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아, 네가 지금 이 모양인데, 말을 하지 않는 게 좋겠어.”윤설아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겨우 한 마디 했는데, 그녀가 이렇게 폭발을 하니 이걸 다 들었으면 분명 큰일이 날 게 뻔했다. "참, 집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가지 마!"허우연은 윤설아를 덥석 끌어당겼고, 절대 그녀를 쉽게 떠나보낼 리 없었다.“제대로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날 조급하게 만들어서 죽일 셈이야? 말해봐, 어디서 들은 거야, 우리 넷째 오빠가 누구랑 약혼을 했다고?” 마지막 말에서 그녀는 매우 망설였지만, 사실 마음속으로 허우연은 믿지 않았다.그녀는 김서진과 그렇게 오래 같이 있었는데, 여자는커녕 옆에 암컷 동물도 보이지 않았는데 여자친구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약혼을 하다니, 또 누구랑 했단 말이지? 만약 이 말이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온다면, 그녀는 분명 크게 웃고 넘어가며 되지도 않는 농담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말이 윤설아의 입에서 나온다면 또 다른 문제였다. 윤설아가 누구인가?그녀는 해성 윤 씨 집안사람이고, 김 씨 집안과 같은 4대 가문이다.그녀는 윤 씨 집안의 천금과도 같은 아가씨로, 항상 자신이 접할 수 없는 측면이 있었으며 게다가 그녀는 이런 일로 농담을 하지 않을 것이다.윤설아는 그녀의 절친한 친구이며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김서진을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으니 어떻게 이런 일로 농담을 할 수 있겠는가? "우연아, 사실 이 일은 나도 들은 거니까 확실하지 않아. 그러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그녀의 손에 이끌려 앉자, 윤설아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입술을 오므렸고,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됐어, 그냥 이 일은 가짜라고 생각해. 내가 헛소리한 거니까 생각하지 마!”"설아!"허우연은 그녀를 억지로 누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너 정말 대단하구나! 나 좀 애태우지 마! 진짜든 가짜든 상관하지 말고, 그건 내가 가릴 테니까 네가 들은 게 뭔지 말해봐. 다른 건 널 탓하지 않을게.” 허우연은 워낙 성급한 성격이라 연예계
전에 성질을 참을 수 있었던 것은, 비록 김서진이 그녀를 여러 번 거절했지만 적어도 그의 주변에는 다른 여자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녀는 그가 자신을 사랑하는 줄 모를 뿐 분명히 그녀를 좋아하고, 김서진 자신은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그녀는 참을성 있게 기다릴 수 있었고, 그가 사실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깨닫게 되기까지 기다릴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제3자’가 하나 더 생긴 것이고, 위기감은 매우 강했다. "그래, 그래서 나도 들었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고, 난 네가 약혼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잖아!”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우연의 말에 동의했다. "계속 말해, 어서!”허우연은 매우 애가 탔고, 윤설아를 계속해서 재촉했다. "어쨌든 차 씨 집안 어르신께서 생신이셨는데, 우리 큰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갔는데 돌아와서 그런 말을 하는 걸 우연히 들었어."그녀의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모습에 못 이겨 윤설아는 아예 이 일을 간단히 말해 버렸다. 허우연은 잠시 기다리다가 그녀가 더 이상 말하지 않자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끝이야?”“응, 끝이야!” “아니, 뭘 말했다고 끝이래! 도대체 누구랑 약혼한 건지, 아저씨가 뭐라고 말을 안 했어?”가장 중요한 인물 정보를 모르는데 이렇게 그녀를 조급하게 하다니."우리 큰아버지가 별말씀을 안 하시던데. 그냥 김서진 대표가 이미 약혼을 했고, 결혼 날짜도 멀지 않았으니 미리 예물을 준비해야 한다고만 하셨어!” 윤설아도 사실 윤백건이 서재에서 아내한테 말 한 것을 엿들은 것이었다.어쨌든 이런 관계에서의 오가는 선물 같은 것들은 다 여자에게 맡기는 건데, 이런 말을 꺼내는 순간 서재 밖에 있던 윤설아에게 들리게 하며 주의를 준 것이다. 그녀는 당연히 허우연이 얼마나 김서진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김서진이 약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와서 그녀에게 물었던 것이다.좋은 일이 다가오는데 왜 그녀에게 말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허우연은 이 소식을 듣자마자 폭발했다.
