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겠어요.”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고 차석진을 따라 그의 사무실로 향했다.문을 닫은 차석진은 밖을 내다보고 블라인드 커튼을 내렸지만 바깥의 시선을 완전히 가린 것은 아니었다.“한소은 아가씨……”“???”호칭이 왜 갑자기 바뀐 거지? “그게……나는 그동안 당신과 김서진 대표님과의 관계를 잘 몰랐습니다, 만약 잘못된 말을 했거나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이 있다면 용서해 주십시오.”그는 콧등을 긁적거리며 좀 쑥스러운 듯이 말했다."……" 한소은은 이제야 깨달았다, 차석진은 그녀가 본사에서 파견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와 김서진의 관계는 몰랐는데, 이번에 납치 사건이 터지면서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와 김서진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는 아직 분명히 알지 못했고, 단지 그들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차 사장님, 저와 김서진 대표님은……”"당신이 김서진 대표님과 어떤 관계인지 나는 잘 몰라요, 나도 묻지 않을 테니 안심하세요. 나도 절대 누설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당신의 신분을 밝힐 수 없기 때문에 때때로 당신을 많이 배려할 수 없습니다, 양해를……”“네, 그렇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는 사장님께서 저를 다른 눈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특별히 배려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저는 그저 가장 평범한 직원일 뿐입니다. 저는 신생과 함께 성장하고 싶습니다!” 차석진은 잠시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고, 그녀의 눈빛에서 진정성이 느껴져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렇게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아요. 다만, 사실 당신과 김서진……과의 관계로는 환아에 바로 입사할 수 있었는데, 왜 우리 신생에 온 거죠?” 비록 신생이 환아를 등에 업고 환아에 소속되어 있지만 어쨌든 밑에 있는 자회사일 뿐인데, 실력이나 명성이나 자산은 아무리 해도 환아와 비교도 되지 않을 건데 왜 이 작은 회사에 온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장님도 제가 처음 왔을 때
차석진의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그녀는 바로 조현아의 사무실로 향했다. 조현아는 이미 그곳에 있었고, 오이연과 함께 있었으며 사무실 테이블 위에 샴페인 한 병과 잔 세 개를 펼쳐놓고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근무시간에 술 마시는 건 좋지 않아요!"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으며 말했다."우리가 마시는 건 술이 아니라 승리의 물이죠!”조현아가 그녀의 말을 바로잡았다.“어서, 문 먼저 닫아요.”사무실 문을 닫고 커튼을 치고 있으니 세 사람은 마치 사무실에서 도둑질을 하는 것만 같았다. “퇴근하고 축하할 거 아닌가요, 뭐가 그렇게 급해요?”입으로는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술잔을 집어 들었다. "저녁은 다 같이 축하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먼저 언니를 축하하는 거잖아, 이건 완전히 다르지!” 오이연이 잔을 들고 말했다.“축하해! 이번에 큰 상을 받게 돼서 나도 너무 기뻐!” 그들은 매우 들떠 있었고, 특히 오이연은 한소은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직접 보았기에 더욱 흥분되었다. 오랫동안 그녀를 따라다니며 많은 것을 배웠고, 그녀를 따라 향을 내는 법, 향신료 성분을 분석하는 법, 에센셜 오일을 추출하는 법 등 수많은 지식을 배웠지만 정작 명예로운 순간은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밤낮없이 최선을 다해 좋은 성과를 얻었지만 결국 상을 받는 건 그녀가 아니었다. 그 당시 오이연은 그녀에게 왜 그랬는지 물어보았지만, 그녀는 항상 자신을 초월하고 더 완벽한 향수를 만다는 것이 그녀의 일이라고 말하며, 그 밖의 명예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따질 필요도 없다고 했다. 당사자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니 오이연이 아무리 불평을 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고, 그저 참고 묵묵히 그녀와 함께 실험을 계속하고 향수를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언젠가 한소은은 그녀의 향수를 가지고 기장 높은 시상대에 서서 빛을 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고, 이것은 매우 기쁘고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고마워, 나도 너무 기뻐!”한소은은 잔을 부딪치고 샴페인을
