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두근거리고 속이 메스꺼워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주효영은 그 얼굴을 마주하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치 무슨 작품을 감상하는 것처럼 자세히 쳐다보았다.주효영은 한참 보다가 다시 손을 놓았다. 그러자 ‘사장’은 마치 줏대를 잃은 듯 허약하게 의자에 미끄러졌다.물티슈 한 장을 꺼내 손을 닦으며 주효영은 천천히 말했다.“봐, 내 카드 괜찮지?”“카드?!”임상언은 매우 놀라서 고개를 돌려 주효영을 노려보았다. 그러고는 문득 깨달았다.“이 사람이 너의 카드란 말이야?”임상언은 사람 같지도 않고, 귀신 같지도 않은 것을 가리키며 말했다.예전에 오만방자하게 날뛰던 사람이 지금은 그곳에 주저앉아 진흙탕처럼 되었는데, 주효영은 오히려 그를 카드로 여기고 있었다.“넌 이 사람이 이미 조직한테 버림받아 이용 가치가 없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또 무엇 때문에 이 사람을 카드로 삼은 거야?”임상언은 호흡을 좀 안정시키기 위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하지만 여전히 방금의 시각적 충격에 적응이 되지 않은 것 같았다.솔직히 말해서 ‘사장’의 그 흉악무도한 얼굴을 처음 봤을 때도 많이 놀랐지만 지금처럼 구역질이 날 정도는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그 무서운 얼굴엔 상처가 몇 개 더 생겼고, 피와 얼룩이 때문에 그 얼굴을 더욱 무섭고 구역질 나게 만들었다.그러나 주효영 이 젊고 아름다운 여자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안색이 변하지 않고 차분하게 감상하는 모습이 참으로 기괴하고 두렵게 하였다.“너 이 사람한테 손쓴 거야?”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임상언이 물었다.그러자 주효영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넌 아직 너무 미련한 편은 아니구나! 맞아, 이 사람의 얼굴을 봐봐, 더 못생겨지지 않았어? 곧 몸도 짓무르게 되고, 피부도 벗겨져 피범벅이 될 것이야……”임상언은 단지 주효영이 묘사한 것만 들었는데 구역질이 나기 시작했고 토할 것 같았다.“그만해!”주효영을 멈추게 하고 속이 계속 울렁거려 괴로워서 얼굴을
주효영의 말은 틀림없이 임상언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녀가 ‘사장’을 가지고 실험을 할 정도로 미쳤다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비록 이곳에서 이미 온갖 인성의 추악함과 잔혹하고 멸절적인 실험을 많이 보았지만, 지금 ‘사장’의 참상을 직접 보고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듣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이 전혀 별개의 경우가 많았다.그 피범벅이가 된 화면의 자극은 임상언의 뇌에 강한 충격을 주었고 순간 적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하지만 주효영은 냉정하게 적응할 수 있었고, 심지어 이 잔혹한 모든 것은 그녀가 직접 만든 것이었다.“너는 어떻게…….”목이 좀 막혀서 임상언은 목을 가다듬고 기침을 한 후 계속 말했다.“이 실험은 조직이 원하는 것이라는 것을 너는 어떻게 확신할 수 있어? 만약 그들이 정말 중시한다면, 왜 네가 먼저 그들을 찾아야 하는 거야? 어쩌면 네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들의 눈에는 언급할 가치도 없을 거야.”임상언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을 뿐인데 뜻밖에도 주효영의 마음속의 아픈 곳을 찔렀다.임상언의 말이 맞았다. 조직은 확실히 신경 쓰지 않았다. 만약 신경을 썼다면 주효영은 몰래 혼자서 할 필요가 없었고, 충분히 당당하게 할 수 있었으며 심지어 조직의 지원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사장과 조직의 말을 그렇게 잘 들었던 이유는 그 당시의 지우와 배양의 은혜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각종 연구에 장소와 재료, 그리고 경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자신의 가정과 배경은 뒷받침하기에 많이 부족했다.오직 이 조직만이 자신의 꿈을 지탱할 수 있었고,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주효영은 최선을 다해 조직을 위해 일했지만, 조직에서는 점차 그녀를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초기의 발굴 및 배양에서 점차 경시되기 시작했고, 다른 연구 학자들 그리고 끌려오거나 유인된 과학자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이런 경시는 그녀를 죽게 하는 것보다 더 괴로웠다.주효영이 이 업종을 접하고 열심히 공부하여 자신의 성과를 봤을 때, 자신이
