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조직은 너와 나를 필요하지 않아.”임상언은 주효영을 설득하려 하지 않았고 다소 감개무량해하며 말했다.주효영의 성격은 매우 뚜렷했다. 이 여자는 바이러스 연구에 미쳐 비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주효영을 설득하여 함께 조직과 맞서고, 심지어 이 사악한 곳까지 무너뜨리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주효영의 마음속에는 사악이란 것은 없고 오로지 실험과 공을 세우고 이름을 날리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그녀에 대해서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주효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하지만 이 세상에는 언제나 가치 있는 사람이 필요해. 내가 조직에 가치가 있다면 그 사람들은 나를 필요로 할 거야. 마치…… 그 사람들이 한소은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잠시 멈추었다가 갑자기 얼굴에 신비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런데 곧 필요 없게 될 거야.”이전에 주효영이 말했을 때 임상언은 마음에 두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다시 한번 언급하자 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야? 왜 조직은 한소은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는 거야. 그들이 시험품을 필요로 한다면 누구든 다 할 수 있는데, 왜 반드시 한소은이어야 하는데? 한소은의 재능으로……”“한소은의 재능으로 조직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더 많은 실험을 할 수 있다는 거지?”주효영은 임상언의 말을 끊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그렇다, 바로 임상언이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주효영의 그 애매한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네가 틀렸어! 조직에 있어서 한소은에게 가장 유용한 것은 확실히 학식이지만, 학식뿐만 아니라 한소은의 몸, 능력도……”“?”임상언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주효영을 바라보았다.이쯤 되자 주효영은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신뢰도를 높여 임상언을 더욱 끌어들이기 위하여 아예 다 털어놓고 말했다.“나도 무의식중에 발견했어. 조직이 연구하고 있는 R10은 그 자체의 약성을
“조직에게 있어서 한소은이 임산부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주효영은 냉담하게 말했다.임상언은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확실히 그렇다. 이 비인간적인 조직은 말할 것도 없고, 주효영과 같은 작은 인물도 사람의 생명을 지푸라기로 여겼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최종 결과에 달성될 수 있을 지만 신경 썼지, 다른 사람의 생명을 신경 쓴 적이 있을까?’‘하지만! 그들은 신경 쓰지 않지만, 자신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어!’‘자신이 한소은을 속이고, 그렇게 많은 잘못을 저지른 후에도, 그들은 여전히 최선을 다해 아들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그들은 심지어 자신을 도와 아들을 구하려 하는데, 자신은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 없고 목숨을 걸고 한소은을 불구덩이에서 구해야 할 것이다.’‘그때 자신이 김서진에게 보증을 했지만 책임을 다하지 못했으니, 만약 한소은이 정말 그들의 시험품이 된다면, 자신은 만 번 죽어도 속죄하기 어려울 것이다.’“나는 너와 협력할 수 있어. 하지만…… 너는 내 말을 들어야 해. 함부로 해서는 안 돼.”임상언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말했다.주효영은 눈살을 찌푸리고 막 입을 열려고 하자, 임상언이 계속 말을 이었다.“만약 네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만둬! 나는 네가 독을 잘 쓰는 것을 알고 있지만, 네가 나를 독살해도 소용이 없어. 그리고 그때가 되면 너를 도와 조직이랑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더 이상 없을 거야. 더군다나…….”잠시 멈추고 임상언은 계속 말했다.“네가 한 이 일들, 그리고 너의 그 불명예스러운 신분으로 너는 절대 대중 앞에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마. 그때 가서 연구는커녕 역사에 기록되기는커녕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를 거야. 너의 죽음은 심지어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을 거야.”“너의 부모님을 포함해서!”“…….”주효영은 어금니를 힘차게 깨물었다. 비록 달갑지 않았지만, 임상언의 말이 맞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주효영은 밖에서 이미 '죽은' 상태이기에 그럴 능력이 없었고, 공공연