김서진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은 당연히 안 되었고, 전술상 아직 우회책이 있다. 허강민은 요즘 그렇게 바쁘지 않았고, 긴 다리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핸드폰을 쥐고 눈썹을 치켜세우고 있는데, 그 집 막내 여동생이 갑자기 들이닥쳤다. 하마터면 놀라서 소리를 지를 뻔했고, 재빨리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른 뒤 동생을 바라보았다."해가 서쪽에서 떴나, 환아로 안 가고 웬일로 여기를 왔대?” 그녀는 눈을 흘기며 혀를 끌끌 찼다.“디저트도 가져왔어? 설마 날 위해서 가져온 건 아니겠지?” 허우연은 콧방귀를 뀌고는 곧장 허강민 앞으로 가서 그녀가 사 온 케이크와 밀크티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말했다.“맞아, 특별히 오빠를 위해 산 거야, 감동이지?”"정말이야?!"그는 즉시 다리를 내리고 똑바로 앉으며 앞으로 다가갔다."이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두리안 케이크 아니야, 너무 감동인걸!” 조심스럽게 케이크를 들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열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렇게 감동을 하면서 왜 빨리 안 먹어보고.”그녀는 의자를 끌어당겨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재촉했고, 허강민은 고개를 내저었다.“아니, 안 먹어.” "오빠가 제일 좋아하는 거라며? 내가 특별히 사 온 건데, 정말 안 먹을 거야?"허우연이 눈을 깜빡이며 케이크를 살짝 열자, 안에서 생크림 향이 확 풍겨져 나오며 두리안의 독특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허우연이 코를 찡그렸고, 그녀는 손을 들어 코를 막으며 냄새를 참지 못했다. 그에게 부탁할 일이 없었으면 일부러 이런 냄새 나는 두리안 케이크를 사러 가지 않았을 것이다. “안 먹어! 일단 먼저 무슨 일인지 말해.” "……" 정말 귀신이었다. 그러자 허우연은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아무 일 없는데!” “네 말 안 믿어!” 허강민은 고개를 가로저었고, 케이크 냄새는 정말 매혹적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여동생이 사 온 이 케이크를 먹으면 그녀를 도와서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허우연은
"응, 너무 맛있어! 이거 혹시 구름 집에서 산 거니? 내가 말하는데, 그 집 맛은 정말 일품이야, 다른 집과는 비교도 안 된다고! 하, 정말이지, 오빠는 거짓말 안 해, 한 입 먹어볼래?”그는 말을 하면서 숟가락으로 한 입을 떠서 그녀의 입에 갖다 댔다.그러자 허우연이 싫은 표정으로 피하자 허강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맛을 너무 모르는군!” 그는 계속 즐겁게 먹었고, 케이크를 반쯤 먹은 것을 본 허우연은 그제야 느릿느릿 말을 꺼냈다.“오빠, 최근에 서진 오빠를 보러 간 적이 있어?” “아니!” 그는 열심히 케이크를 먹으면서 밀크티도 몇 모금 마셨다. "너도 걔 알잖아, 불러내서 술 마시기도 힘들어. 아마 네가 서진이를 만나는 횟수가 나보다 훨씬 많을걸. 근데 왜?!” 그제야 그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번쩍 들었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오빠가 뭐 좀 알아봐줬으면 좋겠어서.” 그녀는 무해한 미소를 지었고, 그녀의 말은 가볍고 간단했지만 허강민은 순간 앞에 있는 두리안 케이크가 전혀 향기롭지 않게 느껴지며 목구멍이 꽉 막힌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너 역시 일이 있구나!"숟가락을 내려놓고 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그는 자신의 탐욕에 화가 났고, 늘 쉽게 그녀의 속임수에 넘어가는 자신을 원망했다. "그렇게 말하지 마!"허우연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별거 아니야, 서진 오빠랑 오랫동안 못 봤으니까 한번 만나서 얘기 좀 나눠 보라고!” "게다가, 요즘 새로운 프로젝트 합작이 없다고 하지 않았어? 그럼 마침 회사 사업 이야기도 할 수 있으니까 회사 사업도 살리고 사이도 돈독해지니까 일거양득이지. 이거 봐, 내가 얼마나 오빠를 위하는데!” 그녀는 두 손으로 손뼉을 치며 꽤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이제 허강민은 케이크를 보고도 식욕을 잃었고, 숟가락을 아무렇게나 집어던지고는 휴지를 뽑아 입을 닦으며 말했다."그래, 말해봐. 이번엔 또 뭘 하려고? 나랑 같이 가려는 거 아니야?” 허우연이 고개를 끄
