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뜰에는 새가 지저귀고 꽃이 향기롭고 햇빛이 맑고 아름다웠다.노인은 등나무 의자에 누워 유유히 흔들거리고 있었다. 손에는 작고 귀여운 자사 주전자를 들고, 때때로 주전자 입구에 입을 갖다대고 한 모금 오므리면서 차를 마셨다.그는 순백의 셔츠를 입고 짚 슬리퍼를 신었지만 한쪽 발만 멀쩡하게 신었고, 다른 한쪽 발은 두 발가락에 걸고 있었는데, 다리를 꼬고 흔들거려 언제든지 떨어질 것 같았다.도무지 평범해 보이지 않는 이 노인이 바로 많은 사람이 한번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원 어르신이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겠는가.그는 실눈을 뜨고 즐기는 듯했는데 수시로 눈을 뜨고 오른쪽을 힐끔거렸다.무심한 듯하면서도 조마조마한 모습이다.그의 오른쪽에는 넓은 약초지가 있는데 그 속에는 모두 그가 아끼는 것들이었다. 평소에 그 자신과 원예사 외 누구도 발을 들여놓지 못한다.그리고 그 순간, 면 셔츠와 긴 바지를 입은 여자가 그 속을 누비고 있었다.그녀는 안에 있는 진기한 풀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눈썹을 찌푸리고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 허리를 약간 구부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세히 살펴 보고 있었다.목표를 찾았는지 푸른 잎이 돋아나고 노란색 작은 꽃술이 있는 식물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손가락이 닿기도 전에 노인의 놀란 소리가 들려왔다.“아이고 내 보배단지!”벌떡 일어난 그는 슬리퍼가 한 짝 벗겨진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절뚝거리며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건드리지 마! 건드리지 마!”이 소리를 듣고 한소은은 동작을 멈추고 얼굴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건드리면 안 돼요?”“손대면 안 돼! 절대 안 돼!”두 손을 연신 흔들며 가슴 아픈 표정을 지었다.느릿느릿 손을 거둔 한소은도 정말 건드릴 생각은 없다. 노인은 달려와 숨을 헐떡이며 그녀의 앞에 선 채 머리를 내밀고 조심스럽게 그 약초를 살폈다. 손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다시 한소은의 손가락이 깨끗한 것을 보고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사부님, 나이에 비해 장사시네요!”한소은
“넌 알면서도 만지려는 거야, 너...”눈을 끔벅이던 어르신은 굳은 표정을 지었다.“너 일부러 그런 거지!”“사부님, 제가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에요. 저는 이 뇌공등도 예외가 있어 그렇게 강한 독성이 없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예요. 재배 중 개량되었지 누가 알아요?”그녀 한 손으로 뺨을 받치고 고개를 돌린 채 시선은 그 초목을 넘어 곧장 그 옅은 노란색의 작은 꽃술을 바라보았다.약초는 보기에는 매우 평범해서 다른 식물과 다를 것이 없다. 심지어 연한 녹색 싹은 찻잎과 약간 비슷하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명성이 자자한 ‘뇌공등’ 이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겠는가.뇌공등이라고 하면, 잘 모르는 사람이 있겠지만 사실 이는 매우 유명한 풀인 단장초과에 속한다!신화와 전설에 의하면, 그 당시 신농이 백초를 맛보았고, 마지막에 이 뇌공등을 맛보았는데 구할 방도가 없어 생명을 날려 보냈다고 한다.전설은 비록 전설이지만 뇌공등은 확실히 맹독이 있다. 만약 그의 새싹이나 잎, 줄기를 잘못 먹으면 메스꺼움과 구토, 설사를 하게 되며 심혈관과 신경계 등에 직접적인 손상을 초래하게 된다.약초 중의 맹독의 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육성 개량?”어르신은 이 표현이 매우 신선하다고 생각했다.“해봤어?”“아니요.”고개를 저으며 그녀는 여전히 이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하지만 나는 이런 가능성이 있는지 알고 싶어요.”“이론적으로, 인정의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어. 결국 세상사에 절대적인 것은 없지만, 내가 이 일에 종사한 다년간의 경험과 경력에 비추어 보면, 불가능해!”어르신은 그럴듯하게 수염을 비틀려 했다. 하지만 지난번 한소은이 김준을 데리고 왔을 때, 김준이 그의 수염을 잔뜩 뽑는 바람에 아예 전부 깎았다는 걸 깜박했다.지금 턱은 이미 반들반들하지만, 여전히 수염을 꼬는 습관을 고칠 수 없다.“그렇구나, 연구소가 이미 독성을 해소하는 뇌공등을 배양한 줄 알았네.”그는 고개를 숙이고 한 손으로 자갈을 만지작거리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뭐라고?
