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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5화

“소희 씨는요? 소희 씨는 제가 안 보고 싶어요?”

임구택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영상 통화 가능해요?”

“할아버지가 절 부르세요.”

소희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묵묵히 대꾸했다.

임구택은 잠시 침묵을 지킨 뒤 천천히 말했다.

“할아버지한테 전화 바꿔드릴 수 있어요? 새해 인사 좀 드리려고요.”

“됐어요. 설에 할아버지를 놀랠 킬 일이 있어요?”

소희가 말했다.

“내년에 할아버지께 직접 인사드리러 갈게요.”

“그래요.”

소희는 무심결에 대답하고는 잠시 주춤했다.

“이만 끊을게요.”

“네.”

임구택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베이비, 사랑해요.”

임구택의 말에 소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렇게 몇 초간의 침묵이 흐른 뒤 그녀는 먼저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야 소희는 그 몇 초간의 침묵이 사실 임구택이 자신이 대답하기를 기다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은 것을 약간 후회했다.

소희는 침대에 엎드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바깥은 날씨도 좋고 햇살도 따스했다. 그녀는 처마 밑에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등불을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순간, 그녀 머릿속은 온통 임구택으로 꽉 차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깊은 눈동자, 그가 말하는 모습, 사랑한다고 말하는 말투까지… 소희는 두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갑자기, 그녀는 그가 그렇게 보고 싶어졌다.

•••••

잠시 후, 소희가 일어나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10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좀 이상했다. 할아버지가 뜻밖에도 그녀를 깨우지 않았던 것이다.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갔는데 복도를 지나가다 오 씨가 홍매화 화분을 들고 오는 걸 발견했다.

“아가씨, 일어났네요? 배고프죠? 부엌에 닭고기 수프와 만두가 있어요.”

“네.”

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에 들려 있는 홍매화를 바라보았다.

“꽃이 피었네요?”

“네. 어젯밤에 꽃을 피웠는데 어르신께서 아가씨가 홍매화를 좋아하신다고 아가씨 방으로 보내라고 하셔서요.”

“할아버지는요?”

“정원에 계십니다.”

“오늘은 왜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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