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의 스케줄이 모두 끝이 난 뒤 한소은과 김서진은 같은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고, 국내로 돌아오자마자 모든 것이 정상 궤도에 올라 긴장되고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어쨌든 영광스럽게 돌아왔으며 이것은 한소은 혼자만의 영광이 아니었고, 신생이 창사 이래 받은 가장 큰 상이었다.이 상은 의미가 매우 크며, 회사가 국제 시장에서 첫 포문을 연 것과 같다. 이번 대회 이후 해외 조향 업계는 한국에 신생이라는 회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그들 회사의 조향사가 이번 품평 대회에서 1등을 하여 각국의 경쟁자들을 물리쳤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될 것이다. 회사에서는 특별히 세심한 준비를 했고, 그녀가 회사에 돌아오자마자 폭죽을 터뜨렸다. "명예를 안고 돌아온 걸 축하드려요!”선두에 선 조현아가 앞장서 박수를 쳤고, 모두 그녀를 따리 진심 어린 박수로 그녀를 축하해 주었다. 예전에 한소은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에 그 편견을 버리고 그녀를 신복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그녀의 됨됨이와 실력을 잘 몰랐고, 심사를 통과해서 들어왔다고 해도 그녀를 인정하지 않았었지만, 이번에 회사에서 프랑스로 사람을 보내서 시합에 참가하게 한 것까지 포함해서 일부는 좋게 보지 않고 심지어 그녀의 비참한 최후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녀가 상을 탔을 뿐만 아니라 1등까지 해서 왔다니,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또한 이번 최종 시험관 역시 자부심이 강한 윌 선생이라고 하니, 이것이 그녀의 실력을 더욱 증명해 주었다.그러니 이제는 그녀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게 되었다! "감사합니다."한소은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했다."한소은 씨, 이번 일로 회사를 빛내 주었어요! 잠시 후 회사에서 표창과 포상을 드릴 겁니다. 아 참, 그리고 저와 같이 사무실로 가죠, 맡길 일이 있습니다.”차석진 사장이 말했다. "차 사장님, 한소은 씨는 방금 출장에서 돌아왔는데, 또 일을 시키시는군요
"알겠어요.”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고 차석진을 따라 그의 사무실로 향했다.문을 닫은 차석진은 밖을 내다보고 블라인드 커튼을 내렸지만 바깥의 시선을 완전히 가린 것은 아니었다.“한소은 아가씨……”“???”호칭이 왜 갑자기 바뀐 거지? “그게……나는 그동안 당신과 김서진 대표님과의 관계를 잘 몰랐습니다, 만약 잘못된 말을 했거나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이 있다면 용서해 주십시오.”그는 콧등을 긁적거리며 좀 쑥스러운 듯이 말했다."……" 한소은은 이제야 깨달았다, 차석진은 그녀가 본사에서 파견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와 김서진의 관계는 몰랐는데, 이번에 납치 사건이 터지면서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와 김서진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는 아직 분명히 알지 못했고, 단지 그들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차 사장님, 저와 김서진 대표님은……”"당신이 김서진 대표님과 어떤 관계인지 나는 잘 몰라요, 나도 묻지 않을 테니 안심하세요. 나도 절대 누설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당신의 신분을 밝힐 수 없기 때문에 때때로 당신을 많이 배려할 수 없습니다, 양해를……”“네, 그렇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는 사장님께서 저를 다른 눈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특별히 배려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저는 그저 가장 평범한 직원일 뿐입니다. 저는 신생과 함께 성장하고 싶습니다!” 차석진은 잠시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고, 그녀의 눈빛에서 진정성이 느껴져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렇게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아요. 다만, 사실 당신과 김서진……과의 관계로는 환아에 바로 입사할 수 있었는데, 왜 우리 신생에 온 거죠?” 비록 신생이 환아를 등에 업고 환아에 소속되어 있지만 어쨌든 밑에 있는 자회사일 뿐인데, 실력이나 명성이나 자산은 아무리 해도 환아와 비교도 되지 않을 건데 왜 이 작은 회사에 온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장님도 제가 처음 왔을 때
