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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4화

소희의 눈동자 속엔 화가 용솟음치고 있었다. 그러다 바닥에 널브러진 펜 조각들을 한 번 보고는 몸을 웅크려 줍기 시작했다.

이때 이정남이 들어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 여인이 갔어? 뭐라고 했는데?"

소희는 다 쓰지 못한 필심을 뽑아내고 깨진 필대를 쓰레기통에 던진 후 담담하게 말했다.

"별말 안 했어요. 그냥 내가 앞으로 우린 더 이상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알려줬어요."

이정남이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했어. 그 나쁜 여인이 무슨 낯짝으로 우리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는지 모르겠어. 젠장!"

소희가 박수를 치며 고개를 들었다. 이미 평정심을 되찾은 듯했다.

"자, 업무에 영향 끼치는 얘기는 그만하고요. 이현 씨 얘기도 그만 합시다."

이정남도 소희가 슬퍼할까 봐 즉시 말했다.

"그래, 앞으로 다시는 그 여인을 언급하지 않을 거야!"

......

저녁에 소희가 1차 디자인에 전념하고 있는데 심명이 페이스톡을 보내왔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들고 별장 스위트룸의 안팎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똑똑히 봤지? 여자 없어."

소희가 힐끗 쳐다보더니 웃음을 참지 못했다.

"심명, 너무 유치한 거 아니야?"

"난 네가 딴생각할까 봐 그러는 건데, 내가 유치하다니."

심명이 소파에 앉아 조각진 자신의 옆모습을 드러내며 말을 이어갔다.

"나를 봐봐. 네 생각에 불면증까지 걸리는 바람에 여기에 뾰루지가 난 게 보여?"

소희가 한 번 보고는 덤덤하게 말했다.

"뜨거운 물 많이 마셔."

"나빴어!"

심명이 분개하며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다시 물었다.

"너 왜 내가 언제 돌아가는 지 한 번도 묻지 않는 거야?"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일에 대해 회피하는 건 모든 사람의 본능이야."

소희가 들고 있는 펜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며 천천히 말했다.

그리고 소희의 대답에 심명이 잠깐 멍해지더니 바로 알아차리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네가 항상 속마음과 정반대되는 답을 말한다는 걸 나도 잘 알아. 말로는 내가 돌아가는 게 싫다고는 하지만 속으로는 엄청 날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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