“이럴 수가! 그 사람들, 대체 뭘 하려는 거지?!”노인은 매우 놀랐고 또 화가 나기도 했다.이 나이 먹고 또 그렇게 많은 일들을 겪었으니 웬만한 일에 놀라지 않을 만도 했다. 하지만 연구의 진짜 목적을 추측하니 한편으로는 매우 놀라면서 화가 났다.“저도 그들이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인류를 위한 것이라거나 한의약을 더욱 발전시키려는 목적은 아니에요!”한소은은 말하면서 찻잔의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향긋한 차향은 금세 입안에 퍼졌다.노인은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찻잎들은 모두 값이 싸지 않은 좋은 차들이다. 약초든 찻잎이든 모두 대자연이 준 선물이다. 선조들은 지혜로웠다. 오래전부터 각종 약초를 분별하여 사람을 살리고 병을 치료하는 데에 사영했다.하지만, 이것으로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사람을 해칠 수도 있다.약과 독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이 두 가지는 항상 서로를 의지하고 조화를 이루어 간다.어떤 약초는 잘 사용하면 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살릴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독이 된다.한소은은 이것을 잘 알기에 약초를 사용함에 있어서 신중하고 또 신중했다. 다만, 연구소의 사람들은 그리 좋은 마음을 가지고 그 연구를 하는 게 아니다.때론, 독보다 더 독한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네가 잘못 생각한 게 아닐까?”노인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듯 했다. 그는 손가락을 서로 비비며 멈칫하다 한소은에게 물었다.하지만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노인은 자기의 생각을 부정했다.“아니지, 오랜 시간 내 밑에서 배우던 너인데 이런 문제에서 잘못 생각했을 리가 없구나. 그렇다는 건, 그 사람들이 확실히 문제가 있다는 건데…….”“그들이 이 연구를 왜 하는지는 모르는 거야?”노인은 몸을 한소은 쪽으로 살짝 기울며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중요한 것은 애당초 노인이 한소은을 이 연구에 끌어들인 것이다.연구소의 그 노땅들이
“네, 안 그래도 손 떼기로 했어요. 서진 씨 쪽에서도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했고요. 다만, 이 연구가 오랫동안 진행된 만큼 그 사람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 같아요. 내가 손을 떼면 아마 다른 사람을 찾아 날 대신하겠죠.”한소은은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다.“다른 사람을 찾건 말건 그건 그 사람들 일이야. 너와 상관이 없으면 다른 건 신경 쓰이지 않아!”노인은 손을 저으며 대답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사람으로서 많은 일들에 대해 그렇게 꼬치꼬치 따지지 않게 되었다.아무리 의술이 뛰어나도 세상 사람 모두를 살릴 수는 없으니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다른 건 신경 쓰지 않겠다고 노인은 항상 생각했다.말을 마치고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가 심혈을 들여 가꾼 약 밭으로 향했다.“이 세상에는 의술을 배우는 사람이 있고 독술을 배우는 사람이 있단다. 사람의 마음은 천백 가지여서 쉽게 알아차릴 수 없지. 이 약초보다 훨씬 복잡하게 사람 마음이야!”한소은 몸을 움직여 노인의 흔들의자에 가서 누웠다.‘역시 눕는 건 언제나 편한 자세야!’그녀는 의자를 가볍게 흔들며 느릿느릿하게 노인에게 말했다.“그러게요! 사람의 마음은 천백 가지예요. 누구는 알려지기 싫어서 이런 외진 곳에 살면서 잘 나가려 하지 않는데 누구는 떠벌리다 못해 사부님의 이름으로 여기저기서 사기를 치고 있어요.”그녀의 말을 들은 노인은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한소은을 바라보았다.“누가 그런단 말이야?”“모르셨어요?”그녀의 스승님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건 아니다. 바깥의 일은 항상 그가 심어둔 눈과 귀가 전해준다.“스승님 본가의 어떤 젊은 사람이 스승님의 마지막 제자라 자칭하면서 여기저기 사기를 치고 있던데…….”“내 본가의…… 젊은 사람?”노인은 잠시 생각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설마 철수 그놈 말하는 거야?”그의 말에 한소은은 눈을 살짝 뜨면서 노인을 바라보았다.‘역시 알고 계셨어!’“에잇!”한소은의 반응을 보고 알아차린 노인은 무릎을
