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성격을 잘 아는 주효영이 다시 한번 강조하며 말했다.“정말 필요 없어서 그래. 또 마음대로 가서 가져오지 말고. 만약 가져오면 내가 다 버릴 거야. 알겠어?”“알았어, 알았어!”주 부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저기의 딸이 한다면 하는 성격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참 나, 필요 없다면 좋게 좋게 말할 것이지 화를 내긴!’주효영은 핸드크림을 꺼내 느릿느릿하게 손에 바르며 물었다.“그러니까 한소은이라는 그 여자가 모든 약초를 가져갔다고?”“아마도? 아무튼 지금 네 고모부 집에는 풀 한 포기도 보기 힘들 정도야.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가져갔더라고. 집이 썰렁할 정도라니까!”주 부인은 두 팔을 잡으며 오들오들 떠는 듯한 시늉을 했다.“그 한소은이라는 여자, 의학을 배운 적 있어?”주효영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다시 물었다. 주 부인의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고 한마디 덧붙였다.“전에 한소은이 진가연에게 무슨 식이요법으로 몸조리해 준다고 하지 않았어?”“에이~”주 부인은 무슨 말을 하냐며 손을 저었다.“그 여자는 의학을 배운 적도 없으면서 막 하는 거야. 그 여자가 뭘 안다고! 이런저런 얘기 둘러대면서 네 동생에게 거짓말을 했겠지! 그런 말은 가연이 그 바보만 믿지 누가 믿어?”“그게 정말이야?”주효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주 부인의 말을 믿지 않는 듯한 눈치였다.주 효영은 자기의 어머니를 너무도 잘 알았다. 그녀는 항상 저기의 주관대로만 한 사람을 판단하곤 했다.신의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원철수와 한소은도 이러했다.전에도 진가연에게 수도 없이 많은 의사를 찾아준 적이 있다. 심지어 의사가 아닌 사람도 찾았었다. 주 부인은 그 사람들에게도 신의라 불렀다.하지만 주 부인은 자기의 딸 주효영이 진짜 신의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렇기 때문에 주효영은 항상 주 부인이 한 말 중에서 쓸모 있는 말만 구분해서 듣는다.“그렇다니까!”이렇게 말하고 주 부인은 무슨 말을 더 하고 싶었지만, 주효영이 차가운 얼굴을 하고
진가연이 약을 꿀꺽꿀꺽 마시는 모습을 보고 한소은이 그녀에게 휴지를 건넸다.“마실만 해?”진가연은 입가의 약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맛 괜찮은데?”“맛이 괜찮다고?”한소은은 미간을 찌푸렸다. 옆에서 냄새만 맡아도 코를 찌르는데 진가연은 맛이 괜찮다고 하니 한소은은 어리둥절했다.한소은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자 진가연이 미소를 지으며 옆에 있던 물잔을 들어 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전에 이상한 약을 하도 먹어서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이전에 마셨던 약은 쓴 것도 모자라서 맛이 구역질 날 정도였거든. 그때는 정말……”진가연은 손을 저으며 더 말하지 않으려 했다. 한마디라도 더 하면 금방이라도 토할 거 같았다.“살 때문에?”한소은은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과연, 진가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거 말고는 없잖아. 아무튼 예전에 정말 고생 많이 했어.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그 많은 약을 먹고 의사에게 진료받았어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는데.”“차라리 마음껏 먹기라도 했으면 즐겁게 지냈을 텐데 말이지. 정말 그랬다면 지금쯤 600군이 나가는 뚱보가 되지 않았을까? 어쩌면 지금 몸무게를 유지 했을지도 모르지. 적어도 이렇게 많은 고생을 하지는 않았을 거야.”그동안 고생했던 것들, 몸이 겪은 고통과 다른 사람의 이상한 눈빛…… 모두 다 참아 냈지만, 받았던 상처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한소은은 그런 그녀가 마음이 아팠다.“이제 다 괜찮아 질 거야. 다 괜찮아 질 거야.”“응! 나도 그럴 거라 믿어!”진가연은 한소은과 알고 지낸 후부터 모든 걸 다 내려놓은 듯이 해탈해졌다.몸이 점점 더 편해지는 건 물론이고 마음도 예전처럼 답답하지 않았다. 진가연은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마치 자기가 아닌 것처럼, 아니, 새로운 자기가 된 것 같았다.“참, 소은 언니. 방금 내가 마신 거 뭐야?”진가연은 방금 자기가 무엇을 마셨는지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마셨다.그러자 한소은이 웃으며 대답