하지만 이 일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주효영은 계속 말했다.“조직이 어떤 일을 하든 모두 그들의 계획과 고려가 있을 거야. 넌 왜 한소은이 반드시 요 며칠 안에 성공해야 한다고 재촉한 거라 생각해? 왜 성공하자마자 바로 한소은을 데려가야 하는 걸까? 너는 정말 이 사람의 실종 때문이라고 생각해?”“그것은 우연의 일치의 계기에 불과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한소인이 이 시점에 R10을 해냈다는 거야.”주효영은 한숨을 내쉬었다.이것도 한소은 자신이 한 걸음 한 걸음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그 사람들은 한소은이 출산을 마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임상언은 갑자기 주효영의 뜻을 깨달았다.주효영은 임상언을 한 번 보고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솔직히 말해서, 만약 협력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지금 당장 임상언을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주효영은 이렇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주효영은 이미 충분히 많이 말했다.“그러니 너는 서둘러야 해. 설령 내가 기다릴 수 있다 하더라도 한소은은 기다릴 수 없을 거야.”주효영은 말을 마치고 ‘사장’을 들고 몸을 돌려 밀실로 걸어갔다.주효영은 마치 장난감 인형을 들고 있는 것처럼 사장을 들고 있었다. 그것도 형편없이 망가진 장난감 인형이었다.주효영의 뒷모습을 보고 임상언은 몸서리쳤다.‘이 조직에 주효영과 같은 사람이 얼마나 더 있을까? 그리고 조직의 우두머리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고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걸까? 세상을 조종하려는 걸까?’원철수는 여태껏 시간이 이렇게 느리게 가는 것을 느껴 본 적이 없었다. 하루하루를 참고 견디다가 겨우 어슬렁어슬렁 지나갔다.그는 한 무더기의 의서를 안고 침대 옆에 앉아 어르신을 지키고 있었고, 가끔 일어나서 집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묻기도 했다.비록 집에는 김서진이 지키고 있었고,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그에게 알렸지만, 원철수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하지만 몸을 뺄 방법이 없었다.원철수는 처음으로 자신이 이렇게 무기력하다고 느꼈고, 바이러스에 직면
그 핏빛을 보면서, 원철수는 문득 자신이 예전에 발병했을 때 둘째 할아버지께서도 자신을 이렇게 돌봤다는 생각을 하자 마음속으로 미안함이 가득했다.“둘째 할아버지, 죄송해요!”원철수는 칼로 자신의 몸에 만 번 찌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죄송은 X뿔!”어르신이 갑자기 욕설을 퍼붓자 원철수는 놀라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했다.“둘째 할아버지, 깨어나셨어요?”김서진이 떠난 후, 원 어르신은 줄곧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비록 가끔 신음하고 기침을 했지만 여전히 깨어나지 못했고, 눈꺼풀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하지만 지금 어르신은 눈을 떴을 뿐만 아니라 말까지 하여서 원철수를 놀라게 했다.“허튼소리, 난 아직…… 죽지 않았어!”어르신은 비록 이전처럼 그렇게 중기적이지는 않았지만, 욕도 할 수 있고, 말도 할 수 있으며 예전처럼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원철수는 이미 비할 데 없이 하늘에 감사했다.“하느님, 감사합니다,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둘째 할아버지께서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절대 죽지 않을 것입니다. 반드시 장수하실 것입니다!”원철수는 흥분하여 말하면서 어르신을 꼭 안았다.“숨, 숨…….”원 어르신은 숨을 헐떡였다. 그러자 원철수는 바삐 두 손을 놓고 어르신을 바라보았다.“목이 마르세요? 물드실래요? 배가 고프지 않으세요? 뭐 좀 드실래요?”이틀 동안 줄곧 쌀죽을 좀 먹였고, 게다가 반은 먹이고 반은 흘려서 어르신은 완전히 여위었고 그때 원철수의 상태와는 완전히 달랐다.그때 원철수는 온몸이 팽창하여 배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고, 온몸은 근육으로 가득 찼지만, 어르신은 배의 속도로 살이 빠져서 원래의 붉고 튼튼했던 것에서 지금은 마른 장작처럼 변했다.원철수는 어르신을 안았을 때 뼈다귀만 느껴졌다.“목말라……”고개를 끄덕이며 어르신이 말했다.원철수는 매우 흥분되면서도 잊지 않고 등받이를 맞춰 준 다음 다시 물을 가지고 와서 좀 마시게 하였다.한 번에 너무 많이 먹일 수도 없고, 어르신이 사레들릴까 봐 천천히 조금씩 마시게 하였다. 물
