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의아한 듯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바라보았다. 서한은 깜짝 놀랐다. “허우연?!”“아? 아는 사람이에요?”오이연이 머리를 쓸어넘기며 물었다.서한 또한 허우연이 어떻게 이곳을 찾았는지, 오이연과 왜 싸웠는지도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물어보는 것보다 그녀를 부축하는 게 우선이었다.“여기 어떻게 온 거야?” 그는 허우연의 모습을 본 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허우연이 여기 나타난 것도 정말 갑작스러웠는데 중요한 것은 그녀가 이렇게 맞았다는 것이다.서한은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흑흑...” 허우연은 여전히 울고 있었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게다가 최근 며칠 동안 가뜩이나 기분이 좋지 않았기에 더 슬프게 울고 있었다.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서한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서한을 봤다는 것은 김서진도 분명 근처에 있다는 얘기이고 곧 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는 부축을 받아 일어나면서 물었다. “서한아, 서진 오빠는?”“대표님은 안 계셔. 난 이연 아가씨를 돌보러 온 거야.” 서한은 대답하며 물었다. “넌 괜찮아?”그녀는 얼굴을 들고 흐느끼며 말했다. “내 모습 좀 봐... 괜찮아 보여...?”“풉!” 옆에 있던 오이연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방금 기껏해야 10억 원으로 부부를 갈라놓으려 했으면서, 지금은 돼지머리처럼 부은 건 말할 것도 없고 화장했던 얼굴도 다 지워져서 꼴이 우스꽝스러웠다.서한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더 이상 화를 돋우지 말라는 뜻이었다.과연 그녀의 웃음은 허우연을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웃어? 서한, 너도 봤지. 쟤가 나 때린 거. 반드시 우리 엄마 아빠에게 얘기할 거야! 나는 오히려 서진 오빠에게 묻고 싶어.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이렇게 야비한 사람인 거야?!”그녀는 오이연에게 손가락질하며 마침내 자신이 그녀의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했다.그래! 내가 맞았어! 사람 때리는 이런 난폭한 여자가 어떻게 김 씨 집안에 시집을 가서 마나님이 될 수 있겠어?그녀는 그럴 자격이 없어!
그는 상황이 이해가 안 돼서 잘못 말할까 봐 말을 아끼는 중이었다.“만약 네가 모른다면 왜 여기 와서 쟤 보살펴주고 있는 거야? 설마 서진 오빠가 너한테 시킨 게 아니야?” 그녀는 손가락으로 오이연을 가리키며 추궁하는 듯한 모습으로 그에게 물었다.“대표님이 지시하신 거 맞아. 하지만...”서한은 방금 설명하려고 했지만 오이연이 그의 말을 끊었다. “들었지? 서진 씨가 나 돌봐주라고 보낸 거고 이 집도 서진 씨가 나 준거야. 아무리 질투하고 내쫓으려고 해도 소용없어!”그녀는 허우연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위에서 아래로 힘껏 내렸다.이 동작으로 인해 허우연은 다시 화가 치밀어올라 달려들려고 했지만 서한이 그녀를 막았다.“우연아, 참아!” 그는 위로하는 법을 잘 몰라서 이렇게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보아하니 허우연은 사람을 잘못 찾아온 것 같은데 오이연이 왜 그녀에게 잘못 찾아왔다고 말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의 화를 돋우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알겠어, 나 가만히 있을게!” 허우연은 진정하고 서한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넌 봤을 거야. 나는 때린 게 아니라 오히려 맞았어. 서진 오빠한테 가서 정확히 얘기해.”서한: “...”“흥! 너 기다려!” 오이연은 머리를 다듬는 사이에 허우연은 떨어진 가방을 집어 들고 방을 나섰다.오이연은 허우연이 나가는 모습을 봤지만 잠시 망설이다가 움직이지 않고 남아있었다.“왜 안 쫓아가요?” 그녀는 허리를 굽혀 바닥에 있는 물건들을 모두 주웠다. 방금 싸우느라 많은 물건들이 떨어지고 컵도 두 개나 깨졌다. 어떻게 해서든 보상해야 했다.당시에는 통쾌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지갑은 통쾌하지 않았다.서한은 그녀를 도와 함께 치우고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청소했다.“왜 진실을 알려주지 않은 거예요?” 그는 청소하면서 물었다.