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듣더니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소희의 시선이 방 안을 한 번 훑었다. 하지만 의외로 임구택을 보지 못했다.이때 간미연이 다가와 웃으며 물었다."북극으로 다시 출근했다고 들었는데, 어때?""여전히 제작팀으로 합류하게 되었는데 다행히도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요.""그럼 됐어."두 사람이 한창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장시원이 갑자기 소희를 불렀다."소희 씨, 와서 같이 놀아요."그런데 소희와 간미연이 다가가니 구은서도 덩달아 다가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소희 씨를 보니 또 우리 예전에 함께 카드놀이를 할 때가 생각이 나네. 나도 놀래."그러고는 소희의 곁으로 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다들 보는 앞에서 이현을 때렸다며? 나 너무 속 시원해!"이에 소희가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전의 일에 대해 난 누구와도 따지고 싶지 않아. 단 내 주변 사람을 다치게 했다간 상대가 누구든 난 반드시 그 사람을 죽는 것보다 못하게 만들어 줄 거야."구은서가 듣더니 눈에 순간 어두운 빛이 번쩍였다. 그러더니 눈썹을 올리며 의자에 앉아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규칙은 예전 그대로입니다."장시원이 다가와 카드를 들고 말했다."그리고 자리는 내가 정할게요."그렇게 각자 자리에 앉은 후 장시원이 카드를 돌리기 시작했다. 장명원은 간미연의 뒤에 앉아 가끔 귀띔해 주군 했다.첫판이 끝나자마자 구은서의 핸드폰이 울리는 바람에 그녀는 전화를 받으러 갔고 조백림이 그녀의 위치에 앉아 대신 놀아주었다.소희는 게임이나 카드놀이 같은 거에 대해 능통한 축은 아니었다. 다행히도 간미연이 바로 소희의 전 순서라 때때로 그녀에게 유리한 카드를 한 장씩 던져준 덕분에 너무 비참하게 지지는 않았다.그러다 카드 한 장을 손에 들고 버릴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오진수 등의 소리가 들려왔다."구택이 형!"손에 카드를 꽉 잡고 있던 소희의 동장이 순간 멈추었다. 하지만 곧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손에 든 카드를 던졌다.장시원이 보더니 바로
소희가 테라스에서 바람을 쐬고 있는데 간미연이 곧 다가와 주스 한 잔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무슨 일이 있어?"소희가 옅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조 도련님도 이미 약혼했는데 미연 씨와 명원이는요?""마침 너에게도 말하려고 했어."간미연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양쪽 집안에서 이미 준비하고 있어. 빠르면 이번 달에 할 것 같아."두 사람은 오랫동안 함께 있었고, 양쪽 집안에서도 줄곧 서둘러 약혼식을 해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장명원과 간미연은 이심전심으로 소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어 지금까지 끌었던 것이다.소희가 돌아와야만 그들이 시름 놓고 약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소희가 듣더니 미소를 지으며 축복해 주었다."축하해요.""넌? 심명 씨가 너에게 정말 잘해 주는 것 같던데. 그 사람을 한 번 고려해 보는 건 어때?"간미연은 줄곧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야만 진정으로 옛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난 급하지 않아요. 인생에는 연애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소희가 웃으며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는 시선을 돌려 바깥의 빛나는 밤을 바라보았다.그렇게 두 사람이 한창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룸 문이 열리면서 한 여인이 소리를 치며 들어왔다."조백린, 너 나와!"룸 안이 순간 조용해졌다.카드를 놀고 있던 조백림이 소리에 일어나 들어온 여인을 한 번 보더니 바로 멍해졌다."수정아!""조백림, 너 나랑 결혼한다고 하지 않았어? 왜 다른 여자랑 약혼했어?"조수정이 슬프고 분개한 표정으로 조백림을 바라보았다.테라스에 있던 소희가 여인을 보더니 놀라움에 빠졌다. 눈앞의 여인은 거의 알아보지 못할 지경으로 변해 있었다.조백림이 예전에 청아를 꼬셔내지 못한 후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바로 조수정이었다. 그때 모임에서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아주 온순하고 청아한 소녀였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된 것 같았다.도를 넘은 성형 때문에 동글동글했던 얼굴은 길쭉하고 뾰족해졌고, 눈도 더욱 커져 예전보다는 성숙해
