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가연은 집에 귀한 손님이 온 줄 몰랐다.차가 집 앞까지 다 와서야 문 앞에 차가 한 대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한 사람이 차 옆에 비스듬히 기대고 있었다. 좋은 몸매에 편하게 기대고 있는 모습은 그녀가 갖고 싶지만 가지지 못한 그런 스타일이었다.그 사람은 차를 문 앞에 세워 진가연이 들어갈 길을 막고 있었다.이건 분명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뜻이다.진가연은 차 문을 내려 고개를 쏙 내밀고 그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주효영?”주효영은 진가연의 말을 듣자마자 허리를 곧게 폈다. 그러자 원래도 길어 보였던 다리가 더욱 길게 느껴졌다. 그녀는 두 손을 아무렇지 않게 주머니에 넣고 진가연을 향해 미소를 띠고 있었다.“이제 오는 거야?”“응. 나한테 볼일 있어?”진가연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사실 그녀가 왜 왔는지 알 거 같았지만, 그래도 물어보았다.“응.”주효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는 웃는 듯 마는듯한 표정으로 진가연을 위아래로 흘겨보았다.그런 시선에 진가연은 조금 불편함을 느꼈지만, 친척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몇 없는 사촌 언니이기도 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게다가 주효영은 자주 오지 않는 귀한 손님이다. 그래서 진가연은 예의 있게 주효영에게 말했다.“그럼……문 열라 할 테니 들어갈래?”“그래.”주효영이 바로 대답하며 차에 시동을 걸어 길을 비켜주었다.진정기와 진가연 모두 집에 없었기에 일하는 아주머니가 쉽게 대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주 부인처럼 자주 드나들고 진가연이 따로 막으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을 열어 주었어도, 주효영은 낯선 얼굴이어서 감히 문을 열어주지 못했다.그렇다고 해서 주효영이 진가연에게 따로 연락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대문 앞에 차를 세워두고 진가연을 기다리고 있었다.벌써 날이 조금 어두워졌다. 진가연의 집은 따뜻한 노란 빛의 불이 켜져 아늑해 보였다."조명 바꾸었어?"주효영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지난번에, 이곳에 왔을 때 흰색 톤의 차가운 빛이었던 거
‘아마도 외숙모가 물어보라 했겠지.’진가연은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시키는 대로 먹었다고 말했다.사실 그 약 처방대로 약을 먹지 않았다. 한소은이 그 약이 효과가 없다고 해서 그녀의 말을 듣고 먹지 않았지만 외숙모가 알게 해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또 잔소리를 할게 뻔하다.주효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진가연을 바라보며 생각했다.‘거짓말이구나!’만약 진가연이 그 처방대로 약을 먹었다면 기력이 이렇게까지 회복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살이 조금 빠졌을지는 몰라도 무기력하고 지친 모습일 것이다.‘가연이는 절대로 그 약을 먹지 않았어! 근데 내 앞에서 얼굴색 한번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다니!’"그나저나 오늘은 왜 한가해? 외숙모가 언니 많이 바쁘다고 했는데! 무슨 연구소에 있다고?"진가연은 물 두 컵을 들고 다가와 손을 뻗어 그녀에게 한 컵을 건넸다.주효영이 물잔을 받을 때 의도적인 것인지 의도하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진가연의 손목을 슬쩍 스쳐 지나가면서 물잔을 받아 들었다.그 바람에 진가연은 너무 놀라서 물잔을 놓쳐 떨어뜨릴 뻔했다."응,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실험하는 중이야."주효영은 물 한 모금을 마신 후 담담하게 말했다.그녀는 진가연이 물 반 컵을 다 마시는 것을 보며 궁금함에 물어보았다."넌 예전에 물 마시는 걸 가장 싫어했잖아. 물에 설탕을 넣는 것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습관이 바뀐 거야?""살 빼려면 이 정도 변화는 있어야지."진가연은 컵을 들고 감격에 겨워 말했다.예전부터 그녀는 모든 종류의 음료, 특히 설탕이 든 과일 주스, 탄산음료와 같은 것들을 좋아하고 물을 마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식단을 통제 한 후에는 감히 마시지 못했지만 계속 먹고 싶어 했다. 이제 한소은이 그녀에게 물을 마시는 걸 익숙해야 하고 도저히 마시지 못하겠다면 레몬 조각이라도 추가해 천천히 물을 마시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어떤 실험인데?"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던 진가연은 궁금한 듯 물었다."
