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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아이고!"

어르신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무슨 불면증이야, 그냥 자고 싶지 않을 뿐이다. 성재 그 헛소리는 듣지 말거라!”

그가 부인할수록 오히려 이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였다.

평생을 억세게 살다가 자신이 늙고 병든 것을 쉽게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매우 체면을 중시한다는 것을 아는 한소은은 토를 달지 않고 그의 말에 대응했다.

"그래요, 자고 싶지 않으셨군요. 하지만 저희한테도 자주 말씀하셨듯이 규칙적으로 쉬어야 정신이 맑아지죠.”

그녀의 말에 어르신은 웃음을 지어 보였고, 이렇게 엄격한 사람이 웃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 한소은은 의외였다.

웃은 지 몇 초 만에 그는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며 다시 말을 꺼냈다.

"내가 한 말을 아직도 기억하는 게냐?”

"네, 당연히 기억하죠!”

그녀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그 많은 세월의 가르침은 밤낮으로 주입을 한 것이니 눈을 감아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할아비가 너를 벌했던 것도 기억하겠지?"

그의 말에 한소은은 침묵했다.

물론 기억이 나지만, 당시에는 매우 가혹해서 그녀는 한동안 이 집안에서 견디기 힘들다고 느꼈었다.

그때는 차 씨 집안에 있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바깥의 인심이 더욱 험악하다는 것을 몰랐었고, 비교를 해보니 단순히 몸의 의지를 단련하는 나날들이 훨씬 더 좋은 순간이었다고 느껴졌다.

그녀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본 어르신은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네가 어렸을 때 이 할아비가 너에게 너무 심하게 대했지만, 지금에 와서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네가 돌아와서 나는 기쁘구나.”

그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이미 매우 어려웠고, 한소은은 그의 사과를 기대한 적이 없었지만 그의 이 말은 그녀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한 가닥의 원한도 모두 사라지게 했다.

사실 돌이켜보면 차 씨 집안의 사람들은 빠짐없이 이런 삶을 살았고, 그녀는 확실히 외손녀라는 이유로 특별한 대우를 받지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그녀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주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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