이때 조용히 조백림의 곁에 서 있던 유정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백림 씨, 아무래도 조 아가씨와 잘 이야기해야 할 것 같네요. 내가 자리를 피해줄까요?"소희는 다소 놀랍다는 눈빛으로 유정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약혼녀의 신분으로 조백림에게 따지고 조수정과 우열을 가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토록 냉정하다니.간미연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역시 유정 씨도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아."하지만 조백림이 곧 대답했다."아니, 난 해야 할 말들을 전부 다 했어. 그러니 더 이상 할 말도 없어.""네가 바로 유정이야?"조수정이 갑자기 유정을 쳐다보며 물었다.이에 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러자 조수정이 눈물을 글썽이며 물었다."그쪽과 단독으로 몇 마디 해도 될까?"유정은 그녀가 불쌍하게 우는 모습에 마음이 순간 약해져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갔다."네, 무슨 말을 하고 싶으세요?""가지 마요!"소희가 낮은 소리로 외쳤다.그러나 이미 늦었다. 조수정이 갑자기 한 손을 뻗어 유정을 잡아당겨 연거푸 뒤로 물러섰고, 다른 한 손으로 비수 한 자루를 꺼내 유정의 목덜미에 가져다 댔다."나쁜 년! 백림 씨는 너를 전혀 사랑하지 않는데 왜 그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거야?"조수정이 이성을 잃자 다들 깜짝 놀랐다.조백림은 자기도 모르게 앞으로 나아가 화를 냈다."조수정, 너 미쳤어?""나 미치지 않았어! 난 단지 나 자신을 위해, 우리의 죽은 아이를 위해 복수하고 싶을 뿐이야!"조수정이 고함을 질렀다. 비수를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은 떨고 있었고 날카로운 칼날이 끝내는 유정의 하얀 목을 살짝 베었다. 그러자 피가 이내 흘러내렸다.유정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어 조수정의 손에 있는 비수와 최대한 거리를 두고 말했다."할 말이 있으면 말로 해요. 두 분의 일은 나와 무관합니다.""백림 씨와 결혼 할 사람이 바로 당신인데, 어떻게 당신과 무관할 수 있지?"조수정이 질투하는 눈빛으로 유정을 노려보았다."수정아, 진정해!""조수정!"황정아와 조
간미연은 장명원의 몸뒤에 숨어 있었다. 그러다 소희가 자신을 찾고 있는 걸 보고 즉시 고개를 가로저었다."나 괜찮아."조수정이 칼을 꺼낸 순간 장명원은 임구택이 아무런 기색도 없이 소희의 곁으로 걸어가는 걸 발견했다. 그래서 유리가 터질 때 간미연 한 사람만 감쌌던 것이다.이때 다들 화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정말 미친 년이잖아!"룸 안 전체에는 유리 조각들로 덮여 있었다. 몇 명의 여인들은 상처를 입었고, 심지어 얼굴에 날카로운 유리 조각까지 박혀 어찌할 바를 몰라 울부짖고 있었다.현장은 그야말로 혼란스러웠다.조백림은 그 혼란한 틈을 타서 유정을 잡아당겼다. 그녀는 목덜미만 다쳤을 뿐만 아니라 밖에 드러난 팔도 유리에 찔려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유정은 많이 놀라긴 했지만 그나마 차분한 편이었다.조수정은 유리 조각에 얼굴이 찔렸고, 피가 눈물과 함께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온 얼굴에 피가 흐르는 것 같아 보기 흉했다."너 미쳤어?"조백림은 화김에 소리를 치며 앞으로 나아가 조수정을 잡으려 했다."꼼작 마!"조수정은 순간 당황해하며 문 위치까지 물러나 넓은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고 여러 사람을 향해 말했다."누구도 움직이지 마. 그렇지 않으면 다 이곳에서 죽을 거야!"장시원이 눈썹을 살짝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유황탄이야."유황탄은 일종의 폭탄으로 밑부분에 유황이 들어 있어서, 일단 폭발하면 이 룸 안의 사람들은 아무도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다들 듣더니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잇달아 뒤로 물러났다.임구택이 소희의 손을 잡고 뒤에 있는 베란다를 한 번 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따가 내가 옆 베란다로 보내줄게."비록 소희가 무공을 할 줄 안다지만 그래도 이곳은 10층이라 뛰어내린 후 다치지 않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가장 안전한 방법은 바로 그녀를 옆방 베란다로 보내는 것이다."필요 없어."소희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하며 남자의 손을 힘껏 팽개치려
그러자 유정이 바로 그를 노려보았다."빨리 말해요. 맹세하라고요! 나까지 해치지 말고.""......"그도 타고난 바람둥이라 유정이 그와 생사까지 같이할 수 있을 거라고는 바라지 않았지만, 이렇게 깔끔하게 그를 버리는 건 또한 그를 많이 놀라게 했다.전에 두 사람이 그나마 사이좋게 지내 유정이도 그를 어느 정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허."조백림이 냉소하며 조수정을 향해 말했다."그래, 난 이 여인을 좋아하지 않아. 당장 이 여인과 헤어지고 너와 다시 시작하고 싶어. 됐지? 어서 그 유황탄을 내려놔!""진심이야?"조수정의 눈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번쩍였다."진심이에요!"유정은 즉시 말을 이어갔다."백림 씨가 나와 함께 있을 때 자주 수정 씨에 대해 말했었거든요. 그가 평생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인이 바로 수정 씨라고, 나와 함께 있는 건 가문의 강요 때문이라고!"