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그만해!”소희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제지했다.“둘 다 그만 싸워. 나와 그 사람 사이의 일은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 없어.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이 얘기는 그만하고 다른 얘기 하자!”이현은 소희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다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다른 얘기 하자! 소희야, 올해 대학 졸업하는 거지? 졸업하고 뭘 할지 생각해 봤어?”이정남도 바고 화제를 돌렸다.“차 감독이 아직도 널 배우로 캐스팅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졸업하고 다른 일 하고 싶지 않으면 차 감독한테 가봐.”이정남의 말에 이현이 비꼬듯 물었다.“믿을만한 사람인 거예요?”“믿을 만해. 나와 몇 번 같이 일한 적 있었거든!”“나는 소희가 북극 디자인 작업실에 남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세 사람은 미래에 대한 계획을 말하며 더 이상 임구택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저녁에 집에 돌아온 소희는 샤워한 후 서재에 가서 웨딩드레스 디자인 원고를 계속 그렸다.술을 조금 마시고 저녁 바람이 솔솔 불어 들어오자, 그녀는 나른하게 책상 위에 엎드려 있었다. 조용해진 서재를 보며 갑자기 주변의 모든 것이 무미건조하게 변한 것 같았다.그녀는 카카오톡을 열어 이리저리 보다 그 남자의 프로필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뭔가에 홀린 듯 소희는 그 남자의 프로필 사진을 클릭했다.그의 스토리에는 달랑 사진 한 장 뿐이었다.이건 설날에 그녀가 기분이 좋아서 찍었던 사진인데 그가 “훔쳐” 간 것이다.소희는 예쁘게 피어난 붉은 색의 매화를 보며 가슴이 아팠다.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고 지금 헤어지기까지 고작 몇 개월이 지났을 뿐이다.소희는 가슴이 답답하고 아팠다. 지금 그 사진을 보니 더 풍자적이었다.그러다 자기의 스토리에 가서 망설임 없이 그 사진을 삭제해 버렸다.한편, 베란다에 앉아있던 임구택도 그 사진을 보고 있었다. 그는 사진을 응시하며 뚫어지게 흐려진 배경을 바라보았다.순간, 매화 뒤에 자단의 책상과 책꽂이가 있는 것 같았다.‘소희가 이 사진을 어디
주시후의 말을 듣고 장명원은 순간 안색이 변했다.그는 경계하듯 주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요.”“긴장할 거 없어요. 이 말을 꺼낸 건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에요. 우리는 적이 아니에요. 은서가 있는 한 우리는 친구일 수밖에 없어요.”주시후는 두 팔을 벌리며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말아요. 당신이 매골의 사람이라 해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 테니. 다만 부탁하고 싶은 일이 한 가지 있어요.”그의 말에 장명원은 경계를 거두고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무슨 부탁인가요?”“불곰을 찾아주셨으면 해요.”주시후는 웃음을 거두며 말했다. 그의 표정에는 독함이 조금 묻어있었다.“최근, 불곰의 사람들이 쿠르하 산 근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불곰은 물건을 남스의 거머리라는 사람에게 팔고 있다고 했어요. 물론, 불법 거래를 하는 거죠.”장명원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당신은 그들의 거래를 파괴하는 임무를 받은 건가요?”“아니요!”주시후가 차가운 말투로 대답했다.“나에게는 아무런 임무도 없어요. 그저 불곰을 없애고 싶은 거죠!”장명원은 그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러자 주시후가 계속 말했다.“불곰을 죽이고 싶은 건 내가 그와 개인적인 원한이 있어서예요. 전에 임무를 수행할 때 불곰이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전우를 죽였어요. 난 내 전우의 복수를 하려고 해요. 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내 신분으로는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어요. 그래서 당신의 도움을 요청하고 싶은 거예요.”“어떤 도움을 말하는 건가요?”“불곰은 경계심이 매우 높아요. 지금 그는 쿠하르 산에 있지 않아요. 매골의 사람들이 쿠하르 산에 가서 불곰이 나타나길 기다리기만 하면 돼요.”주시후가 이어서 말했다.“우리가 친구이긴 하지만 그쪽의 룰대로 의뢰할 거예요. 커미션이 얼마든 준비할게요. 만약 불곰을 죽일 수 있다면 두 배로 드리죠!”쿠르하 산은 C 국과 남스의 접경으로 지형이 복잡하고 어느 나라에도 속
