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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7화

소희는 그곳에 그들 세 사람, 그리고 청아 모녀까지 함께 살아도 충분할 정도로 큰 집 한 채를 마련했다.

하지만 성연희와 심명은 필경 큰 가문의 후계자였으니 그녀처럼 줄곧 밖에서 떠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 시간은 청아 두 모녀와 소희가 치카고에서 살았다.

소희가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안 돌아가."

"그럼 청아가 간 후에 우리 집으로 옮겨."

심명이 물을 그녀에게 건네주고는 소파에 앉아 반짝이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소희가 듣더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에게도 집이 있어."

"하지만 네 집에는 너를 돌봐줄 사람이 없잖아. 그러니까 우리 집으로 가잔 말이야. 내가 24시간 너의 분부에만 따를게."

심명이 실눈을 뜨고 유혹하듯 말했다.

"네가 어떤 무리한 요구를 하든, 내가 다 들어줄게. 날 불쌍히 여길 필요도 없어."

소희가 알약을 입에 던지고 물을 한 모금 크게 마셨다. 그러고는 그를 상대하지도 않고 일어나 침실로 걸어갔다.

"나 낮잠 잘거야. 나갈 때 문 닫는 걸 잊지 말고."

심명이 소리쳤다.

"그럼 꿈에서 내 제의를 잘 고려해 봐!"

하지만 돌아온 건 '펑'하고 문 닫는 소리뿐이었다.

심명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러고는 약을 거두어들이고 물컵을 주방에 갖다 놓고서야 웃음을 머금은 채 떠났다.

*

그렇게 낮잠을 자고 다시 눈을 떴을 댄 오후 3시였다. 날은 언제 흐려졌는지 방안이 어두컴컴했다.

소희는 머리를 비비며 일어나 베란다로 걸어갔다. 온 강성이 암흑으로 뒤덮여 있었고, 공기는 습한 냄새를 띠고 있었다. 방금이라도 비바람이 몰아칠 것 같았다.

몸을 돌려 청아 찾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가려는데 마침 방 안 캐비닛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

그래서 다시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가 핸드폰을 들었다.

낯선 번호였다.

"여보세요?"

"소희 씨!"

핸드폰 맞은편에서 깜짝 놀란 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누군지 알아맞혀 봐요!"

소희가 맑고 빛나는 눈으로 창밖의 음침한 날씨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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