조백림이 듣더니 경악한 표정으로 유정을 보았다.조수정의 일그러진 얼굴에 드디어 웃음꽃이 피었지만 그 웃음에는 선혈이 섞여 있어 더욱 섬뜩했다.그녀는 멍하니 조백림을 바라보며 헤벌쭉 웃었다."난 당신이 나를 사랑할 줄 알았어!""그래, 사랑해!"조백림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그러니까 이제 손에 들고 있는 폭탄을 내려놓자, 응?"하지만 조수정은 갑자기 고개를 가로저었다."안 돼, 내가 내려놓으면 당신은 또 다른 사람에게 강요당할 거야, 저 천한 여인과 결혼하라고. 그러니까 저 여인을 죽여. 지금 바로 저 여인을 죽이면 믿어줄게."유정이 눈을 크게 뜨고 무고하다는 듯 말했다."이 일은 정말 나와 상관이 없다니까요! 수정 씨, 흥분하지 마시고요, 네?"조백림은 냉소하며 유정을 쳐다보았다. 마치 자업자득을 체험하고 있는 그녀를 비웃고 있는 것 같았다."가! 죽여!"조수정이 손에 든 칼을 조백림의 발밑으로 던졌다.하지만 조백림은 발밑의 칼을 한 번 내려다보고는 움직이지 않았다.장명원은 다시 한번 참지 못하고 막말을 퍼부었다."사이코패스! 미친년!"장시원은 눈썹
"아!"황정아 뒤에 있던 한 여인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나 죽기 싫어! 나 여기서 죽기 싫어!"그녀는 놀란 나머지 당황해하며 밖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조수정이 바로 소리쳤다."움직이지 마, 그렇지 않으면 당장 유황탄을 폭파할 거야!"역시나 여인은 그곳에 멍하니 서 있을 뿐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방 안의 공기는 마치 정지된 것 같았다. 모든 사람이 어떻게 도망칠지 생각하고 있었지만 또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 사소한 동작이 눈앞의 미친 여자를 격노시켜 폭탄을 터뜨릴까 봐.사랑에 미친 여인은 세상 두려울 게 없었다.다들 숨쉬기조차 조심스러워지기 시작했고, 여인의 손에 든 폭탄을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쳐다보았다."둘. 셋. 넷."조수정은 또 수를 세기 시작했다.임구택이 소희를 데리고 조용하게 베란다로 물러났다. 소희는 그의 손을 팽개치려 했지만 임구택이 꼭 잡고 있어 팽개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소희가 갑자기 입을 열어 큰 소리로 말했다."내가 대신 죽여줄게!"소녀의 말은 마치 잔잔한 호수에 갑자기 던져진 돌멩이처럼 고요함을 깨트리고 순간 물결을 일으켰다.방안에 있던 사람들이 잠깐 멍해지더니 바로 고개를 돌려 소희를 바라보았다.임구택이 칠흑같이 어두운 눈빛으로 소희를 한번 힐끗 보고는 그녀의 손을 놓았다."내가 할게."이에 소희가 의외라는 듯 남자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임구택은 그녀를 다시 보지 않고 바로 조백림 앞으로 가서 칼을 주웠다. 그러고는 조수정을 향해 말했다."내가 백림을 대신해서 그의 약혼녀를 죽이면 이 방에 있는 사람들을 보내줘."조수정이 음흉한 눈빛으로 임구택을 주시하고 있었다."그래, 네가 가서 죽여!"임구택은 칼을 들고 유정을 향해 걸어갔다.그리고 임구택이 다가오고 있는 모습에 유정이 경악해하며 뒤로 물러났다."안돼!"조백림은 무의식중에 소리를 치며 임구택의 손에 있는 칼을 빼앗으려 했다.이때 소희가 갑자기 손을 들어 조수정의 뒤를 가리키며 급하게 소리쳤다."빨리 나가, 들어오지 마!"조수
소희는 일어난 후 신속히 고개를 돌려 임구택을 바라보았다. 그도 마침 소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빛이 부딪힌 순간, 그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그런데 이때 조백림과 오진수 등이 임구택에게 몰려와 소희의 시선을 막았고, 소희는 그렇게 간미연과 함께 뒤로 밀려났다.폭탄 사건은 큰 파장을 일으켰고, 넘버 나인 전체가 혼돈에 빠졌다.조수정은 이미 다른 사람들에 의해 통제되었지만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여전히 모른 채 끊임없이 발버둥 치고 있었다."백림 씨! 당신 나를 사랑한다며? 어서 저 여인을 죽여! 저 여인만 죽이면 아무도 당신을 강요하지 않을 거야! 그럼 우리도 함께 있을 수 있어!"......유정은 황정아 등에게 둘러싸인 채 미쳐버린 조수정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분개하는 동시에 조수정이 불쌍하기도 했다.하지만 조백림은 증오하는 눈빛으로 조수정을 노려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가서 그녀의 뺨을 몇 대 때려주고 싶은 표정이었다.곧 경찰이 도착했고 사건의 경과를 알아본 후 조수정을 잡아갔다. 그러면서 조사에 협조해야 한다며 조백림도 데리고 갔다.임구택은 등에 폭파상을 입어 장시원 등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떠나기 전 장명원이 소희에게 물었다."구택 형님이 많이 다친 것 같은데, 같이 병원에 가 볼래요?"소희가 잠깐 멍해있더니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 어서 가세요. 일이 있으면 나에게 말하고요."장명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좋아요. 그럼 미연이와 먼저 돌아가세요. 일이 있으면 바로 전화할게요.""네."다른 사람들은 연이어 현장을 떠났고, 유정은 홀로 뒤쪽에서 걸으며 소희에게 감사를 전했다."소희 씨, 아까는 소희 씨와 임 대표님이 있어서 살았습니다. 고마워요. 생명을 구해 준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천만에요. 다 함께 위험에 부딪혔는데, 누가 먼저 나서든 전부 당연한 일인걸요."소희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러자 유정도 덩달아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소희 씨와 임 대표님이