그녀의 말에 하얀 독수리는 다시 문자를 보내왔다.[[당신과 함께 임무를 수행할 것을 신청합니다. 불곰은 위험한 사람이에요. 보스 혼자 갈 수 없어요!][불곰과 정면으로 마주치지 않을 거야. 숨어서 감시만 할 생각이야. 사람이 많으면 폭로될 위험이 높아.][전에 쿠르하 산에 가본 적 있어요. 보스보다 더 경험이 많다고요!][이건 명령이야.]말이 끝나고 소희는 바로 매골에서 로그아웃했다.장명원은 멍하니 핸드폰을 한참 보고서야 주시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의뢰받았어요. 나중에 다시 연락해요.]그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주시후도 빠르게 답장했다.[함께 잘해봐요.]메시지를 보내고 주시후는 서재에 가 서랍에서 다른 핸드폰을 꺼내 칩을 삽입하고 핸드폰의 전원을 켰다.그는 집안의 모든 인터넷을 끄고 전화를 한 통 걸었다. 오랫동안 연결음이 들리다 전화기 너머에서 차가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주시후가 대답했다.“불곰을 찾습니다. 중요한 일이에요.”“알았어요!”그쪽에서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약 30분 후, 주시후는 책상 위에 놓은 핸드폰이 진동하자, 한 번 쓱 보고 즉시 받았다."여보세요!"상대방이 말했다.“불곰입니다.”주시우는 소리 없이 웃으며 유창한 영어로 답장했다.“불곰 씨, 제가 큰 선물을 준비했어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물론, 저도 조건이 있어요. 당신이 피아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저는 10톤의 원석을 원해요!""내가 준비한 큰 선물을 보면 내가 원하는 것이 조금도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에요!"원래 불곰은 쿠르하 산에서 거래할 생각이 없었지만 주시 후의 말을 듣고 즉시 거래를 준비하게 했다.…………한편, 의뢰받은 소희는 즉시 밀수로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밀수 성은 쿠르하 산 아래에 있는 C 국의 국경도시로서 현지에는 남스에서 밀입국해 온 사람들이 자주 있어 치안이 좋지 않아 평소에 혼란스러웠다.소희는 밤새 성연희에게 둘 웨딩드레스 디자인 원고를 다 끝내고 다음 날
소희는 말했다.“이틀만!”성연희는 눈물 글썽이며 말했다.“서인은 알아?”“아직 몰라, 그에게 말할 생각이 없었어!”성연희는 좀 급해했다.“왜? 만약 그가 안다면 반드시 너와 함께 갔을 것이야. 이것은 원래 너희 두 사람의 일이잖아!”“나 자신의 일이야!”소희는 강인한 눈빛으로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당시 서인도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 나는 더이상 그한테 위험을 무릅쓰게 하고 싶지 않아. 나는 그들 모두에게 빚을 졌어!”“너 혼자야?”성연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어떻게 안심을 하겠어?”“누군가 날 도와줄 거야!”성연희는 소희를 말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소리를 내지 않고 끊임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 순간 그녀의 마음은 마치 이미 무엇을 예견한 것 같이 매우 아팠다.“나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야. 만약에 일이 있다면, 할아버지한테는 비밀로 해줘!”마지막으로 소희는 당부했다.두 사람은 해질녘까지 앉아 있다가 성연희와 헤어진 후 소희는 또 진석을 만나러 갔다.그녀는 단지 먼길을 떠날 뿐이고 짧은 시간 내에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 스승님한테 갈때 얘기 좀 해달라 부탁하면서 따로 스승님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진석은 눈살을 찌푸리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위험해요?”소희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위험해요!”“안 가면 안 될까요?”진석의 눈빛이 깊어졌다.“예전의 일이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 아직도 내려놓을 수 없는 건가요?”“이번에 가면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에요!”소희는 홀가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렇게 오랫동안 생각한 일은 결국 끝이 있어야만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진석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반드시 돌아와야 해요. 저는 당신이 오기를 기다릴 거예요!”“네!”......소희는 밀수로 떠나는 짐을 준비해 놓고 떠나기 전날 따로 임유민을 만났다.바로 예전에 임유민이 그에게 그의 둘째 숙모를 사칭하여 학교에 가서 밥을 사달라고 한 그 식당이다.소희는 식
강씨 할아버지는 갑자기 그녀에게 물었다.“언제 돌아와?”소희는 멍해졌다. 하마터면 할아버지가 알고 있는 줄 알고 곧 반응했다. 할아버지는 그녀에게 언제 집에 돌아갈지 묻는 것이였다.“아마 5월1일 방학 때 돌아갈 거예요.”소희가 웃으며 말했다.“임구택도 데려와!”할아버지는 당부했다.“너가 말하기 어려우면 내가 말할께.”소희는 가슴이 철령 내려앉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다음날 아침, 소희는 비행기를 타고 강성을 떠났다.비행기가 밀수에 도착하지 않아 그녀는 진명에서 내린 후에 다시 기차를 타고 밀수로 가려고 했다.진명에 이르렀을 때 오전 11시 반이 되었고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소희는 오후 2시의 티켓을 구매했기 때문에 시간이 아직 일러서 먼저 식당을 찾아 밥을 먹었다.