“허허…….”노인은 헛웃음을 두 번 삼켰다.그는 자기의 이 제자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넌 이런 헛된 명성에 관심 없었잖아? 그런데 오늘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낸 이유가 뭐야? 철수 그 자식이 네 성질을 긁은 거야?”한소은에게 묻던 노인의 얼굴에는 흥미가 가득했다. 마치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지 빨리 말하라고 재촉하는 거 같았다.“그 정도는 아니에요.”흥미 가득한 노인에게 찬물을 끼얹듯이 한소은은 극히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사람, 연구소에 들어갔어요.”“뭐?”노인은 한소은의 말에 바로 반응하지 못하고 입을 떡 벌렸다.“그놈이 거길 왜 갔대? 그 어중이떠중이 실력으로 연구하겠다고? 내가 다 창피스러워서 못 봐주겠네.”매정한 스승님의 말에 한소은은 침묵했다.“그럼, 너희 둘 만난 거야? 네가 내 제자라는 사실은…….”“아직 몰라요.”한소은이 빠르게 대답했다. 그러고는 몸을 반쯤 일으키며 경고하듯 한마디 덧붙였다.“알릴 생각하지도 마요!”“알았어, 알았어!”노인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의 제자가 누구인지 해명하는 일에 대해 노인은 항상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노인이 제자를 받을 때는 항상 제자가 마음에 들고 자기의 기분이 좋을 때 제자를 받는다. 가르쳐 줘야 하는 것을 모두 가르쳐 주고 나서 제자가 계속 의학의 길을 걸을지, 자기의 신분을 밝힐지는 모두 제자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이에 대해 노인은 언제나 담담했다.한평생 동안 그가 살린 사람은 부지기수였고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나쁜 일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다만, 세상의 생사에 익숙해져서 기괴한 병증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많이 봐왔다.어떤 사람은 성심성의껏 치려고 해 줘서 고맙다고 했고, 또 어떤 사람은 살려줘도 자기의 예상만큼 회복이 되지 않았다고 뒤통수를 쳤다.젊은 시절, 패기가 넘쳤을 때 불의를 당하면 화나갔었는데 나이가 들고나서 점점 그런 것들을 내려놓게 되었다. 매 사람의 생과 사는 다 정해져 있다. 의술로 몇 년 더 살게 해주는 게 좋은 일만
한소은의 볼록하게 올라온 배를 보았을 때, 노인은 욕이 나올 뻔했다.김씨 가문이 몰락한 것도 아닌데 아이를 연이어 낳게 하는 김서진이 못내 얄미웠다.하지만, 그는 결국 스승일 뿐이고 이런 일에 대해 뭐라 말할 권리가 없다. 만약 차 씨 어르신이 아직 살아 있다면 지금쯤 자기 앞에 와서 증손자가 생겼다고 자랑할 것이다.‘차 영감…….’옛 전우를 떠올리니 노인은 눈빛이 조금 어두워졌다. 인생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은 끊임없이 만나고 헤어진다.노인은 평생을 의학과 약초에 바쳤다. 마음이 맞는 여자도 없었다. 어쩌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의학과 약초에 빠져있을 때 좋은 인연들이 다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산장 몇 개와 수도 없이 많은 신기한 약초를 제외하면 그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아참, 제자도 있구나!’세계 각지에 흩어져 지내고 있는 제자 중에서 지금 그의 앞에 있는 한소은만이 그의 옆을 지키며 가끔 돌봐주었다.이렇게 생각하니 노인은 갑자기 슬퍼졌다.노인이 어린아이 얘기를 꺼내자, 한소은은 문득 생각났다. 지금 그녀는 혼자가 아니다. 집에 온 바닥을 마구 기어다니는 영리한 녀석이 있다. 바로 호기심이 왕성한 나이이다. 만약에...“그럼, 그 약초, 내게 주세요!”한소은은 뇌공등을 가리키며 노인이 말하기도 전에 한마디 더 했다.“대신 집으로 가져가지 않고 여기에 맡겨 둘게요. 필요할 때 와서 볼 수 있게만 해주세요!”“그럼 나야 좋지!”노인은 무릎을 '탁' 치며 찬성했다.‘왜 진작에 이 생각을 못했을까?’이 뇌공등이 있는 한 한소은은 자기에게로 자주 올 수밖에 없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자기의 말동무도 되어주는 것이다.‘에잇, 나이가 들긴 들었구나. 이런 좋은 방법도 생각해 내지 못하다니!’“그럼 이렇게 하는 걸로 해요. 스승님은 이 천둥 신 등을 잘 보살펴 주세요. 만약 조금이라도 상처가 난다면 내가…….”“네가 뭘 어쩌겠다는 거냐? 이 스승에게 손이라도 댈 생각이야?”노인은 고개를 빳빳이 들며 네가
