽하지!“직접 봐요.” 그녀는 검색 페이지를 열고 넘기더니 그 뉴스를 찾아낸 다음 그에게 보여주었다.김서진: "…."눈을 가늘게 뜨고 한참 동안 열심히 쳐다보았다. "당신은요?""그러니까! 나는요?"한소은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손가락으로 모서리를 가리켰다. "이게 누군지 볼래요?"“......”한참을 쳐다보다가 김서진은 그녀의 핸드폰을 내려놓고 자신의 것을 집어 들고 바로 전화 한 통을 걸었다. "전에 말했던 내 사진을 찍은 그 신문사가 어디였죠?"전화 쪽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계속 말했다. "사진 찍은 기자를 자르라고 그쪽에 통보해요."한소은: "…."너무 잔혹하네! 전화 한 통에 사람을 해고한다고? 과연 이 사람의 행동 스타일은 냉정하기 시작하면 진짜 악마같다."이 일도 그 사람의 잘못만은 아니겠죠?"그녀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당신의 동의를 구한 거잖아요?""그런데 이 모양으로 찍을 줄 몰랐어요! 바보 아닌가! 이런 사진도 밖으로 내보내다니!"그는 매우 화가 났으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싶었다!"혹시 그 사람이 처음부터 당신이 이연이랑 커플이라고 생각한 거 아닐까요?"김서진은 위험하게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 나를 비웃는 거예요?""내가 어떻
방에 들어가서 현관에서 한소은은 신발을 갈아신으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김서진이 갑자기 몸을 웅크리고 앉아 신발을 벗겨주었다.한소은은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발을 움츠렸다. "뭐 하는 거예요?""신발 갈아주려고요."그는 고개를 들고 아주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그녀는 매우 불편했다. "괜찮아요. 내가 혼자 할 게요!"재빨리 신발을 갈아 신고 뒤에서 밀려오는 압력을 느끼고 그녀는 뒤를 돌아보니 허강민과 그 여자가 이미 문 앞에 와 있었다. 그 여자의 눈빛은 거의 살기등등하다고 말할 수 있으며 눈빛만으로도 자신을 죽일 수 있을거 같았다.약간 눈살을 찌푸린 그녀는 이런 느낌이 불편했고 슬리퍼를 질질 끌며 음료수 한 병을 가지러 갔다.“들어와.” 김서진은 닥치는 대로 말했다.한소은은 그제야 오늘 집 청소를 담당하는 청소부가 아직도 집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보통 청소를 마치면 바로 퇴근하고 남아있지 않는데 오늘 이것은… 김서진이 시킨 것인가?청소부는 곧 차를 내놓았지만 컵 두 개만 준비하였고 모두 김서진 앞에 놓았으며 분명히 이것은 두 주인에게만 준비한 것이므로 허강민 그들의 몫은 없었다.김서진, 일부러 그런 건가!한소은은 탁자 옆에 서서 음료수를 마시면서 그를 힐끗 쳐다보았지만 그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그 여자는 잘 모르지만, 이미 단서를 통해 대충 알수 있었다.그 여자는 허강민과 함께 왔으며 자신에 대해 넘쳐나는 적개심, 그리고 옷차림을 봐서는 허강민의 여동생 허우연일 것이다.무엇보다 얼굴에 상처를 입었는데 화장으로 살짝 커버했지만 그래도 티가 많이 났다.맞다. 겉으로 드러난 흔적을 보면 이연이가 허풍을 떨지 않았으며 과연 이연이가 이긴게 분명했다.허우연은 문을 들어서면서부터 줄곧 시선을 한소은에게 고정시켰으며, 그녀가 자신을 보는 것을 보자 그 눈빛은 더욱 흉악해지면서 증오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한소은은 만약 지금 이 두 남자가 없다면, 그녀가 반드시 달려들어 자신을 토막낼 것이라고 절대적으로 믿었다. 하지만 그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