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김서진의 전화기가 있었기에 임상언은 그녀가 무엇을 물었는지 바로 알아들었다.“아니요! 절대 아니에요!”“김서진과 당신이 이미 내게 신뢰를 잃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절대 모르는 일이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게다가 여기서 보았듯이 나는 사실 아무런 권력도 없어요. 보스는 나를 그렇게 신뢰하지 않아요. 나에게 이런 것을 알려줄 리가 없죠.”그는 말끝을 흐리더니, 매우 언짢아하며 말했다.“나는 단지 무고한 사람을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게다가 원철수는 여기서 확실히 고생을 많이 했었어요.”“그때 그런 기회가 있어서 그가 도망갈 수 있게 도와준 것뿐이에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그들의 계획 속에 있었고, 그들이 나를 위해 파놓은 함정이었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네요. 나도…… 그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거라고요!”김서진의 전화를 받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임성언은 아주 괴로워했다.그렇게 경계했는데 다른 사람의 계략에 넘어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러나 돌이켜보면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임상언은 자기가 원철수를 도와준 것은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자기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그들의 감시하에 있었다.임상언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앞뒤 좌우를 보았다. 지금 자신이 하는 말이 그들이 들을까 봐 두려워했다.한소은은 오히려 매우 침착하게 두 손에 주머니에 넣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걸음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았고 담담한 목소리로 임상언에게 말했다.“둘러서 볼 필요 없어요. 여기서 그들의 감시를 피할 수 없어요. 사실 당신과 나의 모든 교류는 그들도 틀림없이 다 봤을 거예요.”“그럼……!!!”임상언은 크게 놀라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멈추고 사방을 두리번거렸다.그가 멈추자 한소은도 함께 멈추었다. 그녀는 몸을 돌려 임상언을 바라보았는데, 마치 활에 놀란 한 마리의 새와 같은 모습이었다.그녀는 입술을 살짝 치켜 올리며 말했다.“이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어요. 사실 이 곳에 그들이 그렇게 많은 감시와 도청 장치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간단하지 않다. 이 간교한 사람들을 상대할 때 한소은은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할 수밖에 없다.임상언도 그 도리를 잘 알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걱정 마요. 내가 반드시 방법을 생각해 주효영에게서 단서를 찾아낼게요.”임상언이 잠시 멈칫하다 확신이 서지 않는지 물었다.“그런데…… 어떻게 주효영이 한 거라는 걸 확신해요?”“분명 주효영이 한 짓이에요.”한소은은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여기에 한의약을 아는 고수가 더 있지 않은 이상 주효영일 수밖에 없어요.”임상언은 곧 고개를 저었다.“주효영과 당신을 제외하면 없을 거예요. 나머지는 거의 해외에서 데려온 사람이거든요.”이 점은 확신할 수 있다. 이곳의 인원 명단은 모두 임상언의 손을 거쳤다.물론, 그가 모르는 것이 더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은 발견하지 못했다.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다시 물었다.“혹시 태국인도 있나요?”임상언은 어리둥절했다.“없는 것 같은데요.”“확실해요?”한소은이 계속 추궁하다가 임상언도 망설여져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내가 다시 한번 찾아볼게요. 하지만 있을 가능성이 작아요. 왜요? 혹시 태국 쪽을 의심하고 있는 거예요?”“꼭 그렇지는 않아요.”한소은은 담담하게 말했다.“아니면 주효영이 태국에 가본 적이 있는지 알아봐 줘요.”“네. 꼭 알아볼게요!”한소은이 믿지 않은 얼굴을 하자 임상언은 더욱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김서진이 남이의 행방을 찾아냈어요. 내게 남이를 구해주겠다고 약속도 했고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도울게요. 사실 당신들을 돕는 것도 나를 돕는 거죠.”“남이의 행방을 찾았다고요?”이 말을 들은 한소은은 깜짝 놀랐다.어쨌든 아이는 이 일과는 상관이 없다.그녀는 계속 임남이 어떻게 되지 않았나 걱정하고 있었다. 김서진이 사람을 보내 여기저기 단서를 찾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나 그녀에게 임남을 찾아냈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찾았대요!”임상언은 미소를 지으며
