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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9화

임구택이 눈을 가늘게 뜨고 그의 손에 들린 남색 벨벳 상자를 보며 물었다.

"언제 너에게 준 거야?"

임유민이 잠시 생각하고 나서 대답했다.

"십여 일이 되었을걸요. 먼 곳에 한 번 갔다 와야 한다면서, 제시간에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으니 대신 전해 달하라고 했어요."

임구택의 심장이 쿵하고 내려 앉았다. 그는 바로 손을 뻗어 상자를 건네받았다.

상자는 가벼운데, 그의 마음은 복잡했다.

대체 무슨 뜻이지?

그녀의 성격으로는 헤어진 사람에게 선물을 줄 리가 없는데.

열흘 전이라고?

어디로 간 거지?

마음이 어수선해진 임구택은 더는 밖으로 나가지 않고 선물상자를 들고 위층으로 걸어갔다.

침실로 돌아온 그는 문을 닫고 소파에 앉았다.

그렇게 손에 든 상자를 한참 보다가 위의 리본을 천천히 풀었다.

상자를 여는 과정에서 그는 의외로 약간 긴장되었다.

그에게 무엇을 준비했을까?

임유민의 손을 빌려 그에게 선물을 주는건, 화해하려는 걸까?

그의 끊임없는 추측하에 상자가 열렸다. 상자속에는 영어로 된 증서가 있었다. 결혼증이었다.

더욱 어리둥절해졌다.

증서를 열어보니 안에는 그와 소희의 이름, 그리고 4년 전으로 적혀 있는 결혼 날짜가 있었다.

임구택은 순간 멍해졌다.

내가 언제 소희와 결혼한 적이 있었던가?

난 딱 한 번, 그것도 소씨 가문의 딸과 혼인을 맺었었는데?

소정인의 딸, 소희.

임구택은 갑자기 무언가를 깨닫고 휴대폰을 꺼내 소정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곧 연결되었고 소정인의 공손한 말투가 들려왔다.

"임 대표님?”

임구택이 숨을 깊이 들이쉬며 평정심을 되찾은 후 덤덤하게 물었다.

"당신 딸의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소정인이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제 딸? 소동이요?"

임구택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물었다.

"그럼 나와 결혼한 건 누구입니까?"

소정인은 그제야 알아듣고 바로 대답했다.

"임 대표님과 결혼한 건 저의 다른 딸, 소희입니다.”

임구택의 눈동자가 갑자기 움츠러들더니, 휴대폰이 바로 손바닥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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