의사로서 환자의 설명도 매우 중요했다. 특히 난치병에 직면했을 때 몸은 어떤 상태였는지, 어떤 내부 손상이 이러한 고통을 일으켰는지, 상세한 설명과 인식을 통해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원철수는 물끄러미 어르신을 잠깐 바라보았다.어르신은 거기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고, 회상하는 것 같기도 하고 쉬는 것 같기도 하며, 한 글자 한 글자씩 천천히 내뱉었다. 얼굴색은 비록 창백했지만, 내뱉은 말은 여전히 매우 뚜렷했다.원철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펜을 들고 빠르게 적었다.한참이 지나자 어르신은 갑자기 멈추었다. 원철수는 어르신이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이야기하려는 줄 알고 고개를 돌려 어르신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어르신의 머리는 한쪽으로 치우쳤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둘째 할아버지?”떠보려고 어르신을 불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둘째 할아버지?”원철수는 다시 한번 불렀고, 이어서 약간 당황했다.“둘째 할아버지, 둘째 할아버지…….”여러 번 외쳤지만 대답은 없었다. 원철수는 마음이 혼란스러워 펜을 내려놓고 달려들어 어르신의 몸을 안았다.“둘째 할아버지…….”원철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눈물을 흘렸고 심지어 어르신의 맥박을 짚어보는 것도조차 잊었다.“소리 지르기는…… X뿔!”어르신은 갑자기 짜증 나는 말투로 다시 말했다.비록 눈살을 찌푸리고 짜증 내는 모습이었지만 적어도 어르신이 말을 했다는 것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원철수는 손을 떼고 어르신을 바라보았는데 어르신이 반쯤 뜬 눈으로 초조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 울고 또 웃었다.“둘째 할아버지, 할아버지께서 아직 죽지 않아서 너무 좋아요! 정말 다행이에요! 아직 죽지 않아서요!”“퉤-!”침을 한 번 뱉은 후 어르신이 말했다.“맥박 짚는 것도 모르겠어?”“저, 저…… 깜빡했어요!”원철수는 부끄러워하며 말했다.방금은 확실히 너무 긴장하고 당황해서 맥박을 짚어보는 것을 완전히 잊었다.그러니 어르신이 꾸짖는 것도 맞았다.자신이 맥박을 한번 짚
당시, 원청현의 진맥만으로는 그의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방심했었다. 원철수에게 증상이 나타나서야 비로소 발견할 수 있었다.한소은은 남아시아에 파괴적인 재앙을 일으켰던 전염병 바이러스도 우리 몸 속 깊이 침투해 이상 반응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아마 이 두 가지 바이러스 모두 그 연구소에서 연구한 바이러스와 어떤 공통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바이러스는 숨는 데 능숙했고 너무도 교활했다.그랬기 때문에 이상을 느끼지 못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원철수의 능력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너무 교활했던 것이다.원철수는 원청현이 자기를 위로하려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는 마지못해 웃으며 물었다.“둘째 할아버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원철수는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 경험이 풍부했다. 게다가 자기의 몸이니 그가 제일 잘 알 수밖에 없다.“사실 너도 모르는 건 아니잖아?”원청현은 가볍게 웃으며 원철수에게 되물었다.씁쓸하게 웃는 원청현의 표정에 원철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원철수는 고개를 획 돌렸다. 그는 원청현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바이러스에 감염되어서도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원청현 앞에서 나약하게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았다.“적어도 지금은 괜찮아.”원청현은 원철수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며 그를 위로했다.“지금은 상태가 많이 좋아졌어. 소도 통째로 잡아먹을 수 있겠어!”“그럼, 소고기 반찬을 해 드릴게요.”원청현의 말을 듣고 원철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그러자 원청현이 그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어이구! 이 멍청한 놈아! 지금 소고기 반찬을 해서 내게 바쳐도 못 먹어. 소고기 반찬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내말에 집중해.”“말씀하세요.”원철수는 곧장 자리에 다시 앉으며 말했다.“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이건 고독이 아니라 그냥 바이러스인 것 같아. 전에 겉으로 보이는 증상에 속은 거야.”원청현은 잠긴