날이 밝았을 때, 김서진은 상황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원청현이 혼수상태에 빠졌다.아침 일찍 원철수가 죽을 끓여 원청현에게 가져갔다. 그러나 위층에 올라가서는 원청현의 얼굴색이 자연스럽지 못하게 붉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깊은 잠에 빠졌는지 아무리 불러도 깨어나지도 못했다. 원철수가 그의 이마를 만져보니 불덩이처럼 뜨거웠다.체온은 39도까지 올라갔지만 어떤 상황인지 도무지 파악되지 않아 해열제도 쉽게 먹이지 못했다.해열제가 그 고독을 자극해 더 큰 반응을 일으킬지 알 수 없었다. 물리적으로 온도를 낮추는 방법으로 원청현의 몸을 몇 번이고 닦아줄 수밖에 없었다.한 번으로 체온이 조금 떨어졌지만, 원청현은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다.김서진도 와서 보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원철수는 이러다가 큰일이 날 것 같아 개인 병원에 모셔가거나 홈닥터를 불러와 보게 하는 건 어떨지 물어보려 했지만, 고독에 대해서 의사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말을 다시 삼켰다.점심때가 되어서 진정기가 김서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진정기가 지금 어디냐고 물었을 때 김서진은 한참 침묵하더니 대답했다.“아마 당분간은 거기에 갈 수 없을 거 같아요.”이쪽의 상황을 대충 말했고 진정기에게 숨기지 않았다.진정기의 신분이 남다르다 보니 접할 수 있는 것도 많았다. 이 신비한 조직에 대해서 그도 조금 알고 있었다. 다만, 주효영도 여기에 관여한 줄은 몰랐다.게다가 자기가 중독된 일 등등으로 이 조직이 절대 간단하지 않다는 걸 몸소 느꼈다.진정기는 인내심 있게 김서진의 말을 다 듣고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알았어요. 내가 도울 건 없나요?”“일단은 없어요.”김서진이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가능하면 최근 시내의 상황을 주의 깊게 봐줬으면 해요. 바이러스가 확산하지 않게 조심히 해줘요. 물론, 지금 있는 바이러스 말고도 그들이 연구하는 바이러스는 수도 없이 많으니 다르게 나타나는지도 확인해야 해요.”진정기는 곧장 대
진정기가 경계한다는 걸 눈치챈 김서진이 말했다.“당신도 아는 사람이에요.”이렇게 말하고 뭔가 떠오른 김서진이 진정기에게 말했다.“먼저 끊을게요. 일이 있으면 다시 전화할게요.”“그럼 의사는…….”“일단 필요 없을 거 같아요.”김서진이 잠시 생각해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전화를 끊고 원 철수에게 다가가 물었다.“왜 필요 없다는 거지?”“외부의 의사들은 소용이 없어. 이건 평범한 병이 아니라는 알잖아!”원철수가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김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게다가 내가 의사란 걸 잊지 마.”그러다 원철수가 갑자기 말했다.그의 말에 김서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난 원래 의사야. 명의였다는 거 너도 알잖아.”원철수는 재차 자기가 의사였고 그것도 이름이 자자한 의사였다는 걸 강조했다.다만, 그가 이 말을 할 때의 말투는 평소와 달랐다.이전에는 이렇게 말할 때마다 그는 교만하고 자신만만하고 심지어는 의기양양하기까지 했다.그러나 이번에는, 그의 눈빛은 더할 나위 없이 올곧았고 차분했다.그는 또박또박하고 확고하게 자신이 의사라고 말했다.“요즘 너무 퇴폐적이었어. 그 마굴에서 나온 이후 나는 겁쟁이처럼 도피하고만 있었어. 둘째 할아버지가 나에게 잘해주셨고 모두가 나에게 베푸는 관심을 즐기고 있었던 거야. 둘째 할아버지와 모든 사람들이 쓰러진 이후 나는 혼란스러웠어. 내가 의사라는 것을 완전히 잊어버렸을 정도로.”“나는 스스로를 의심하고, 스스로를 부정했어. 나는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 병을 치료 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 그러다 예전에 둘째 할아버지가 말했던 것을 잊어버렸지. 비록 의사라 할지라도 치료하면서 배운다는 그 한마디를 말이야.”원철수는 먼 곳을 바라보며 마치 예전에 원청현이 그에게 한 말이 생각이 난 듯 감개무량하게 말했다.그런 것들을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원청현이 그에게 얼버무리는 말을 했다고 여겼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고독에 대해서 잘 모르