병원임구택은 응급실 침대에 엎드려 상의를 벗은 채 처치를 받고 있었다."구택 형, 어떻게 됐어요?"마지막으로 달려온 장명원이 응급실에 들어서자마자 급히 물었다.임구택은 무의식적으로 장명원의 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이때 의사가 갑자기 소독수로 상처를 눌렀다. 그러자 가슴을 파고드는 통증이 앞가슴과 등을 관통해 와 임구택은 미간을 찌푸린 채 즉시 고개를 숙였다.장시원이 담담하게 말했다."상처를 처리하고 있어. 조금 있다가 몇 가지 검사도 해봐야 하고.""아."장명원이 걱정하며 안쪽을 바라보았다.경찰서에 가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병원을 따라와 응급실 밖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장시원은 나가서 오진수 등더러 모두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모두 이곳에서 지킬 필요가 없다면서.오진수 등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려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오늘 구택 형과 소희 씨 덕분에 우리 모두가 살아났어. 구택 형 쪽에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단톡방에 알려줘.""걱정 마."장시원이 오진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다들 데리고 같이 돌아가."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그제야 서서히 흩어졌다.장시원이 뒤돌아보며 장명원을 바라보았다."너도 가서 미연 씨를 지켜줘. 여기엔 내가 있으니까.""아니야, 미연 씨는 소희 씨랑 같이 돌아갔어. 나도 여기에 있을래."장시원이 응급실을 한 번 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소희 씨는 온다고 하지 않았어?"장명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응."장명원의 대답에 장시원은 살짝 한숨을 쉬고는 몸을 돌려 들어갔다.......집에 돌아오자마자 먼저 씻으러 들어 간 소희는 옷을 벗고서야 팔에 살짝 긁힌 상처를 발견하고 물로 피를 씻어냈다. 그러자 통증이 순간 피부를 찌르는 것처럼 온몸에 번졌다.그렇게 오랫동안 씻은 후에야 그녀는 몸을 닦고 나왔다.잠옷을 갈아입은 후 소희는 책상 앞에 마주 앉아 책을 보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그녀는 세계 일주를 떠났다. 그래서 요 며칠 그녀는 다시 대
임유진이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한 서인은 그녀를 살짝 밀어내고, 이불을 사이에 두고 거리를 두었다. 그러나 그는 좀처럼 잠들 수 없었다.몸속을 타고 도는 술기운이 이제야 본격적으로 올라오는 듯했고, 유진에게서 은은하게 풍기는 향기가 술기운을 더욱 자극했다.잠시 후, 서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찬물로 샤워를 한 뒤, 창가에 서서 한동안 밤바람을 맞았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동이 틀 무렵이 되어서야 서인은 다시 침대로 돌아갔다.그 사이, 유진은 이불을 걷어차고 있었다. 그녀는 두 개의 베개 사이에 머리를 묻고, 가느다란 숨소리를 내며 깊이 잠들어 있었다.이 순간만큼은 꽤 얌전해 보였다. 그러나 서인이 자리에 눕자마자, 유진이 몸을 뒤척이며 다시 그의 품으로 굴러들어 왔다.‘오늘 밤, 잠은 포기해야겠군.’다음 날 아침, 유진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가 훤히 떠 있었는데, 침대에는 유진 혼자뿐이었고, 서인은 보이지 않았다.유진은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밖에서 사람들의 이야기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창문을 열어 내다보니, 서인과 안토니가 산길을 따라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서인은 검은색 운동복 차림이었다. 아침 햇살이 서인의 어깨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으며, 평소의 거친 분위기를 감싸 안았다.서인에게서 풍기는 느슨한 여유가 사라지고, 더없이 당당하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빛나고 있었다. 유진은 창틀에 두 팔을 올려 기대며 그를 바라보았다.맑고 영롱한 유진의 눈동자에는 오직 서인만 담겨 있었고, 입가에는 은근한 미소가 떠올랐다.둘이 가까이 다가오자, 유진이 소리쳤다.“어디 갔다 오는 길이에요?”서인은 고개를 들어 유진을 올려다보았다. 차갑고 깊은 눈빛이 그녀를 향할 때, 그 안에는 자신도 깨닫지 못한 부드러움이 깃들어 있었다.유진 또한 서인을 향해 눈길을 내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얇은 아침 안개 너머에서 조용히 마주쳤다.산속의 안개가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은 채 산봉우리를 감싸고 있었
