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철수가 다시 깨어났을 때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위를 보고 있는 채 뇌는 아직 완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손을 들려고 시도했지만 손가락만 들었다.목이 간질간질하여 기침 한 번 하고 싶은데 입이 벌리니 그냥 숨만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정말 이상한 느낌이다. 마치 사람이 이미 죽음의 문턱에 있는데도 그렇게 숨을 내쉬고 죽지도 못하면서 버티기도 힘들었다.“깼어?”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돌리려다 눈동자만 돌렸다.“움직이지 마, 너 지금 기력이 빠져 움직일 수 없어.”원철수의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원 어르신은 한숨을 쉬며 그의 옆에 앉았다.손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탕약 한 그릇을 들고 있는 그는 여느 때와 다름없었지만 미간에만 조금 더 온화한 것 같았다.“나…….”원철수가 소리 내려고 발버둥쳤다. 속으로 너무 많은 의문이 있었지만 목이 말라 한 글자도 힘에 부치는 것 같았다.“너 왜 이러는지 묻고 싶구나.”원 어르신이 그의 몸에 있는 담요를 위로 당겨주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원철수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지만 눈만 깜박거렸다.긴 한숨을 내쉬고 원 어르신은 옆에 있는 걸상에 앉아서 손에 든 탕약을 내려놓고 그를 바라보며 2분 동안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솔직히 나도 몰라, 네가 왜 이러는지.”“…….”“우리 한의학에서 볼 때 너는 기혈양손이야, 몸의 정기가 크게 소모되고, 맥이 부고 건조하며, 간의 불이 왕성한 거지. 원래 허약해야 하는데 네 몸은 오히려 표상기능이 발달되어 있고, 나타나는 증상은 매우 강건해, 이건 불가능한 거고, 자연논리에 완전히 어긋나는 거야…….”천천히 말하면서 눈길은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며 그의 몸 구석구석 드러난 피부를 살폈다.단단한 근육질은 마치 갈라질 듯이 부풀어 올랐지만 원철수의 눈은 탁하고, 설태는 두꺼우면서도 노랗고, 안색도 정상이 아니었다. 사람은 허상이지만 겉모습은 오히려 강했다.“그들이 너한테 바이러스를 주사했다고요?”원 어르신이 생각
“이거…….”“이건 몸 기능을 조절하고 체력과 기혈을 보충하는 거야, 해독제 아니라고!”약을 먹이면서 어르신이 말씀하셨다.“나 신 아니야, 아직 네 몸에 있는 그거 뭔지 모르니까 해독제 만드는데도 시간 필요해.”원철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약을 마셨다. 물론 그도 해독제가 그렇게 빠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해독제를 구할 수 있을지 없을지 그는 절대적인 확신이 없었다. 희망이 클수록 실망도 크다.하지만 둘째 할아버지가 이렇게 해주니 마음속으로 너무 기뻤다.약 한 그릇을 먹이고 어르신은 빈 그릇을 움켜쥐고 원철수를 노려보며 한숨을 쉬었다.“아직 네 몸 안에 있는 거 뭔지 파악하지 못했지만 보험 삼아 여기 있는 게 좋을 거 같아. 너도 알잖아, 전에 그 역병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뭐, 너도 당분간 움직일 수 없으니 이 기간에 내가 한 번 생각해 볼게.”마지막 말에서 어르신은 크게 노하며 말했다.“감…….”원철수가 고마움을 인사하기도 전에 어르신은 이미 발을 동동 구르며 나갔다.방안은 다시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자리에 누워 있는 원철수는 마음이 이렇게 평온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실험실에서 등불은 밤낮으로 밝았다. 이곳은 시간을 보지 않으면 낮과 밤을 전혀 구별할 수 없었다. 교대 근무도 거의 24시간 쉬지 않았다.그러나 사람은 항상 피곤할 때가 있다. 이렇게 강도 높은 일을 하다 보면 아무리 강한 의지력을 가지고 있어도 소홀히 하고 졸 때가 있기 마련이다. 사람은 이럴 때 정신 상태가 해이해진다.한소은은 방안을 왔다갔다하며 천천히 걷고 있었다. 이곳은 사실 침대도 있고, 이불도 있었다. 잠시 잘 수도 있는 평범한 간이 휴게실이다. 유일한 차이점은 문이 잠겨서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한소은은 지금 자고 싶지 않았고 잠도 오지 않았다. 한 손으로 허리를 짚은 자세로 느릿느릿 움직이며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했다.문밖에서 가벼운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문이 열렸다.문 앞의 사람은 막 돌아선 한소은과 마주쳤다.“왜 안 쉬어요?”그는