차석진의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그녀는 바로 조현아의 사무실로 향했다. 조현아는 이미 그곳에 있었고, 오이연과 함께 있었으며 사무실 테이블 위에 샴페인 한 병과 잔 세 개를 펼쳐놓고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근무시간에 술 마시는 건 좋지 않아요!"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으며 말했다."우리가 마시는 건 술이 아니라 승리의 물이죠!”조현아가 그녀의 말을 바로잡았다.“어서, 문 먼저 닫아요.”사무실 문을 닫고 커튼을 치고 있으니 세 사람은 마치 사무실에서 도둑질을 하는 것만 같았다. “퇴근하고 축하할 거 아닌가요, 뭐가 그렇게 급해요?”입으로는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술잔을 집어 들었다. "저녁은 다 같이 축하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먼저 언니를 축하하는 거잖아, 이건 완전히 다르지!” 오이연이 잔을 들고 말했다.“축하해! 이번에 큰 상을 받게 돼서 나도 너무 기뻐!” 그들은 매우 들떠 있었고, 특히 오이연은 한소은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직접 보았기에 더욱 흥분되었다. 오랫동안 그녀를 따라다니며 많은 것을 배웠고, 그녀를 따라 향을 내는 법, 향신료 성분을 분석하는 법, 에센셜 오일을 추출하는 법 등 수많은 지식을 배웠지만 정작 명예로운 순간은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밤낮없이 최선을 다해 좋은 성과를 얻었지만 결국 상을 받는 건 그녀가 아니었다. 그 당시 오이연은 그녀에게 왜 그랬는지 물어보았지만, 그녀는 항상 자신을 초월하고 더 완벽한 향수를 만다는 것이 그녀의 일이라고 말하며, 그 밖의 명예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따질 필요도 없다고 했다. 당사자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니 오이연이 아무리 불평을 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고, 그저 참고 묵묵히 그녀와 함께 실험을 계속하고 향수를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언젠가 한소은은 그녀의 향수를 가지고 기장 높은 시상대에 서서 빛을 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고, 이것은 매우 기쁘고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고마워, 나도 너무 기뻐!”한소은은 잔을 부딪치고 샴페인을
그녀는 프랑스에서 납치된 일을 대략적으로 설명했고, 김서진이 그녀를 찾으러 프랑스로 달려간 것, 그리고 자신과 강도 사이에 일어났던 일들을 생략하고, 간략하게 묘사했다.그래도 두 사람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맙소사! 총이라니!”“이건 정말 큰 사건이었잖아!”두 사람은 아연실색하며 감탄했고, 그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끔찍했고,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듯한 그녀를 보더니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소은 씨, 정말 아무 일 없는 게 확실해요? 무슨 일 있으면 꼭 말해요, 혼자 마음속에 담아두지 말고!”조현아는 안심하지 못하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고, 옆에 있던 오이연도 맞장구를 쳤다."맞아! 그 사람들이 무슨 짓을 했든 반드시 말해줘야 해, 우리는 모두 언니의 가장 좋은 친구니까 반드시 언니를 도와서 비밀을 지킬 거야!” “......”그녀의 말을 들은 한소은은 어이가 없었다."난 왜 네 말이 꼭 내가 무슨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것처럼 들리지?” "그럴 리가!""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처음으로 이 두 사람이 이렇게 마음이 맞는 것을 발견했다."당연히 소은 씨가 무사한 게 최고죠, 우리는 소은 씨를 걱정하는 거라고요! 참, 납치범이 경찰에 잡혔다고 했는데, 주모자가 잡힌 거예요? 목적이 뭐였는지 말했어요?” "주모자…."한소은은 잡혀간 로젠과 나중에 프랑스에서 사라진 강시유를 떠올렸지만, 사실 사건의 전말은 그녀도 잘 알지 못했다.단지 그 세 명의 납치범과 로젠이 모두 경찰에 붙잡혔다는 것만 알았을 뿐, 그 죄증들을 근거로 그들의 형벌은 가벼울 수 없었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밖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고, 인기척이 꽤 커지자 조현아는 얼굴을 찡그리며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고 걸어가 문을 열었다. "다들 뭐 하는 겁니까! 저녁에 축하 파티를 하려면 지금 일을 잘 하고 있어야죠!”“아뇨, 팀장님, 여기 좀 보세요……”조현아는 그제야 모든 직원들의 시선이 창가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창문 밖은 형형색