닫힌 방문을 바라보다가, 다시 방 안의 두 개의 침대를 보고는 임유진이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냥 이렇게 자요. 밤에 쥐라도 나오면 또 사장님을 깨우러 갈 수도 있으니까. 게다가, 호텔에서도 이렇게 잤잖아요.”서인은 문득 예전에 유진이 쥐를 보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던 모습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니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었다.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면 네가 먼저 씻어. 난 나가서 담배 좀 피우고 올게.”그렇게 말한 뒤, 서인은 문을 열고 방을 나섰다.유진은 두 다리를 툭 튕기며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얼굴을 감싼 채 웃음이 터졌다.샤워를 마친 유진이 침대에 누웠을 때쯤, 서인이 돌아왔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옷을 챙겨 바로 욕실로 들어갔다. 이내 샤워기의 물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물이 흐르는 소리에 유진의 머릿속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 알 수 없는 상상이 떠오르고, 얼굴이 점점 달아올랐다. 가슴 속에서 알 수 없는 뜨거운 감정이 차올랐다.잠시 후,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유진은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서인은 유진이 이미 잠들었다고 생각한 듯 조용히 침대로 가서 누웠고, 방의 불을 껐다.방 안이 암흑으로 변하자, 유진은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런데 자기 심장 소리가 너무나도 또렷하게 들렸다.‘호텔에서도 같은 방을 썼는데, 왜 이번엔 이렇게 긴장되는 걸까?’게다가 묘하게 기대되는 기분까지 들었다. 아마도 이 방이 좁아서 서로 더 가까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쩌면 오늘이 서인과 함께하는 마지막 밤일지도 몰라서일까?어둠에 익숙해질수록, 달빛에 비친 방 안의 야경이 점점 또렷하게 보였다.산속의 밤은 유난히 고요했다. 풀숲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 숲속을 스쳐 지나가는 밤새의 날갯짓 소리, 심지어 어디선가 속삭이는 듯한 소리마저 들려왔다.달빛이 창살을 통해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운치를 자아냈다. 서인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유진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
안토니의 휴대폰이 몇 번이나 울렸지만, 그는 계속해서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서인이 입을 열었다.“받아.”토니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으러 갔다. 이에 유진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안주설이에요?”사실 주설이 토니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건 눈에 보였다. 다만, 주설에게는 계산이 많을 뿐이었다.서인은 입에 들풀 한 가닥을 물고 느긋한 태도로 말했다.“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어.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도 아니잖아.”“참 관대하시네요?”임유진은 코웃음을 치며 바위 위에 앉아 두 다리를 살랑거렸다.서인은 멀리 산을 바라보며 무심하게 말했다.“안주설과 사귀는 건 토니지, 내가 아니잖아. 내가 신경 쓸 이유가 없지.”유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서인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만약 당신이라면? 용서할 수 있어요?”서인은 깊은 눈빛을 드리우며 낮고 거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럴 일은 없어.”“그렇겠죠.”유진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적어도 당신한테 해가 되는 선택은 안 할 테니까.”서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유진을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가, 코웃음을 쳤다.“점점 뻔뻔해지네.”유진은 서인을 흘긋 쳐다보았다. 귀끝이 살짝 뜨거워졌지만, 동시에 서인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들어 말이 점점 거리낌 없이 나오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토니가 돌아왔다. 그는 화가 난 듯하면서도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주설이 전화를 걸어와서 자기 잘못을 인정했어요. 순간적으로 판단을 잘못했다고요.”유진이 물었다.“그래서 뭐라고 했어요?”토니는 맥주 캔을 집어 들어 한 모금 벌컥 들이켰다.“해성에서 일을 그만두고 흥성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어요.”그는 다시 맥주를 한 모금 더 삼켰다.“그랬더니, 헤어지지만 않는다면 자기도 따라와서 같이 살겠대요.”서인은 덤덤하게 말했다.“잊지 못하겠으면 다시 만나는 것도 방법이지.”토니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젖히고 술을 들이켰다.이야기