그의 물음에 한소은은 담담하게 한마디만 답했다.“잠시 후 모든 게 밝혀질 겁니다.”“정말 그자라고 해도 지금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텐데…….”이때 남자가 얼굴의 고글을 벗고 얼굴을 드러냈다. 바로 그녀를 가두라고 명령한 고지호 교수였다.한소은이 고개를 끄덕였다.“움직일 거예요!”그리고 나서 이 사건과 아무 연관이 없는 질문을 하였다.“최근 국가 백신 기지가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맞아요.”고지호 교수가 답했다. 이 일은 그도 당연히 알고 있지만 그가 책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어쨌든 관계 있는 일이고, 또 일등 대사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조금은 알고 있었다.“근데 이게 그가 움직이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죠? 여기 해독제 진도가 지연된다고 해도 백신 개발 진도에 영향 주는 것은 아니잖아요, 설마 저쪽에도 사람을 붙였나요?”고지호 교수는 무슨 생각이 난 듯 다시 말했다.“참, 이 프로젝트는 원래 소은 선생 애인의 회사에서 따낸 거 아니었어요? 왜…… 혹시 재입찰했나요?”구체적으로 왜 재입찰이 되었는지에 대해 잘 모르나 진정기가 직접 승인한 것이니 당연히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네!”한소은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몸은 여기에 있지만 바깥일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다.김서진이 없어도 회사는 그대로 운영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서진이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오면서 그만한 수단은 있는 남자이다.매일 여기 머물며 몸조리하고 핸드폰도 압수당했지만 나름대로 다 방법이 있는 것이다.그 잃어버린 프로젝트는 원래 되찾으려고 회사 위층에서 회의를 열고, 해결책을 만들어 김서진에게 보고했지만 그가 막았다.진정기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그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막역한 사이는 아니지만 오랜 친구이기에 일이 비정상적이라는 걸 바로 알아챘지만 몸이 이러하여 묻지 못하고 일단 일을 덮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걸 진정기의 결정에 맡
“상대가 움직인 것 같아요!”고지호 교수가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 한소은이 뒤를 따랐다. 길에서 다른 사람을 만났는데, 사람들은 한소은이 고지호 교수의 뒤를 따르는 걸 보고 어리둥절했다.“한…… 저기…….”그러나 두 사람의 발걸음은 빠르고 멈추질 않았다. 게다가 고지호 교수의 표정이 너무 굳어 아무도 감히 더 묻지 않고 그들이 병동 쪽으로 가는 것을 지켜봤다.‘이거…… 또 비상인가?’‘근데 병동 쪽 호출은 없었는데!’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가운데, 두 사람은 이미VIP 구역에 도착했고, 많은 병실을 지나 곧장 김서진 병실로 달려갔다.펑!고지호 교수가 발을 들어 직접 문을 걷어찼다. 동작이 빠르고 맹렬하여 한소은도 깜짝 놀랐다.평소에 진지하고 온화한 그분이 문을 걷어찰 때 의외로 용맹스러웠다.방 안의 병상에 한 사람이 눌려 있었다. 이불 쪽으로 얼굴을 숙인 채 엎드려 있었고, 팔은 뒤로 잡혔다. 그리고 그 팔을 잡은 사람이 바로 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김서진이다. 김서진는 환자복을 입고 있었지만 정신이 맑고, 눈빛은 더욱 매서웠다. 다만 눈을 들어 한소은을 보았을 때 한 순간 부드러워지고, 다시 고지호 교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오셨나요, 그럼 이 사람…… 그쪽에 넘기겠습니다!”김서진은 그 사람의 팔을 위로 당기고, 이어서 사람을 앞으로 비틀어 밀었다.결국 그 사람은 김서진에게 끌려 일어났고, 앞으로 밀치는 힘에 똑바로 서지 못하고 두 번 비틀거리며 땅에 반쯤 무릎을 꿇었다.그 사람 흰 가운을 걸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누군지 알 수 있었다.고지호 교수는 자신의 앞에 반쯤 무릎을 꿇은 사람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정말 받아들이기 싫은 결말이다.“정말 너였어?!”그 말에 무릎을 꿇은 사람은 허둥지둥 일어서서 먼지를 털고 웃었다.“교수님, 이게 무슨 일이죠? 저는 그저 별실을 돌아보고 있었는데, 저 아니면 누구겠어요.”고개를 들자 그의 얼굴은 죄 없는 듯 눈빛은 너무나 맑았고, 한소은을 보았을 때 의아해하며 물었다.“한
