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그만해!”소희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제지했다.“둘 다 그만 싸워. 나와 그 사람 사이의 일은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 없어.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이 얘기는 그만하고 다른 얘기 하자!”이현은 소희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다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다른 얘기 하자! 소희야, 올해 대학 졸업하는 거지? 졸업하고 뭘 할지 생각해 봤어?”이정남도 바고 화제를 돌렸다.“차 감독이 아직도 널 배우로 캐스팅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졸업하고 다른 일 하고 싶지 않으면 차 감독한테 가봐.”이정남의 말에 이현이 비꼬듯 물었다.“믿을만한 사람인 거예요?”“믿을 만해. 나와 몇 번 같이 일한 적 있었거든!”“나는 소희가 북극 디자인 작업실에 남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세 사람은 미래에 대한 계획을 말하며 더 이상 임구택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저녁에 집에 돌아온 소희는 샤워한 후 서재에 가서 웨딩드레스 디자인 원고를 계속 그렸다.술을 조금 마시고 저녁 바람이 솔솔 불어 들어오자, 그녀는 나른하게 책상 위에 엎드려 있었다. 조용해진 서재를 보며 갑자기 주변의 모든 것이 무미건조하게 변한 것 같았다.그녀는 카카오톡을 열어 이리저리 보다 그 남자의 프로필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뭔가에 홀린 듯 소희는 그 남자의 프로필 사진을 클릭했다.그의 스토리에는 달랑 사진 한 장 뿐이었다.이건 설날에 그녀가 기분이 좋아서 찍었던 사진인데 그가 “훔쳐” 간 것이다.소희는 예쁘게 피어난 붉은 색의 매화를 보며 가슴이 아팠다.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고 지금 헤어지기까지 고작 몇 개월이 지났을 뿐이다.소희는 가슴이 답답하고 아팠다. 지금 그 사진을 보니 더 풍자적이었다.그러다 자기의 스토리에 가서 망설임 없이 그 사진을 삭제해 버렸다.한편, 베란다에 앉아있던 임구택도 그 사진을 보고 있었다. 그는 사진을 응시하며 뚫어지게 흐려진 배경을 바라보았다.순간, 매화 뒤에 자단의 책상과 책꽂이가 있는 것 같았다.‘소희가 이 사진을 어디
주시후의 말을 듣고 장명원은 순간 안색이 변했다.그는 경계하듯 주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요.”“긴장할 거 없어요. 이 말을 꺼낸 건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에요. 우리는 적이 아니에요. 은서가 있는 한 우리는 친구일 수밖에 없어요.”주시후는 두 팔을 벌리며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말아요. 당신이 매골의 사람이라 해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 테니. 다만 부탁하고 싶은 일이 한 가지 있어요.”그의 말에 장명원은 경계를 거두고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무슨 부탁인가요?”“불곰을 찾아주셨으면 해요.”주시후는 웃음을 거두며 말했다. 그의 표정에는 독함이 조금 묻어있었다.“최근, 불곰의 사람들이 쿠르하 산 근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불곰은 물건을 남스의 거머리라는 사람에게 팔고 있다고 했어요. 물론, 불법 거래를 하는 거죠.”장명원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당신은 그들의 거래를 파괴하는 임무를 받은 건가요?”“아니요!”주시후가 차가운 말투로 대답했다.“나에게는 아무런 임무도 없어요. 그저 불곰을 없애고 싶은 거죠!”장명원은 그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러자 주시후가 계속 말했다.“불곰을 죽이고 싶은 건 내가 그와 개인적인 원한이 있어서예요. 전에 임무를 수행할 때 불곰이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전우를 죽였어요. 난 내 전우의 복수를 하려고 해요. 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내 신분으로는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어요. 그래서 당신의 도움을 요청하고 싶은 거예요.”“어떤 도움을 말하는 건가요?”“불곰은 경계심이 매우 높아요. 지금 그는 쿠하르 산에 있지 않아요. 매골의 사람들이 쿠하르 산에 가서 불곰이 나타나길 기다리기만 하면 돼요.”주시후가 이어서 말했다.“우리가 친구이긴 하지만 그쪽의 룰대로 의뢰할 거예요. 커미션이 얼마든 준비할게요. 만약 불곰을 죽일 수 있다면 두 배로 드리죠!”쿠르하 산은 C 국과 남스의 접경으로 지형이 복잡하고 어느 나라에도 속