"맞아! 다 정리하고 새로운 환경을 만드니 몸도 좀 더 편안해진 것 같아."진가연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 주변을 둘러보며 이어 말했다."전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정리하고 나니 시야가 훨씬 넓어지고 집이 밝아졌어, 언니도 느껴지지?"눈썹을 치켜든 주효영은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아, 깜빡했어, 언니가 워낙 우리 집에 자주 오시지 않아서 예전에는 어땠는지 잘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집이 이렇게 바뀐 게 꽤 마음에 들어.""아빠도 집이 넓어져서 훨씬 더 밝아졌다고 했어."진가연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자기의 아버지를 언급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자부심과 행복이 가득했다.그 미소는 너무나 밝고 찬란했지만, 주효영의 눈을 따갑게 했다.그녀에게는 자랑스럽게 언급하고 미소 지을 수 있는 좋은 아버지가 있었고, 진정기는 그녀와 함께할 시간이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필요한 모든 사랑과 애정을 쏟았다.어렸을 때 주효영의 부모님은 돈과 사업 때문에 자주 다투었고, 진가연이 집에 올 때마다 자기 부모님은 그녀를 공주처럼 대하고 종종 자신을 무시하고 좋은 것이 있을 때 모두 진가연에게 먼저 주었다.주효영이 친딸인데 진가연이 오기만 하면 항상 무시당하는 사람이 돼버렸다.하지만 진가연은 좋은 아버지가 있고 권력까지 높기 때문에 모두가 그녀의 아버지에게 허리를 굽혀야 했다.진가연을 너무 아끼다 못해 그녀의 아버지 앞에서 몇 마디를 말하기 위해서는 진가연에게 먼저 호의를 보여야만 하는 그런 아버지 말이다.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그녀는 모두의 초점이며 모든 사람의 손바닥에 있는 보물로 자랐다.주효영이 물컵을 쥔 손가락을 꽉 쥐고 무심하게 말했다."그래? 집에 녹색 식물이 많으면 몸에 좋다고 들었는데.""아마도."진가연은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다 그렇지는 않아.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잖아.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있고, 꽃 사이에서 자도 괜찮은 사람도 있잖아, 언니는 생물학을 공부했으니 이 부분에 대해 더 잘 알겠지?""들어
지금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뿜는 기운까지 달라졌다. 사람에게 주는 전체적인 느낌도 예전 같지 않았다.진가연이 뚱뚱해지기 시작하고부터 주효영의 집에 거의 가지 않았지만, 갈 때마다 눈꺼풀이 처지고 정신이 없었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날이 서 있었고 날카롭고 예민하고 열등감에 시달리면서도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다.하지만 이제는 눈에 행복이 서려 있었고 허리도 곧게 펴고 사람들의 눈을 더 이상 피하지 않았다,주효영의 어머니도 여러 번 언급했고, 연구실에서도 원철수가 여러 번 언급했기 때문에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어려웠다."아니, 그냥 가끔 저녁을 먹으러 소은언니 집에 방문하는 것뿐이야. 외숙모가 편견이 있는데 언니한테 무슨 말이라도 했어? 한소은은 좋은 사람이니까 나중에 소개해 줄게!”“둘 다 훌륭하니까 좋은 친구가 될 거야!"진가연은 외숙모의 말 때문에 주효영이 한소은에 대한 편견이 생겼다고 생각해 해명해 주었다."좋아!"주효영은 입꼬리를 올리며 희미하게 웃었다."그럼 난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편히 쉬어!""이렇게 늦었는데 집에 안 가?"주효영이 집에 안 간다는 말을 들은 진가연은 한마디 덧붙였다."언니가 자주 집에 안 들어가서 외숙모가 보고 싶어 해!"주효영은 발걸음을 살짝 멈추며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보고 싶어 한다고……"그 두 마디는 큰 의미가 있었지만, 주효영은 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대로 나갔다.진가연은 문 앞까지 따라가서 주효영이 차에 올라타서 멋지게 운전하는 모습을 보며 부럽지 않다고 말할 수 없었다.예전부터 운전을 배우고 싶었지만, 몸무게 때문에 운전석에 앉으면 갑갑하고, 운전을 할 수 있어도 외출을 좋아하지 않으니, 어디까지 운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포기했었다.이제 분위기가 점점 더 밝아지고 있으니 더 많이 나가서 걸어 다니고 싶었다. 한소은 집에 가는 것도 집의 기사가 운전해 주어야 갈 수 있었다. 만약 운전을 할 줄 안다면 분명 가고 싶을 때 언제든지 갈 수 있게 된다.진가연은 몇 년