“이번 일은 서인 형 덕분이에요. 이 잔은 우리 가족을 대표해서 감사의 의미로 드리는 거예요!”서인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고마울 것까지야, 그냥 네 형이 집안을 위해 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돼.”두 사람이 술을 마시는 동안, 임유진도 잔을 들고 조심스럽게 한 모금 머금었다. 입안에 퍼지는 매실 향이 은은했지만, 마실 때는 생각보다 강한 알코올 향이 확 올라왔다. 이에 유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서둘러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서인은 그녀를 흘끗 바라보더니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조금 맛이라도 보게 해야지. 괜히 못 마시게 하면 자꾸 마시고 싶어질 테니까. 직접 마셔보고 얼마나 독한지 알면 다시는 손대지 않겠지.’동혁의 이야기가 나오자, 동혁의 가족들은 자랑스럽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윤석경은 계속해서 유진과 서인에게 반찬을 집어 주며 말했다.“만약 너희가 우리 동혁이를 만나게 되면,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줘. 우리 다 잘 지내고 있으니까.”“그리고 매달 그렇게 많은 돈을 부치지 않아도 돼. 자기 몫도 좀 남겨두라고 해.”서인은 목이 메어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유진은 그런 서인을 한 번 바라보고는 윤석경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서인 오빠도 동혁 오빠를 자주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래도 만날 기회가 생기면 꼭 전할게요. 동혁 오빠도 잘 지내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윤석경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그래, 다들 잘 지내면 그걸로 된 거야!”서인은 단호하게 말했다.“동혁이 돌아올 순 없지만, 저는 계속 강성에 있을 거예요. 언제든 필요하시면 연락하세요.”안토니가 말을 받으며 말했다.“우리 집에는 아직 나도 있어요. 이번에 해성에서 일을 정리하고 흥성으로 돌아가려고요. 부모님도 연세가 있으시니까, 이제 곁에서 모시려고 해요.”서인은 그런 토니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어쩌면 동혁은 이미...그래서 이제는 자신이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걸 직감한 거겠지.’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은 생각이야.”
오석준은 결국 해고되었고, 정휘현도 부하 직원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징계받았다. 그리고 안토니네 민박집은 철거되지 않기로 확정되었으며, 주변의 다른 민박들도 철거 대상에서 제외되었다.이 소식을 들은 박민란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활짝 웃었다. 모든 일이 해결되자, 서인은 마심호에게 먼저 강성으로 돌아가라고 지시한 뒤, 직접 차를 몰아 안토니네 가족을 집까지 데려다주었다.토니의 부모와 박민란은 서인의 차에 타고, 토니는 다른 차를 탔다. 돌아가는 길에, 오직 박민란만이 계속 떠들었다.“윤석경 씨, 솔직히 작은 안주설 같은 여자는 절대 며느리로 받아들이면 안 돼요. 헤어진 게 잘된 일이죠. 저런 애는 속이 너무 안 좋아요!”“그 애가 저도 속이려고 했어요. 저는 처음부터 서인 씨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죠!”“이번 일은 정말 서인 씨 덕분이에요. 덕분에 우리 집도 철거되지 않게 됐고요. 그런데 서인 씨, 그 오석준이 왜 당신을 도련님이라고 부르던 거예요?”조수석에 앉아 있던 임유진이 뒤를 돌아보며 웃으며 말했다.“도련님은 말 그대로 뜻하는 거죠!”박민란은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아가씨, 나를 속이려는 거 아니죠? 난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야!”유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그러면 왜 물어보셨나요?”박민란은 순간 말문이 막히더니 멋쩍게 웃으며 말을 돌렸다. 그러면서도 서인의 정체를 어느 정도 짐작한 듯, 태도는 더욱 공손해졌다.“아가씨도 참 대단해요!”유진은 여전히 밝은 미소로 말했다.“칭찬은 됐고요. 제가 선생님네 난초를 꺾은 걸 용서해 주시기만 하면 돼요!”박민란은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민망하게 웃었다. 토니네 집에 도착한 후, 가족들은 모두 서인에게 미안해했다.비록 주설이 가족은 아니지만, 그녀는 약혼자나 다름없었기에 그녀의 행동이 곧 가족의 잘못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서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어차피 주설이 사진 몇 장으로 나를 모함하려고 했을 때도, 여러분은 저를 의심하지 않았잖아요.