오이연은 코웃음을 치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코를 가리켰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저보고 여우 같은 여자라며 욕을 하길래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는 대로 해준 것뿐이에요!”그녀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화장실 가서 세수하며 거울을 봤는데 정말 낭패였다.머리카락도 엉망이었고 손으로 몇 번 쓸어내리니 몇십 가닥이 한 번에 떨어젔다. 이 여자의 손 꽤 매서웠다.하지만 그녀도 상대방의 머리카락을 많이 뽑았고 게다가 주먹 몇 방은 상대방의 얼굴에 제대로 맞아 그녀를 혼내주었다.게다가 그녀는 한소은의 적이었다. 스스로 친구를 도와 혼내준 것이니 문제없을 것이다.그렇게 생각하니 자신이 의리 있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울을 보고 머리를 쓸어 넘긴 뒤 세수를 하고 화장실을 나왔다.“앉아 보세요.” 서한은 자신의 앞을 가리켰다.오이연은 입을 삐죽였다. “괜찮아요! 가벼운 상처일 뿐이에요.”“상처는 크지 않지만 작은 상처로 인한 파상풍 감염은 매년 60만분의 1 정도, 파상풍으로 인해 사망하는 겅우는...”“알았어요. 제가 바르면 안 돼요?”원래 서한에 대한 그녀의 인상은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인식이었지만 며칠 지내다 보니 겉으로는 차갑지만 속은 따뜻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는 말솜씨가 좋지 않았고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을 좋아했다. 일이 없을 때 두 사람은 오후 내내 같이 앉아 있었지만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극단적 갈등의 종합체지만 솔직히 자신한테는 잘해주는 사람이었다.면봉에 약을 묻혀 얼굴의 긁힌 곳을 문지르자 그녀는 참지 못했다. “너무 아파!”“왜 싸운 거예요?”서한은 약을 꼼꼼히 바르며 물었다.“그녀가 먼저 절 때렸어요. 저는 정당방위일 뿐이에요.” 오이연은 당당하게 말했다.서한은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 “그럼 일부러 오해하게 해서 대표님의 약혼녀를 사칭하는 것도 정당방위인가요?”“제가 말했잖아요. 그녀가 잘못 찾아온건데 제가 무슨 상관이에요. 제가 아니라고 해도 그녀는 제가 거짓말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거예요.”그녀는 자존심이 강했기에 무조건 자신의 말이 맞다고 여겼을 것이다.서한도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허우연은 확실히 제멋대로이고 매우 고집이 세다. 그는 김서진 곁에서 그녀와 자주 마주쳤다. 그녀의 성격은 확
왜요? 대표님의 가치가 그 정도는 아닌가요? 그녀는 흥얼거리며 되물었다.서한: “...”그것에 대해선 감히 말할 수 없었다!그녀에게 약을 발라준 뒤 서한은 소파 밑에 종이 한 장 있는 것을 힐끗 보았다. 허리를 굽혀 주워보니 숫자를 적지 못한 허우연의 수표였다. 그는 잠시 생각한 뒤 그것을 주머니에 넣었다.“그거로 뭐 하려고요?” 그녀도 그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았고 궁금해서 그에게 물었다. “설마 찾아가서 돈을 요구하는 건 아니겠죠?”서한은 눈썹을 씰룩거렸다. 무슨 돈을 요구해!“아니에요. 가지고 있으면 쓸모 있을 때가 있을 거예요.”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오.” 오이연은 고개를 끄덕인 뒤 핸드폰을 들었다. “전화 좀 하고 올게요.”그녀가 일어나 침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서한도 어딘가로 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허우연이 언제 또 난리를 피울지 모른다.그 아가씨의 막무가내는 그도 겪은 적이 있었고 제멋대로 구는 행동도 경험했으니 김서진에게 먼저 일깨워줄 필요가 있었다.“이연아!” 최근 며칠 사이 오이연이 처음으로 먼저 전화를 걸었다. 한소은이 매우 기뻐하며 대답했다. “오늘 어떻게 시간이 나서 나한테 전화한 거야!”“난 엄청 한가한 사람인데 언제 시간이 없었어!” 오이연은 스스로를 자책하며 가볍게 말했다. “소은 언니, 미안해. 최근에 많이 힘들지!”한소은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괜찮아 먼저 쉬고 난 후에 다 회복하고 나서 나 좀 도와줘!”“응, 나 이미 휴가 반납하려고 준비 중이야!”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어차피 집에서 해야 할 일들은 거의 다 처리했는데 계속 쉬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잠시 후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그... 대표님과의 일은 어떻게 됐어?”한소은은 그녀가 말하는 질문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뭘 어떻게 돼? 그냥 똑같지!”“아니, 언론에 공개할 준비는 다 한 거야?”“응, 거의 다. 왜?” 