그녀의 말에 하얀 독수리는 다시 문자를 보내왔다.[[당신과 함께 임무를 수행할 것을 신청합니다. 불곰은 위험한 사람이에요. 보스 혼자 갈 수 없어요!][불곰과 정면으로 마주치지 않을 거야. 숨어서 감시만 할 생각이야. 사람이 많으면 폭로될 위험이 높아.][전에 쿠르하 산에 가본 적 있어요. 보스보다 더 경험이 많다고요!][이건 명령이야.]말이 끝나고 소희는 바로 매골에서 로그아웃했다.장명원은 멍하니 핸드폰을 한참 보고서야 주시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의뢰받았어요. 나중에 다시 연락해요.]그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주시후도 빠르게 답장했다.[함께 잘해봐요.]메시지를 보내고 주시후는 서재에 가 서랍에서 다른 핸드폰을 꺼내 칩을 삽입하고 핸드폰의 전원을 켰다.그는 집안의 모든 인터넷을 끄고 전화를 한 통 걸었다. 오랫동안 연결음이 들리다 전화기 너머에서 차가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주시후가 대답했다.“불곰을 찾습니다. 중요한 일이에요.”“알았어요!”그쪽에서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약 30분 후, 주시후는 책상 위에 놓은 핸드폰이 진동하자, 한 번 쓱 보고 즉시 받았다."여보세요!"상대방이 말했다.“불곰입니다.”주시우는 소리 없이 웃으며 유창한 영어로 답장했다.“불곰 씨, 제가 큰 선물을 준비했어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물론, 저도 조건이 있어요. 당신이 피아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저는 10톤의 원석을 원해요!""내가 준비한 큰 선물을 보면 내가 원하는 것이 조금도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에요!"원래 불곰은 쿠르하 산에서 거래할 생각이 없었지만 주시 후의 말을 듣고 즉시 거래를 준비하게 했다.…………한편, 의뢰받은 소희는 즉시 밀수로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밀수 성은 쿠르하 산 아래에 있는 C 국의 국경도시로서 현지에는 남스에서 밀입국해 온 사람들이 자주 있어 치안이 좋지 않아 평소에 혼란스러웠다.소희는 밤새 성연희에게 둘 웨딩드레스 디자인 원고를 다 끝내고 다음 날
소희는 말했다.“이틀만!”성연희는 눈물 글썽이며 말했다.“서인은 알아?”“아직 몰라, 그에게 말할 생각이 없었어!”성연희는 좀 급해했다.“왜? 만약 그가 안다면 반드시 너와 함께 갔을 것이야. 이것은 원래 너희 두 사람의 일이잖아!”“나 자신의 일이야!”소희는 강인한 눈빛으로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당시 서인도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 나는 더이상 그한테 위험을 무릅쓰게 하고 싶지 않아. 나는 그들 모두에게 빚을 졌어!”“너 혼자야?”성연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어떻게 안심을 하겠어?”“누군가 날 도와줄 거야!”성연희는 소희를 말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소리를 내지 않고 끊임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 순간 그녀의 마음은 마치 이미 무엇을 예견한 것 같이 매우 아팠다.“나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야. 만약에 일이 있다면, 할아버지한테는 비밀로 해줘!”마지막으로 소희는 당부했다.두 사람은 해질녘까지 앉아 있다가 성연희와 헤어진 후 소희는 또 진석을 만나러 갔다.그녀는 단지 먼길을 떠날 뿐이고 짧은 시간 내에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 스승님한테 갈때 얘기 좀 해달라 부탁하면서 따로 스승님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진석은 눈살을 찌푸리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위험해요?”소희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위험해요!”“안 가면 안 될까요?”진석의 눈빛이 깊어졌다.“예전의 일이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 아직도 내려놓을 수 없는 건가요?”“이번에 가면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에요!”소희는 홀가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렇게 오랫동안 생각한 일은 결국 끝이 있어야만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진석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반드시 돌아와야 해요. 저는 당신이 오기를 기다릴 거예요!”“네!”......소희는 밀수로 떠나는 짐을 준비해 놓고 떠나기 전날 따로 임유민을 만났다.바로 예전에 임유민이 그에게 그의 둘째 숙모를 사칭하여 학교에 가서 밥을 사달라고 한 그 식당이다.소희는 식
강씨 할아버지는 갑자기 그녀에게 물었다.“언제 돌아와?”소희는 멍해졌다. 하마터면 할아버지가 알고 있는 줄 알고 곧 반응했다. 할아버지는 그녀에게 언제 집에 돌아갈지 묻는 것이였다.“아마 5월1일 방학 때 돌아갈 거예요.”소희가 웃으며 말했다.“임구택도 데려와!”할아버지는 당부했다.“너가 말하기 어려우면 내가 말할께.”소희는 가슴이 철령 내려앉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다음날 아침, 소희는 비행기를 타고 강성을 떠났다.비행기가 밀수에 도착하지 않아 그녀는 진명에서 내린 후에 다시 기차를 타고 밀수로 가려고 했다.진명에 이르렀을 때 오전 11시 반이 되었고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소희는 오후 2시의 티켓을 구매했기 때문에 시간이 아직 일러서 먼저 식당을 찾아 밥을 먹었다.진명은 강우대에 속하기에 1년 365일중 300일 동안 비가 내리고 있어서 이곳은 나무가 높고 울창하며 공기도 유난히 습했다.