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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3화

소희는 아주 심하게 다쳤다. 잘려나간 다리의 두 힘줄은 수술 후 성공적으로 연결되었지만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지금은 휠체어를 탈 수밖에 없었다.

오전 10시, 해빛이 제일 뜨거울 때 그들이 밖으로 나왔다. 문을 나서자 심명이 떠보 듯 물었다.

"소희야, 빛을 느낄 수 있어?"

소희는 큰 눈을 멀뚱멀뚱 뜬 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이에 심명이 즉시 말했다.

"괜찮아, 조급해하면 안 돼. 의사께서 그러셨거든, 너의 회복 속도가 아주 빠른 거라고."

소희가 옅게 웃었다.

"나를 위로할 필요 없어. 이미 앞으로 어둠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거든."

심명은 갑자기 목구멍이 메왔다.

깨어난 후 자신이 실명했다는 걸 알게 된 소희는 잠시 멍해있었을 뿐 울지도 떠들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럴수록 그의 마음은 더욱 괴로웠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앞으로 내가 너의 눈이 될 거야."

소희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연희도 내 눈이 되겠다고 그러고, 서인도 내 눈이 되겠다고 그러던데. 지금은 너마저도 똑같은 말을 하네. 내게 만약 진짜 그렇게 많은 눈이 생기면 괴물이 되는 거잖아?"

심명은 그녀를 밀며 돌길을 천천히 걸었다. 그러다 히히덕거렸다.

"괴물이 돼도 나는 네가 좋아."

소희는 단지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물었다.

"그럼 네 여자친구는?"

"여자친구 아니야!"

심명이 바로 말했다.

"그럼 섹파?"

소희가 눈썹을 올리며 다시 물었다.

심명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러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인정했다.

"그래, 여자친구 맞아, 하지만 이미 헤어졌어!"

"왜?"

소희가 물었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소희한테 화를 냈으니까."

심명은 몸을 굽혀 비위를 맞추 듯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소희가 바로 그의 얼굴을 밀어젖히고 말했다.

"나쁜 남자 냄새 나, 나한테서 떨어져."

심명은 갑자기 좌절감이 들었다. 소희는 분명 볼 수 없지만 매번 그가 그녀를 기습하려고 할 때면 그녀는 항상 미리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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