진명은 강우대에 속하기에 1년 365일중 300일 동안 비가 내리고 있어서 이곳은 나무가 높고 울창하며 공기도 유난히 습했다.소희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자 100미터 떨어진 곳에서 한 남자가 빠르게 사람들을 뚫고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동시에 그의 뒤엔 멜빵 롱치마를 입은 여자가 소리 질렀다.“도둑이야! 내 가방을 빼앗아 갔어!”남자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아주 빨리 뛰쳐나가 길가의 오토바이에 올라타더니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소희는 식당 밖의 벽에 걸린 나무줄기 장식을 들고 차가운 눈빛으로 달려오는 오토바이를 바라보더니 손에 든 밧줄을 두 바퀴 돌리자 나무 줄기가 세차게 날아가 오토바이에 탄 사람의 얼굴을 직접 때렸다.‘탁’ 하는 큰 소리와 함께 남자는 머리가 비뚤어지고 입 안의 두 이빨이 핏물과 함께 튀어나갔다.오토바이도 와르르 쓰러져 옆 행인들은 비명을 질렀다.소희는 경찰에 신고하고 식당에 장식품 비용도 주고 나서야 쓰러진 도둑을 향해 걸어갔다.이미 행인들이 도둑을 저지른 두 사람을 통제했다. 훔친 가방은 PDA 한정판으로 빗물에 떨어졌고 안의 물건도 온 바닥에 흩어졌다.지갑 하나와 화장품들이 들어 있었다.소희는 가방을 주워
소희는 빠른 걸음으로 정거장에 멈춰 정거장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숨을 헐떡이며 심명이 쫓아왔다.“심명씨, 어디가는 거예요.왜 혼자 진명에 있어요?”“심명씨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어깨에 가방을 메고, 얼굴에 마스크를 쓴 소희가 차가운 눈빛으로 심명을 보았다.“따라오지 마세요!”버스는 곧 도착하였다.심명은 원래 소희와 함께 버스에 오르려고 했지만 그녀에게 밀려 내려갔다.따라 오지 마세요.아지면 정말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심명은 그녀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소희씨, 도대체 진명에는 왜 온 거예요?”소희가 차에 올랐다.차문은 닫기고 심명을 차 밖에 막았다.심명은 재빨리 택시 한대를 막았다. 그는 원래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 따라가 보려고 했지만 생각을 바꾸었다.그는 운전기사에게 앞에 있는 버스를 따라가게 하면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차를 가지고 여경로에 오세요.305버스, 한 여자애입니다.네, 계속 따라가면 됩니다!”심명이 지시를 내렸다.“경각성이 높은 애이니 발견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심명은 택시더러 계속 앞의 뻐스를 따라가게 하였다. 두 정류장을 따라가다자 자기 차가 오는것을 보고 택시에게 일부러 길목에서 차를 돌리게 하였다.심명이가 자기를 따라 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소희는 뒤의 택시를 계속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택시가 방향을 돌리자 비로소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그녀는 방금 자신의 무모한 행동에 후회하고 있었다. 심명이가 이렇게 귀찮게 붙을 줄이야!......한 시간 후 소희는 밀수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동시에 소희를 미행하던 사람도 심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심 대표님, 놓쳐버렸습니다!”“…….”“경각성이 높아 정거장에서 우리가 뛰를 따르는 것을 알아챈 모양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놓쳐버렸습니다!”심명은 크게 화가 났다.“도대체 뭐하는 겁니까!”그는 이를 악물고 생각에 잠겼다.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것이다.‘소희는 도체에 진명에 무슨 일로 온 것이지?’‘아니야, 진명에 온 것이
소희는 한 하숙집을 찾아 머물었다.거기 주인은 그녀가 외지인것을 보고 여행 온 줄 알고 가이드가 필요하냐고 계속 물었다.소희는 완곡하게 거절하고 국수 한 그릇을 먹은 후 방에 돌아가 쉬었다.외진 곳이라 밀수 여행을 오는 사람이 많지 않고 객실이 절반은 비어 있어 들어가니 곰팡내가 풍겼다.주인아주머니는 즉시 창문을 열고 익숙하지 않은 표준어로 말했다.“오랫동안 비어있어 그래요. 창문을 열어주면 될 거예요. 봐 보세요, 여기서는 쿠르하 산의 경치를 바로 볼 수 있어요. 이 방이 여기 제일 좋은 방이예요.” 밀수 지방언어를 알고 있는 소희는 주인 아주머지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눈길을 옮겼다. 거기에는 끊없는 산맥과 고무원이 였다. 큰 비가 내린지 얼마 안되어 검은 산에는 몽롱한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뜨거운 물 가져다 주세요!”소희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네!” 검은 피부, 머리를 위에 감은 주인 아주머니는 소박하고 열정적인 분이다.그녀는 소희를 도와 이부자리를 깔고 뜨거운 물을 가지러 나갔다. 가방을 창문 아래의 나무 책상에 올려 놓고 소희는 먼 곳의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마음이 설렜다.‘내가 그 동안 그렇게 바라오던 것이 마침내 여기서 끝나려는 건가?’