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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간미연은 고개를 돌려 장명원을 바라보았다.

장명원은 며칠 전에 머리를 짧게 잘랐는데, 잘생긴 그의 얼굴이 더 돋보였다. 웃으면 드러나는 순진함 속의 왠지 모르는 사악한 기운, 마치 판타지 동화 속에 나오는 마법 소년 같았다.

“한밤중에 데이트라고? 왜 안으로 들여놓지 않고?”

장명원은 농담을 건넸다.

간미연은 그런 그를 묵묵히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명원이 그녀를 노려보며 무슨 말을 하려는데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도착하는 바람에 간미연은 그를 뒤로한채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한밤중의 엘리베이터 안.

그들 단 두 사람밖에 없었는지라 분위기는 조용하고 적막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다소 복잡했다. 원래 가짜 연애를 하는 척하기로 했지만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관계가 조금씩 달라졌다.

장명원은 술기운을 빌어 질투하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몇 차례의 키스까지 나누었다. 하지만 날만 밝으면 둘 중 누구도 전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 못 하는 사람처럼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서로를 대했다. 마치 지금처럼 엘리베이터 안에 서 있는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속마음을 품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나오자, 간미연은 집 문을 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곧 설이니까 집으로 가 봐. 내일 나도 갈 거야.”

장명원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말했다.

“가기 싫어.”

간미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문을 열고 들어갔다.

현관에서 두 사람은 신발을 바꿔 신고 거실로 들어섰다.

불이 켜지지 않은 방, 유리 창문 너머로 바깥의 화려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간미연은 말없이 집마다 환히 켜진 등불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가족들끼리 함께 설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부유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설날을 보내고,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가족들과 재회하고, 함께 기쁨을 나눴다.

장명원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간미연을 보고 먼저 말을 걸었다.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간미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장명원은 거실 불을 켜고 소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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