한소은은 정원의 다른 한쪽으로 돌아서 나갔다. 석가산의 모퉁이에서 산장의 아주머니가 원 철수를 데리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오늘 그는 저번에 봤던 것처럼 긴 셔츠를 입지 않고 편한 옷차림으로 갈아입었고 자태도 많이 낮아졌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소은은 발걸음을 빠르게 움직이며 밖으로 나갔다.원철수는 노인의 산장 앞에서 아주 오랫동안 기다렸다. 한잠을 자고 또 깨어났는데도 들어오라는 말이 없었고 아무도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 앞에 세워진 빨간색의 스포츠카가 아직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말도 안 돼!’노인의 성격을 놓고 보면 손님을 만난다 해도 반 시간을 넘지 않고 사람을 내보내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손님을 내보내지 않는다니, 확실히 이상했다.원철수가 오늘은 포기해야 할 거 같다고 생각하던 찰나, 일하는 아주머니가 와서 어르신이 마침내 그를 만나겠다고 전했다.그 말을 들은 원철수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 아주머니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다만 정원을 지날 때 등 뒤가 오싹하더니 마치 찬 바람이 흘기고 지나간 것 같았다.그는 무의식적으로 그 자리에 서서 몸을 부르르 한번 떨더니 석가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순간, 석가산 쪽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휙 스쳐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정원 안에 화초가 너무 많아 시야를 가리니 한 귀퉁이만 힐끗 보았을 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응?’원철수는 익숙한 그림자에 미간을 찌푸렸다.“도련님?”앞으로 걸어가던 아주머니가 뒤에서 따라오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자 멈춰서 고개를 돌려 멍하니 서 있는 원철수를 불렀다.아주머니의 부름에 정신을 차린 원철수가 대답했다.“가요!”그제야 발걸음을 재촉하여 아주머니를 따라갔지만, 여전히 참지 못하고 돌아보았다. 하지만 방금 봤던 그곳에는 그림자는커녕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의심이 가득한 그는 아주머니를 따라 거실로 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르신이 슬리퍼를 신고 뒷문에서 걸어들어오며 손에는 찻잔을
원철수의 성격으로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진작 소매를 뿌리치고 나갔거나 그 자리에서 욕을 하며 노발대발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눈앞의 어르신에게 감히 그러지 못했다.원철수는 솟아오르는 분노를 한껏 참으며 노인에게 말했다.“둘째 할아버지는 저희 할아버지와 친형제잖아요…….”“그만! 우리 두 사람은 배다른 형제지 친형제는 아니야!”원 어르신과 원철수의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같은 배다른 형제다. 부모님 사이의 관계가 좋지 않으니 두 사람도 그다지 친하지는 않았다.두 사람이 어렸을 적에 집안 사정이 원래부터 좋지 않았다. 원 어르신은 동생으로서 가족의 보살핌과 형의 양보를 받아야 마땅하지만, 그 시절 집안을 장악한 사람은 원철수 할아버지의 어머니였다. 그렇기 때문에 원철수의 할아버지를 더 많이 아끼고 원 어르신은 그 집에서 고된 삶을 살수 밖에 없었다.그 후 그들의 아버지가 가문을 물려줄 때 원철수 할아버지의 어머니가 손을 써 모든 가업을 원철수의 할아버지에게 물려주게 했다. 결국 원 어르신은 아무것도 가질 수 없었고 가문에서 쫓겨나 홀로서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나중에 원 어르신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점점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세상에는 인과응보가 존재한다. 원래 자기의 것이 아닌 물건을 강제로 가지고 있어봤자 오래 간직하지 못한다. 원철수의 할아버지는 사업을 할 재목이 아니었다.원철수 아버지의 세대에 이르러 가업은 진작에 탕진했고 원 어르신의 명성을 빌려서야 겨우 먹고살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철수의 집안 어른들은 원 어르신을 만나 뵐 면목이 없다면서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다만, 명절이 되면 손자뻘이 되는 아이들을 보내 원 어르신을 찾아뵙게 했다.그들이 이렇게 하는 것은 원 어르신이 혈육인 아이들을 봐서라도 원씨 가문을 조금 보살펴 주길 바라는 것도 있고 이것으로 오래된 원한을 해소하고 다시 화목함을 되찾길 바라는 것도 있다.원 어르신은 철석같은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보살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