곧 주인 아주머니는 뜨거운 물을 들고 올라왔다. 그녀는 소희의 잔에 물을 부어주며 물었다.“아가씨,어디에서 왔어요?”“강성이요!”“좋은 곳이죠!” 아주머니가 감탄하였다.“어쩐지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도시 사람이네요!”그녀는 상냥하게 웃으며 당부했다.“여기는 도시가 아니라서 밤거리가 그다지 안전한 것은 아니예요. 그러니 낮에만 움직이시고 밤에는 나가지 마세요.”소희가 말없이 머리만 끄덕였다.“감사합니다!”“여기 경치가 좋은 곳이 많아요!”아주머니가 열정적으로 소개하였다.“등산도 좋아요. 산 경치가 아름답거든요. 마을 안에서 여기저기 둘러봐도 좋아요. 여긴 2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오랜 마을이예요! 그리고…….”아주머니는 창밖의 고무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강성, 임씨 저택늦은 밤, 집에 돌아온 임구택은 핸드폰에 이상한 번호의 전화가 들어온 것을 보았다.눈빛이 깊어지자 핸드폰을 귓가에 대고 물었다.“여보세요!”“금호, 오랜만이야!”대방이 웃으며 어설픈 말로 물었다.임구택은 얼굴색이 변하더니 바로 서재에 들어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Maduro?”“그래,나야!”남자의 목소리가 거칠해 졌다.“부탁할게 있어.” Maduro는 임구택이 용병으로 있을 때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은 한 팀에서 반년 동안 머물며 서로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었다.“말해!”“C국 밀수의 고무원, 니 것이 맞아?”임구택이 눈을 가늘게 떴다.“뭘 하려고 하는데?”밀성은 쿠르하 산과 가까이 있었다. 거기는 C국과 남스의 경계이기 때문에 일년 내내 밀입국자들이 와서 아주 복잡하다.임씨 가문에서 쿠르하 산의 고무원을 매입한 다음 현지에서는 밀입국자들의 불법거래를 막기 위해 밀수 주변의 치안을 모두 임씨 가문에 맡겼다. 임씨 가문에서도 고무원을 관리하기 위해 합법적으로 총기를 착용할 수 있게 하였다. 하나는 고무원을 지키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밀입국자들을 막기 위한 것이다.어쩌면 임씨 가문은 쿠르하 산과 밀수의 수호자이다!“내 친구가 쿠르하 산에서 반역자를 매복해야 하는데, 충돌을 피해 그가 쿠르하 산 지역을 들어갈 수 있게 너희 사람들을 철수시켜 줘.” 일부 조직에서 도망친 사람들이 쿠르하 산을 통해 C국으로 도망치는 경우가 많다. 임구택의 사람들이 무장이라 하여도 산맥 전부를 지킬 수 없는 것이라 흔한 일이다.임구택은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고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들어오게는 할 수 있지만 내 구역에서는 내 규칙을 지켜야 해. 총기 사용은 금지고, 여기 주민을 다치게 해서도 안 돼. 일이 끝나면 바로 떠나, 아니면 내가 가만 두지 않을 거야.”“알았어. 약속하지!아, 그리고…….”그가 갑자기 말했다.“한 가지 더 말해줄게. 네가 몇 년 전에 서희라는 애를 찾았지. 걔 죽었어. 그리고 걔를 팔아먹은
오석준은 결국 해고되었고, 정휘현도 부하 직원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징계받았다. 그리고 안토니네 민박집은 철거되지 않기로 확정되었으며, 주변의 다른 민박들도 철거 대상에서 제외되었다.이 소식을 들은 박민란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활짝 웃었다. 모든 일이 해결되자, 서인은 마심호에게 먼저 강성으로 돌아가라고 지시한 뒤, 직접 차를 몰아 안토니네 가족을 집까지 데려다주었다.토니의 부모와 박민란은 서인의 차에 타고, 토니는 다른 차를 탔다. 돌아가는 길에, 오직 박민란만이 계속 떠들었다.“윤석경 씨, 솔직히 작은 안주설 같은 여자는 절대 며느리로 받아들이면 안 돼요. 헤어진 게 잘된 일이죠. 저런 애는 속이 너무 안 좋아요!”“그 애가 저도 속이려고 했어요. 저는 처음부터 서인 씨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죠!”“이번 일은 정말 서인 씨 덕분이에요. 덕분에 우리 집도 철거되지 않게 됐고요. 그런데 서인 씨, 그 오석준이 왜 당신을 도련님이라고 부르던 거예요?”조수석에 앉아 있던 임유진이 뒤를 돌아보며 웃으며 말했다.“도련님은 말 그대로 뜻하는 거죠!”박민란은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아가씨, 나를 속이려는 거 아니죠? 난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야!”유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그러면 왜 물어보셨나요?”박민란은 순간 말문이 막히더니 멋쩍게 웃으며 말을 돌렸다. 그러면서도 서인의 정체를 어느 정도 짐작한 듯, 태도는 더욱 공손해졌다.“아가씨도 참 대단해요!”유진은 여전히 밝은 미소로 말했다.“칭찬은 됐고요. 제가 선생님네 난초를 꺾은 걸 용서해 주시기만 하면 돼요!”박민란은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민망하게 웃었다. 토니네 집에 도착한 후, 가족들은 모두 서인에게 미안해했다.비록 주설이 가족은 아니지만, 그녀는 약혼자나 다름없었기에 그녀의 행동이 곧 가족의 잘못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서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어차피 주설이 사진 몇 장으로 나를 모함하려고 했을 때도, 여러분은 저를 의심하지 않았잖아요.