시계의 바늘이 조금씩 움직이고, 시간은 1분 1초가 지나간다.초침이 지나가는 소리만 들릴 정도로 방안은 조용했다.한소은은 침대 옆에 앉아 한 손으로는 자기 아랫배를 쓰다듬고 다른 한 손으로는 핸드폰의 화면을 가볍게 쓰다듬고 있었다.긴장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자신이 이렇게 커서 지금처럼 긴장하는 것은 처음이었다.이전에는 어떤 어려움에 부딪혀도 그녀는 모두 극복할 수 있었고, 모두 직면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번에 그녀가 직면한 것은 단순한 성공과 실패가 아니며 그녀가 직면한 것은 많은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것들이다.방 안에는 한소은만 있었다. 시간이 되면 임상언과 사무실 아래층서 만나기로 했다.비록 모든 것이 그들의 감시를 벗어날 수 없지만 어쨌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정오, 바로 “보스”가 가장 허약하고 방비가 가장 느슨한 때이다. “보스” 곁에 항상 붙어있는 경호원은 임상언이 방법을 대서 끌어낼 것이다.남은 몇 명의 똘마니들은 한소은에게 있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지금 고민해야 하는 건 1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그들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한소은 역시 확신이 서지 않아 내기할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여기서 그녀는 핸드폰 소리를 끄고 진동 모드로 전환했다. 손바닥에서 윙윙거리며 핸드폰이 손이 저릴 정도로 진동했다.김서진에게 무슨 안 좋은 소식이 있을까 싶어 순간 통화 버튼을 누르려던 손가락이 움츠러들었다.실험실의 일로 바빠서 어쩔 수가 없었지만, 그쪽의 상황을 궁금해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한소은은 핸드폰을 쓱 보았다. 뜻밖에도 오이연의 전화였다.김서진이 아니어서 한숨 돌렸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오이연 쪽도 그다지 좋은 소식이 아닐 거 같아 마음이 다시 가라앉았다.“여보세요?”전화를 받은 한소은은 약간 피곤함을 느꼈다.“소은 언니, 그게…….”오이연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한소은의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다시 멈추고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한소은은 정말 시간이 없다. 매일 이곳에 갇혀 있으니, 마치 우리에 갇혀 사는 것 같았다.그리고 어느 날 이곳을 떠난다 해도 바깥세상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이 일을 참가한 자신은 아무렇지 않게 물러날 수 있을까?그래서, 향수 든 사업이든 모두 일단 제쳐 두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한소은의 말을 잘 듣던 오이연은 이 일에서 조금 주저했다.“그런데…… 상대는 Y 국 왕실 쪽 사람들이고 여기에 온다고 했어.”“곧 제경에 도착할 거야. 나는 언니가 그들과 다 말한 줄 알았지.”“내가 언제? 난…….”막 오이연의 말을 반박하려던 한소은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나서 말을 멈추었다.그러고는 감았던 눈을 뜨고 오이연에게 물었다.“방금 그들이 어디 사람이라고?”“Y 국.”“Y 국 어디?”한소은은 급하게 이어서 물었다.오이연은 그녀가 이런 걸 왜 묻는지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해 하다가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왕…… 왕실! 내가 전에 말했잖아.”“비록 우리가 사업을 하는 범위가 넓고, 고위층과 상류층의 주문을 받아본 적 없는 건 아니지만 왕실 사람들은 아무래도 다르지. 만약 우리가 그들의 미움을 산다면 우리의 작업실 뿐만 아니라 김서진 씨의 사업에도 영향을 끼칠까 봐 두려워.”상인은 절대 정치인에게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상대가 왕실 사람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것은 정말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일만 보 물러서서 말하자면, 설사 김씨 그룹의 사업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이런 일로 상대방에게 미움을 사는 건 멍청한 짓이다.그들은 단지 자기만의 향수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 것일 뿐, 어떤 지나친 요구도 아니었다.비록 이 대목에서는 확실히 그들의 주문을 완성하기 힘들 긴 하지만 한소은의 능력으로 너무 무리인 일도 아니다.“알아, 나도 알아.”한소은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언제 만나자고 했지?”“그건…… 나도 모르겠어. 최근 언니에게 보낸 메일은 답장이 없고, 전화도 모두 끊겼다고 하더라고. 그쪽에서 좀