소희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자 100미터 떨어진 곳에서 한 남자가 빠르게 사람들을 뚫고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동시에 그의 뒤엔 멜빵 롱치마를 입은 여자가 소리 질렀다.“도둑이야! 내 가방을 빼앗아 갔어!”남자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아주 빨리 뛰쳐나가 길가의 오토바이에 올라타더니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소희는 식당 밖의 벽에 걸린 나무줄기 장식을 들고 차가운 눈빛으로 달려오는 오토바이를 바라보더니 손에 든 밧줄을 두 바퀴 돌리자 나무 줄기가 세차게 날아가 오토바이에 탄 사람의 얼굴을 직접 때렸다.‘탁’ 하는 큰 소리와 함께 남자는 머리가 비뚤어지고 입 안의 두 이빨이 핏물과 함께 튀어나갔다.오토바이도 와르르 쓰러져 옆 행인들은 비명을 질렀다.소희는 경찰에 신고하고 식당에 장식품 비용도 주고 나서야 쓰러진 도둑을 향해 걸어갔다.이미 행인들이 도둑을 저지른 두 사람을 통제했다. 훔친 가방은 PDA 한정판으로 빗물에 떨어졌고 안의 물건도 온 바닥에 흩어졌다.지갑 하나와 화장품들이 들어 있었다.소희는 가방을 주워
소희는 빠른 걸음으로 정거장에 멈춰 정거장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숨을 헐떡이며 심명이 쫓아왔다.“심명씨, 어디가는 거예요.왜 혼자 진명에 있어요?”“심명씨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어깨에 가방을 메고, 얼굴에 마스크를 쓴 소희가 차가운 눈빛으로 심명을 보았다.“따라오지 마세요!”버스는 곧 도착하였다.심명은 원래 소희와 함께 버스에 오르려고 했지만 그녀에게 밀려 내려갔다.따라 오지 마세요.아지면 정말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심명은 그녀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소희씨, 도대체 진명에는 왜 온 거예요?”소희가 차에 올랐다.차문은 닫기고 심명을 차 밖에 막았다.심명은 재빨리 택시 한대를 막았다. 그는 원래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 따라가 보려고 했지만 생각을 바꾸었다.그는 운전기사에게 앞에 있는 버스를 따라가게 하면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차를 가지고 여경로에 오세요.305버스, 한 여자애입니다.네, 계속 따라가면 됩니다!”심명이 지시를 내렸다.“경각성이 높은 애이니 발견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심명은 택시더러 계속 앞의 뻐스를 따라가게 하였다. 두 정류장을 따라가다자 자기 차가 오는것을 보고 택시에게 일부러 길목에서 차를 돌리게 하였다.심명이가 자기를 따라 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소희는 뒤의 택시를 계속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택시가 방향을 돌리자 비로소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그녀는 방금 자신의 무모한 행동에 후회하고 있었다. 심명이가 이렇게 귀찮게 붙을 줄이야!......한 시간 후 소희는 밀수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동시에 소희를 미행하던 사람도 심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심 대표님, 놓쳐버렸습니다!”“…….”“경각성이 높아 정거장에서 우리가 뛰를 따르는 것을 알아챈 모양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놓쳐버렸습니다!”심명은 크게 화가 났다.“도대체 뭐하는 겁니까!”그는 이를 악물고 생각에 잠겼다.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것이다.‘소희는 도체에 진명에 무슨 일로 온 것이지?’‘아니야, 진명에 온 것이
소희는 한 하숙집을 찾아 머물었다.거기 주인은 그녀가 외지인것을 보고 여행 온 줄 알고 가이드가 필요하냐고 계속 물었다.소희는 완곡하게 거절하고 국수 한 그릇을 먹은 후 방에 돌아가 쉬었다.외진 곳이라 밀수 여행을 오는 사람이 많지 않고 객실이 절반은 비어 있어 들어가니 곰팡내가 풍겼다.주인아주머니는 즉시 창문을 열고 익숙하지 않은 표준어로 말했다.“오랫동안 비어있어 그래요. 창문을 열어주면 될 거예요. 봐 보세요, 여기서는 쿠르하 산의 경치를 바로 볼 수 있어요. 이 방이 여기 제일 좋은 방이예요.” 밀수 지방언어를 알고 있는 소희는 주인 아주머지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눈길을 옮겼다. 거기에는 끊없는 산맥과 고무원이 였다. 큰 비가 내린지 얼마 안되어 검은 산에는 몽롱한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뜨거운 물 가져다 주세요!”소희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네!” 검은 피부, 머리를 위에 감은 주인 아주머니는 소박하고 열정적인 분이다.그녀는 소희를 도와 이부자리를 깔고 뜨거운 물을 가지러 나갔다. 가방을 창문 아래의 나무 책상에 올려 놓고 소희는 먼 곳의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마음이 설렜다.‘내가 그 동안 그렇게 바라오던 것이 마침내 여기서 끝나려는 건가?’곧 주인 아주머니는 뜨거운 물을 들고 올라왔다. 그녀는 소희의 잔에 물을 부어주며 물었다.“아가씨,어디에서 왔어요?”“강성이요!”“좋은 곳이죠!” 아주머니가 감탄하였다.