그녀는 프랑스에서 납치된 일을 대략적으로 설명했고, 김서진이 그녀를 찾으러 프랑스로 달려간 것, 그리고 자신과 강도 사이에 일어났던 일들을 생략하고, 간략하게 묘사했다.그래도 두 사람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맙소사! 총이라니!”“이건 정말 큰 사건이었잖아!”두 사람은 아연실색하며 감탄했고, 그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끔찍했고,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듯한 그녀를 보더니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소은 씨, 정말 아무 일 없는 게 확실해요? 무슨 일 있으면 꼭 말해요, 혼자 마음속에 담아두지 말고!”조현아는 안심하지 못하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고, 옆에 있던 오이연도 맞장구를 쳤다."맞아! 그 사람들이 무슨 짓을 했든 반드시 말해줘야 해, 우리는 모두 언니의 가장 좋은 친구니까 반드시 언니를 도와서 비밀을 지킬 거야!” “......”그녀의 말을 들은 한소은은 어이가 없었다."난 왜 네 말이 꼭 내가 무슨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것처럼 들리지?” "그럴 리가!""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처음으로 이 두 사람이 이렇게 마음이 맞는 것을 발견했다."당연히 소은 씨가 무사한 게 최고죠, 우리는 소은 씨를 걱정하는 거라고요! 참, 납치범이 경찰에 잡혔다고 했는데, 주모자가 잡힌 거예요? 목적이 뭐였는지 말했어요?” "주모자…."한소은은 잡혀간 로젠과 나중에 프랑스에서 사라진 강시유를 떠올렸지만, 사실 사건의 전말은 그녀도 잘 알지 못했다.단지 그 세 명의 납치범과 로젠이 모두 경찰에 붙잡혔다는 것만 알았을 뿐, 그 죄증들을 근거로 그들의 형벌은 가벼울 수 없었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밖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고, 인기척이 꽤 커지자 조현아는 얼굴을 찡그리며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고 걸어가 문을 열었다. "다들 뭐 하는 겁니까! 저녁에 축하 파티를 하려면 지금 일을 잘 하고 있어야죠!”“아뇨, 팀장님, 여기 좀 보세요……”조현아는 그제야 모든 직원들의 시선이 창가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창문 밖은 형형색
이런 과장되고 가식적인 일은 절대 김서진이 한 짓일 리가 없다.한소은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했고, 그저 누구의 장난인지만 생각하고 있었다. 풍선이 둥실둥실 날아올라 하나의 풍경이 형성되어, 여자들은 보기에 모두 낭만적이라고 생각하며 잇달아 머리를 아래층으로 향하여 누군지 보려고 했다. "저기 봐! 저기 누군가 있어!""맞네, 바로 아래층에 있잖아!” “와, 저 사람 꽃도 들고 있지 않아? 정말 큰데!” "어디 보자! 정말 큰 장미네, 저 정도면 아흔아홉 송이는 되겠는걸!” 탄성이 터져 나오고, 조현아의 사무실 쪽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부러운 눈초리가 가득 찼다.“이……이게……”사무실에 있던 세 사람도 놀라서 어안이 벙벙했고, 처음에는 김서진 대표의 수작인 줄 알았지만, 고개를 돌려보니 한소은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 같았고 궁금하던 차에 바깥사람들이 아래층에 누가 있다는 소리에 고개를 기웃거리며 유리창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원래도 좀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는데, 공교롭게도 그녀가 아래를 내려다볼 때 상대도 고개를 들어 위층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순간 오이연이 경악하며 말했다.“노형원?!” 이 풍선을 띄워 사랑을 과시하는 사람이 그 사람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한소은을 쳐다보았지만, 과연 그녀의 얼굴은 더욱 난감했다."그 배신자?"조현아는 사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오이연이 부른 이름을 듣자마자 바로 알아차리고 비아냥거렸다."뭐 하는 짓이지? 구차하게 미련이라도 남은 건가?” “뭔가 음모가 있는 것 같아요.”오이연이 코를 찡그리며 말했다. 한소은이 그와 함께 있으면서 몇 년 동안 그는 꽃 한 송이도 선물한 적이 없었고, 그녀를 데리고 외식을 한 횟수도 손에 꼽을 정도인데, 이제 와서 저렇게 로맨티시스트가 된다고?그가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 "가서 볼래?”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어쨌든 한소은의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오이연이 그녀에게 물었다.한소은은 입을 오므리고 아무
