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미연은 고개를 돌려 장명원을 바라보았다.장명원은 며칠 전에 머리를 짧게 잘랐는데, 잘생긴 그의 얼굴이 더 돋보였다. 웃으면 드러나는 순진함 속의 왠지 모르는 사악한 기운, 마치 판타지 동화 속에 나오는 마법 소년 같았다.“한밤중에 데이트라고? 왜 안으로 들여놓지 않고?”장명원은 농담을 건넸다.간미연은 그런 그를 묵묵히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장명원이 그녀를 노려보며 무슨 말을 하려는데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도착하는 바람에 간미연은 그를 뒤로한채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한밤중의 엘리베이터 안. 그들 단 두 사람밖에 없었는지라 분위기는 조용하고 적막했다.두 사람의 관계는 다소 복잡했다. 원래 가짜 연애를 하는 척하기로 했지만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관계가 조금씩 달라졌다.장명원은 술기운을 빌어 질투하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몇 차례의 키스까지 나누었다. 하지만 날만 밝으면 둘 중 누구도 전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 못 하는 사람처럼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서로를 대했다. 마치 지금처럼 엘리베이터 안에 서 있는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속마음을 품고 있었다.엘리베이터를 나오자, 간미연은 집 문을 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곧 설이니까 집으로 가 봐. 내일 나도 갈 거야.”장명원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말했다.“가기 싫어.”간미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문을 열고 들어갔다.현관에서 두 사람은 신발을 바꿔 신고 거실로 들어섰다. 불이 켜지지 않은 방, 유리 창문 너머로 바깥의 화려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간미연은 말없이 집마다 환히 켜진 등불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가족들끼리 함께 설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부유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설날을 보내고,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가족들과 재회하고, 함께 기쁨을 나눴다.장명원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간미연을 보고 먼저 말을 걸었다.“왜 그래?”“아무것도 아니야.”간미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장명원은 거실 불을 켜고 소파에
그때, 그는 갑자기 간미연의 휴대폰을 빼앗아 한쪽에 던졌다. 그는 아예 간미연 쪽으로 몸을 돌려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장명원은 간미연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갑자기 머리가 횅해져 아무 말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방금 샤워를 마치고 나온 간미연, 그녀의 까만 두 눈동자는 오늘따라 유달리 아름다워 보였고 촉촉하고 빨간 입술에 쌀쌀한 표정까지… 장명원은 마음속으로 겨우 말할 수 없는 충동을 꾹 삼켰다.장명원은 무슨 말을 하려는지도 잊고 그녀의 입술만 쳐다보며 다가갔다.그러자 간미연은 얼굴을 찡그리며 냉소했다.“장명원, 또 많이 마셨어?”“아니.”장명원의 정신은 어느 때보다 맑았다. 그는 간미연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키스하고 싶어.”“만약 내가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면 어떡할 거야?”그녀의 말에 장명원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뭐라고?”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그녀와 묵언이 함께 있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프고 온몸이 차갑게 식었다.장명원은 한 번 피식 냉소하더니, 간미연의 시선을 피했다. 그는 이제 집에 가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바로 그때, 간미연이 갑자기 그의 손목을 꽉 잡았다.“무슨 뜻이야? 설마 양다리라도 걸치려고?”장명원은 그녀를 돌아보며 콧웃음쳤다.그런 그를 올려다보는 간미연의 심장은 미친 듯이 쿵쿵거리기 시작했다. 심장박동은 확연히 빨라졌지만 목소리는 오히려 나지막했다.“오늘 여기서 자고 가.”예상치 못한 간미연의 말에 장명원의 두 눈은 휘둥그레졌다.“어서 샤워하러 가. 난 방에서 기다리고 있을게.”간미연은 태연하게 말을 마친 후, 곧장 침실로 들어갔다.장명원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황홀한 기분으로 한창 샤워를 하면서 조금 전 간미연이 했던 말과 그녀의 표정을 머릿속으로 곰곰이 곱씹었다. 샤워를 하니 취기가 솟아올랐다. 그는 말할 수 없는 모종의 충동을 느끼며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서 서둘러 몸을 닦고 부랴부랴 욕실을 나갔다. 거실의 불은 아직도 켜져 있었다.