“어쩐지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도시 사람이네요!”그녀는 상냥하게 웃으며 당부했다.“여기는 도시가 아니라서 밤거리가 그다지 안전한 것은 아니예요. 그러니 낮에만 움직이시고 밤에는 나가지 마세요.”소희가 말없이 머리만 끄덕였다.“감사합니다!”“여기 경치가 좋은 곳이 많아요!”아주머니가 열정적으로 소개하였다.“등산도 좋아요. 산 경치가 아름답거든요. 마을 안에서 여기저기 둘러봐도 좋아요. 여긴 2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오랜 마을이예요! 그리고…….”아주머니는 창밖의 고무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강성, 임씨 저택늦은 밤, 집에 돌아온 임구택은 핸드폰에 이상한 번호의 전화가 들어온 것을 보았다.눈빛이 깊어지자 핸드폰을 귓가에 대고 물었다.“여보세요!”“금호, 오랜만이야!”대방이 웃으며 어설픈 말로 물었다.임구택은 얼굴색이 변하더니 바로 서재에 들어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Maduro?”“그래,나야!”남자의 목소리가 거칠해 졌다.“부탁할게 있어.” Maduro는 임구택이 용병으로 있을 때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은 한 팀에서 반년 동안 머물며 서로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었다.“말해!”“C국 밀수의 고무원, 니 것이 맞아?”임구택이 눈을 가늘게 떴다.“뭘 하려고 하는데?”밀성은 쿠르하 산과 가까이 있었다. 거기는 C국과 남스의 경계이기 때문에 일년 내내 밀입국자들이 와서 아주 복잡하다.임씨 가문에서 쿠르하 산의 고무원을 매입한 다음 현지에서는 밀입국자들의 불법거래를 막기 위해 밀수 주변의 치안을 모두 임씨 가문에 맡겼다. 임씨 가문에서도 고무원을 관리하기 위해 합법적으로 총기를 착용할 수 있게 하였다. 하나는 고무원을 지키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밀입국자들을 막기 위한 것이다.어쩌면 임씨 가문은 쿠르하 산과 밀수의 수호자이다!“내 친구가 쿠르하 산에서 반역자를 매복해야 하는데, 충돌을 피해 그가 쿠르하 산 지역을 들어갈 수 있게 너희 사람들을 철수시켜 줘.” 일부 조직에서 도망친 사람들이 쿠르하 산을 통해 C국으로 도망치는 경우가 많다. 임구택의 사람들이 무장이라 하여도 산맥 전부를 지킬 수 없는 것이라 흔한 일이다.임구택은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고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들어오게는 할 수 있지만 내 구역에서는 내 규칙을 지켜야 해. 총기 사용은 금지고, 여기 주민을 다치게 해서도 안 돼. 일이 끝나면 바로 떠나, 아니면 내가 가만 두지 않을 거야.”“알았어. 약속하지!아, 그리고…….”그가 갑자기 말했다.“한 가지 더 말해줄게. 네가 몇 년 전에 서희라는 애를 찾았지. 걔 죽었어. 그리고 걔를 팔아먹은
곽시양은 임유진의 사무실에서 30분 넘게 있다가 나왔다. 복도로 나서자 동료들의 시선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시양은 다들 자신이 승진한 걸로 수군대는 줄 알고 웃으며 지나치려 했지만,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한 명이 다급하게 말했다.“시양 씨, 얼른 회사 이메일 확인해 봐요.”시양은 곧장 사내 메일함을 열어봤고, 그 내용을 확인한 뒤 3분 넘게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고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에 잡히는 물건을 움켜쥐고 그대로 진소혜를 향해 달려들며 집어던졌다.소혜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두 사람은 한순간에 몸싸움으로 번졌다. 동료들이 달려와 가까스로 둘을 떼어놓자, 시양은 눈에 광기를 담고 소리쳤다.“진소혜, 이 악랄한 년! 팀장님도 모함하고, 나도 똑같은 수법으로 뒤통수 쳐? 너 같은 건 세상에서 그냥 사라져버려야 해!”소혜도 물러서지 않았다.“미쳤어? 그게 왜 내 탓인데? 그딴 더러운 짓을 해놓고 몰래 찍혔다고 나한테 화를 내?”“너야! 너밖에 없잖아!”시양은 미친 사람처럼 소혜에게 다시 달려들려 했다. 이때, 현준이 달려 나와 그녀를 막으며 말했다.“진정 좀 해!”“꺼져!”시양은 손을 뻗어 정현준의 뺨을 그대로 후려쳤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당신이 날 찍었지! 그리고 진소혜한테 넘겼지! 둘 다 정말 비열해!”현준도 결국 폭발했다.“유혹한 건 당신이 먼저였잖아!”시양은 그대로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아악!”유진은 사무실 문 앞에 서서 이 난장판을 조용히 지켜봤다. 몇 마디 오가는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어찌 돌아간 건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시양은 입사 이후 내내 소혜에게 눌려 지냈다. 겉으론 아첨하며 따라다녔지만, 소혜가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하듯 대하던 걸 속으로는 원망하고 있었다.시양은 현준이 소혜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소혜에게 특혜를 줬던 그를 시양은 일부러 유혹했다. 현준을 차지해 소혜를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현준은 시양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