"그러니까 물어봐 달라고!"책상을 돌아가 허우연은 그의 팔짱을 끼고 흔들었다. "큰일도 아니고, 소식을 좀 알아봐 달라고 한 건데, 설마 이런 사소한 일도 나를 안 도우려는 건 아니지?"그나저나 정말 별거 아닌데, 이런 터무니없는 소문은 다 어디서 들은 거지?허강민은 눈살을 찌푸리며 싫은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너 어떻게 이런 거 믿어? 너 꽤 자신 있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네가 언제 김서진 주변에 여자가 있는 것을 봤어? 그 친구 주변의 여자들은 모두 네가 다 쫓아내지 않았어? 게다가 그 친구가 남자를 좋아한다고 해도 나는 믿어. 참, 그 친구가 어떤 남자와 약혼한 건 아니겠지?"여기까지 말하고 나니까 그는 자신의 논리 단서가 매우 일리가 있다고 느꼈고 정말 그럴듯하게 말했다.허우연은 작은 주먹을 쥐더니 그를 한번 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오빠가 커밍아웃해도 그 사람은 아닐 거야! 물어보라고 하면 물어봐. 무슨 쓸데없는 말이 그렇게 많아!"주먹에 맞아 꽥꽥 소리를 지른 허강민은 몸을 피하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내가 물어볼 게. 내가 물어보면 되잖아! 차라리 자기 오빠가 커밍아웃하는 게 좋다니 여자들은 팔이 밖으로 굽는다는 말이 정말 맞네. 만약 내가 커밍아웃한다면 허씨 집안은 대가 끊기지 않겠어?"그녀가 주먹을 치켜들고 또 때리려는 모습을 보며 그는 급히 용서를 비는 손짓을 했다. "우리 공주님, 내가 물어봐 줄 테니까 한 번만 봐주세요!"그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허우연은 그제야 손을 내려놓았다. "오빠 말한 거야. 절대 잊지 마!""참, 시간 장소 정해지면 알려줘. 나도 갈 거야!"그녀는 원래 가려고 했는데, 또 무슨 생각이 나서 고개를 돌려 한마디 당부했다.하지만 허강민은 이렇게 말했다. "조언인데 너 안 가는 게 좋을 거다.""왜!"그녀는 입을 삐죽 내밀며 매우 불쾌했다.사실 그녀는 오랫동안 그를 보지 못했다. 그날 그에게 삐쳐서 뛰쳐나온 이후로 며칠 동안 두 번 통화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원래는 김서진을 만나는 게 어렵지 않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전화로 약속을 잡으려고 했는데 거절당했다.그는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 거절당했다고?!"네가 바쁜 거 알겠는데 이 정도로 바쁘냐! 말해봐. 점심, 오후, 저녁, 아무 때나 다 좋아. 너의 시간에 맞출 수 있어!"그는 아주 너그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다 시간이 없어."그를 속이는 것은 아니었다. 김서진은 일정표를 넘기면서 그와 통화하고 있었다."그럴 리 없어! 내일 점심?"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날짜와 시간을 말했다. 조금의 시간도 뺄 수 없는 것을 믿지 않았다."오성 쪽과 만나기로 했어. 보름 전에 이미 약속 잡은 거야!”허강민: "… 그럼 내일 저녁!""명양 신 대표와 약속 잡았어. 시간이 없어!""그럼 모레는..."“유주 지사 월례 순찰이야.”"글피..." 허강민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일정표를 덮고 김서진은 그를 말렸다. "포기해. 앞으로 보름 동안 일정이 꽉 차서 너 만날 시간이 정말 없어.”"…" 허강민은 침묵하고 울고 싶었다!2분간 침묵한 뒤 애처롭게 말했다. "시간이 하나도 없어? 나 안 믿어. 밥은 먹을 거잖아! 밥 먹을 때 찾아갈 테니까 먹으면서 얘기하면 안 돼?""안 돼! 나 지금 밥을 먹고 있는데, 너 이미 내 시간을 빼앗았어. 아니면 지금 말해도 돼.""……" 전화로 어떻게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일을 그가 물어도 김서진은 말하지 않을 것이다. 안 돼. 반드시 만나야 된다!"그럼 지금 갈게. 퇴근할 때까지 기다릴 게. 퇴근하면 밥 먹어야지? 내가 저녁에 기다리면 안 돼? 지금부터 기다릴 게!"그는 말하면서 코트를 집어 들고 한다면 하는 것이다."저녁은 집에 가서 먹으려고 퇴근하면 바로 집에 갈 테니까 시간이 없어.” 손목을 들고 시계를 보더니, 그는 가차 없이 말했다. "시간이 다 됐다. 나 곧 회의에 들어가야 하니까 그만 얘기하자!""여보세요, 여보세요…."허강민은 무슨 말을 더 하고 싶었지만 전화는 이미 끊겼다.나…
