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은 프레드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임남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은 듯했다. 물론, 그 당시 프레드는 많은 일을 몰래 진행했고, 여왕은 전혀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여왕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임남의 방 밖에는 경비가 서 있었고, 소은이 방에 들어가려 하자 한 번 저지했지만 곧 통과할 수 있었다. 소은은 아마도 위에서 내려온 명령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모두 감시받고 있었고, 이어폰을 통해 지시를 주고받고 있었다. 방 안에서 혼자 있던 임남은,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조용하고 얌전한 모습이었다. 소은이 들어서자, 임남은 예의 바르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아줌마.” “날 기억하니?” 소은은 임남을 보자 마음이 아파왔다. “소은 아줌마.” 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소은이 프랑스에서 자신을 구해준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후에도 자주 그들의 집에 놀러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후로는... “임남아, 많이 힘들었지?” 임남의 조심스러운 표정은 예전의 당당하고 활발했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 보였다. 소은은 참지 못하고 한 발짝 다가가 임남을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그러나 임남의 작은 몸은 여전히 굳어져 있었고, 소은의 품에 안긴 채로도 긴장한 기색을 풀지 못한 채 몸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걱정하지 마. 넌 날 기억하잖아. 아줌마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준이랑 같이 우리 집에서 자주 놀았잖니, 기억나지?” 소은은 임남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이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은의 온화한 말투와 행동 때문인지, 아니면 예전 기억이 떠올라서인지, 임남의 경직된 몸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소은 아줌마...” 비록 두 번째로 부르는 소리였지만, 이번에는 훨씬 더 편안한 느낌이 담겨 있었다. “그래.” 소은은 임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의 작은 손을 잡고 옆에 앉아 자세히 임남을 살펴보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너를 괴롭히지는 않았니?” 소은
임남의 어린 목소리를 들으며 소은은 마지막으로 임남을 봤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아직 배가 불러 있었던 때였다. 소은은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한 손으로 이미 평평해진 배를 만지며 말했다. “아이들은 이미 태어났단다.” “남동생이에요?” 임남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남동생과 여동생, 두 명이야.” 소은은 손가락 두 개를 들어 보이며 웃었다. 임남의 눈이 반짝였다. 그동안 경계하던 표정이 조금씩 풀리며 이제야 비로소 아이다운 얼굴을 되찾았다. “두 명이라고요? 아줌마 정말 대단해요!” “하하, 고마워! 기회가 되면 남동생과 여동생을 보여줄게.” 소은은 환하게 웃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임남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자신의 아이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저도 남동생과 여동생이 보고 싶지만, 아마 못 볼 것 같아요.” 임남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며, 고개를 숙였다. 소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해? 돌아가면 볼 수 있을 거야.” “정말 돌아갈 수 있을까요?” 임남은 고개를 들어 기대에 찬 눈빛으로 소은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소은의 마음은 아팠다. “물론이지. 반드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소은은 임남의 작은 머리를 부드럽게 안으며, 마치 자신에게도 하는 말처럼 다독였다. 사실 소은은 얼마 전까지도 포기할 뻔했다. 여왕의 권력과 배경을 생각할 때, 이번에는 도망치기 어렵고 결국 죽음을 맞이할 거라는 각오까지 했었다. 하지만 지금 임남을 보자 그녀의 마음은 달라졌다. 이 어린아이는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았는데, 자신이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밖에는 소은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그들은 소은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임상언 역시 아들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들 모두에게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었다. 이것이 소은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였다. “소은 아줌마, 전 아줌마 말
소은이 이 말을 할 때, 여왕의 표정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다만, 눈꺼풀을 살짝 내려 그 안의 빛을 가릴 뿐이었다. 사실, 이 실험은 처음부터 모든 이에게 비밀로 해야 하는 일이었다. 절대 밖으로 새어나가서는 안 되는 일이었고, 여왕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실험은 분명 모두에게 비난받을 실험이었다. 여왕은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고, 영생을 추구하는 것이 다른 생명을 희생하는 대가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만약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여왕은 틀림없이 온 세상으로부터 지탄을 받을 것이었다. 하지만 여왕은 절대로 이 실험을 포기할 수 없었다. 아니, 포기할 마음조차 없었다. 그래서 연구를 진행할 때도, 각 부문에 조제법만 전달하고, 그들이 그 지침을 철저히 따르도록 했다. 물론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또 그들이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해, 무의미한 조제법도 함께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인력과 자원, 그리고 재정이 낭비되었지만, 실험의 안전성과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조제법에는 몇 가지 비합리적인 부분이 있어요. 그 부분을 수정해보고 싶어요.” 소은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떻게 수정할 생각이지?” 여왕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몇 가지 약재의 양과 투입 순서를 바꾸고 싶어요. 이전의 연구는 주로 이식과 대체, 그리고 연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저는 인간 자체의 세포를 활성화시켜 재생과 재조합을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면 복잡하고 위험한 수술 없이도 당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정말 그게 가능하다는 말이야?” 여왕은 놀란 듯 고개를 들어 소은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불길처럼 뜨거운 기대감이 번졌다. 마치 소은의 말만으로도 여왕의 마음이 크게 흔들린 듯했다. 사실, 처음에 프레드가 이 실험을 제안했을 때조차 여왕은 이렇게까지 기대하거나 흥분