이날, 임유진은 티타임에 진소혜와 마주쳤다. 소혜는 입술을 다물고 웃으며 말했다.“팀장님, 구씨그룹의 총애를 받으니 우리 부서 실적도 쭉쭉 오르겠죠? 부서 직원들 대신 감사드려요, 팀장님.”유진은 커피를 받아 들고 나가려다, 소혜의 옆을 지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 소혜 씨가 한 거라는 거 알아요. 이미 누가 나한테 말해줬거든요. 그래서 소혜 씨 그냥 두지 않을 거예요.”소혜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고, 고개를 돌려봤을 땐, 유진은 이미 자리를 떠나 있었다.오후 회의에서 유진은 이렇게 발표했다.“이번 평가 기간 동안 곽시양 씨가 업무에 성실히 임했고,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었어요. 따라서 정현준 씨의 직책을 승계하여 부서 부팀장으로 승진해요.”“인사팀에서 곧 공식 공지드릴 예정이에요.”유진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엔 놀라움이 번졌고, 시양 본인조차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부서 내에서도 존재감이 적었고, 입사한 지 오래되지도 않았으며, 능력이나 실적 모두 소혜에 비해 부족했기에, 시양이 발탁된 건 모두에게 의외였다.소혜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팀장님, 부팀장 선발 기준이 뭔가요? 기준을 명확히 해주시죠.”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소혜를 응시하며 말했다.“기준?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게 기준이라면 기준이겠죠”소혜는 눈을 크게 떴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멍하니 있는 시양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시양 씨, 제 사무실로 잠깐 와요.”“네?”시양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소혜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서둘러 유진을 따라갔다.유진이 회의실을 나서자, 안에서는 수군거림이 폭발했다. 최근 있었던 일로 인해 유진은 여전히 비난의 대상이었고, 그런 유진이 능력도 부족한 신입을 뛰어넘어 부팀장으로 발탁했다는 점에서 불만과 의문은 더 커졌다.현준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이 인사 결정은 사전 상의 없이 유진이 발표한 것이었고, 그 역시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다.소혜는 맞은편에 앉은 베
유진은 구은정의 표정을 보고, 가슴 어딘가가 서늘해졌다. 그는 평소와는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고, 유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어제 술 마셨다던데, 괜찮아요?”은정은 유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아.”“안 좋아 보이던데, 이제 술은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유진이 조용히 은정에게 당부했다.“응.”그 말에 은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시간 됐어요. 나 출근해야 해요.”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고, 그렇게 둘은 스쳐 지나갔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유진은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조금 전 은정이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이 자꾸 마음에 걸렸고,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순간 망설임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고, 급히 뛰쳐나왔다.그러나 복도엔 이미 그의 모습이 없었다. 유진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스스로가 어이없었다.‘내가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거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 지금은 내 문제부터 정리해야 해. 괜히 그 사람한테 짐이 되어선 안 돼.’그날 오후, 은정은 늦게서야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법무팀에 최이석 관련 고소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마심호는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그 사람 같은 놈은 봐줄 이유가 없죠. 이번 기회에 서성 라인 애들도 좀 눌러놓는 게 나아요.”그러나 은정은 별다른 설명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저도 제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요.”그날 저녁, 은정은 늘 그랬듯 이경 아파트로 돌아왔다. 조용히 복도를 지나, 곧장 유진의 집 앞으로 갔다.