한소은은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너 언제부터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망설이며 그에게 물어볼까 말까 하고 있을 때, 김서진은 곧장 그녀에게 다가와 전화 몇 통을 받은 뒤 블루투스를 끊었다. "허우연 일을 들었죠?”!!!!한소은은 화들짝 놀랐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묻는다고? "허 아가씨라는 사람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이름은 정확하게 몰라요.”한소은도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하게 말했다.그러자 김서진이 그녀를 끌어당겨 함께 앉았고, 그제야 그녀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그 사람 이름은 허우연이고, 허강민의 친동생이에요. 아, 지난번에 우리 집에 와서 담벼락을 넘고 밥을 얻어먹은 그 사람이요.” “아!"그렇게 말하니 한소은은 기억이 났다. 그런데 이 남매도 정상은 아니다, 한 명은 벽을 타고 감전을 당하며 뻔뻔하게 밥도 얻어먹으려고 하지를 않나, 다른 한 명은 찾아와 죄를 물었지만 사람을 잘못 찾지를 않나, 역시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식들이 맞는 듯했다. "그녀가 누군지 알고 싶지 않아요?”원래부터 김서진은 모든 것을 그녀에게 말해주려고 했지만, 그녀는 흥이 좀 깨진 것 같으면서 전혀 질투하지 않는 듯했다. "이미 말한 거 아니에요?”그녀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가 이미 나서서 말을 해주었는데 또 뭘 물어본단 말인가. “……”김서진은 어떤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고, 조금 불만인 듯 말했다.“질투 안 해요?”"내가 왜 질투를 해요? 당신 전 여자친구예요?”"만약 그렇다면?"갑자기 그녀의 반응이 보고 싶어서 김서진은 일부러 이렇게 말했고, 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네?!"자신의 귀가 고장 난 건지, 아니면 그녀의 머리가 고장 난 건지, 어떻게 이렇게 간단한 대답을 할 수 있단 말이지?"한소은, 솔직하게 말해봐요. 날 좋아하는 게 맞긴 해요?”그는 돌아서서 한소은의 두 손을 잡고 그녀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물었다.“???”무슨 뜻이지?한소은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좋아하죠!” 그녀는 당연히 그를 좋아한다. 그렇지 않다면 왜 그와 결혼식을 하고, 왜
"그건 그렇지만…" 한소은은 그의 볼에 두 손을 대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좌우를 살폈다. 이 얼굴은 어느 각도에서나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정말 미친 듯이 달려든 여자가 없었다고?”이 말은 마음속으로 생각한 것인데,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와 버리고 말았다. 김서진은 갑자기 눈이 무거워졌고, 그녀의 불안한 두 손을 움켜쥐며 말했다."모든 여자가 당신처럼 대담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 그의 조건으로는 확실히 예쁜 여자가 많이 몰려들겠지만, 김 씨 집안을 인수하고 이 자리를 확고히 하기까지,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지는 자신만 알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 다른 일을 생각할 마음도 생각도 없었다.더군다나 항상 그의 곁에 있는 모든 암컷들을 쫓아내는 허우연도 있었고, 그는 허우연의 치근덕거림을 귀찮아하지는 않았다.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짜증 나느니 차라리 한 사람에게 짜증 나는 게 나았다. 그래서 허우연이 김서진에게 몰려오는 여자들을 쫓아낼 때 그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의 사람들을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그녀가 듣지 않으면 스스로 행동을 취해야 했다. "…" 한소은은 반박할 수 없었다.돌이켜보면 정말 대담했다, 그때 그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그가 결혼하자고 하자 그녀는 승낙을 했으니 말이다.아마도 평생 가장 대담한 순간이지 싶다. 잠시 그녀를 쳐다보던 김서진은 코끝으로 그녀의 코를 툭툭 건드린 후 비로소 몸을 일으켰다. "허우연은 내 전 여자친구가 아니에요. 그녀는 단지 나와 비교적 잘 아는 사이이고, 나는 여동생으로 보지만, 허우연은 그걸 원하지 않고요.” 아주 간단한 몇 마디로 관계를 분명하게 설명했으니, 그녀가 더 캐물을 것이 없었다. 그녀를 질투하게 만들고 싶으면 질투할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럼, 그 사람이 오이연을 찾아 간것도 알고 있나요?"서한이 그곳에 있는데 그가 모를 리가 없었다. 서한이 알면 그 또한 분명