사장은 이미 조직에게 버림받았으니, 이 연구의 성과를 그에게 사용하여 조직에게 자신이 얼마나 노력하고 우수한지 보여줄 것이다.주효영은 손톱이 손바닥 속으로 깊이 파일 정도로 꽉 쥐었고 안색이 어두워졌다.“조직은 나의 연구 성과를 필요하지 않는다는 걸 네가 어떻게 알아? 너희들은 이 실험이 성공하면 얼마나 대단 한지 전혀 몰라. 조직이 연구한 그 R 시리즈보다 훨씬 더 대단할 거야.”주효영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도대체 이 길을 여는 사람을 할 거야 말 거야?”주효영이 화를 내는 것을 보고 임상언은 오히려 머리가 맑아졌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내가 할지 안 할지가 아니라…… 나는 길을 여는 사람을 전혀 할 수 없어. 나는 전혀…….”“임상언!”임상언의 말을 끊고 주효영은 짜증 난 듯 말했다.“나한테서 밀치지락 달치락 하지 마, 네가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설마 너의 아들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거야? 난 네가 이렇게 오랫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믿지 않아. 사실…… 다 알고 있지?”주효영은 예쁜 눈으로 임상언을 훑어보고 눈 속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녀의 그 눈빛에는 임상언이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임상언은 갑자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입술을 오므리고 말했다.“난 내 아들이 Y 국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 알고 있어. 그리고 그곳은 우리 모두 발을 들여놓을 수 없고 접근하기도 쉽지 않은 곳일 거야. 그런데 구체적인 위치는 정말 몰라. 만약 알았다면 벌써 아들을 구했을 거야.”잠시 멈추었다가 임상언은 계속 말했다.“조직이랑 어떻게 연락할지에 대해서는 나도 정말 모르겠어. 그런데……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야.”“…….”주효영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빙빙 돌리지 말고 계속 말하라고 표시했다.“내가 보기에 조직원들 중 누가 오든 간에 분명 중국 경내에 있을 것이고 심지어 바로 제성 부근에 있을 거야.”임상언은 냉정하게 분석했다.“중국은 곳곳마다 엄
“넌 너의 아들을 구할 수 있어.”주효영은 담담하게 말했다.“조직까지 찾았는데, 너의 아들을 구할 기회가 없을까 봐?”“나는 조직을 찾지 않아도 내 아들을 구할 방법을 생각할 수 있어.”임상언은 고개를 저으며 주효영의 협상 카드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고 표시했다.그러나 주효영은 웃으며 계속 말했다.“어떻게 구할 건데?”임상언이 입을 열기도 전에 주효영은 다시 이어서 말했다.“만약 네가 구할 수 있다면 벌써 구했을 것이고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걸 너나 나나 다 잘 알고 있어.”“방금 너도 말했잖아, 네 아들이 있는 곳은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곳이라고. 그렇다면 그곳은…… 분명 공략하기 어려울 거야.”“그런데 만약 우리가 조직을 찾으면 난 너를 도와 파견된 핵심 인물을 잡을 수 있어. 그때 되면 그 사람으로 너의 아들을 교환할 수 있으니, 너의 아들을 구하는 것이 무슨 어려운 일일 것 같아?”“…….”주효영의 말은 임상언을 매우 설레게 했다.임상언은 오히려 이 가능성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너무 오래 압박된 탓인지 그는 점점 더 저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임상언은 계속 노력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조직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심지어 요원들을 붙잡아 조건으로 교환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물론 그때 그는 이 사장조차도 감히 반항하지 못했으니 다른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지금 보면 주효영은 확실히 그보다 훨씬 독하고 악랄했다.“내가 아들을 구해줄 테니 너는 조직이 숨어 있는 곳을 찾아줘. 그리고 너의 좋은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야. 내가 조직에 자리를 잡으면 그때 너와 네 아들의 목숨을 지켜줄게.”주효영의 눈빛은 마치 모든 것이 이미 손에 잡힌 것처럼 그를 경멸적으로 한 번 보았다.임상언은 주효영에게 지금은 그녀 자신마저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조롱하고 싶었지만 여전히 참았다.이 여자는 바이러스에 대해 고수여서 그녀를 격노시키면 자신에게도 독을 쓸 수 있고, 아무런 이익이 없을 것이다.게다가 이때 그