지금으로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고 심지어 이것의 정체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원청현의 말을 듣고서야 원철수는 이것이 고독이 아니라 바이러스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런데 바이러스를 어떻게 소멸하고 또 어떻게 몸을 회복을 해야 하는지 좀처럼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이 바이러스를 꼭 해결하고야 말겠다는 확고한 신념이었다. 만약 자신도 그런 믿음이 없다면, 이번 연구는 실패한 것과 다름이 없다.“허허.”원청현은 가볍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사실 원청현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이제 죽는다 해도 미련이 없었다.그는 평생 한의약 연구에 몸을 바쳤고, 만족스럽다 말할 수 없지만 연구에서 성과를 꽤 이루었다. 게다가 그의 제자는 하나하나 출중하니 그는 뿌듯하기 그지없을 것이다.그리고 원철수도…….원철수를 보면서 원청현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는 어리석은 일을 많이 저지르긴 했지만, 지금은 그래도 의술을 배우려는 마음가짐은 가지고 있었다.원청현은 죽는 게 두렵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아직 죽을 때가 아니다.“걱정하지 마, 나 안 죽으니까.”원청현은 작게 투덜거렸다.“네 이놈 욕도 못다 했는데 지금 죽으면 안되지.”“얼마든지 욕 하세요. 둘째 할아버지가 욕하는 거면 얼마든지 다 들을 수 있어요. 얼마든지 하세요. 십 년이든, 이십 년이든, 삼십 년이든 마음껏 욕하세요.”원철수는 다급히 대답했다.원청현은 그를 한번 노려보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난 절대 죽으면 안돼. 아니, 설령 죽는다 해도 아직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철수 이 자식이 평생 자책하며 살 거야.’그런 자책과 죄책감은 아마 원철수를 지옥보다 못한 삶을 살게 할지도 모른다.“이제 바이러스라는 걸 알았으니 고독을 해독하는 방법으로 치료해선 안돼.”원청현은 몸을 겨우 지탱하며 말을 이어갔다. 몸에 많이 무리가 갔지만, 언제 다시 의식불명의 상태에 빠질지 모르니 원청현은 한시가 다급했다. 지금 이렇
“뭐가 아쉽다는 거예요?”원철수는 호기심이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애석하게도 한소은은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나지만, 의학 대신 조향에 꽂혀서 의학은 포기하고 조향을 배우러 갔다는 말이지. 계속 의학 공부를 했다면 지금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되었을지 상상도 안 가.”원청현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시, 그는 한소은이 조향을 배우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의 뜻을 결코 찬성하지 않았다. 그는 조향따위는 별로 쓸모가 없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조향에 빠질대로 빠진 한소은은 조향에만 집착했고 원청현도 그런 그녀를 더는 말릴 수 없었다.게다가 한소은은 조향 방면에도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는 조향 사업에 뛰어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써 조향계에서 이름을 날렸다.원청현은 자신도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그는 다른 사람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일에 크게 관여하고 싶지 않아 한소은을 말리지 않았다.나중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보니 의술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사람의 심보는 고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많은 일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집념을 내려놓으니 의학 대신 조향을 택한 한소은을 탓하지 않게 되었다.다만, 집념은 내려놓았으나 체면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그렇기 때문에 그는 오랫동안 한소은과 연락을 끊고 지냈었다. 그러다 그녀가 연애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어렴풋이 들었었다. 나중에 그녀가 원래 연인과 헤어지고 갑자기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는 소식은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한소은은 모든 걸 스스로 혼자 해결하려 했다. 괴롭고 힘든 일이 있어도 원청현에게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그녀는 항상 이를 악물고 혼자 헤쳐 나가려 했다.이런 점은 원청현과 많이 비슷했다. 어쩌면 한소은의 이런 성격이 마음에 들어 그녀를 마지막 제자로 삼고 그렇게 그녀를 아꼈는지도 모른다.원철수는 침묵했다.‘둘째 할아버지의 뜻은, 만약 한소은이 의학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뛰어날 수 있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