"공중 장소에 오염성 쓰레기를 버려서 공공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저희와 함께 가셔서 조사에 협조해 주셔야겠습니다.” "……”노형원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난 그냥 풍선 몇 개만 띄웠을 뿐인데 이게 어떻게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말이죠? 게다가 길거리에서 하루 종일 풍선 파는 사람도 잡아가지 않지 않습니까!” “풍선 몇 개는 별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양이 어느 정도 되고 띄운 장소에 영향을 미처 일정한 결과를 초래할 경우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노형원은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내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고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한 사람이 고개를 들어 위층을 한 번 쳐다보았다.“당신이 다른 사람의 업무를 방해했습니다, 누군가 신고를 했어요.” "아니……누가 신고를 했다는 말이죠? 말해 보세요, 어떻게 그 사람 업무에 영향을 줬는지 직접 물어봐야겠으니까! 나 건들지 마세요, 내가 누군지 압니까?”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끌려가는 것은 매우 치욕스러운 일이지만, 그가 몸부림치며 거부할수록 상대방은 그에게 더욱 호감이 가지 않는다. 원래 이런 일은 벌금을 물면 그만이지만, 그가 이렇게 협조하지 않는 이상 그들도 공정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노형원은 자신이 세심하게 계획한 이런 감동적인 이벤트가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게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는 심지어 한소은의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그들에게 끌려갔다. 위층 사무실에서 우뚝 선 채 이 익살극을 지켜본 조현아와 오이연은 남다른 상쾌함을 느꼈다."소은 언니, 대단해! 난 전에도 언니가 이런 발상을 가지고 있다는 걸 몰랐는데, 이렇게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저 사람을 내쫓다니!”오이연은 칭찬을 연발했다.“하하하, 웃겨 죽겠네!” 그녀는 생각만 해도 통쾌했고, 예전에 노형원의 차갑고 거들먹거리던 모습은 마치 한소은이 그를 위해 무엇을 하는 것이 당연했던 것 같았고 조금도 감사한 마음이 없었는데, 이제 와서 술수를 부려 그녀의 마음을
사실 조현아의 말도 맞다. 이 일은 한도 끝도 없이 정말 짜증난다. 그녀는 원래 노형원과의 인연이 끝난 줄 알았는데, 그는 오히려 계속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그녀는 사업에서 경쟁하기 위해 함정을 파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지금 이러는 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가 경찰에 신고해서 그를 데려가게 한 것도 잠시 조용할 뿐이지, 큰 죄목이 아니라서 기껏해야 벌금을 좀 내고, 몇 마디 교육만 받으면 풀려날 것이다. 그 다음은? 만약 그가 내일 다시 온다면?“무슨 생각해요?” 그는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김서진은 원래 책을 읽고 있었는데 그녀가 물조루를 손에 들고 같은 화분에 오랫동안 물을 주는 것을 보고, 그 화분이 물에 잠길 것 같아 불쌍했지만 그녀는 조금도 멈출 의사가 없었다."네?"한소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더니 앞에 화분의 물이 넘쳐나는 것을 보았다. "어머!"황급히 손의 동작을 멈추고, 다음 화분에 물을 주려고 했지만, 그에게 물조루를 빼앗겨 옆에 놓았다. "그만해요. 일단 얘네들 해치지 말아요."손이 비자 그녀는 입을 삐죽거렸다. "당신은 내가 누구를 해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김서진:"…."정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당신이 해치는 사람이라면 나는 당신을 집안에 가두어 놓고 나만 해치게 할 거예요!"그녀의 손을 잡고 키스를 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이 말은 정말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속삭이는 말이며 한소은도 그의 말에 의해 웃었다.그의 눈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한 끝에 말했다. "우리 관계를 공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예요.""왜요? 나에게 명분을 주기로 했어요?”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돌아서서 방안으로 가서 소파에 앉히고 깨끗한 수건을 가져다 그녀의 손을 닦아주었다.그는 아주 꼼꼼하게 그녀의 손가락 하나하나를 깨끗이 닦아주었다.그녀의 손은 자주 실험하고 화학 약품을 만지지만 관리를 잘하고, 또 천생 피부가 하얀 편이라서 작은 두 손이 백옥처럼 손에 쥐면 매끄럽고 부드러워
