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962화

이정남이 손에 든 나이프와 포크를 버리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 재수없어. 밥 먹는 곳까지 와서 만나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여기에 오지도 않았어. 밥맛 떨어져!"

소희가 듣더니 천천히 스테이크를 썰며 말했다.

"소년이시여, 진정해요."

이정남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내가 정말 아직 소년이고, 혈기가 왕성한 나이였으면 방금 바로 뺨을 날렸어."

"사실 저와 임구택이 헤어지고 나서 두 사람이 만난 거니까 우린 이현 씨를 책망할 이유가 없어요. 싫으면 앞으로 만나지 않으면 되는 거고, 사람을 때릴 필요는 없잖아요.”

"그런 도리를 나한테 말할 것도 없어. 정말 의리를 지키는 사람이었으면 좋은 친구의 남자친구랑 만나지도 않았어. 설령 그들이 이미 헤어졌다고 하더라도!"

"그만해요. 저도 입맛이 떨어지려고 하네요."

이정남이 한숨을 쉬고는 다시 은색 나이프와 포크를 들었다.

"빨리 먹고 나가자."

두 사람은 이현이 가져다 준 불쾌함을 최대한 무시하고 업무상의 일을 계속 이야기해 나갔다. 그렇게 분위기는 다시 전처럼 홀가분해졌다.

밥을 다 먹고난 후 이정남은 소희 앞서 계산했다.

이에 소희가 불만인듯 말했다.

"제가 쏜다고 했잖아요?"

"다음에 네가 사. 이번엔 내가 네가 돌아온 걸 환영해 줄 겸 사는 걸로 하고."

"고마워요."

"고맙긴."

두 사람은 웃고 떠들며 함께 밖으로 나갔다.

위층에서 식당문어귀로 향하는 두 사람을 내려다 보는 임구택의 눈동자가 차가운 빛을 띠고 있었다.

이현이 고개를 돌려 한 번 쳐다보고는 입을 열려는데 마침 임구택의 차가운 눈동자와 마주쳤다.

임구택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말투에는 경고하고 있는 뜻이 같이 묻어있었다.

"저 여인은 건드리지 마."

이현은 순간 심장이 움츠러들어 곧 부드러운 목소리로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밥을 다 먹고난 후 임구택은 이현을 현장까지 데려다 주고 다시 회사로 갔다.

그리고 이현은 옷을 갈아입고 오후의 분량을 찍기 시작했다.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이현은 한가해져 의자에 앉아 대사를 외웠다.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