서인은 유진의 손을 잡고 사무실을 나섰다. 다른 사람들도 뒤따라 나가자, 방 안에는 오직 안토니 가족만이 남게 되었다....옆 사무실에서 이한우가 웃으며 서인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야, 너 진짜 구씨 집안 사람이었어?”서인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냥 서인이라고 부르는 게 편할 거예요.”이한우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나설 필요도 없었겠네?”서인은 쓴웃음을 지었다.“처음엔 이 호텔이 우리 가족 소유인 줄 몰랐어요. 형이 담당자를 찾아 해결할 수 있다고 하길래, 괜히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냥 맡긴 거예요.”“그런데 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줄은 몰랐죠.”그는 지난 일들을 떠올렸다.토요일에 이한우와 만났고, 일요일에 유진과 함께 흥성을 둘러보던 중 우연히 호텔을 지나쳤다. 그때야 호텔의 로고를 보고, 이곳이 구씨 그룹의 리조트 개발 프로젝트라는 걸 알았다.월요일에 오석준을 만나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기에, 더 이상 문제를 만들지 않고 조용히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주설과 오석준이 손을 잡고 일을 꾸미고 있었던 것이다.서인과 한우는 과거 함께 훈련받고 임무를 수행했던 사이다. 목숨을 맡길 수 있는 사이는 되어도, 서로의 사적인 신분에 대해서는 깊이 묻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한우도 그런 서인의 태도를 이해하고, 그런 사실을 숨겼다고 해서 따지지는 않았다. 대신 웃으며 말했다.“어쨌든 해결됐으니 다행이지. 더 중요한 건, 이 일 덕분에 우리가 다시 만났다는 거야. 그리고 서로가 잘 지내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는 것도.”서인은 미소를 짓고 이한우와 손을 단단히 맞잡았다....한편, 토니는 끝내 주설을 용서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향해 분노를 터뜨렸고, 주설은 울면서 사무실을 뛰쳐나왔다. 하지만 억울한 마음을 이기지 못한 주설은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유진을 찾아가 따지기로 했다. 마침 사무실 맞은편 회의실 문이 살짝 열려 있었고, 주설은 안을 들여다보았다.그곳
오석준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제가 철거 담당자들에게 안토니 가족을 압박하라고 지시하고 있을 때, 도련님이 흥성에 오셨어요. 그러자 안주설이 다시 전화를 걸어왔고요.”“어떻게든 도련님을 쫓아내지 않으면 계약이 성사되지도 않고, 집도 철거할 수 없을 거라고 했죠.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이한우 씨가 저를 찾아왔어요.”“그래서 저는 계략을 꾸몄습니다. 우선 도련님께 안토니네 민박을 철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그리고 식사 자리에서 일부러 차를 건네는 척하며 사진을 찍게 했죠.”“안주설과 저의 계획은 이랬어요. 도련님이 흥성을 떠나면, 즉시 안토니네 민박을 철거하는 것.”“하지만 도련님이 떠나지 않으면, 그 사진을 안주설에게 보내 안주설이 안토니 가족에게 보여주면서 도련님이 호텔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모함한다.”“그렇게 해서 안토니 가족이 도련님을 믿지 못하게 만들고, 결국 흥성을 떠나게 할 생각이었어요.”오석준의 말을 들은 토니의 가족은 모두 경악했다. 주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곧바로 오석준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당신 지금 헛소리하는 거잖아요! 난 그런 일 전혀 몰라요! 근데 왜 나를 모함하는 거죠? 혹시 서인 사장님이 시킨 거 아녜요? 당신들 한 패잖아요!”하지만 오석준은 싸늘한 시선으로 주설을 내려다보았다.“처음 나를 찾아온 건 당신이었어. 일이 끝나면 보상금의 10%를 주겠다고 했지.”“그리고 도련님께서 철거를 막으려고 하자, 당신이 더 급해져서 나와 철거 계약까지 따로 체결했잖아.”유진은 모든 게 이해된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철거 담당자들이 더 이상 안토니 가족을 압박하지 않았던 거군. 이미 안주설이 가족을 사칭하고 계약했으니까.’그 순간, 박민란의 얼굴도 점점 변했고 마침내 작게 중얼거렸다.“사진, 그 사진은 안주설이 나한테 준 거예요. 서인이 호텔 측에서 돈을 받아서 자기 남자친구네는 철거하지 않을 거지만, 우리 집은 곧 철거될 거라고 했어요.”“그래서 다른 민박집 주인들과 함께 가서 소란을 피우