“아줌마가 안 된대……”김준은 되돌아서서 작은 손으로 위층을 가리켰다.“엄마와 누나가 할 얘기가 있다고 했어.”나이가 아직 어린 김준은 간단한 말만 할 줄 알았다. 말이 아직 문장을 우리지 못했다.그녀는 아이가 언어 표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해 한동안 걱정했었다. 나중에 문의하고 조사해 본 결과 김준이 다른 또래 아이들보다 언어 표현 능력이 더 뛰어나가는 걸 발견해 한시름 놓았다.이 나이의 아이들은 완벽한 문구를 말해내는 것이 아직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정확한 표현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일이다.김준의 말을 듣고 한소은과 진가연은 거의 동시에 위로 올려다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은 곧바로 위층 계단 쪽에 있던 장유나에게로 쏠렸다.장유나는 두 사람의 시선을 확인하고는 게면 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도련님께서 방해할까 봐 내려가지 못하게 했어요. 방금 갈아입을 옷 가지러 간 사이에 이렇게 도망 나왔네요.”“알았어. 준이는 내가 잠시 돌보고 있을 테니 넌 가서 일해.”한소은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러자 장유나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진가연은 김준을 품에 안고 걸어와 소파에 앉았다.“소은 언니, 베이비 시터가 생각보다 젊은데?”“아마 이제 서른 조금 넘었을 거야. 젊긴 하지.”한소은이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보기엔 서른 살도 안 된 거 ? 이제 스무 살 남짓한 거 같아. 생긴 것도 예쁘장하던데. 이런 보모를 집에 두는 게 걱정되지 않아? 만일이라도……”진가연은 더 말하는 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뒷말을 흐렸다.“왜, 혹시라도 서진 씨가 베이비 시터와 바람피울까 봐? ”한소은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그녀가 이렇게 바로 말하니 진가연은 조금 게면적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아니, 아니! 그런 게 아니야. 이 여자가 아무리 예뻐도 소은 언니보다는 안 이뻐! 언니는 일도 잘하고 그렇게 대단한데 내가 남자라도 언니를 좋아할 거야!”“나도 엄마가 좋아!”옆에 있던 김준도 배시시
진가연은 저녁이 다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한소은은 그녀가 약을 마신 후의 반응을 관찰하기 위해 일부러 늦게 집에 가게 했다.오후 내내 총 5번 화장실에 갔고 복통이 세지는 않았지만 배가 계속 꾸르륵거리고 방귀가 많이 나와 진가연은 부끄러워했다. 몇 번이고 당장 집에 가고 싶었지만, 한소은에게 제지당했다.한소은은 이것이 약의 효과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며 당황할 필요가 없다고 알려주었다. 다음번의 약 성분을 조정하기 전에 이번의 약이 문제가 없는지 직접 관찰해야 한다고 말해서야 진가연이 고분고분 그녀의 말을 들었다.전에 진가연은 원철수가 처방한 약을 써보는 건 어떨지 물어보았지만, 한소은은 두 처방이 서로 충돌할 수 있으니 정말 써보고 싶다면 자기가 처방한 약을 먹어본 후 원철수가 처방한 약을 먹어도 늦지 않는다며 허락하지 않았다.이제 진가연은 한소은을 100% 신뢰하게 되었고,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포기했다.마지막으로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진가연은 몸에 힘이 별로 없고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갔다 나온 것처럼 땀에 흠뻑 젖어 있는 것 같았다. 이런 날씨에는 이렇게 많은 땀의 힐링을 리가 없었다. 진가연은 자기가 너무 피곤해서 이런다고 생각했다."이러다…… 탈수증상이 오는 건 아니지?"진가연은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배를 만졌다.전에도 이런저런 다이어트약을 먹었을 때 설사를 한 적이 있었다. 결국 탈수증까지 와서 병원에 실려 가 식염수를 맞고 의사에게 호되게 혼난 적이 있다.이번에도 같은 경험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아니, 넌 체질이 약하고 가래가 많아서 이건 정상적인 반응이야. 배에 통증이 많이 느껴져?" 한소은이 진지하게 물었다.잠시 배의 통증을 느껴보고 진가연이 고개를 저었다. 배에서 계속 꼬르륵하는 소리를 제외하면 정말 저번에 배탈이 났을 때와 달랐다."그러면 괜찮아, 돌아가서 물을 더 마시고 좀 쉬어. 하지만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더 이상 마시지 마. 부종이 생길 수 있으니까. 내일도 와. 이 처방을5일 동안 먹으면 큰