“사실, 조직은 너와 나를 필요하지 않아.”임상언은 주효영을 설득하려 하지 않았고 다소 감개무량해하며 말했다.주효영의 성격은 매우 뚜렷했다. 이 여자는 바이러스 연구에 미쳐 비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주효영을 설득하여 함께 조직과 맞서고, 심지어 이 사악한 곳까지 무너뜨리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주효영의 마음속에는 사악이란 것은 없고 오로지 실험과 공을 세우고 이름을 날리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그녀에 대해서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주효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하지만 이 세상에는 언제나 가치 있는 사람이 필요해. 내가 조직에 가치가 있다면 그 사람들은 나를 필요로 할 거야. 마치…… 그 사람들이 한소은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잠시 멈추었다가 갑자기 얼굴에 신비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런데 곧 필요 없게 될 거야.”이전에 주효영이 말했을 때 임상언은 마음에 두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다시 한번 언급하자 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야? 왜 조직은 한소은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는 거야. 그들이 시험품을 필요로 한다면 누구든 다 할 수 있는데, 왜 반드시 한소은이어야 하는데? 한소은의 재능으로……”“한소은의 재능으로 조직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더 많은 실험을 할 수 있다는 거지?”주효영은 임상언의 말을 끊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그렇다, 바로 임상언이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주효영의 그 애매한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네가 틀렸어! 조직에 있어서 한소은에게 가장 유용한 것은 확실히 학식이지만, 학식뿐만 아니라 한소은의 몸, 능력도……”“?”임상언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주효영을 바라보았다.이쯤 되자 주효영은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신뢰도를 높여 임상언을 더욱 끌어들이기 위하여 아예 다 털어놓고 말했다.“나도 무의식중에 발견했어. 조직이 연구하고 있는 R10은 그 자체의 약성을
“조직에게 있어서 한소은이 임산부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주효영은 냉담하게 말했다.임상언은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확실히 그렇다. 이 비인간적인 조직은 말할 것도 없고, 주효영과 같은 작은 인물도 사람의 생명을 지푸라기로 여겼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최종 결과에 달성될 수 있을 지만 신경 썼지, 다른 사람의 생명을 신경 쓴 적이 있을까?’‘하지만! 그들은 신경 쓰지 않지만, 자신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어!’‘자신이 한소은을 속이고, 그렇게 많은 잘못을 저지른 후에도, 그들은 여전히 최선을 다해 아들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그들은 심지어 자신을 도와 아들을 구하려 하는데, 자신은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 없고 목숨을 걸고 한소은을 불구덩이에서 구해야 할 것이다.’‘그때 자신이 김서진에게 보증을 했지만 책임을 다하지 못했으니, 만약 한소은이 정말 그들의 시험품이 된다면, 자신은 만 번 죽어도 속죄하기 어려울 것이다.’“나는 너와 협력할 수 있어. 하지만…… 너는 내 말을 들어야 해. 함부로 해서는 안 돼.”임상언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말했다.주효영은 눈살을 찌푸리고 막 입을 열려고 하자, 임상언이 계속 말을 이었다.“만약 네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만둬! 나는 네가 독을 잘 쓰는 것을 알고 있지만, 네가 나를 독살해도 소용이 없어. 그리고 그때가 되면 너를 도와 조직이랑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더 이상 없을 거야. 더군다나…….”잠시 멈추고 임상언은 계속 말했다.“네가 한 이 일들, 그리고 너의 그 불명예스러운 신분으로 너는 절대 대중 앞에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마. 그때 가서 연구는커녕 역사에 기록되기는커녕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를 거야. 너의 죽음은 심지어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을 거야.”“너의 부모님을 포함해서!”“…….”주효영은 어금니를 힘차게 깨물었다. 비록 달갑지 않았지만, 임상언의 말이 맞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주효영은 밖에서 이미 '죽은' 상태이기에 그럴 능력이 없었고, 공공연