"장유나 아줌마 많이 좋아해?"한소은이 부드럽게 아들에게 물으며 아이의 마음에 장유나가 얼마나 큰 자리를 차지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좋아!"아이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한소은은 이어서 물었다."그래서 …… 얼마나 좋은데?""음 ……"그는 아직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잠시 머뭇거렸다.그러자 한소은은 다른 방법으로 물었다."이렇게 하자, 장유나 아줌마가 더 좋아? 아니면 엄마 아빠가 더 좋아?""엄마, 아빠!"한소은이 이렇게 물으니, 김준은 단번에 대답할 수 있었다.아들의 말에 한소은은 마음이 약간 안도했다.“다행이야.’만약 그녀와 김서진보다 장유나를 더 좋아한다면 한소은은 정말로 자신을 반성해야 했다."그럼 장유나 아줌마가 언젠가는 우리 집을 떠날 거라고 말하면 넌 어떨 거 같아?"그러자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왜요?""장유나 아줌마는 널 전적으로 돌보기 위해 고용한 베이비 시터이기 때문에 네 조금 더 커서 더 이상 그녀의 보살핌이 필요하지 않거나 아줌마네 집에 일이 생긴다면 떠는 거지. 우리 가족의 다른 가정부 아줌마, 아저씨와 마찬가지로 엄마 아빠가 고용한 사람이야. 다만……. 그 사람들은 우리 집에서 일하는 거라서 일이 끝나거나 하기 싫으면 가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그녀는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더 간단하게 설명하려고 했지만, 아이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아이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열심히 어머니의 말을 소화하려고 애썼다.한소은이 어떻게 다시 설명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김준이 다시 물었다."그러면 영원히 나를 돌봐주면 안 돼요?"일관된 문장으로 몇 단어 이상을 말하는 것이 꽤 어려웠던 아이에게 이 대답은 한소은을 놀라게 했다."엄마 아빠를 포함해 그 누구도 너를 영원히 돌봐줄 수는 없어. 넌 아직 어린애이지만 커서 큰 어른이 되면 스스로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워야 해. 물론 네가 다 자라지 않았을 때 엄마 아빠가 돌봐줄 거야!"한소은은
장유나가 쪼그리고 앉아 부드러운 수건으로 김준의 작은 얼굴을 닦아 주었다.김준은 두 눈을 깜박거리며 장유나를 보고 있었다.그런 김준의 모습에 장유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왜, 하룻밤 안 봤다고 날 잊어버린 거야?""장유나 아줌마.""응."“아줌마, 갈 거야?”아이의 말에 장유나는 멈칫했다.그녀는 몇 초 동안 침묵하다가 다시 아이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눈을 하고 말했다."네 엄마가 그렇게 말했어?""응."김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갈 거야?""아마도!"장유나가 잠시 생각하더니 느릿느릿하게 대답했다."그럼 나를 그리워할 거야?""응!"김준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으로 말했다."그럼 내가 정말 가야 한다면 울지 마!"장유나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김준의 코를 톡 치고는 환하게 웃었다."안 울어!"김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한소은이 했던 말을 대충 기억하고 있었다."엄마가 그랬어. 나는 용감한……아이야!"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정확하게 한소은이 했던 말을 반복했다.그러자 장유나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그래, 너는 용감한 아이야. 넌 정말 대단해! 그럼 용감한 우리 준이, 혼자서 바지 입을 수 있는 거지?""응!"말을 마친 김준은 침실로 몸을 돌려 침대에 놓아둔 옷을 들고 홀로 입으려 노력했다.어린 녀석이 열심히 옷을 입으려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장유나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어려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다.——레포츠룩으로 갈아입은 김준은 멋있었다. 다만 작은 발은 아직 계단을 홀로 걸어서 내려오기에는 어려웠다.몇 걸음 걷다가 장유나에게 안겨 1층까지 내려와 다시 내려주었다."아침 먼저 먹고 엄마랑 갈 데가 있어."한소은이 그를 보며 말했다.김준은 호기심에 한소은에게 물었다."오늘 어디 가요?""놀러 가자."한소은이 가볍게 말하고는 장유나를 한 번 보았다."준이가 오늘 하루 종일 집에 없으니 하루 휴가를 줄게. 하고 싶은 일 해도 되고, 차가 필요하면 기사에게 말해서
