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854화

임상언은 물론 심리적 불균형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줄곧 사장님이 누구를 믿지 않고 누구든지 의심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주효영에게 금고의 비밀번호를 알려주다니?

금고 안에서 약간 노란빛이 도는 크라프트지 봉투를 꺼내어 주효영이 몸을 돌린 순간, 한소은은 그 안에 작은 깡통이 하나 더 있는 것을 언뜻 보았다.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고 단지 한 귀퉁이만 언뜻 보았는데 금고의 문은 다시 닫혔다.

문을 닫은 후 딸깍 소리가 나더니 저절로 잠겼다. 주효영은 크라프트지 봉투를 안고 돌아와 두 사람을 한 번 보고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은 비밀번호를 훔쳐보지 않았지?”

주효영은 농담 섞인 말투로 말했지만 진지하게 묻는 듯했다. 그러자 임상언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네가 이렇게 전문적이고 빈틈없이 숨겼는데 누가 볼 수 있겠어.”

잠시 멈추었다가 또 한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실험실의 비밀번호는 매일 바뀌는데 이 금고의 비밀번호도 매번 바뀔지도 모르지.”

임상언은 뒤의 이 말을 할 때 “사장님”을 보면서 표정을 관찰했다. 그러자 주효영이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너의 이 말이 맞았어! 매번 바뀌지. 그러니 괜히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지금 우리는 한배에 탄 사람이야. 실험을 성공시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영광이야!”

주효영은 입으로는 이렇게 말했지만 그 크라프트지 봉투를 건네지 않았다. 한소은은 주효영을 보고 먼저 손을 내밀어 받으려 하지 않고 얼굴을 돌려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 여자가 내 조력자라고?”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옳다는 표시를 했다.

“나는 왜 내가 이 여자의 조력자라는 생각이 들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며 한소은은 비꼬는 듯 말했다.

“나의 실험이 일단 시작되면 도대체 누가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는 거야?”

“당연히 네 말을 들어야지!”

남자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그리곤 의자 팔걸이에 팔꿈치를 받치고 약간 비틀린 턱을 괴고, 목소리는 비록 잠잠하고 듣기 거북했지만 매우 확고했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