문 비밀번호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고, 은정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 안은 예전 그대로였고, 유진은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았다.그런데도 방 안은 왠지 썰렁했는데, 무언가 본질적으로 달라져 있었다. 은정은 그녀가 드라마를 자주 보던 소파에 앉았다. 그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울 때까지 그렇게 있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정은 책상 위의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녹음 안 했어요.”서선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은정아, 이 일은 내가 밖에 알리지 않을게. 대신 조건이 있어. 최이석 일, 바로 고소 취하하고 다시는 들추지 마.”“그리고 스스로 구씨그룹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회사도, 강성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네 아버지에겐 그냥 말하면 돼. 죄책감 때문에 이 집에 더는 못 있겠다고. 이번엔 분명히 놔줄 거야.”“네가 떠날 땐, 내가 사람을 시켜서 돈도 챙겨줄게. 아버지한텐 그걸로도 충분히 체면 세워준 셈이 될 거야.”은정은 서선영을 냉랭하게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당신 딸을 희생해서까지 날 함정에 빠뜨린 이유가 최이석 때문이었네요.”서선영의 얼굴이 순간 굳더니 곧바로 해명했다.“그 사람은 내 동생 밑에서 오래 일했어. 난 내 동생을 위해서 한 거야. 은정아, 지금 네가 분위기 바꿔서 빠져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마.”“내가 당신 말대로 안 하면요?”은정은 담배를 내뿜으며 한껏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어차피 난 이미 악명 높은 놈이 됐어. 하나쯤 더 얹혀도 그만이죠. 오히려 구은서는 이제 절대 부잣집 자제와의 결혼은 꿈도 못 꾸겠죠.”서선영의 얼굴은 날카롭고 차가웠다.“끝장을 보겠다는 거야? 그렇게 되면 은서는 동정받는 쪽이 될 거야.”서선영은 은정을 똑바로 노려봤다.“임유진하고 너, 꽤 가까운 사이잖아. 그 애는 나랑 너 때문에 몇 번이나 맞붙었지. 근데 만약 그 애가 네가 술에 취해 여동생을 건드린 놈이라는 걸 알게 되면?”“그 아이 눈엔 네가 어떻게 보일까? 널 어떻게 생각할까? 넌 그걸 감당할 수 있어?”그 말에 은정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서선영은 그 반응에 확신을 얻은 듯 미소를 지었다.“내 말대로 해. 열흘 안에 강성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 안 그러면 임유진이든, 임씨 집안이든, 강성 전체가 너란 인간이 얼마나 추잡한 놈인지 알게 될 거야.”“널 사회적으로 매장 시킬거고, 임유진도 널 경멸하
은정은 격노한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그런 짓 하지 않았어요. 이건 서선영 저 사람이 꾸민 함정이에요.”서선영은 엉엉 울면서 외쳤다.“내가 내 딸을 희생시켜서 너한테 함정을 판다고? 구은정, 네가 나를 미워하는 건 알아.”“예전부터 나한테 편견이 있었지. 그래, 미우면 나한테 손찌검을 해. 왜 애먼 은서를 괴롭혀?!”“은서는 아직 시집도 안 갔어. 이제 어떻게 살라고 해? 이 소문이 밖에 나가면, 우리 집안은 완전히 끝장이야!”은정은 오직 구은태만 바라보며 물었다.“저를 믿으세요?”구은태는 아들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다른 기억 하나가 떠오르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때 갑자기 은서가 벽을 향해 몸을 던지듯 달려갔다. 죽을 각오로 내달리는 눈빛이었다.“은서야! 안 돼, 은서야!”서선영이 급히 은서를 껴안고 붙잡았고, 울음이 멎지 않았다.“은서야, 제발 그런 짓 하지 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거기 누구 없어요! 얘 좀 붙잡아줘요!”서선영은 울먹이며 도우미들을 향해 소리쳤다. 몇 명의 도우미가 급히 달려와 은서를 붙들고 감싸 안았다.그중 평소 은서를 따르던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구은태 앞에 다가와 입을 열었다.“회장님, 사실은 전에도 도련님께서 밤에 아가씨 방문을 두드리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었어요.”“하지만 도련님이 너무 무서워서, 보복당할까 봐 말씀 못 드렸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 도우미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제가 좀 더 일찍 말씀드렸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은정은 도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애옹이가 은서에게 보내졌던 그날 밤, 은정은 술에 취해 돌아와 애옹이가 사라진 걸 알고 은서를 찾아갔다. 그때 이 도우미가 어두운 구석에서 숨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구은태는 거기까지는 떠올리지 못했다.죽을힘을 다해 몸을 던지려던 은서, 그리고 도우미의 일방적인 증언이 더해지자, 구은태는 은정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다시 근처에 있던 물