소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여왕의 마음을 꿰뚫고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맞는 말이었다. 여왕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현재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소은에게 한 번의 기회를 주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만약 실패하더라도, 그때는 원래 계획대로 다시 진행하면 그만이었다. 사실 이 R10 계획은 애초부터 여러 장애물에 부딪혀왔다. 가장 먼저 로사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었고, 만약 이 실험이 세상에 공개된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회적 비난과 압박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지금 여왕 자신조차도 이 실험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겉으로는 단호하게 말하고 있지만, 마음속에서는 끊임없는 갈등이 일고 있었다. 만약 진정한 확신이 있었다면, 그날 실험을 강행했을 것이고, 기다리자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시간을 끌게 되면서, 여왕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있었다. “필요한 게 뭐지?” 여왕은 잠시 고민한 뒤 소은에게 물었다. 소은이 일부러 자신을 찾아왔다는 것은 무언가를 요구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찾아올 필요 없이 바로 실험을 시작했을 테니까. “여왕 폐하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실험실 사용 권한과 모든 실험 약품이 필요합니다.” 소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또한, 제 스승님을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그분은 스스로 떠나려 하지 않잖아.” 여왕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이 문제는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원청현은 소은을 위해 남겠다고 결심했으며, 소은은 그가 더 이상 여기에 머무르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맞습니다, 스승님은 떠나지 않으려 하세요. 하지만 제가 설득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스승님을 놓아주실 마음이 있으신가요?” 소은의 질문에 여왕은 잠시 말이 없었다. 사실, 여왕은 원청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원청현은 여왕에게 H국의 전
이 계획은 소은이 예전에 다른 책에서 본 내용을 바탕으로, 여러 소설이나 영화에서 얻은 영감을 즉흥적으로 재구성한 것이었다. 그저 시간을 벌고, 상황을 전환시키려는 하나의 계략에 불과했다. 소은은 임남이 실험체로 사용되는 것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만약 이 구상이 받아들여져 성공한 척만 하게 된다면, 이전의 R10 계획은 자연스럽게 포기될 것이고, 임남 역시 안전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은의 예상일 뿐,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첫 번째 단계로 스승 원청현을 이곳에서 떠나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진전을 이룬 셈이었다. 예상대로 원청현은 고집이 세서 떠나려 하지 않았다. “갈 거면, 우리 둘이 같이 가야지!” 원청현은 화난 표정으로 씩씩거리며 말했다. “스승님, 왜 이러세요!” 소은은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은 고집부릴 때가 아니잖아요. 저도 떠나고 싶지만, 지금 상황에서 제가 떠날 수 없다는 걸 잘 아시잖아요.” “네가 못 가면 나도 안 가! 여기서 너랑 같이 있을 거다. 내가 이렇게 오래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목숨이 뭐 대수라고. 네가 네 목숨을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데, 내가 뭘 더 아껴야겠니?” 원청현은 손을 내저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 그러나 소은은 그가 말은 이렇게 해도, 얼굴에 드러나는 불만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원청현이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은, 그가 소은의 안전을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었다. “어르신...” 오랜만에 원청현을 이렇게 불러보며, 소은은 그의 곁에 조용히 앉았다. 소은은 두 손을 침대 양옆에 짚고, 발을 침대 밖으로 매달린 채, 마치 어린 시절 그의 곁에 앉아 있던 것처럼 앉아 있었다. “제가 정말 죽고 싶어서 이러는 것 같나요? 아니면, 제가 여기서 그냥 있고 싶어서 이러는 것 같아요?” 소은은 차분한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제가 얼마나 이곳을
