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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5화

그때, 그는 갑자기 간미연의 휴대폰을 빼앗아 한쪽에 던졌다. 그는 아예 간미연 쪽으로 몸을 돌려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장명원은 간미연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갑자기 머리가 횅해져 아무 말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방금 샤워를 마치고 나온 간미연, 그녀의 까만 두 눈동자는 오늘따라 유달리 아름다워 보였고 촉촉하고 빨간 입술에 쌀쌀한 표정까지… 장명원은 마음속으로 겨우 말할 수 없는 충동을 꾹 삼켰다.

장명원은 무슨 말을 하려는지도 잊고 그녀의 입술만 쳐다보며 다가갔다.

그러자 간미연은 얼굴을 찡그리며 냉소했다.

“장명원, 또 많이 마셨어?”

“아니.”

장명원의 정신은 어느 때보다 맑았다. 그는 간미연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키스하고 싶어.”

“만약 내가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면 어떡할 거야?”

그녀의 말에 장명원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뭐라고?”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그녀와 묵언이 함께 있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프고 온몸이 차갑게 식었다.

장명원은 한 번 피식 냉소하더니, 간미연의 시선을 피했다. 그는 이제 집에 가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바로 그때, 간미연이 갑자기 그의 손목을 꽉 잡았다.

“무슨 뜻이야? 설마 양다리라도 걸치려고?”

장명원은 그녀를 돌아보며 콧웃음쳤다.

그런 그를 올려다보는 간미연의 심장은 미친 듯이 쿵쿵거리기 시작했다. 심장박동은 확연히 빨라졌지만 목소리는 오히려 나지막했다.

“오늘 여기서 자고 가.”

예상치 못한 간미연의 말에 장명원의 두 눈은 휘둥그레졌다.

“어서 샤워하러 가. 난 방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간미연은 태연하게 말을 마친 후, 곧장 침실로 들어갔다.

장명원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황홀한 기분으로 한창 샤워를 하면서 조금 전 간미연이 했던 말과 그녀의 표정을 머릿속으로 곰곰이 곱씹었다.

샤워를 하니 취기가 솟아올랐다. 그는 말할 수 없는 모종의 충동을 느끼며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서 서둘러 몸을 닦고 부랴부랴 욕실을 나갔다.

거실의 불은 아직도 켜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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