오석준의 시선이 흔들리며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머뭇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마심호가 단호하게 말했다.“이제 와서 숨길 게 뭐가 있나? 전부 말해요!”오석준은 난처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보상금 총액의 10%를 저에게 주기로 약속했어요.”“허!”정휘현이 비웃음을 터뜨렸다. 임유진과 서인은 눈을 마주친 뒤, 유진이 오석준을 향해 말했다.“일단 여기까지 듣죠. 나머지는 나중에 이야기하시죠.”그러고는 오석준의 비서를 바라보며 지시했다.“안토니네 가족이 맞은편 식당에 있다고 하더군요. 지금 당장 그 사람들을 데려오세요. 안주설도 포함해서 모두 오게 하세요.”마심호가 도착하기 전, 서인은 이미 이한우를 시켜 토니 가족을 시내로 데려오게 했다. 안토니 가족을 맞은편 식당에 대기시켜 두었는데, 진실을 밝히려면 관련된 모든 사람이 있어야 했다.비서가 오석준을 바라보자, 그는 깊게 찡그린 채 짧게 말했다.“가서 데려와요!”이에 비서는 즉시 밖으로 나갔다.몇 분 뒤, 토니네 가족이 도착했고, 옆집 민박집 주인 박민란도 따라왔다.박민란은 토니 가족이 불려 간다는 소식을 듣자, 철거 보상금 문제를 몰래 처리하는 게 아닌지 걱정돼서 어떻게든 따라오려 했다.운전기사가 말렸지만, 그녀가 완강하게 버티자 결국 데려오게 됐다. 사무실 문을 열기 전부터 박민란은 소리를 질렀다.“또 우리한테 강제로 철거 계약서에 서명하라고 하는 거예요? 저 서인이라는 사람, 당신 도대체 우리 돈 받아서 어디로 사라진 거예요?”하지만 사무실에 들어서고 난 후, 방 안을 가득 채운 정장 차림의 사람들을 보자마자,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토니는 서인을 보자 반갑게 외쳤다.“서인 형!”그러나 토니의 옆에 서 있던 주설은 냉소적인 태도로 말했다.“아직도 형이라고 부르네? 눈치 좀 챙겨. 형이 아니라 호텔 측 사람이야. 넌 진짜 바보야.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도 모른다고!”토니는 눈살을 찌푸렸다.“서인 형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주설은 화를 내며 말
두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로비를 가로질러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 안에는 마심호뿐만 아니라 서인과 이한우도 있었다.오석준이 나타나자마자, 한우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성큼 다가가 오석준의 옷깃을 거칠게 잡아챘다.“오석준 사장님, 감히 날 가지고 놀아요?”오석준은 서인과 한우를 보자마자 상황을 눈치챘다. 하지만 정작 그가 두려워하는 사람은 둘이 아니라, 마심호였다.오석준은 재빨리 이한우의 손을 뿌리치고 옷깃을 정리하더니, 곧장 마심호에게 다가가 얼굴 가득 아부하는 미소를 지었다.“마심호 사장님, 저는 오석준이라고 해요. 호텔의 모든 건설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죠.”“이번에 몇몇 민박이 우리가 계획한 골프장 부지에 포함되어 있어서, 보상금을 주고 이주하도록 했죠.”“그런데 이 두 사람이 그중 한 가족을 대신해 저를 찾아와서 뇌물을 주려 했어요. 그 집을 철거하지 말아 달라고 하더군요.”“제가 거절했더니, 이렇게 와서 소란을 피우는 거예요!”그러자 한우가 격분하여 소리쳤다.“헛소리하지 마세요! 본인이 분명 동의해 놓고, 나중에 말을 바꿨잖아요! 이제 와서 우리한테 누명을 씌우겠다고요?”하지만 오석준은 오직 마심호만 바라보며 말했다.“마심호 사장님, 저는 오로지 우리 호텔을 위해 일했을 뿐이에요. 호텔과 그룹을 배신하는 행동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마심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석준 사장, 누가 당신한테 뇌물을 줬다는 거죠?”그러자 오석준은 곧장 서인을 가리켰다.“바로 이 사람이요! 그날 저를 초대해 밥을 사더니, 돈을 주려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받지 않았죠. 제 비서가 그 증인이에요!”그 순간, 서인 옆에 앉아 있던 유진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고, 마심호의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스쳤다.“당신 말은, 서인 씨가 당신에게 뇌물을 줬다고요?”오석준은 확신에 찬 듯 말했다.“네, 맞아요!”마심호가 다시 물었다.“그럼, 당신이 말하는 서인 씨가 누구인지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