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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9화

“아뇨,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장명원이 말했다. 그는 약간 의기소침한 채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

오후, 소희는 오 씨와 함께 정문에 대련을 붙이러 갔다.

오랜만에 본가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고용인들에게 전부 휴가를 줬다. 그래서 집에는 요리사 한 명과 기사 한 명, 그리고 오 씨만 남았다.

오 씨는 평생 결혼하지 않으셨고 이젠 강씨 가문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설에도 이 집을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오 씨는 이제 나이도 나이인지라, 소희는 그를 배려하여 혼자서 왔다 갔다 하며 의자를 딛고 높은 곳에 대련을 붙였다.

잠시 후, 소희가 방에 들어가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임구택에게서 전화가 수없이 와 있었다.

그녀가 막 임구택에게 다시 전화를 걸려고 할 때, 그에게서 전화가 또 걸려 왔다.

“전화를 왜 안 받아요?”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휴대폰 너머로 임구택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소희는 살짝 웃었다.

“대련을 붙이러 갔는데 휴대폰을 그만 안 가져가서요.”

임구택은 한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어딜 갈 때 꼭 휴대폰을 들고 가세요. 걱정했잖아요.”

“네, 알았어요.”

소희는 손가락에 묻은 먼지를 떼어내며 말했다.

그때, 민이가 소희 앞으로 달려와 그녀 곁에 자리를 잡은 채 휴대폰을 향해 목청을 돋구었다.

“소희야, 소희야.”

“무슨 소리야?”

임구택이 물었다.

소희는 휴대폰을 움켜쥔 채 민이를 향해 소리쳤다.

“조용히 해.”

민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검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소희?”

“네, 이웃집 아이인데 절 부르고 있어요.”

소희가 말했다.

“목소리만 들어도 무례한 아이일 것 같네요.”

임구택은 농담으로 한 말이다.

“••••••”

소희는 민이를 손으로 밀쳐내며 말했다.

“됐어요. 전 이제 할아버지께서 음식을 준비하는 걸 도와주러 가봐야 해요. 구택 씨도 자꾸 메시지 보내지 마세요.”

“소희 씨가 자꾸 생각나는데 그럼 어떡해요?”

임구택이 말했다.

그러자 소희는 부끄러웠는지 수줍게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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