“다른 일 더 있어?”한소은은 오이연이 전화를 끊지 않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아직 할 말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오이연은 언제나 과감했다. 자기가 할 말이 끝나면 바로 전화를 끊었었다. 게다가 최근 들어 그녀의 기분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소은 언니, 요즘 많이 바빠? 김서진 씨도 그런 것 같고.”한소은은 잠시 생각하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서한 씨에 관해서 묻고 싶은 거야?”“서한 씨, 연락이 왔었어?”오이연은 곧 다급하게 물었다.한 마디로, 오이연이 마음속으로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한소은에게 모두 들통났다. 오이연이 전화를 끊지 않은 것도 서한에 대한 소식이 있었는지 물어보려고 했었다.“그날 뒤로 서한 씨와 연락하지 않았어?”한소은은 조금 의아해했다.비록 서한이 다른 사람에게 통제된 것 같지만, 그들이 서한을 찾아가기 전까지 오이연과 잘 지내고 있었다. 그가 아무도 모르게 국내로 돌아왔을 때 오이연과 계속 함께 했었다.그 후의 일들은 아마 서한을 통제하는 사람이 김서진을 겨냥하여 서한과 김서진의 관계를 이간질하고 분열시켰을 것으로 보인다.그 일이 들통나고 서한은 오이연과 이혼하겠다고 했다. 그다음 일은 한소은도 잘 모른다.“아니.”오이연의 목소리는 어두워졌고, 기분도 가라앉은 것 같았다.“나중에 서한 씨는 정말로 집을 나갔어. 나는 서한 씨를 말리지 못했고.”“아직 이혼하지는 않았지만, 그를 영원히 잃을 것 같아. 서한 씨는 이번처럼 이렇게 단호한 적이 없었어. 전에는 나에게 큰 소리도 한번 낸 적 없었는데, 지금은…… 정말 나를 버리려는 거 같아.”오이연은 울음을 참으며 겨우 목구멍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마 울지 않으려고 그러는 것이다.그러나 겨우 울음소리를 참는 목소리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괴롭게 했다.한소은은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아니, 너도 알다시피 그는 사실…….”“나도 알아, 난 서한 씨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알아. 하지만 그래서, 내가 그를 잃을 것 같다는
“???”오이연은 한소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왜?!”“잠깐만, 바깥 상황이란 게 무슨 뜻이야? 언니 지금 어디에 있어? 갇혀 있는 거야?”오이연은 바로 어딘가 이상한 점을 찾아냈고 집요하게 꼬치꼬치 캐 물었다.한소은은 한숨을 쉬었다.“그렇게 많이 묻지 마. 한 두 마디도 다 설명할 수 없어. 아무튼, 내가 한 말 잘 들어.”한소은의 말에 오이연은 몇 초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한소은이 다시 설명하려고 할 때 그녀는 입을 열었다.“응, 알았어. 소은 언니가 하는 말은 꼭 들어야지.”전에 서한의 일로 한소은과 사이가 틀어진 적이 있는데, 하마터면 결별할 뻔했었다.나중에 생각해 보니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러고 나서 오이연은 정말 후회스러웠다.그 일이 있고 난 후 오이연은 한소은의 말을 굳게 믿었다.어떤 일들은 말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 일들을 자기에게 알려주지 않는 건 자기를 위해서라는 걸 오이연은 잘 알고 있다.“이연아, 서한 씨의 일이 너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는 걸 알아. 하지만 곧 다 괜찮아질 거라는 거 믿을 수밖에 없어. 적어도 서한 씨의 본의는 이런 것이 아니니까 그냥 조금 아픈거라 생각해. 언젠가는 꼭 병이 나을 거니까.”한소은은 자신의 이런 말들이 사실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런 일을 당했다면 아무도 당사자를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 당사자와 슬픔을 나눌 수도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소은은 오이연을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오이연은 작게 대답했다.“나도 알아. 최근에 서한 씨의 행방을 알 수 없어서 걱정이야. 언니, 난 괜찮아. 정말이야!”“나도 그게 서한 씨의 본의가 아니었다는 거 알아. 서한 씨는 나에게 항상 친절하게 했어. 나는 서한 씨와 함께 난관을 극복하고 싶어.”오이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감정을 가라앉혔다.“됐어, 어쨌든 일은 지체할 수 없잖아. 내가 그 쪽한테 직접 언니에게 연락하라고 말할게. 언니가 요즘 그들을 만날 수 없다면 시간을 뒤로 미뤄도 될 거야. 내 생각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