전에는 몰랐지만, 그녀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나서 아들과 같이 자게 하는 것이 매우 불안했다."장유나."현관에 서 있던 한소은은 두 팔로 가슴을 감싸 안으며 장유나에게 물었다."우리 집에 온 지 얼마나 됐지?""거의…… 4개월 돼가요."장유나는 곰곰이 생각한 후 대답했다."이렇게 오랫동안 일했는데 아직 휴가도 못 가고 가족도 못 봤지? 보고 싶지 않아?" 한소은은 자연스럽게 수다를 떠는 것 같이 물었다."저는 가족이 많지 않아요, 사모님 기억 안 나요? 제 가족은 이제 저밖에 없어요."장유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녀의 얼굴은 평온했고, 슬픔이나 기쁨도 없었다. 이 일을 언급한 것에 별다른 감정이 없는 것 같았다.그렇다. 처음 장유나를 고용할 때 한소은이 확인한 바로는 양가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형제자매는 없었다. 결혼은 했지만 남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자녀가 한 명 있는데 그 아이마저도 일찍이 세상을 떠났다.장유나를 고용할 때 한소은은 이 여자가 정말 불쌍해 보였다. 게다가 육아 경험이 많고 아이를 꽤 많이 돌본 적 없었고 골드 등급을 받았기 때문에 맘 편히 그녀를 고용했다.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여자가 결코 단순한 사람이 아니었다."아, 맞다, 미안해!"한소은은 손가락으로 이마를 살며시 누르며 이제야 기억이 난 듯 다시 물었다.“그럼, 친구는? 내가 며칠 휴가를 줄 테니 이틀 정도 쉬는 게 어때?"장유나는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태도는 여전히 평온했다."사모님, 저를 해고하려는 건가요?""해고?"한소은은 깜짝 놀라며 손을 흔들었다."아니, 그런 뜻이 아니야! 그동안 김준을 돌보느라 너무 고생했으니 푹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야."그녀는 장유나에 대해 불안했지만 당분간 그녀를 해고 할 생각은 없었다. 목적을 알 수 없고 거의 4 개월 동안 자신의 집에 머물렀으며 집안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런 사람, 그녀를 해고하면 오히려 위험한 요소가 될 것이다. 대신 그녀가 진정
"상관없어, 네가 자던 침대는 내가 충분히 잘수 있어. 그리고 가끔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아."한소은이 말을 마친 후, 장유나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한마디 덧붙였다."앞으로 게스트 룸에서 자. 밤에는 내가 준이와 자면 되니까! 서진 씨가 돌아오면 그때 다시 얘기해."그리고는 얘기할 필요가 없다는 듯 김준의 방으로 들어갔다.이미 이렇게 된 장유나도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어 한동안 조용히 현관에 서 있다가 말했다."그럼…… 사모님, 잘 주무세요!""응."고개를 끄덕이며 한소은은 방문을 닫았다.--주효영은 집에서 하루 종일 잠을 자고 오후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잠에서 깼다.일어나 씻고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주 부인은 위층으로 올라가서 주효영에게 저녁을 먹으러 내려오라고 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 자게 할 것인지 고민하던 중, 주효영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는 즉시 기뻐하며 말했다."효영아, 일어났네! 아! 잘됐어, 와서 밥 먹어!""응."주효영이 식탁에 앉자 일하는 아주머니가 재빨리 그릇과 젓가락을 가져왔다.주현철이 그녀를 흘끗 쳐다보더니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넌 왜 아무 말도 안 하니?"무슨 말을 하라는 거예요?" 주효영이 접시를 닦으며 무심하게 말했다."누구한테 말하긴, 이 집에 네 엄마와 나 말고 또 누가 있어!"주현철은 화가 많이 났는지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그는 자기의 딸이 공부를 잘하고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을 대하는 데에서는 점점 더 무례하게 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자기의 부모에게도 차갑게 대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나쁘지 않은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이래서는 좋은 남편감을 찾기가 힘들 것이다."저들도 있잖아요!"주효영은 손가락으로 일하고 있는 아주머니들을 가리켰다.아주머니들은 깜짝 놀라 순간 하던 일들을 멈추었다."너 일부러 나한테 대드는 거지?"주현철은 그릇을 내려놓으며 화를 내며 말했다."아버지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거야?"주효영도 그릇을 내려놓고 조