김서진은 적당히 둘러대는 게 아니라 정말 바빴다.연말이 되면 연간 보고와 결산, 각 계열사의 보고와 결산, 그리고 회사의 경조사 등등 너무 많다.이것뿐만 아니라, 이 일들은 원래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할 수 있었지만, 그는 가능한 빨리 끝내고 싶었고 그러면 아내와 같이 있는 시간을 낼 수 있다.옛날에는 모두 순서에 따라 차근차근 일을 했고, 설 전날까지 해도 상관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이 생겼으니 더 많은 시간을 그녀에게 주고 싶었다.오후 내내 바빴으며 김서진은 마지막 회의를 마치고 시간을 보니, 이미 시간이 조금 지났다.빨리 집에 가고 싶어 그는 사무실로 돌아가면서 비서가 건네준 각종 서류를 받아들고 재빨리 서명을 했다. 하지만 사무실 문을 밀치는 순간, 누군가가 달려들어 그를 막았다. "김 대표, 이제 시간이 좀 있어?"김서진: "…."얼굴을 찡그리며 어느새 자신의 눈앞까지 달려온 허강민을 보며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는 표정이었다.그의 표정을 지켜보던 비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표님, 허 대표님은 이미 약속을 하셨다고 여기서 3시간 넘게 기다렸습니다.”"맞아. 자기야! 정확히 말하자면 3시간 47분 28초!"그는 시간을 보고 그녀의 말을 바로잡으면서 그녀에게 손키스를 날렸다.비서는 얼굴이 빨개져서 감히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아무 때나 내 비서를 건드리지 마!"김서진은 더욱 미간을 찌푸렸다.말을 하면서 사무실로 들어왔다.허강민은 바로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가서 말했다. "이게 어떻게 건드리는 거야. 내가 너 대신 꽃에 물을 주는 거지! 여자는 꽃과 같아. 가끔 물을 줘서 촉촉하게 해줘야 돼! 너는 매일 천년 빙산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이 꽃들이 모두 시들어간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파.”그는 입으로는 말하면서 눈은 여기저기 추파를 보내며 가끔 손키스를 몇 번 날려서 결혼하지 않은 여직원의 마음을 흔들었다.허강민의 이목구비는 사실 김서진에 비해 정교하지 않지만, 비율이 매우 조화롭고, 이
정말 끈기가 있네. 김서진은 그가 무슨 일 때문에 이러는지 대충 짐작하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한을 바라보았다, "출발해!"차가 시동을 걸자, 허강민은 정신을 차리고 얼른 문을 닫고 자리를 잡았다.정말 쉽지 않네! 그 사람 시간을 벌기 위해 다른 건 신경 쓸 겨를도 없고, 차는 일단 이쪽 지하 주차장에 버려두었다.어렵게 기회를 찾았으니, 그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가장 적합한지, 어디서부터 물어야 어색하지 않을지 생각해야 했다.그가 감정을 추스르기도 전에, 김서진이 먼저 그에게 물었다. "우연이 보낸 거지?"“............”얼굴이 굳어지면서 허강민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대박! 너 독심술을 아네!"나는 독심술을 몰라. 너의 얼굴에 다 쓰여 있거든!"김서진은 그를 곁눈질하며 담담하게 말했다.“......”독심술을 모른다고?! 모른다면서 어떻게 그의 마음속까지 다 알까?!"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왜냐하면 네가 오늘 여기까지 무엇을 물어보러 왔는지 알기 때문이야."그가 계속 말하면서 점점 날카로웠다.허강민은 완전히 미쳐버렸다!이건 아니야! 너무 무서워!그는 아직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상대방이 플러그인 시스템을 설치한 걸까? 스피드 퀴즈 문제야!"그럼, 그게..." 그는 더듬거리며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자 눈을 깜박이며 정상적인 표정을 지으려고 애썼다. "진짜야?"그렇지 않다면, 그가 어떻게 이렇게 정확하게 추측할 수 있을까? 심지어 그가 무엇을 물어보러 왔는지도 알고 있었다."맞아."잠시 말을 멈춘 후, 김서진은 그의 무너진 표정을 보고 덧붙였다. "아니기도 해.""......" 허강민은 어리둥절했다. "뭐가 맞고 또 아니라는 거야?"맞으면 맞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그럴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뜸 들이는 거야?“약혼이 아니라 결혼이야.”사실 혼인신고를 이미 마쳤고 그냥 절차상 식을 올리는 거니까, 뭘 약혼을 해? 그냥 결혼을 하는거지.그때 윤백건에게 약혼녀라고 한 것도 갑자기 한소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