이런 과장되고 가식적인 일은 절대 김서진이 한 짓일 리가 없다.한소은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했고, 그저 누구의 장난인지만 생각하고 있었다. 풍선이 둥실둥실 날아올라 하나의 풍경이 형성되어, 여자들은 보기에 모두 낭만적이라고 생각하며 잇달아 머리를 아래층으로 향하여 누군지 보려고 했다. "저기 봐! 저기 누군가 있어!""맞네, 바로 아래층에 있잖아!” “와, 저 사람 꽃도 들고 있지 않아? 정말 큰데!” "어디 보자! 정말 큰 장미네, 저 정도면 아흔아홉 송이는 되겠는걸!” 탄성이 터져 나오고, 조현아의 사무실 쪽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부러운 눈초리가 가득 찼다.“이……이게……”사무실에 있던 세 사람도 놀라서 어안이 벙벙했고, 처음에는 김서진 대표의 수작인 줄 알았지만, 고개를 돌려보니 한소은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 같았고 궁금하던 차에 바깥사람들이 아래층에 누가 있다는 소리에 고개를 기웃거리며 유리창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원래도 좀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는데, 공교롭게도 그녀가 아래를 내려다볼 때 상대도 고개를 들어 위층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순간 오이연이 경악하며 말했다.“노형원?!” 이 풍선을 띄워 사랑을 과시하는 사람이 그 사람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한소은을 쳐다보았지만, 과연 그녀의 얼굴은 더욱 난감했다."그 배신자?"조현아는 사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오이연이 부른 이름을 듣자마자 바로 알아차리고 비아냥거렸다."뭐 하는 짓이지? 구차하게 미련이라도 남은 건가?” “뭔가 음모가 있는 것 같아요.”오이연이 코를 찡그리며 말했다. 한소은이 그와 함께 있으면서 몇 년 동안 그는 꽃 한 송이도 선물한 적이 없었고, 그녀를 데리고 외식을 한 횟수도 손에 꼽을 정도인데, 이제 와서 저렇게 로맨티시스트가 된다고?그가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 "가서 볼래?”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어쨌든 한소은의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오이연이 그녀에게 물었다.한소은은 입을 오므리고 아무
"공중 장소에 오염성 쓰레기를 버려서 공공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저희와 함께 가셔서 조사에 협조해 주셔야겠습니다.” "……”노형원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난 그냥 풍선 몇 개만 띄웠을 뿐인데 이게 어떻게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말이죠? 게다가 길거리에서 하루 종일 풍선 파는 사람도 잡아가지 않지 않습니까!” “풍선 몇 개는 별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양이 어느 정도 되고 띄운 장소에 영향을 미처 일정한 결과를 초래할 경우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노형원은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내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고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한 사람이 고개를 들어 위층을 한 번 쳐다보았다.“당신이 다른 사람의 업무를 방해했습니다, 누군가 신고를 했어요.” "아니……누가 신고를 했다는 말이죠? 말해 보세요, 어떻게 그 사람 업무에 영향을 줬는지 직접 물어봐야겠으니까! 나 건들지 마세요, 내가 누군지 압니까?”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끌려가는 것은 매우 치욕스러운 일이지만, 그가 몸부림치며 거부할수록 상대방은 그에게 더욱 호감이 가지 않는다. 원래 이런 일은 벌금을 물면 그만이지만, 그가 이렇게 협조하지 않는 이상 그들도 공정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노형원은 자신이 세심하게 계획한 이런 감동적인 이벤트가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게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는 심지어 한소은의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그들에게 끌려갔다. 위층 사무실에서 우뚝 선 채 이 익살극을 지켜본 조현아와 오이연은 남다른 상쾌함을 느꼈다."소은 언니, 대단해! 난 전에도 언니가 이런 발상을 가지고 있다는 걸 몰랐는데, 이렇게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저 사람을 내쫓다니!”오이연은 칭찬을 연발했다.“하하하, 웃겨 죽겠네!” 그녀는 생각만 해도 통쾌했고, 예전에 노형원의 차갑고 거들먹거리던 모습은 마치 한소은이 그를 위해 무엇을 하는 것이 당연했던 것 같았고 조금도 감사한 마음이 없었는데, 이제 와서 술수를 부려 그녀의 마음을