그러는 동시에 아이의 말은 한소은을 일깨워 주었다.아이조차도 눈치를 챈 부분에 대해, 다른 사람도 눈치를 챘을 것이다.한소은은 잠시 고민하다 몸을 돌려 그를 보았다."그럼 우리 먼저 할아버지 댁에 가지 않고 엄마랑 다른 곳에 가서 놀다가 오후에 할아버지 댁에 가는 거 어때?""좋아요!"어차피 밖에 나가 놀 수만 있다면 아이는 어디를 가든지 상관없다.한소은은 빙그레 웃으며 아이에게 말했다."우리 준이 정말 착하구나!"시동을 걸고 좌석을 조정한 후 백미러 방향을 보니 마침 집 앞이 보였다.그곳은 텅 비었고 문도 닫혀 썰렁해 보였다.시선을 거두고 한소은은 아들에게 장난치듯 말했다."잘 앉아 있어!"이어서 엑셀을 밟아 빠르게 집 정원을 빠져나갔다.——한소은은 오전 내내 김준을 데리고 한가로이 돌아다녔다.먼저 백화점에 가서 아이에게 여러 벌의 옷을 사주었고 또 한 무더기의 장난감도 샀으며 일부 예술품의 물건도 샀다.마지막에는 차의 트렁크를 가득 채울 정도로 쇼핑했다.가득 찬 트렁크를 보며 김준은 입을 크게 벌렸다."와-"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감탄외에 아직 어린 그는 다른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기분 좋아?"한소은은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며 웃었다.“네!"김준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장난감들을 가리키며 한소은에게 물었다."엄마, 어디 먼 길 떠나세요?""어떻게 알았어?"김준의 말에 한소은은 화들짝 놀랐다.‘우리 준이가 천재인건가? 어떻게 매번 다 알아차리지?’"이렇게 많잖아요!"나이가 어린 김준은 아직 표현을 잘하지 못했다.그러나 한소은은 그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자기에게 이렇게 많은 장난감과 먹을 것을 사주는 게 분명히 먼 길을 떠나기 전의 준비라고 말하고 싶었다.아이는 정말 총명하지만, 너무 어려서 아직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없다.김서진 쪽의 상황이 수상쩍고 예사롭지 않다. 한소은은 꼭 가서 그를 찾고 그가 안전한지 확인해야만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그곳이 그렇게 위험하지 않는다면 그녀
"어 어어, 그래 할아버지 탓이야, 할아버지 탓이야!"원 어르신은 자신의 입을 가볍게 때리며 사람을 시켜 아이를 방 안의 침대 위에 눕히게 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작은 이불을 덮어 주었다. 아이가 몸을 뒤척이며 편안한 자세로 다시 단잠에 빠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손을 흔들어 모두 나가게 한 후 자기도 조심조심 방안을 빠져나왔다.조심스럽게 까치발까지 하며 걸어 나왔지만 그가 신은 슬리퍼가 불편하여 아예 발로 차버리고 맨발로 걸어 나와 거실에 이르러서야 한숨을 돌렸다.거실에 나와 유유자적하게 앉아 차를 마시는 한소은을 보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말해 봐, 너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스승님께 부탁을 좀 하려고요!"한소은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정중하게 말했다."내게 부탁을……"한소은이 정중한 모습을 보이자 원 어르신은 방금까지 치밀었던 화가 사르르 녹았다.그녀가 이렇게 정중하게 스승님이라 부르는 게 오랜만이라 왠지 모르게 어색했다."헤헤, 헤헤헤……"한소은은 어이가 없어서 원 어르신을 한번 쓱 보았다. 평소에 그를 웃어른으로 존경하고 모시고 싶지 않은 건 아니지만, 원 어르신이 기어코 친구처럼 지내자 하여 다른 사람이 보기엔 버릇없이 대한 것이었다.원 어르신도 한소은이 스스럼없이 자기를 대하는 게 마음에 들어 했다.지금 한소은이 정중하게 말하니, 그는 도리어 온몸이 불편해졌다."내가 뭘 도우면 되는 거야?"원 어르신도 정중하게 물었다.이 표정을 원철수가 보게 된다면 가슴이 아플 것이다.원철수가 도움을 요청할 때는 무슨 방법을 다 동원해도 냉대를 받았었다. 원 어르신이 이렇게…… 당장이라도 도와주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는 표정을 절대로 본 적 없을 것이다.한소은은 찻잔을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말했다."당분간 준이를 돌봐주세요.""돌봐달라니……"원래 활짝 웃는 얼굴이었던 원 어르신의 얼굴이 순식간에 검게 변하며 굳었다.앞으로 살짝 기울였던 몸도 멈칫하다 뒤로 제치며 소파에 몸을 묻고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뭘 돌봐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