[말 좀 해봐요.][삼촌?]서선영이 천천히 2층에서 걸어 내려오더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휴대폰을 집어 장말숙 아주머니에게 건네며 눈짓을 보냈다. 이에 장말숙 아주머니는 눈치를 채고 전화를 받아 들고 말했다.“유진 씨죠? 저희 도련님이 술에 취하셨어요.”유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네, 신세 좀 질게요. 잘 부탁드려요.]“네!”장말숙 아주머니는 괜히 말을 더했다가 실수라도 할까 봐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은정의 까만 눈동자가 서선영을 향해 있었지만, 그 시선은 이미 흐릿했다.서선영은 은정을 부축하듯 손을 내밀며, 자애로운 얼굴로 말했다.“은정아, 술 너무 많이 마셨잖아. 방으로 데려다줄게.”“으악!”날카로운 비명에 은정은 정신이 번쩍 들며 눈을 떴고, 날은 훤하게 밝아 있었다.옆에서는 구은서가 실크 잠옷 차림으로, 옷가지로 몸을 허둥지둥 가리고 있었고, 얼굴은 절망감에 젖은 눈물로 가득했다. 그녀는 분노로 떨리는 눈으로 은정을 노려보고 있었다.구서의 비명은 곧 서선영과 집 안 도우미들을 방으로 불러 모았다. 문이 열리고 방 안 풍경을 본 순간, 모두가 굳어버렸다.은정은 조금씩 의식을 되찾았고, 은서를 훑어보며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다. 이불을 들추고 자신을 확인해 보니, 바지는 제대로 입고 있었지만 상의는 전혀 없었다.은정은 몸을 일으켜 세우려다 이마를 짚으며 침대 머리에 기대앉았다. 머리가 묵직하게 지끈거렸다.“엄마!”은서는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 울부짖었다.“은서야!”서선영이 달려와 은서를 안고, 옷을 덮어주며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몰라요!”구은서는 서선영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오열했다.“밤에 오빠가 갑자기 방에 들어왔어요. 술에 취해서 저를 한 대 치더니 그다음은...”은서의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드러난 어깨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짐승 같은 놈!”서선영은 벼락을 맞은 듯 충격에 빠져 온몸을 떨며 은정을 향해 소리
우정숙은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예전에 은정은 분명히 임유진은 내 스타일 아니라며 선을 그은 적이 있는데, 왜 지금 와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쫓고 있는 걸까?“넌 어떻게 생각해?”우정숙이 묻자, 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말했다.“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돌아왔어요.”그 말투가 생각보다 무거워, 우정숙은 분위기를 일부러 누그러뜨리며 웃었다.“이미 거절했는데도 냉정해져야 해?”유진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어쨌든, 엄마는 이 일.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는 말하지 말아줘요. 그리고 삼촌한테도 되도록 비밀로 해주세요.”그 말에 우정숙은 딸의 속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갑자기 이렇게 서둘러 집에 돌아온 이유 혹시 일이 더 커질까 봐? 너희 할아버지가 구은정한테 가서 따질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야?”유진은 재빨리 대답했다.“누가 그 사람 걱정했대요? 밖에서 사는 게 질려서 온 거지, 그 사람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하지만 우정숙의 따뜻하고 조용한 눈빛은 유진의 진심을 꿰뚫고 있었다. 우정숙은 다만 조용히 숨을 내쉬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날 밤, 구은정은 외부 일정으로 접대를 나갔고, 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집에 들어가면 애옹이 좀 봐줘.]유진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저도 집에 왔어요. 아주머님께 부탁하세요.]은정은 유진이 하루 정도 집에서 자려는 줄로만 알고, 별 의심 없이 답했다.[알겠어.]밤 10시.은정은 아직 접대 자리에서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에 구은태가 보낸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은정아, 나 몸이 좀 안 좋다. 한번 집에 들러줄래?]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몸 안 좋으면 병원 가시죠.]그렇게 답장을 보냈지만, 더 이상의 응답은 없었다.술자리가 끝나고 나니 이미 자정 무렵이었다. 은정은 그래도 아버지를 확인하고자 구씨 저택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자, 애옹이를 돌봐주던 장말숙 아주머니가 거실에서 그