장명원이 깨어났을 때, 날은 이미 밝았고, 따스한 햇볕이 짙은 남색의 큰 침대에 비껴 침실 안에는 밝은 빛으로 가득했다.오늘은 섣달그믐날이다. 그래서 그런지 밖에서는 어느새 은은한 폭죽 소리가 들려왔다. 장명원은 졸린 얼굴로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어젯밤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되살아나자, 그는 즉시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간미연은 어디로 갔는지 그의 옆자리는 텅 비어있었다.막 일어서서 그녀를 찾으려는데, 밖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그는 본능적으로 이불 속으로 몸을 숨기며 아직도 자는 척했다.간미연은 문을 열고 들어와 침대 위에서 아직도 자고있는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쿵쾅쿵쾅-장명원은 주체할 수 없는 심장 떨림에 더 이상 자는 척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조용히 눈을 뜨고 문 쪽을 바라보았다.간미연은 파자마를 입고 벽에 기대어 침대 위의 남자를 말없이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장명원은 그런 그녀의 시선에 부끄러워 그만 얼굴이 '쓱' 붉어졌다. 그는 이불을 다시 끌어당겨 머리 위로 뒤집어썼다.“좋•••••• 좋은 아침.”장명원은 계속 이불로 입을 가리고 있다가 겨우 말을 걸었다.간미연은 웃음이 났지만 겨우 새어 나오는 미소를 참고 차가운 말투로 대답했다.“아침 만들었어. 옷 입고 나와서 밥 먹자.”“알았어.”장명원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다급히 이불 속으로 몸을 감췄다. 간미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 쿵-문이 닫히고 나서야 장명원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제야 그는 자기 손바닥이 온통 땀투성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어젯밤, 그는 간미연과의 싸움에서 압승을 거뒀다. 평소 게임을 할 땐, 간미연에게 지기 일쑤였는데 마침내 그에게도 판도를 뒤엎을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하지만 밤까지만 해도 장명원이 이긴 줄 알았는데 왜 날이 밝자마자 정작 침대에서 주도권을 차지한 사람은 오히려 간미연 같은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이런 생각에 장명원은 화가 나 단숨에 이불을 걷어 올리고 막 일어나 욕
간미연은 고개를 들고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난 정략결혼은 진짜 싫어. 연애하는 척 연기하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 우린 이만 끝내.”간미연은 정략결혼의 거짓된 친밀감을 싫어했다. 그녀는 장명원과 자신은 다를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두 사람도 자기 부모님 같은 사이가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훨씬 더 커졌다. 간미연은 다른 사람의 거짓말과 속임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장명원과 그런 쇼윈도 부부가 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장명원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며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혹시 마음속에 묵언을 품고 있어서 그런 것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정말 묵언을 좋아한다면 어젯밤엔 왜… 하지만 장명원에게는 묵언을 좋아하냐고 물어볼 권리도 없었다. 그는 줄곧 가짜였으니까…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장명원과는 달리 간미연은 줄곧 냉정한 얼굴이었다. 그녀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빨리 먹어.”간미연은 컵에 담긴 물을 비우고 바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간미연은 방으로 돌아가 물건을 챙기고 집에 가려고 했다.이런 상황에 어떻게 계속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장명원은 혼자 잠시 앉아 있다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그는 문에 기대어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혹시 어젯밤, 내가 너를 만족시키지 못한 거야?”“…”간미연은 캐비닛 앞에 반쯤 쭈그리고 앉아 USB를 손에 꽉 쥐고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며 장명원을 바라보며 말했다.“꺼져.”“나… 난…”잘생긴 장명원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그는 난처한 기색을 보이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인정할게. 난 어젯밤이 내 인생에서 처음 겪어본 경험이었어. 무슨 문제가 있다면 바로 나한테 알려줘. 고칠게.”그의 말에 간미연은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그녀는 순간, 장명원을 때려죽이고 싶어졌다.“간미연, 우리 결혼하자.”당황한 장명원은 그녀를 붙잡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간미연은