서인은 유진의 손을 잡고 사무실을 나섰다. 다른 사람들도 뒤따라 나가자, 방 안에는 오직 안토니 가족만이 남게 되었다....옆 사무실에서 이한우가 웃으며 서인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야, 너 진짜 구씨 집안 사람이었어?”서인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냥 서인이라고 부르는 게 편할 거예요.”이한우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나설 필요도 없었겠네?”서인은 쓴웃음을 지었다.“처음엔 이 호텔이 우리 가족 소유인 줄 몰랐어요. 형이 담당자를 찾아 해결할 수 있다고 하길래, 괜히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냥 맡긴 거예요.”“그런데 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줄은 몰랐죠.”그는 지난 일들을 떠올렸다.토요일에 이한우와 만났고, 일요일에 유진과 함께 흥성을 둘러보던 중 우연히 호텔을 지나쳤다. 그때야 호텔의 로고를 보고, 이곳이 구씨 그룹의 리조트 개발 프로젝트라는 걸 알았다.월요일에 오석준을 만나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기에, 더 이상 문제를 만들지 않고 조용히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주설과 오석준이 손을 잡고 일을 꾸미고 있었던 것이다.서인과 한우는 과거 함께 훈련받고 임무를 수행했던 사이다. 목숨을 맡길 수 있는 사이는 되어도, 서로의 사적인 신분에 대해서는 깊이 묻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한우도 그런 서인의 태도를 이해하고, 그런 사실을 숨겼다고 해서 따지지는 않았다. 대신 웃으며 말했다.“어쨌든 해결됐으니 다행이지. 더 중요한 건, 이 일 덕분에 우리가 다시 만났다는 거야. 그리고 서로가 잘 지내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는 것도.”서인은 미소를 짓고 이한우와 손을 단단히 맞잡았다....한편, 토니는 끝내 주설을 용서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향해 분노를 터뜨렸고, 주설은 울면서 사무실을 뛰쳐나왔다. 하지만 억울한 마음을 이기지 못한 주설은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유진을 찾아가 따지기로 했다. 마침 사무실 맞은편 회의실 문이 살짝 열려 있었고, 주설은 안을 들여다보았다.그곳
오석준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제가 철거 담당자들에게 안토니 가족을 압박하라고 지시하고 있을 때, 도련님이 흥성에 오셨어요. 그러자 안주설이 다시 전화를 걸어왔고요.”“어떻게든 도련님을 쫓아내지 않으면 계약이 성사되지도 않고, 집도 철거할 수 없을 거라고 했죠.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이한우 씨가 저를 찾아왔어요.”“그래서 저는 계략을 꾸몄습니다. 우선 도련님께 안토니네 민박을 철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그리고 식사 자리에서 일부러 차를 건네는 척하며 사진을 찍게 했죠.”“안주설과 저의 계획은 이랬어요. 도련님이 흥성을 떠나면, 즉시 안토니네 민박을 철거하는 것.”“하지만 도련님이 떠나지 않으면, 그 사진을 안주설에게 보내 안주설이 안토니 가족에게 보여주면서 도련님이 호텔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모함한다.”“그렇게 해서 안토니 가족이 도련님을 믿지 못하게 만들고, 결국 흥성을 떠나게 할 생각이었어요.”오석준의 말을 들은 토니의 가족은 모두 경악했다. 주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곧바로 오석준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당신 지금 헛소리하는 거잖아요! 난 그런 일 전혀 몰라요! 근데 왜 나를 모함하는 거죠? 혹시 서인 사장님이 시킨 거 아녜요? 당신들 한 패잖아요!”하지만 오석준은 싸늘한 시선으로 주설을 내려다보았다.“처음 나를 찾아온 건 당신이었어. 일이 끝나면 보상금의 10%를 주겠다고 했지.”“그리고 도련님께서 철거를 막으려고 하자, 당신이 더 급해져서 나와 철거 계약까지 따로 체결했잖아.”유진은 모든 게 이해된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철거 담당자들이 더 이상 안토니 가족을 압박하지 않았던 거군. 이미 안주설이 가족을 사칭하고 계약했으니까.’그 순간, 박민란의 얼굴도 점점 변했고 마침내 작게 중얼거렸다.“사진, 그 사진은 안주설이 나한테 준 거예요. 서인이 호텔 측에서 돈을 받아서 자기 남자친구네는 철거하지 않을 거지만, 우리 집은 곧 철거될 거라고 했어요.”“그래서 다른 민박집 주인들과 함께 가서 소란을 피우