다음 날, 원청현은 소은의 설득을 받아들인 후 곧장 떠났다. 혹시라도 일이 틀어질까 걱정되어 오래 머무르지 않고 서둘러 나갔다. 그는 새벽이 밝기도 전, 대사관 후문을 통해 조용히 빠져나갔다. 이 모든 일은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되었고,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소은은 발코니에 서서 원청현이 탄 차가 후문을 통해 천천히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소은은 그제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왕은 한 번 내린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터였다. 그녀가 한 번 허락한 일이면 중간에 바꿀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프레드였다면, 상황은 다르게 흘러갔을지도 모른다.소은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이제 자신의 할 일을 처리하러 나섰다. 그녀는 곧장 실험실로 향했다. 이제 이 경로는 너무 익숙해져서 망설임 없이 실험실로 들어섰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원래는 비어 있어야 할 실험실이 여전히 작동 중이었다.소은이 실험실 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에는 주효정 혼자 있었다. 주효정은 책상 앞에 앉아 있었고, 실험 장비들이 조용히 돌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 얼굴을 괴고 잠시 잠에 빠진 듯 보였다. 소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다가가 그녀의 뒤에서 실험 장비 안의 물체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눈으로 보기만 해서는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 다만, 주효정이 하고 있는 실험이 사람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는 의심은 떨칠 수 없었다. 소은의 얼굴에는 점점 냉기가 감돌기 시작했다.그때, 주효정이 무언가를 느낀 듯 갑자기 고개를 푹 숙였다가 일어나 실험 장비를 확인했다. 시간이 지났지만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뒤에서 소은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고개를 홱 돌리며 깜짝 놀라 외쳤다.“네가 왜 여기에 있어?”주효정은 화난 목소리로 외치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오랜 시간 노력 끝에 자신만의 실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겨우 얻었고,
주효정은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소은은 무심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 “말 다 했어?” 주효정은 의아한 표정으로 소은을 쳐다보았다. “다 했으면 비켜줄래?” 소은은 손을 들어 주효정을 가볍게 옆으로 밀어내고는 그대로 지나쳐갔다. 주효정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소은과 싸워도 이길 자신이 없었고, 설령 지금 총을 손에 쥔다 해도 차마 그녀에게 쏠 수는 없었다. 정말로 분통이 터지는 일이었다. 소은은 원래 실험체로서 실험대 위에 묶여 있어야 할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지금은 이곳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오히려 자신을 화나게 만들고 있었다. 주효정은 심호흡을 하며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화를 낸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어차피 소은은 결국 죽을 운명이니, 지금 굳이 그녀와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차라리 실험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했다. 주효정은 여러 번의 연구 끝에 조제법에 분명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아직 오류가 남아 있었고, 비율을 조금 더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적어도 현재 컴퓨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조제법이 생물의 유전자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이는 매우 중요한 발견이었다. 이러한 가능성을 생각할 때마다 주효정은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소은은 조용한 실험실 하나를 선택했다. 그녀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의 출입구가 있는 구조 덕분이었다. 실험실에 들어서면 출입구가 바로 눈에 들어왔고, 비록 실험실 안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사각지대도 존재했다. 각 실험실을 둘러본 후, 소은은 이곳이 최적이라고 판단했다. 사실 실험 자체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녀가 제시한 개념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고, 여왕조차도 그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다. 설령 다른 전문가들이 와서 본다고 해도, 그녀의 연구를 쉽게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따라서 실험은 전적으로 소은 자신의 방식대로
“서진은 요즘 정말 바쁘지.” 임상언이 갑자기 아무 맥락 없이 말을 꺼냈다. 원철수는 그의 말을 받아 물으며 대답했다. “그러게 말이야. 며칠 동안 얼굴 한 번 보기 힘들 정도로 정신없이 바쁘게 뛰어다니던데, 도대체 뭐 하고 다니는 걸까...”원철수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임상언을 바라보았다. “혹시 서진을 보고 있었던 거야?” 임상언은 고개를 들어 원철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 서진은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거지?” 임상언의 얼굴에는 혼란스러움이 가득했고, 의심과 망설임이 섞인 눈빛으로 원철수를 바라보았다. 원철수는 그 의문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당연히 우리 구출 작전을 준비하고 있겠지. 그 외에 뭘 할 수 있겠어? 그래도 회사 일을 완전히 놓을 순 없으니까 가끔은 신경 쓸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임상언의 표정에서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설마 서진을 의심하는 건 아니겠지?” “왜? 서진을 의심하면 안 되나?”임상언은 차분하게 반문했다. 원철수는 당황한 듯 본능적으로 임상언의 이마에 손을 대려 했지만, 임상언은 몸을 살짝 피하며 그 손길을 피해갔다. “너 지금 열이라도 나는 거 아니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서진이가 우리를 위해 얼마나 많이 뛰어다녔는지 알잖아. 네가 임남이 걱정돼서 초조한 건 이해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괜한 생각하지 말라고.” 원철수는 살짝 나무라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깊은 눈빛으로 원철수를 바라보다가, 다시금 뜰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괜한 생각하는 게 아니야.”“괜한 생각이 아니면 뭐겠어? 네가 하는 말을 잘 들어봐. 지금 말이 되는 소리야?”원철수는 답답한 듯 말했다. “지금 상황이 우리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건 너도 잘 알잖아. 상대의 세력이 워낙 막강하니까...” 원철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상언이 갑자기 물었다. “왕자하고 통화한 적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