점심, 소희는 노명성이 성연희를 집에 데려다주는 것을 목격했다. 그녀가 막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매부리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보스, 작전을 내려주세요. 어떤 작전이든 뭐든 다 좋아요.]하얀 독수리가 먼저 대화를 시작했다.소희는 길을 걸어가며 그의 메시지를 답장했다.[또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래?][오늘 차였어요. 제가 차였다고요.][오.][감히 무슨 자격으로 저를 찬 건지 이해할 수 없어요. 저한테 뽀뽀도 하고 잠자리까지 가졌는데 왜 갑자기 절 찬 거죠?]“…”소희는 뭐라고 답장해야 할지 몰랐다.[저한테 자기를 귀찮게 굴지 말라고 했어요. 좋아요, 뭐. 전 당장 여기를 떠날 거예요. 작전을 맡아 서울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래요.][난 설을 보내고 있어서 바빠. 시간 없다고.][보스. 전 한 번도 보스한테 뭐를 부탁한 적이 없잖아요. 저 좀 도와주세요. 작전 수행비는 한 푼도 받지 않을게요. 전부 보스랑 푸른 독수리한테 줄게요.]하얀 독수리가 말했다.[그럼 푸른 독수리한테 물어봐. 설에 작전을 맡을 생각이 있냐고.][푸른 독수리 씨, 저희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작전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보스가 작전을 주면 제 작전 수행비까지 전부 당신한테 줄게요.]한참을 기다려도 푸른 독수리에게서는 답장이 오지 않았다.[푸른 독수리 씨, 전 당신이 엄청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저를 도와서 그 여자 컴퓨터를 좀 해킹해 주세요. 화풀이라도 하게요.]푸른 독수리는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다.[근데 왜 갑자기 너랑 헤어지겠다고 하는 거야?][모르겠어요. 하룻밤 같이 보냈더니 헤어지재요.][그럼 넌 헤어지기 싫은 거야?][누가 헤어지기 싫대요? 전 이미 참을 만큼 참았어요. 저한테 키스할 땐 언제고 다른 남자랑 데이트하러 가다니… 전 그녀보다 더 일찍 헤어지고 싶었다고요.][그런데 왜 이렇게 시끄럽게 굴어?][기뻐서요.]...…한편, 장명원은 화가 잔뜩 난 채로 장씨네 가문으로 돌아왔다.집에 손님이 왔
“아뇨, 아무 말도 안 했어요.”장명원이 말했다. 그는 약간 의기소침한 채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오후, 소희는 오 씨와 함께 정문에 대련을 붙이러 갔다.오랜만에 본가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고용인들에게 전부 휴가를 줬다. 그래서 집에는 요리사 한 명과 기사 한 명, 그리고 오 씨만 남았다.오 씨는 평생 결혼하지 않으셨고 이젠 강씨 가문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설에도 이 집을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오 씨는 이제 나이도 나이인지라, 소희는 그를 배려하여 혼자서 왔다 갔다 하며 의자를 딛고 높은 곳에 대련을 붙였다.잠시 후, 소희가 방에 들어가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임구택에게서 전화가 수없이 와 있었다. 그녀가 막 임구택에게 다시 전화를 걸려고 할 때, 그에게서 전화가 또 걸려 왔다. “전화를 왜 안 받아요?”전화가 연결되자마자 휴대폰 너머로 임구택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러자 소희는 살짝 웃었다.“대련을 붙이러 갔는데 휴대폰을 그만 안 가져가서요.”임구택은 한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앞으로 어딜 갈 때 꼭 휴대폰을 들고 가세요. 걱정했잖아요.”“네, 알았어요.”소희는 손가락에 묻은 먼지를 떼어내며 말했다.그때, 민이가 소희 앞으로 달려와 그녀 곁에 자리를 잡은 채 휴대폰을 향해 목청을 돋구었다.“소희야, 소희야.”“무슨 소리야?”임구택이 물었다. 소희는 휴대폰을 움켜쥔 채 민이를 향해 소리쳤다.“조용히 해.”민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검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소희?”“네, 이웃집 아이인데 절 부르고 있어요.”소희가 말했다.“목소리만 들어도 무례한 아이일 것 같네요.”임구택은 농담으로 한 말이다.“••••••”소희는 민이를 손으로 밀쳐내며 말했다.“됐어요. 전 이제 할아버지께서 음식을 준비하는 걸 도와주러 가봐야 해요. 구택 씨도 자꾸 메시지 보내지 마세요.”“소희 씨가 자꾸 생각나는데 그럼 어떡해요?”임구택이 말했다.그러자 소희는 부끄러웠는지 수줍게 피식 웃었다.