정현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지난번에 뭐라고 했죠? 임유진 건드리지 말랬잖아요. 왜 말을 안 들어요?”진소혜는 웃었다.“들었어요. 적이 내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없애버리라는 그 말, 정말 감명 깊었거든요. 곧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쫓겨날 거예요.”현준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임유진은 쫓겨나지 않아요. 사장님이 반드시 지킬 거니까요.”현준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덧붙였다.“유진 씨, 그 정체가 간단하지 않아요. 사장님이 곤란한 일에 휘말릴 때마다 뒤에서 도와준 사람이 바로 그 애였다고요.”“이렇게 성급하게 나가면 결국 당하는 건 소헤 씨라고요.”소혜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런 것도 그 얼굴 덕 아니었을까요? 임유진이 무슨 대단한 집안 출신이라도 돼요?”현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애, 성이 임이야.”소혜는 비웃었다.“강성에 임 씨 많은데요? 임씨라고 다 임씨 집안이예요?”“임유진이 정말 그 임씨 집안 사람이었으면, 이런 작은 곳에서 평사원으로 일할 일이 없죠.”강성에서도 가장 윗자리에 있는 집안, 그 임씨 집안 사람이라면 당연히 격이 달랐을 것이다.현준은 소혜를 바라보며, 무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소혜 씨, 소혜 씨는 너무 자만해요. 이제 막 졸업한 사람이잖아요. 세상이 어떤지 아직 몰라요.”“내가 경력은 부족하지만, 머리는 좋아요.”소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어떻게든 손에 넣을 수 있어요.”현준은 더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막막했고, 소혜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번 달 말이면,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존재 자체가 사라질 거예요.”이메일은 해외 IP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되어, 추적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루머는 벌써 영업팀까지 퍼진 상황이었다.한때 유진이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걸 보고 감탄했던 동료들조차, 그녀가 정말 실력만으로 이룬 건지 의심하기 시작했다.너무 젊은 나이에, 임씨 그룹 같은 대형 고객을 설득하고, 이미 다른 부서에서 거의 성
서선영은 유혹적인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거절하려는 듯하면서도 몸은 피하지 않았다.“안 돼. 나, 한 시간밖에 못 나와 있어.”“당신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최이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선영의 치마 지퍼를 내렸다.“밖에 사람 세워놨어. 아무도 안 들어와.”...오전, 임유진은 구씨그룹과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오후에는 회사 고위층 회의에 참석했고, 회의가 끝나고 마케팅부로 돌아왔을 때쯤, 팀 동료들의 시선이 평소와 달랐다.유진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모두는 급히 예의를 갖춘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유진은 손에 든 자료를 들고 여진구를 찾아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구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유진이 들어오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무슨 일 있었어요?”유진이 맑은 목소리로 묻자, 진구는 곧바로 말을 돌렸다.“아니야. 너 손에 든 거, 청원안 자료야? 나 좀 볼게.”하지만 유진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휴대폰, 보여줘요.”진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휴대폰 화면을 다시 켰다. 방금 보고 있던 건, 유진과 은정이 함께 있는 사진들이었다.둘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 그리고 둘이 함께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장면. 얼마 전 중식당에서 있었던 그날이었다.진구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누군가 이 사진들을 너희 팀 메일에 전체 전송했어. 내용은, 네가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게 구은정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어서라고.”유진은 이미 그 메일을 확인했었다. 메일에는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구씨 그룹 사장을 유혹했다는 식의 악의적이고 천박한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업계 풍기를 망친다는 말까지, 표현이 거칠고 추했다. 유진은 이를 꽉 물었지만, 곧 침착하게 물었다.“발신 IP 추적할 수 있어요?”진구가 답했다.“지금 IT팀에서 추적 중이야. 내부 직원일 수도 있고, 유지그룹 쪽의 보복일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반드시 밝혀낼 거야.”“일단 외부로 확산은 안 됐고, 회사 내부 루머 수준이야. 이미 전체 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