“......”"당신이 스스로 해결하려 한다면 나도 괜찮은데 만약 당신이 귀찮아서 직접 나서기 싫다면 내가 해결해 줄 수도 있어요."그는 다 쓴 수건을 한쪽에 내던지고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 앞에 반쯤 주저앉아 부드럽게 말했다. "이것만 알고 있어요. 당신이 어떻게 결정하든, 나는 당신의 의견을 존중해요."……" 갑자기 좀 감동받아서 울고 싶었다.한소은은 삐죽거리며 두 팔을 벌려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여보, 너무 좋아!"진심으로 그를 부르고 그녀는 자신이 그를 가질 수 있어서 정말 너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뭐라고요? 다시 한번 말해줄래요?"김서진은 깜짝 놀라서 제대로 듣지 못한 것 같았다."당신이 너무 좋아요!"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히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게 아니고 그 앞에 했던 말, 다시 한번 말해봐요!” 그는 거리를 두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결혼한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그녀는 여태껏 호칭을 바꾼 적이 없고, 늘 성을 붙여서 이름을 불렀으며 가끔 그를 김 대표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녀가 호칭을 바꾸지 않아도 그는 강요하지 않았다. 어쨌든 하나의 호칭일 뿐인데 그는 충분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수 있었고, 그녀가 조금씩 자신을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렸다.갑자기 행복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 방금 그 소리는 정말 사람의 마음을 나른하게 했다.그의 눈을 바라보며 한소은은 입술을 오므리고 웃었지만, 볼이 붉어져서 더 이상 부를 수가 없었다. "좋은 말은 두 번 하지 않기!"그의 눈을 피해 그녀는 낄낄거리며 웃었다.겨우 기회를 한 번 잡았는데, 김서진은 어찌 그녀를 이렇게 쉽게 도망치게 할 수 있겠는가. 그는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쥐고 피하지 못하게 했다."말 들어요. 다시 한번 말해줘요!""안 할래요!"그녀는 얼굴을 움직일 수 없으니 눈만 여기저기를 보았지만 그를 보지 않았다."안 하면 뽀뽀할 거예요!""뽀뽀하면 하죠. 안 해본 것도 아니잖아요!”"당신…" 김서진은 그녀를 어찌할 수 없어 이제는 그녀를 전혀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5성급 호텔의 66층 높이에서 거의 도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솔직히 말해서, 노형원의 재력으로 여기서 몇 번 소비한 적이 없다. 그 몇 번 안 되는 것도 고객이 초대한 것이었다.그런데 오늘, 한소은이 약속 장소를 여기로 정하고 그를 불러온 것이며 마음은 약간 불안했다.그는 사실 지금 한소은이 어떤 생각인지 잘 모른다. 그에게 기회를 줄 의향이 있는지, 아니면 그를 시험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그에 대한 원한이 아직 남아 있는지? 하지만 무엇이든, 오랜 세월을 함께 있었으니, 그가 조금 노력한다면 만회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포멀한 슈트로 갈아입었는데, 어제 입었던 순백이 아닌 베이지로 바꾸어 신사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그는 워낙 기품 있고 잘생긴 외모에 꼼꼼하게 차려 입으면 보기에 잘 어울렸다.그는 일찍 도착했다. 여기 좌석은 고객의 사생활을 매우 중시하고, 게다가 너무 일찍 온 것인지, 아니면 오늘 손님이 별로 없는 것인지,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은 것 같았다.차라리 이러는 게 더 좋다. 조용히 한소은과 식사할 수 있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어제 혼자서 오랫동안 계획했는데, 결국 환경보호과 사람들 몇 명이 나타나서 기분을 망쳐버린 탓에 한소은의 얼굴도 못 봤다. 오늘 꼭 만회해야겠다.그는 한 시간 정도 기다렸는데, 초조해서 종종 시계를 보면서 바람 맞을까 봐 걱정했다.그가 전화해서 재촉하려고 할 때, 하이힐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고개를 번쩍 들자 노형원은 말문이 막혀 잠시 소리를 잃고 놀랐다.그는 지금까지 이런 모습의 한소은을 본 적이 없다. 긴 머리는 더 이상 묶지 않고 자연스럽게 풀려 있었고 살짝 볼륨이 들어간 머리가 어깨 위에 걸쳤다. 브이넥의 니트 원피스는 그녀의 라인을 완벽하게 드러냈으며 겉에 베이지 캐시미어 코트를 입었고 그는 그녀가 입고 있는 것이 모두 글로벌 일류 브랜드의 올 겨울시즌 신상임을 한눈에 알아봤다.그리고 이렇게 깔끔하고 무난한 매치에도 그녀의 미모를 조금도 감출 수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