하지만 이 일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주효영은 계속 말했다.“조직이 어떤 일을 하든 모두 그들의 계획과 고려가 있을 거야. 넌 왜 한소은이 반드시 요 며칠 안에 성공해야 한다고 재촉한 거라 생각해? 왜 성공하자마자 바로 한소은을 데려가야 하는 걸까? 너는 정말 이 사람의 실종 때문이라고 생각해?”“그것은 우연의 일치의 계기에 불과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한소인이 이 시점에 R10을 해냈다는 거야.”주효영은 한숨을 내쉬었다.이것도 한소은 자신이 한 걸음 한 걸음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그 사람들은 한소은이 출산을 마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임상언은 갑자기 주효영의 뜻을 깨달았다.주효영은 임상언을 한 번 보고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솔직히 말해서, 만약 협력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지금 당장 임상언을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주효영은 이렇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주효영은 이미 충분히 많이 말했다.“그러니 너는 서둘러야 해. 설령 내가 기다릴 수 있다 하더라도 한소은은 기다릴 수 없을 거야.”주효영은 말을 마치고 ‘사장’을 들고 몸을 돌려 밀실로 걸어갔다.주효영은 마치 장난감 인형을 들고 있는 것처럼 사장을 들고 있었다. 그것도 형편없이 망가진 장난감 인형이었다.주효영의 뒷모습을 보고 임상언은 몸서리쳤다.‘이 조직에 주효영과 같은 사람이 얼마나 더 있을까? 그리고 조직의 우두머리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고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걸까? 세상을 조종하려는 걸까?’원철수는 여태껏 시간이 이렇게 느리게 가는 것을 느껴 본 적이 없었다. 하루하루를 참고 견디다가 겨우 어슬렁어슬렁 지나갔다.그는 한 무더기의 의서를 안고 침대 옆에 앉아 어르신을 지키고 있었고, 가끔 일어나서 집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묻기도 했다.비록 집에는 김서진이 지키고 있었고,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그에게 알렸지만, 원철수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하지만 몸을 뺄 방법이 없었다.원철수는 처음으로 자신이 이렇게 무기력하다고 느꼈고, 바이러스에 직면
그 핏빛을 보면서, 원철수는 문득 자신이 예전에 발병했을 때 둘째 할아버지께서도 자신을 이렇게 돌봤다는 생각을 하자 마음속으로 미안함이 가득했다.“둘째 할아버지, 죄송해요!”원철수는 칼로 자신의 몸에 만 번 찌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죄송은 X뿔!”어르신이 갑자기 욕설을 퍼붓자 원철수는 놀라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했다.“둘째 할아버지, 깨어나셨어요?”김서진이 떠난 후, 원 어르신은 줄곧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비록 가끔 신음하고 기침을 했지만 여전히 깨어나지 못했고, 눈꺼풀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하지만 지금 어르신은 눈을 떴을 뿐만 아니라 말까지 하여서 원철수를 놀라게 했다.“허튼소리, 난 아직…… 죽지 않았어!”어르신은 비록 이전처럼 그렇게 중기적이지는 않았지만, 욕도 할 수 있고, 말도 할 수 있으며 예전처럼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원철수는 이미 비할 데 없이 하늘에 감사했다.“하느님, 감사합니다,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둘째 할아버지께서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절대 죽지 않을 것입니다. 반드시 장수하실 것입니다!”원철수는 흥분하여 말하면서 어르신을 꼭 안았다.“숨, 숨…….”원 어르신은 숨을 헐떡였다. 그러자 원철수는 바삐 두 손을 놓고 어르신을 바라보았다.“목이 마르세요? 물드실래요? 배가 고프지 않으세요? 뭐 좀 드실래요?”이틀 동안 줄곧 쌀죽을 좀 먹였고, 게다가 반은 먹이고 반은 흘려서 어르신은 완전히 여위었고 그때 원철수의 상태와는 완전히 달랐다.그때 원철수는 온몸이 팽창하여 배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고, 온몸은 근육으로 가득 찼지만, 어르신은 배의 속도로 살이 빠져서 원래의 붉고 튼튼했던 것에서 지금은 마른 장작처럼 변했다.원철수는 어르신을 안았을 때 뼈다귀만 느껴졌다.“목말라……”고개를 끄덕이며 어르신이 말했다.원철수는 매우 흥분되면서도 잊지 않고 등받이를 맞춰 준 다음 다시 물을 가지고 와서 좀 마시게 하였다.한 번에 너무 많이 먹일 수도 없고, 어르신이 사레들릴까 봐 천천히 조금씩 마시게 하였다. 물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