윤설아는 물건을 사고 집에 돌아와 어머니가 혼자 있는 것을 보고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엄마!”그녀는 웃으며 소리를 지르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았다. "아빠한테 줄 스카프를 두 개 샀는데, 새로운 디자인이 괜찮은 것 같아서 엄마 것도 두 개 샀어. 마음에 드는지 봐봐!” 그녀는 가방을 열어서 꺼내려고 했다."일단 됐어, 거기 놔둬.”요영이 말했다.“설아, 이리 와보렴.” 그녀를 불러 자신의 옆에 앉게 하고, 직원에게 부엌으로 가서 이미 끓인 수프 잔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어 다른 직원들은 모두 물러가라고 지시했고, 방에는 모녀 두 사람만이 남아있었다."엄마, 나한테 할 말 있어?"좌우를 둘러보다가 윤설아가 웃으며 말했다.요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녀의 얼굴을 이리저리 보며, 손을 들어 그녀의 잔머리를 가볍게 쓸어넘겼다.“설아, 시간이 정말 빨리 갔구나. 너도 이미 이렇게 자랐네.” "엄마, 내가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자란 것도 아니고, 엄마도 다 내가 자란 걸 봤잖아.”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허리를 굽혀 수프 잔을 들었다. "그러네!"요영은 감개무량하다는 듯 말했다."너는 내가 낳았으니, 내가 네 크는 모습을 가장 많이 봤지. 넌 똑똑해, 매우 똑똑한 아이지. 하지만 아쉬운 건……” 그녀는 말을 계속하지 않고 약간 슬퍼하는 모습을 보였다.윤설아는 당연히 그녀가 말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여자이기에 윤 씨 집안의 사업을 계승할 수 없었다. 지금 사회가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윤 씨 집안은 뼛속까지 수구적이니 반드시 남자가 가업을 이어가야 했다.윤 씨 집안에는 남자가 부족하고 큰아버지한테는 아들이 하나밖에 없는데 하필이면 사업을 할 마음이 없었고, 윤중성의 집에는 윤설아 딸 하나밖에 없다. 아, 아니지. 그녀의 아버지는 사생아도 하나 있지만, 윤 씨 집안의 족보에 들어가지 않으니 그가 아무리 거물이라고 해도 윤 씨
"설아, 너 동생이 있는 거 알잖아….""난 동생이 없어!"그녀의 말을 끊은 윤설아는 단호하게 말했다."엄마랑 아빠는 나 하나만 낳았는데, 잊은 거야? 난 동생이 없다고!”"……" 요영은 조금 피곤한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네가 인정하지 않으면 나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네 아버지는 이 아들을 꼭 데려오겠다고 굳게 결심하셨어. 어떻게 할까?” "이렇게 오랫동안 아빠는 그 사람을 데려오려고 한 게 한두 번이 아니잖아. 만약 정말 그렇게 쉬웠으면 계속 엄마 의견을 묻지 않았겠지. 엄마, 이 집에서 엄마는 여전히 소중한 존재야.” 그녀는 당연히 그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만약 그녀의 중요성 때문이 아니었다면, 윤중성은 이미 그녀와 이혼한 후 그 여우와 결혼하여 들어왔을 것이다.이렇게 오랫동안 눈감아 준 것은 일을 너무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아서였고, 또한 밖에서 바람을 피우지 않는 남자들이 몇이나 되겠는가.너무 지나치지 않으면 그녀는 넘어갈 수 있었으며 겉으로는 평온하게 지낼 수 있지만, 최근 2년 동안 윤백건의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 큰형님 쪽은 후계자가 마땅치 않아 윤중성이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그는 줄곧 윤 씨 집안을 관리하려고 했는데 위에 큰형이 누르고 있었으니, 지금이 딱 좋은 기회였고 그는 바깥의 그 야생 종자를 데려와 가업을 계승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대국적으로 말하면, 요영은 당연히 남편이 윤 씨 집안 전체를 관리할 수 있기를 원했다.그렇게 되면 그녀의 신분 또한 달라지는데, 제대로 된 윤 씨 집안을 다스리는 사람과 방계가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만약 그 야생 종자를 데려오는 대가로 받는다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이 한 걸음만 양보하면 다음 단계는 아마 그 여인이 따라 집안에 들어올 것이고, 그때가 되면 그들 모녀가 설자리가 어디 있겠는가?그녀는 오랫동안 열심히 일해서 도리어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격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네 아버지가 그렇게 하겠다고 굳게 결심했다면 그때는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