“교수님, 무슨 말씀인지…….”모범은 아직도 변명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소은에게 끊겼다.“그만하시죠.”“…….”“지금 이 상황에 그 변명 먹힐 거라고 생각하세요? 설마 아무 증거도 없이 우리가 여기에 왔을까요?”그를 보는 한소은의 마음도 복잡했다.사실 이곳에 왔을 때, 그녀가 가장 먼저 알게 된 사람이 바로 고지호와 모범이다.모범과는 친한 친구사이는 아니지만 적어도 협력이 유쾌한 동료라고 말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에 대한 편파적인 인식과 불신을 느낄 수 있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사람이었다.배신자보다 원철수처럼 그냥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오히려 더 받아들이기 쉬웠다.한소은의 말을 듣고, 또 앞에 서있는 고지호 교수를 보고 모법은 홀연히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고개를 젖히고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마치 무거운 짐을 벗은 것처럼 온 사람이 홀가분해졌고, 얼굴의 웃음은 더욱 커졌다. 정말 괴이했다.“이렇게 될 줄이야.”고개를 저으며 모범은 천천히 머리를 숙이고 속삭였다.“어떻게 알아챈 거예요? 나 여기서 일하면서 교수님에게 할 만큼 하고, 한소은 선생님도…….”“너무 괴롭힌 거 아니죠?”“빈틈 없었어요.”한소은이 대답했다.“처음엔 정말 의심 한 번 안 했어요, 근데 맹호군 선생이 나타나면서 달라졌죠.”“맹호군 선생님이요?!”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모범은 의아했다.“그자와는 무슨 상관이 있죠?”‘맹호군과 가깝게 지내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관계가 차가운데 왜 그 사람 때문이지?’“겉으로 보기에 맹호군 선생님의 혐의가 가장 큽니다. 하지만 그 혐의가 너무 커서 오히려 의심을 살 수 있는 거예요.”일이 이때쯤 되면 못할 말도 없었다.“워낙 저에게 불만이 많은 분이라 소희에게 병을 악화시킬 수 있는 약도 몰래 넣었죠. 근데 이 모든 게 너무 겉으로 드러나 있어서 의심스러운 겁니다.”“여긴 능력자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고, 다른 조직에서 들여보낸 사람이라면 더욱 범상치
그러나…….모범의 입에서 검은 피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복잡하고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몸은 부드럽게 미끄러져 내려갔다. 김서진에게 팔짱이 끌리지 않았다면 아마도 온몸이 바닥에 주저앉았을 것이다.“모범 선생님!”한소은이 충격을 받았다. 모범이 자기 앞에서 자살할 줄 정말 상상도 못했다. 심지어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왜?!’“마지막 한 발짝만 남았는데!”모범은 손가락 하나를 내밀고, 고개를 들어 한소은을 바라보며 띄엄띄엄 말했다.“당신 목적은 모든 처방전을 없애고, 모든 사람의 희망과 믿음도 같이 없애 버릴 셈이죠, 해독제는 기대도 하지 말라 뭐 그런 뜻인가요?”그를 보며 한소은은 조용히 물었다. 모범이 이상한 눈빛으로 한소은을 쳐다보았다. 입술을 움직이며 무슨 말을 하려는 듯했지만 독이 너무 빨리 발작하여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몸을 힘껏 위로 꼿꼿이 세우더니 머리를 떨어뜨렸다.“숨이 끊어졌어요.”콧김을 떠보고 김서진이 고개를 들어 말했다.“…….”모범을 한 번 깊이 보고 나서야 한소은은 비로소 고지호 교수를 바라보았다.“모범 선생…….”“뒷일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일단 하나만 먼저 확인할게요!”고지호가 미간을 찌푸렸다.한소은은 그 뜻을 알아차리고 답했다.“걱정 마세요, 한약의 해독 처방은 이미 개발되고, 약효에도 문제가 없음을 입증했습니다! 그리고 복용의 편의를 위해 해독제를 알약으로 만들었습니다.”“아무 문제 없죠?”고지호 교수가 다시 한번 물었다.비록 약호도 이미 보았고, 처방은 한소은뿐만 아니라 기타 한의학 의사 선생님과도 여러 번 토론하고 실행성을 확인했지만 만에 하나를 위해 그래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했다.보통 일이 아니니 조그마한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됐다.“네, 제 목숨을 걸고 약속합니다!”한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지호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문간으로 가서 사람을 불러 모반의 시체를 처리하고 그제서야 몸을 돌려 한소은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요 며칠