설날 전 마지막 저녁밥이 풍성하게 식탁 위에 차려져 있다. 깨끗하고 넓은 창문은 고풍스러운 방을 한결 더 돋보이게 했다. 방에는 은은한 홍매화 향기와 백단향이 서로 어우러져 그 향기는 사람을 황홀하게 만들었다.곧, 이 은은한 향기는 음식의 향기로 가려졌다.오 씨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점심부터 지금까지 장장 여섯 시간 동안 끓였으니 어르신께서도 어서 드셔보십시오.”강씨 노인은 천천히 음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네.”“아가씨께서 안에 있는 햄과 죽순을 좋아해서 제가 먼저 한 그릇 떠드리고 오겠습니다.”강씨 노인은 평소와 다름없이 회색 솜저고리를 입고 있었다.“걔는 내버려 둬, 이제 어린애가 아니야.”강씨 노인의 말에 오 씨는 피식 웃었다.“아가씨께서 이 집에서 함께 설을 몇 년 보내지도 못하셨는데 저라도 아이 취급을 할 수 있게 허락해 주세요.”“아이요? 무슨 아이요?”소희는 강씨 노인에게 따뜻하게 데운 술을 들고 와서 물었다.“너 말이야, 너. 어째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어린애 같은지 참…”강씨 노인은 허허 웃었다.“오히려 좋은 거 아니에요?”소희는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네. 맞아요. 저랑 어르신은 아가씨가 항상 이렇게 아이 같기를 바란답니다.”오 씨는 햄과 죽순이 가득 담긴 그릇을 그녀에게 주었다.“맛있어요.”음식이 거의 다 나오자 소희가 오 씨를 불렀다.“할아버지, 할아버지도 여기 앉으세요.”“저는 괜찮습니다. 아가씨와 어르신께서 천천히 담소를 나누시면서 드세요. 무슨 일이 있으면 저를 부르시고요.”오 씨는 상냥하게 웃으며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이제 이 집에 외부인은 없어요. 그러니까 같이 설을 보내요.”“우리 가문에서 평생을 지냈으면서 아직도 우리를 남으로 생각하는 거야? 소희 말 들어, 빨리 앉아서 같이 먹게나.”강씨 노인의 말에 오 씨는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어르신…”“내 말 들어, 빨리 앉아.”강씨 노인은 오 씨에게 술잔을 가져다주었다.“네.”오 씨는 조심스럽게
이정남, 그리고 장시원 등등.소희는 상대방이 이 새해 축복 메시지를 대량으로 여러 사람한테 보낸 것이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일일이 답장을 보냈다. 그녀는 자신이 받은 긴 새해 덕담 중 하나를 복사해 임구택에게 전달했다.곧이어, 임구택도 메시지를 보내왔다.[황정아 씨를 대신해 새해 축하 인사를 하는 거야? 모든 일이 잘 풀리라고?]그의 문자에 소희는 어리둥절해서 조금 전 임구택에게 보낸 메시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니 글 제일 마지막에 황정아라고 이름이 적혀있었다.메시지가 워낙 길다 보니 미처 채 읽지 못해 벌어진 대참사였다.[축복 메시지를 이렇게 많이 보낸 것을 보고 좀 감동 받았는데 마음이 좀 아프네요.][미안해요. 처음이라 좀 서툴렀어요. 제가 다시 이름이 적혀있지 않은 메시지를 복사해서 보내드릴게요.][••••••]그때, 소희는 임구택에게 666만 원을 입금했다. [마음이 더 아파졌어요.]임구택에게서 곧바로 문자가 왔다.임씨 가문.소파에 앉아 소희와 메시지를 나누고 있는 임구택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그때, 갑자기 누군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임유민이었다.“삼촌, 할머니께서 내려와서 같이 카드놀이를 놀재요.”임지언과 임구택 아버지는 같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에 분명 카드놀이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카드놀이를 할 사람은 임구택 어머니와 우정숙, 임유림뿐이었다.“알았어. 지금 갈게.”임구택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1층, 임구택 어머니는 그를 보자마자 재촉했다.“구택아, 어서 일로 와.”임구택은 소파에 앉아 거실 TV를 보며 물었다.“엄마, 야회는 언제 시작해요?”“여덟 시. 왜? 혹시 보려고?”“네. 심심한데 야회나 보려고요.”임구택이 말했다.임유민이 텔레비전을 켜자 임구택은 고개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야회가 곧 시작될 시간이었다. 벌써부터 백스테이지에서는 야회에 참가하는 배우들을 인터뷰하고 있었다.그때, 고용인이 다가와 임구택 어머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