"이 애가 말하는 꼴을 봐, 당신은 화 안 낼 자신 있어?"주현철은 주효영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인 출입구를 가리키며 화가 나서 피를 토할뻔했다.그는 말 잘 듣고 애교도 많았던 딸이 왜 갑자기 이렇게 변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효영이도 참……."주 부인은 말을 얼버무렸다. 사실 그녀도 주효영이 한 말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현철 앞에서는 감히 말할 수 없었다.주 부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아직 어리고 많은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잖아요. 그냥 내버려 둬요.""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 난 ……."무겁게 자리에 앉은 주현철은 말없이 숨만 헐떡였다.주 부인은 다른 곳으로 말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평소에 당신도 이러지 않았는데 오늘은 왜 그렇게 화를 내세요? 요즘 좋지 않았나요? 좋은 일도 많이 생겼는데 왜 아이에게 화를 내요?""좋긴 뭐가!"주현철은 아내를 꾸짖으며 물을 마시려고 탁자 위에 놓인 잔을 집어 들었지만, 잔은 비어 있었다.주 부인은 이 한마디로 그가 밖에서 나쁜 일을 당한 게 틀림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고는 눈치 있게 물 한 잔을 따라주며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요?"주현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침울한 표정으로 컵에 담긴 물을 한 모금에 마셨다.그런 표정은 주 부인의 마음도 가라앉게 했다.그녀는 잠시 생각했다.“그 프로젝트에 관한 일인가요?”최근 주현철이 하루 종일 바쁜 것은 그 프로젝트 입찰에 관한 일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다며 곧 모든 것이 자기 손에 들어온다고 말했었다.심지어는 이제 누워서 돈이 굴러들어 오길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하던 사람이 갑자기 기분이 안 좋게 된 건 분명 그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주 부인의 그 말이 정말 정곡을 찌른 말이었다.주현철이 와인 잔을 기울이자, 주 부인은 서둘러 그에게 와인을 따라주었다. 주현철은 와인은 원샷하고 이를 악물려 말했다."진정기가 만나주지도 않아!”"안 만나 준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죠?"주
"여자?!"주 부인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무슨 여자요?"‘진정기…… 새로운 여자를 찾는 거야?’"아니, 당신 매형은 당신 누나를 많이 사랑해서 평생 다른 여자는 찾지 않겠다고 맹세하지 않았나요? 이제 겨우 몇 년이 지났다고 벌써 다른 여자를 찾는 건가요?"주현철은 짜증이 났다."나도 몰라, 그냥 동료일 수도 있고 뭔가를 부탁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 내 두 눈으로 직접 본 게 아니라고!"주현철이 직접 두 눈으로 본 게 아니었기에 더욱 당황했다. 그는 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 짐작하기조차 어려웠다.전화해도 받지 않고 카톡도 읽지 않는다. 심지어는 만나주지도 않았다. 이것은 불길한 징조였다.‘하지만 그날 분명 얘기가 다 끝났는데, 어디가 잘못된 게 분명해!’아무리 생각해도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몰랐던 주현철은 다시 한번 진정기를 찾아갔지만, 여전히 문전박대를 당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딸도 자기에게 그렇게 차갑게 구니 쌓아두었던 화가 모두 딸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아무도 만나주지 않는 것이 나쁜 일만은 아니에요."주 부인은 곰곰이 생각한 후 남편을 위로했다."그게 무슨 말이야?"짜증이 가득 섞인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던 주현철은 아내의 말이 터무니 없다고 생각했다.이번에도 입찰을 따내지 못하면 큰 프로젝트 투자를 유치할 수 없을 것이다.주현철이 투자자들을 모을 때 이 프로젝트의 전망이 얼마나 좋은지, 얼마만큼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있는 사실 없는 사실 다 꺼냈었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기꺼이 그와 손을 잡고 이 프로젝트에 투자를 해주겠다고 한 것이다. 만약 프로젝트를 성사하지 못한다면 회사의 자금이 끊어지고 은행의 빚을 갚을 수 없어 하룻밤 사이에 빈털터리가 될 게 뻔하다.주현철은 감히 생각할 수도 없었고, 그런 결과를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당신……."주현철 옆의 의자에 천천히 앉은 주 부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진정기는 당신만 만나주지 않는 건가요? 아니면 다른 사람도 만나주지 않는 건가요?”"당신도 매형의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