오석준의 시선이 흔들리며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머뭇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마심호가 단호하게 말했다.“이제 와서 숨길 게 뭐가 있나? 전부 말해요!”오석준은 난처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보상금 총액의 10%를 저에게 주기로 약속했어요.”“허!”정휘현이 비웃음을 터뜨렸다. 임유진과 서인은 눈을 마주친 뒤, 유진이 오석준을 향해 말했다.“일단 여기까지 듣죠. 나머지는 나중에 이야기하시죠.”그러고는 오석준의 비서를 바라보며 지시했다.“안토니네 가족이 맞은편 식당에 있다고 하더군요. 지금 당장 그 사람들을 데려오세요. 안주설도 포함해서 모두 오게 하세요.”마심호가 도착하기 전, 서인은 이미 이한우를 시켜 토니 가족을 시내로 데려오게 했다. 안토니 가족을 맞은편 식당에 대기시켜 두었는데, 진실을 밝히려면 관련된 모든 사람이 있어야 했다.비서가 오석준을 바라보자, 그는 깊게 찡그린 채 짧게 말했다.“가서 데려와요!”이에 비서는 즉시 밖으로 나갔다.몇 분 뒤, 토니네 가족이 도착했고, 옆집 민박집 주인 박민란도 따라왔다.박민란은 토니 가족이 불려 간다는 소식을 듣자, 철거 보상금 문제를 몰래 처리하는 게 아닌지 걱정돼서 어떻게든 따라오려 했다.운전기사가 말렸지만, 그녀가 완강하게 버티자 결국 데려오게 됐다. 사무실 문을 열기 전부터 박민란은 소리를 질렀다.“또 우리한테 강제로 철거 계약서에 서명하라고 하는 거예요? 저 서인이라는 사람, 당신 도대체 우리 돈 받아서 어디로 사라진 거예요?”하지만 사무실에 들어서고 난 후, 방 안을 가득 채운 정장 차림의 사람들을 보자마자,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토니는 서인을 보자 반갑게 외쳤다.“서인 형!”그러나 토니의 옆에 서 있던 주설은 냉소적인 태도로 말했다.“아직도 형이라고 부르네? 눈치 좀 챙겨. 형이 아니라 호텔 측 사람이야. 넌 진짜 바보야.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도 모른다고!”토니는 눈살을 찌푸렸다.“서인 형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주설은 화를 내며 말
두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로비를 가로질러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 안에는 마심호뿐만 아니라 서인과 이한우도 있었다.오석준이 나타나자마자, 한우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성큼 다가가 오석준의 옷깃을 거칠게 잡아챘다.“오석준 사장님, 감히 날 가지고 놀아요?”오석준은 서인과 한우를 보자마자 상황을 눈치챘다. 하지만 정작 그가 두려워하는 사람은 둘이 아니라, 마심호였다.오석준은 재빨리 이한우의 손을 뿌리치고 옷깃을 정리하더니, 곧장 마심호에게 다가가 얼굴 가득 아부하는 미소를 지었다.“마심호 사장님, 저는 오석준이라고 해요. 호텔의 모든 건설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죠.”“이번에 몇몇 민박이 우리가 계획한 골프장 부지에 포함되어 있어서, 보상금을 주고 이주하도록 했죠.”“그런데 이 두 사람이 그중 한 가족을 대신해 저를 찾아와서 뇌물을 주려 했어요. 그 집을 철거하지 말아 달라고 하더군요.”“제가 거절했더니, 이렇게 와서 소란을 피우는 거예요!”그러자 한우가 격분하여 소리쳤다.“헛소리하지 마세요! 본인이 분명 동의해 놓고, 나중에 말을 바꿨잖아요! 이제 와서 우리한테 누명을 씌우겠다고요?”하지만 오석준은 오직 마심호만 바라보며 말했다.“마심호 사장님, 저는 오로지 우리 호텔을 위해 일했을 뿐이에요. 호텔과 그룹을 배신하는 행동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마심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석준 사장, 누가 당신한테 뇌물을 줬다는 거죠?”그러자 오석준은 곧장 서인을 가리켰다.“바로 이 사람이요! 그날 저를 초대해 밥을 사더니, 돈을 주려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받지 않았죠. 제 비서가 그 증인이에요!”그 순간, 서인 옆에 앉아 있던 유진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고, 마심호의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스쳤다.“당신 말은, 서인 씨가 당신에게 뇌물을 줬다고요?”오석준은 확신에 찬 듯 말했다.“네, 맞아요!”마심호가 다시 물었다.“그럼, 당신이 말하는 서인 씨가 누구인지 알고