“괜찮아요!”김서진이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의 부드러운 입술은 한소은의 목덜미에 가볍게 닿았다.한소은도 이제 긴장이 풀린 것 같았다. 며칠 동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서 사실 너무 피곤했다. 지금 긴장이 풀리자 온 몸이 느른해졌다. 자신을 향해 그녀의 몸을 돌리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의술이 뛰어난 당신이 있는데 몇 번은 더 감염…….”“그런 말 하지 마요!”김서진의 말을 끊고 한소은은 얼굴을 찡그렸다.“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요, 불길해요!”“그런 걸 믿어요?”김서진은 웃으며 한소은을 자기 옆에 앉히고 그녀의 허벅지를 가볍게 두드렸다. 자연스럽고 섬세한 움직임이다.두 손을 느슨하게 주먹을 쥐고는 그녀의 다리를 자기 다리에 위에 얹고 두드리거나 쥐어주며 부드럽게 그녀의 불편함을 풀어주었다.처음에 한소은은 다리를 내려놓으려고 발버둥 쳤지만 끝내 그의 의지를 꺾지 못하고 그냥 내버려 두었다.임신한 탓인지 아니면 요즘 너무 바빠서 그런지 두 다리가 시큰거리고 더부룩한데 이렇게 주무르니 정말 많이 편했다.“믿는 게 아니라 이번 바이러스 너무 까다로워서요.”한소은은 양손을 뒤로 젖히고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은 뒤죽박죽으로 뒤엉킨 많은 일들로 가득 차 있었다.“해독제는 이미 개발된 거 아닌가요?”김서진이 물었다.가장 큰 수혜자가 바로 김서진 본인이다. 몸의 불편함과 한때 위중한 상황, 그리고 점차 호전되고 회복되는 것, 심지어 나중에 반복되면서 지금 확실히 회복되었다!“하지만 그들이 또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어 낸다면요?”그를 보며 한소은은 되물었다.“대처할 방법이 있을 거예요.”김서진이 생각하고 말했다.그러나 한소은이 고개를 저었다.“바이러스 하나를 처리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지금 남아시아 경제 전체가 마비된 상황이예요, 우리 쪽은 조치가 빠르고 적절하여 큰 재앙을 일으키지 않았지만 만약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너무 끔찍해요!”걱정스러운 한소은의 모습을 지켜보던 김서진은 손놀림을 멈추고
“사실 쉬워요, 맹호군 선생님이 한 말 틀리지 않았어요, 내 실험실은 고지호 교수님과 모범 선생님만 들어올 수 있어요. 지난번 영상은 모범 선생님이 맹호군 선생님의 모습으로 일부러 변장한 거고요.”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실험실 CCTV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다. 작업의 정확도와 실험의 진행과 변화를 수시로 관찰하기 위해서 설치된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맹호군이 한 짓이라면, 이렇게 저급한 실수를 범할 리가 없었다. 이건 분명 누군가의 고의이고, 일부러 맹호군으로 가장하여 그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게 한 것이다.“정말 저급한 수단이네요.”김서진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이런 일에 익숙하지만 이런 방법은 너무 졸렬했다.“저급한 수단일수록 때로는 더 효과적일 수 있어요, 어쨌든 나랑 맹호군 선생님이 불쾌해진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거라 복수라고 하면 더 쉽게 믿어지겠죠, 더구나…….”한소은은 옆방을 쪽을 돌아보았다.“소희 일은 확실히 그가 저지른 거라 더 불리하고요.”“아이는 괜찮죠?”한소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지금 괜찮아요, 이제 곧 회복할 거고요, 소희가 나오면…….”“알아요!”그녀의 말을 끊고 김서진이 말했다.“전에 한 말 아직 유효해요!”찌푸렸던 미간이 풀리며 한소은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고 마음도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아, 그리고…….”김서진이 머뭇거렸다. 이런 경우가 거의 없어 한소은도 이상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예요?”“진정기가 사람을 시켜 진가연 씨를 데려간 것 같아요.”어차피 알게 될 일이라 김서진은 몇 초를 망설이다가 사실을 말했다.“네?!”한소은이 놀랐다.“내가 말했잖아요, 진정기 지금 이상하다고, 그러니까 당분간 가연이를 우리 쪽에 숨기라고, 왜…….”“알아요! 근데 부녀 사이를 어떻게 막아요! 아버지가 딸을 집에 데리고 간다는데 이건 제3자가 나설 자리는 아니죠!”“근데 가연이…….”한소은은 전에 진가연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울면서 떨고 있는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건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