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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2화

구은서는 옆문으로 나가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임구택이 돌길 한쪽에 위치한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얇은 흰색 스웨터에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있는 임구택은 벤치를 등지고 다리를 포개고 앉아 있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 그의 옆모습의 윤곽은 짙고도 아름다웠다.

지극히 평범한 자세였지만 임구택이 하고 있으니 어딘가 나른하고 귀티가 배어 있어 보였다.

구은서는 걸음을 늦추고 멀지 않은 곳에서 그의 옆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소년 시절의 앳된 모습을 벗어던진 남자는 진중함은 물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성숙한 남자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어른이 되었다. 무표정에서도 형언할 수 없는 압박감을 선사하는 어른 말이다.

구은서는 예전에는 소년 시절의 임구택에게만 호감을 가졌다면, 이제 그녀는 임구택이라는 이 남자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는 앞으로 임구택보다 더 나은 남자를 절대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그를 다른 여자에게 양보하지 않을 거라고 마음먹었다.

임구택은 휴대폰을 쳐다보다가 누군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적게 입으면 춥지 않아?”

구은서는 아무 일도 없었는 듯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임구택은 눈을 내리깔고 휴대폰으로 문예 야회를 검색하며 말했다.

“괜찮아.”

“네가 나를 보자마자 피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야.”

구은서는 임구택 옆에 앉았다.

임구택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휴대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오늘은 우리 집에 손님으로 온 거니까.”

그의 말에 구은서는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다.

‘난 손님이고, 그럼 소희는?’

“엄마가 하도 같이 가자고 하셔서. 네가 날 보고 기분 나빠할까 봐 안 오려고 했는데, 나도 오랜만에 아주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왔어.”

구은서가 말했다.

“난 기분 나쁘지 않아. 그리고 너도 이젠 나랑 소희 씨 마음을 추측할 필요도 없고.”

임구택은 미적지근하게 말했다.

그의 말에 구은서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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