사람들이 끌려가고, 바닥에는 피가 얼룩진 채 남아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도로가 깨끗이 정리되자, 두 사람은 차를 길가로 옮겨 도로를 비워주었다. 서인은 차를 출발시켜, 굉음을 내며 달려 나갔다.임유진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서인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더니, 몇 분 후 차를 길가에 세웠다. 서인은 휴지를 꺼내 몸을 기울여 유진의 옆얼굴과 머리카락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주며 담담하게 말했다.“놀랐어?”서인의 눈빛은 깊고 어두웠다.“이제야 깨달았겠지? 나 같은 사람은 좋아할 만한 가치가 없어. 멀리하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야.”유진은 서인을 바라보며 천천히 그의 손을 잡았다.“예전에도 이렇게 살아왔어요?”서인의 손등 위로 유진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이 닿았다. 그러자 서인 심장이 미묘하게 흔들렸지만, 얼굴은 여전히 냉담했다.“그래.”유진은 서인을 깊이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이제 사장님이 싸울 수 있는 걸 존경하지 않을래요. 대신, 네가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 평범하고 안전하게 살길 바랄 거예요.”오늘 유진은 분명 충격을 받았다. 저 칼은 진짜였고, 사람을 향해 휘두르면 살점이 찢기고 피가 튀었다. 저 무거운 곤봉이 내려치면 뼈가 부러질 정도의 위력이었다.서인은 강했다. 하지만 결국 서인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이었다. 만약, 혹시라도 다친다면...서인은 유진을 바라보았고, 두 사람의 시선이 가까이에서 맞닿았다.“어떤 일들은 피할 수 없어.”유진은 즉시 말했다.“그러면 앞으로 내가 항상 따라다닐 거예요. 사장님이 싸우면 나도 따라갈 거예요.”서인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안 무섭다고?”유진의 눈빛이 깊어졌다.“사장님이 보이지 않는 게 더 무서워요.”서인은 갑자기 손을 내리며 비웃듯 말했다.“구제 불능이군.”유진은 즉시 반박했다.“누가 그래요? 사장님은 내 치료약이예요.”서인은 유진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의 집요함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액셀을 밟아 차를 빠르게
두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자, 맞은편 무리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의 얼굴에는 음침한 웃음이 서려 있었다.“지금 당장 흥성을 떠나. 그렇지 않으면 오늘 여기서 죽게 될 거야. 네가 죽으면 네 여자친구는 더 비참한 꼴을 당할 거고. 선택해 봐!”곁에 있던 또 다른 남자가 느끼한 목소리로 거들었다.“고작 안토니 가족 일에 네 목숨을 걸겠다고? 이렇게 예쁜 여자를 두고? 어이 형씨, 다시 한번 생각해 봐.”한쪽 팔에 기린 문신이 새겨진 사내가 비웃으며 말했다.“주제도 모르고 까불긴.”남자의 조롱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그러나 서인은 검은 옷을 입은 채, 강렬한 햇빛 아래에서도서인의 분위기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안토니 가족 일, 내가 끝까지 책임질 거야.”“이 새끼가 죽고 싶나 보네!”기린 문신의 사내가 침을 뱉으며, 손에 들고 있던 긴 몽둥이를 휘둘러 서인을 향해 강하게 내리쳤다.그러나 서인은 남자가 몽둥이를 휘두르기도 전에 순식간에 몸을 날렸다. 단숨에 앞으로 돌진한 그는 강하게 발차기를 날려 그 사내의 얼굴을 정통으로 가격했다.퍽! 문신남은 피를 뿜으며 나가떨어졌다. 땅에 쓰러진 그의 입에서 부러진 이빨이 튀어나오자, 주변의 남자들은 순간 굳어버렸다.그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고, 산속을 스치는 바람마저도 싸늘하게 불어닥쳤다. 그러나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몇 초 후, 무리가 일제히 달려들었고, 길고 날카로운 칼과 몽둥이를 든 열 명이 넘는 사내들이 맹렬한 기세로 서인을 향해 돌진했다.유진은 본능적으로 숨을 멈췄지만,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사장님!”유진은 잔뜩 긴장했지만, 차마 서인을 혼자 두고 도망칠 수 없었다.서인은 냉정하게 움직였다. 달려오는 자의 가슴을 강하게 걷어차 쓰러뜨린 후, 그가 떨어뜨린 칼을 순식간에 집어 들었다.그러고는 재빠르게 몸을 틀어 왼쪽에서 달려드는 또 다른 적의 허벅지에 칼을 박아 넣었다.“윽!”피가 솟구쳤고, 그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러나 뒤쪽에서 또 다른 남자