사실 조현아의 말도 맞다. 이 일은 한도 끝도 없이 정말 짜증난다. 그녀는 원래 노형원과의 인연이 끝난 줄 알았는데, 그는 오히려 계속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그녀는 사업에서 경쟁하기 위해 함정을 파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지금 이러는 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가 경찰에 신고해서 그를 데려가게 한 것도 잠시 조용할 뿐이지, 큰 죄목이 아니라서 기껏해야 벌금을 좀 내고, 몇 마디 교육만 받으면 풀려날 것이다. 그 다음은? 만약 그가 내일 다시 온다면?“무슨 생각해요?” 그는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김서진은 원래 책을 읽고 있었는데 그녀가 물조루를 손에 들고 같은 화분에 오랫동안 물을 주는 것을 보고, 그 화분이 물에 잠길 것 같아 불쌍했지만 그녀는 조금도 멈출 의사가 없었다."네?"한소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더니 앞에 화분의 물이 넘쳐나는 것을 보았다. "어머!"황급히 손의 동작을 멈추고, 다음 화분에 물을 주려고 했지만, 그에게 물조루를 빼앗겨 옆에 놓았다. "그만해요. 일단 얘네들 해치지 말아요."손이 비자 그녀는 입을 삐죽거렸다. "당신은 내가 누구를 해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김서진:"…."정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당신이 해치는 사람이라면 나는 당신을 집안에 가두어 놓고 나만 해치게 할 거예요!"그녀의 손을 잡고 키스를 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이 말은 정말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속삭이는 말이며 한소은도 그의 말에 의해 웃었다.그의 눈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한 끝에 말했다. "우리 관계를 공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예요.""왜요? 나에게 명분을 주기로 했어요?”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돌아서서 방안으로 가서 소파에 앉히고 깨끗한 수건을 가져다 그녀의 손을 닦아주었다.그는 아주 꼼꼼하게 그녀의 손가락 하나하나를 깨끗이 닦아주었다.그녀의 손은 자주 실험하고 화학 약품을 만지지만 관리를 잘하고, 또 천생 피부가 하얀 편이라서 작은 두 손이 백옥처럼 손에 쥐면 매끄럽고 부드러워
“......”"당신이 스스로 해결하려 한다면 나도 괜찮은데 만약 당신이 귀찮아서 직접 나서기 싫다면 내가 해결해 줄 수도 있어요."그는 다 쓴 수건을 한쪽에 내던지고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 앞에 반쯤 주저앉아 부드럽게 말했다. "이것만 알고 있어요. 당신이 어떻게 결정하든, 나는 당신의 의견을 존중해요."……" 갑자기 좀 감동받아서 울고 싶었다.한소은은 삐죽거리며 두 팔을 벌려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여보, 너무 좋아!"진심으로 그를 부르고 그녀는 자신이 그를 가질 수 있어서 정말 너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뭐라고요? 다시 한번 말해줄래요?"김서진은 깜짝 놀라서 제대로 듣지 못한 것 같았다."당신이 너무 좋아요!"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히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게 아니고 그 앞에 했던 말, 다시 한번 말해봐요!” 그는 거리를 두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결혼한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그녀는 여태껏 호칭을 바꾼 적이 없고, 늘 성을 붙여서 이름을 불렀으며 가끔 그를 김 대표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녀가 호칭을 바꾸지 않아도 그는 강요하지 않았다. 어쨌든 하나의 호칭일 뿐인데 그는 충분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수 있었고, 그녀가 조금씩 자신을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렸다.갑자기 행복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 방금 그 소리는 정말 사람의 마음을 나른하게 했다.그의 눈을 바라보며 한소은은 입술을 오므리고 웃었지만, 볼이 붉어져서 더 이상 부를 수가 없었다. "좋은 말은 두 번 하지 않기!"그의 눈을 피해 그녀는 낄낄거리며 웃었다.겨우 기회를 한 번 잡았는데, 김서진은 어찌 그녀를 이렇게 쉽게 도망치게 할 수 있겠는가. 그는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쥐고 피하지 못하게 했다."말 들어요. 다시 한번 말해줘요!""안 할래요!"그녀는 얼굴을 움직일 수 없으니 눈만 여기저기를 보았지만 그를 보지 않았다."안 하면 뽀뽀할 거예요!""뽀뽀하면 하죠. 안 해본 것도 아니잖아요!”"당신…" 김서진은 그녀를 어찌할 수 없어 이제는 그녀를 전혀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