윤석경은 눈가가 붉어졌지만,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힘들어하지 마. 정말 안 되면 그냥 철거해도 괜찮아. 어차피 아들이 매달 돈을 보내주니 굶어 죽을 일은 없으니까.”서인은 잠시 윤석경을 바라보다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임유진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차가 산길로 접어들자, 유진은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씩씩댔다.“그 안주설, 정말 능청스럽게 변명하더라고요. 증거가 다 나왔는데도 저렇게 뻔뻔하게 나오다니!”“누가 들어도 우리가 철거를 막는 게 못마땅했던 게 분명한데, 뒤에서 조종한 거 아니에요?”서인은 앞을 주시하며 담담하게 말했다.“너도 거짓말을 했잖아. 그러니 사람들이 네 말을 전적으로 믿겠어?”“내가 언제 거짓말을 했다고 그래?”유진은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인을 바라보자, 서인은 유진을 힐끗 보며 말했다.“네가 월세로 산다고 했잖아. 그리고 나랑 결혼해도 계속 월세로 살 거라고?”유진은 순간 멍해졌다가, 이내 얼굴이 빨개졌다. 입술을 꼭 다문 채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만약 우리가 결혼한다면, 월세 살아도 괜찮아요.”서인은 코웃음을 쳤다.“너 좀 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철없네.”유진은 억울한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올렸다.“왜요?”서인은 무심하게 말했다.“넌 돈이 없는 생활을 해 본 적 있어? 돈이 없을 때 어떤 기분인지 알아?”유진은 서인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는 조용히 말했다.“내 이름으로 된 집이 여러 채 있어요. 결혼하든 안 하든 그건 변하지 않고요. 사장님이 월세 살고 싶다면 나도 그렇게 할게요.”“사장님이 원치 않는다면, 그냥 내 집에서 살면 돼요.”서인은 순간 할 말을 잃었고, 유진은 기다렸다는 듯 다시 물었다.“그래서, 월세 살 거예요? 아니면 내 집에서 살 거예요?”서인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반문했다.“누가 너랑 결혼한대?”유진은 장난스럽게 피식 웃더니, 창밖을 바라보며 한껏 우쭐해했다.그때, 도로 한가운데 두
방 안이 삽시간에 조용해졌고, 서인도 고개를 들어 임유진을 바라보았다. 유진은 눈처럼 맑고 투명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꺼내 녹음 파일을 찾아 재생했다.녹음 속에서는 두 사람의 대화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처음에는 안주설의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쥐구멍이 없어도 쥐는 나타나요. 쥐는 정말 어디든 들어올 수 있어요. 창문으로 기어들었을 수도 있고요.”“난 쥐가 제일 무서워요. 전에 내가 살던 원룸에도 한 번 쥐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어디서 들어온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강성에서 월세 살고 있나 봐요?”“음, 그렇죠!”...녹음이 계속 이어지다, 주설의 목소리가 확연히 낮아졌다.“유진 씨랑 서인 사장님, 토니네 일에서 손 떼면 안 될까요?”유진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뭐요?”“내가 400만 원 줄게요. 그러니까 서인 사장님 설득해서 여기서 떠나게 해 줘요.제발, 네?”“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요?”“묻지 말고, 그냥 네가 서 사장님을 설득해서 돌아가게 해 줘요. 우린 모두 토니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같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그냥 손 떼고 돌아가 줘요.”...유진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설마 주설 씨였어요?”“뭐가요?”“주설 씨, 이 민박집이 철거되길 바라고 있네요. 보상금 받아서 해성에 집 사려는 거죠?”“그게 유진 씨랑 무슨 상관이죠? 왜 우리 집 문제에 왜 당신이 끼어드는데요? 지나치게 참견하는 거 아닌가요?”“보상금 받아서 집 사면, 토니 씨 부모님은 어떻게 하라고요? 여기가 토니 씨 부모님들이 가진 전부예요.”“집이 무너지면, 부모님을 해성으로 모셔 갈 거예요?”“당신이 상관할 일 아니잖아요! 본인이 집 못 사니까 우리도 못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질투하는 거죠? 솔직히?”녹음은 거기서 끝났다. 유진은 녹음이 끝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충격에 빠진 주설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웃었다.“누가 이 집을 철거시키려 했는지, 누가 보상금을 노렸는지, 누가 우리를 여기서 쫓아내려 했는지 이제 다들 알겠죠?”모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